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더라도 눈부신 빛을 주고받으며

 〈작은 빛〉 조민재 감독, 배우 곽진무, 변중희, 신문성, 김현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혜림 님의 글입니다.




가족, 공간, . 언뜻 보면 떼어낼 수 없이 연결되어 있는 듯 하지만 또 하나하나 연결하자니 고민이 앞서는 것들이다. 영화 작은 빛은 고요하게 이 모든 항들을 작지만 눈부신 빛으로 잇는다.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은 빛은 평범해보이는 한 가족에서 출발해 그들이 갖고 있던 기억과 공간, 그리고 삶에 대해 묻고 답해가는 영화다. 감독 조민재와 배우 곽진무, 변중희, 신문성, 김현을 만나 그들 각자의 작은 빛에 대해 물었다.

 



 


영화 작은 빛123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그간 영화제와 기획전을 통해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개봉하니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개봉에 대한 감회가 어떠신지 듣고 싶어요.



조민재 감독(이하 조민재): 개봉이 되는 구나, 그런 생각이 가장 커요. 개봉을 하는 것이 배우님들이나 스탭들, 저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기뻐요.

 

변중희 배우(이하 변중희): 독립영화 중에 생일이 없는 영화가 많다고 들었어요. 우린 생일이 생기고, 생일 축하도 받고, 또 기념일도 받은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 영화가 빛이 날까, 그런 사명감이 생겨요.

 

곽진무 배우(이하 곽진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영화가 소개될 수 있어서 좋고, 더불어 공유할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신문성 배우(이하 신문성): 저는 개봉까진 꿈을 꾸지 않았어요.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영화는 개봉까지 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아서요. 감독님께서 초지일관 유지하신 자신의 세계관이랄까요?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빛을 발한 것 같아서 상당히 기쁩니다.

 

김현 배우(이하 김현): 작품을 하다보면 보물 같은 작품들이 있어요. 언젠간 그게 빛이 나더라구요. 작은 빛은 작업할 때 색다르고, 감동스러운 지점이 있었어요. 찍고 난 다음 1년은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이렇게 개봉하게 돼서 놀랐죠. ‘내가 잘 봤구나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일 안하고 영화만 작업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감독님께는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배우분들은 이 영화에 함께 하게 된 계기를 간단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조민재: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다가 휴식이 필요했어요. 1년 정도 쉬어보자는 생각에 퇴사를 했고요.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영화를 한 편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쉬는 동안 만들어보았습니다.

 

곽진무: 저는 조민재 감독과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예요. 그렇다고 해서 지인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건 아니에요. 작품이 상당히 좋아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인터뷰를 통해서 글을 쓴 시나리오라서 그런지 한층 깊었어요. 그런 점에서 설레고 같이 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현감독님이 우연히 어딘가 올라온 저의 프로필을 보셨나 봐요. 캐스팅 요청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제 연극을 보러 오셔서는 부끄러우니까 끝나고 말씀도 없이 그냥 가셨대요.(웃음)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신 것 같아요.

 

신문성: 김현 배우님이 제 극단 선배님이에요. 김현 배우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 오디션을 보았고 조건에 부합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좋은 기회였죠.(웃음)

 

조민재처음에 신문성 배우님을 만났는데 바로 , 우리 형이다.’하고 생각했어요.(웃음) 말투나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변중희: 저는 저보다 먼저 어머니 역할을 맡아서 하신 분이 계셨어요. 뒤늦게 ‘믿을만 할?’ 이런 의혹 속에 후발주자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웃음)

 

 


배우분들이 맡은 각자의 캐릭터가 어떤 성격인지, 또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감독님이 인물들을 만들면서 참고하거나 반영한 인물이 있으신가요?

 


변중희이 영화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기 때문에 감독님 어머니를 만났어요. 두 시간 정도 어머님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나름대로 설정한 신숙녀는 생활력이 강하고, 남들과는 다른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싶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의연하게 헤쳐 나가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렇지만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속정이 있는 엄마.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혼자 꿋꿋이 살아가는 그런 엄마. 그런 엄마상을 가지고 작업을 했죠. 감독님 어머니를 만나면서 가족 간의 관계, 가족이 살아온 궤적들을 미리 들은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왜 가족이 친하면 밥을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는 게 아니라 밥상을 밀어놓고 밤새 얘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말씀을 하신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신숙녀라는 인물이 이렇게 자랐고 이렇게 살았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성격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곽진무: 저는 일찍이 가족 해체를 겪은 어린 남자를 상상하면서 시작했어요. 노동자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가족들과 단절되고 사회에서도 고립되어 있고, 감정이 점점 사라져가는 듯한 인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병을 얻고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돼요.

 

신문성: 아까도 잠깐 감독님이 말씀하셨지만, 저는 특별하게 어떤 캐릭터를 다시 구성하기 보단 저로부터 출발한 거 같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을 감독님이 원하셨어요. 이 작품이 어쩌면 우울하거나 무거워보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삶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고 결국 일상적인 흐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김현: 사실 곽현이란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당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현은 이혼 경험이 있는 설정이었죠. 그래도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모양도 갖춰졌고 저라는 사람의 성격과 맞닿은 지점이 많았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누나 캐릭터를 씌워주어서 어렵지 않게 갔던 것 같아요. 특별하게 제가 현의 이혼이나 과거에 대한 비하인드를 거창하게 가지진 않았어요. 너무 디테일한 감정이나 비하인드는 해로워요.

