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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바다로 가자〉: 자연스러운 현실 앞에서 부자연스러운 영화를 찍는다는 것

by indiespace_한솔 2020. 7. 1.






 〈바다로 가자〉  리뷰: 자연스러운 현실 앞에서 부자연스러운 영화를 찍는다는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지원 님의 글입니다.



영원한 기억은 없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눈앞은 서서히 흐려지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잔상이 흐트러질수록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흐릿해진다. 그것이 기억의 속성이다. 종국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졌을 때 기억하기 종료된다. 그런데 여기, 살아생전의 한 남자를 카메라로 포착함으로써 그의 기억을 끈질기게 붙잡아놓고자 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다로 가자>는 실향민 아버지를 둔 딸의 서술을 통하여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 1세대와 그의 자식, 손자녀들인 2세대, 3세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북한 지역 출신이나 6.25 전쟁에 인민군이 아닌 한국군으로 참전하여 이제껏 부산에서 살아온 아버지는 한국에서 21녀의 가족을 꾸리고 살아왔다. 등허리가 수그러들 때 즈음 파킨슨병 판정을 받게 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딸이기도 한 감독은 아버지의 삶에 대해 영화로 다가가고자 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죽고 싶다 되뇌던 기억,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사의 노래를 끝내주게 불렀다던 기억,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던 기억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나이가 들어가고 그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의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그 수집 앞에는 빈번히 장애물이 세워진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가 채울 수 있는 영화의 요소들로 기억의 부재와 공백을 대신해 나가고자 할 뿐이다. 아버지 혹은 형제, 일가친척 등에게 관련된 질문을 건네고 그 인터뷰의 증언을 따라 재연한 장면이 나열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대역, 그리고 어린 시절 딸의 대역을 맡은 배우들의 얼굴을 빌려 <바다로 가자>는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래서일까. 포털사이트 영화 캐스팅 이력에 따르면 재연장면에 등장한 배우 조영진과 배우 박미성이 맡은 역할의 이름은 모두 본인 역이다.


 



이러한 영화의 언어들이 한데 모인 시도 끝에, 아버지의 기억은 완전하게 재생되는가? 우리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아니 그 자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한 번 거친 기억은 현실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것은 바로 <바다로 가자>라는 영화다. 아무리 영화가 살아생전 고향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증언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실향민의 증거들을 모아 진입할 수 없는 북한땅에 대한 실측도를 그려나간다 한들 영화는 결코 그 현실 자체가 될 수 없다. 그것이 기억과 영화의 공통점이다. '벗고 있는 사람을 왜 자꾸 찍느냐'는 아버지의 농담이나, 중간중간 초점이 나간 채 아버지를 비추는 카메라와 흑백 처리 된 화면 등 영화의 완전하고도 완벽한 재구성을 기꺼이 방해하고자 하는 뜬금없는 장면들은 기꺼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감수하고자 하는 것만 같다.


 

 



영화 속 인상 깊었던 인터뷰 장면이 있다. 한국에서 살던 실향민이 북한에 잠깐 방문했을 때, 전쟁이 나기 전 살았던 집을 보고 소리를 질러버렸지만 그 순간은 그 순간대로 자연스럽게넘어가버렸다는. 죽어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도달하지도 못한 북한땅에 대한 정보와 증언을 수집하는 일은 어쩌면 가장 부자연스러운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분단의 아픔이라는 다섯 글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를 담기 위해 몸부림치는 다큐멘터리 <바다로 가자>는 모두가 당연하다 이야기하는 현실에 당연하지 않은 노력으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마음에 닿고자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의 제스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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