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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고양이 집사〉: 고양이는 세상을 구해, 집사는 고양이를 구할게

by indiespace_한솔 2020. 5. 20.








 〈고양이 집사〉  리뷰: 고양이는 세상을 구해, 집사는 고양이를 구할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유진 님의 글입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 하지만 길에서 태어난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눈치 채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를 가진 이 문장은 길고양이 인식 전환 광고인 티끌모아 캠페인의 캐치프레이즈다. 텀블벅 모금을 통해 이 메시지를 영상 광고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영화 제작진이 있다.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와 소위 '집사' 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이희섭 감독이 연출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조은성 감독과 제작진이 제작을 맡았고 임수정 배우가 영화의 내레이터로 등장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 집사> 두 작업에 모두 참여한 제작진이 텀블벅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 중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고 한다. 우리는 고양이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문장이 재미있고 귀여워 글의 제목으로 빌려 적어 보았다. 세상을 구하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 <고양이 집사>는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까.





이 영화의 제목은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집사>.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다루는 영화는 그간 꽤 많았던 반면 애묘인을 주제로 한 영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했기에 새로운 결의 이야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사람은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빛난다고 했던가. <고양이 집사>에 등장하는 중국집 사장 부부,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성남 고양이 쉼터장 등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를 아끼고 보듬는 순간들은 빈틈없이 빛났다. 집사들은 굶는 고양이들이 안쓰러워 직접 동네 골목 골목 사료를 배달해 주기도, 연휴에도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위해 가게를 열기도, 재개발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공사 현장에 거듭 찾아가기도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고양이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존의 방식은 어디 하나 다정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집사들이 고양이들을 구하는 동안 고양이들도 러닝타임 내내 귀여움으로 세상을 구하느라 나름대로 바쁘다카메라 렌즈 위에 앞발을 올려두고 그루밍을 하는 레니,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레드, 온 동네 골목을 배회하며 다른 고양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조폭이,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고양이들이 바로 영화를 한층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히어로들이다. 영화의 매력은 사람처럼 통제 가능한 대상이 아닌 고양이들이 만들어낸 우연한 장면들이 쌓여 더욱 배가된다. 다양한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작은 세상을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는 카메라가 선물하는 감정은 예상 밖의 것이기에 즐겁다.





여담이지만 <고양이 집사>의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손글씨처럼 연출된 제목과 자막의 서체, 그리고 내레이션을 맡은 임수정 배우의 부드러운 목소리 같은 요소들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세심한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다정다감한 영화 <고양이 집사>. 동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세상 속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하다.








〈고양이 집사〉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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