 

조민재인물 구성에 있어서 물론 제 가족들의 모습을 반영하긴 했지만 최대한 영화에 나오는 분들의 모습을 시나리오에 넣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리딩을 할 때도 대사를 읊기보다는 밥 먹는 모습을 미리 촬영해서 어떻게 밥을 먹는지 보고 연구했고 그걸 시나리오에 반영했어요.

 





 

오늘도 몇 번 언급하셨지만, 작은 빛은 감독님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인 것이 느껴져요. 자전적 이야기를 사적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닌 극영화를 통해 담아낸 이유가 듣고 싶어요.

 


조민재일단 첫 번째로는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라면, 맥락은 제 이야기일지라도 가족들에게 책임감을 분배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가족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들이 언어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일정부분 져야하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큐멘터리는 무엇이고 극영화는 어떤 것일까, 그런 고민들 사이에서 생각을 하다 보니 대신 자전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다큐나 극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자전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떤 것일까.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재생산하는 게 어떤 것일까. 그 질문이 핵심이었어요. 그래서 캠코더를 사용했고, 픽션과 논픽션을 계속 뒤섞어나가는 구성으로 만들어나갔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것도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들어가 있으니 면밀히 따지면 픽션이죠.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이 영화에 가장 많이 쏟아진 말 중 하나일 듯합니다. 관객들이 영화 속 진무가 실제 감독일 거라고 추측하거나, 숙녀 역 또한 감독의 실제 어머니일 것이라고 추측한 경우 역시 꽤나 많았던 것으로 알아요. 배우분들이 연기하실 때에는 대본이 명확히 있었는지, 혹은 순간에 맞게 애드리브를 하신 경우도 많았는지 궁금해요.

 


조민재팔십 퍼센트가 애드리브였어요.

 

변중희: 핵심적인 상황은 대본에 있지만 구체적인 언어화는 되지 않은 게 더러 있었죠. 제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노래하는 장면 있잖아요. 감독님이 어머님, 노래 하나 해보시죠. 아무거나 하세요.’해서 그냥 생각나는 노래 한 거예요. 그리고 끝부분에 사진 보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어머니, 5분만 얘기해보세요.’하셔서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그럴 때 감독님 어머니를 만난 게 도움이 되었어요. 현이가 10살 때 쓴 시 이야기도 그 때 들은 얘기를 한 거예요. 조민재 감독이 굉장히 치밀한 감독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요.(웃음)

 

조민재저도 사실 영화를 찍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배우한테 완전히 맡기게 돼요. 진무 배우랑 어머니가 인터뷰 장면을 찍을 때 , 저 구역에는 내가 들어갈 수 없겠다. 배우가 알아서 움직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테이크 한두 번 만에 가고 너무 빨리 찍어서 시간이 남으면 한 번 더 가는 수준이었어요. 중반부터는 배우들이 알아서 잘 움직여서 제가 더 이상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신문성저도 비슷해요. 춤추는 장면은 그냥 한 큐에 갔어요. 약간 당혹스러울 정도로 날 것의 장소, 길가에서 한 번에 찍었는데 낯설고 멋쩍은 모습이 그대로 보여서 좋더라고요.

 

조민재: 신문성 배우는 한 번 만난 뒤에 너무 확신이 들어서 더 이상 리딩을 하지 않았어요. 더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았죠. 제가 원하는 사람이 딱 나와주셨어요.

 






주인공 진무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일단 배우님의 성함과 배역 이름을 통일시킨 이유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또 이 지점에 있어서 배우님과 감독님 사이에 오간 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조민재: 제가 이 글을 제주도에서 처음 썼을 때는 주인공 이름을 A, B 이런 식으로 썼는데 완성이 되고 나니 한 가지 기억이 번뜩 떠올랐어요. 진무 형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을 영화모임에서 발제하던 기억이요. 그때 진무 형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길 해주셨어요. 당시에는 사실 좀 거북했어요. 저도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데, 형이 너무 진솔하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니까요. 금요일 밤 즐거운 자리에서 왜 이렇게 무거운 이야길 하나 했는데.(웃음) 그 생각이 나서 다시 환상의 빛을 보게 됐고, 이 영화가 왜 좋은지 알게 되고, 당연히 진무 형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진무 형이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푸시로 주인공 이름을 진무라고 하고 보내드렸죠. 선택은 진무 형의 몫이지만요.

 

곽진무: 부담이었죠. 제 이름으로 온 게.(웃음) 글을 받은 건 너무 좋은데 극 안에 제 이름이 있다는 건 부담스러웠어요. 그치만 함께 하게 된 이상 어떤 요구를 한 적은 없어요. 감독의 영역이고, 감독의 세계관이니 감독에게 모두 맡기고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 듣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감독을 믿고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진무는 영화 전체에서 말이 많지 않아 보여요. 말이 없는 인물들이 최근 독립영화 주인공들의 경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 진무는 말이 많지 않나요?

 


곽진무: 아까 말했듯 일찍이 가족의 해체를 맛보고 노동 현장에 살면서 당연히 말수가 적고 감정표현이 닫혔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가족들 만나면서 그나마 정서가 열리기 시작하는 호흡으로 접근했습니다.

 

조민재: 실제로 감정의 서사를 짤 때 어느 쯤에 진무가 감정을 열어줄까 생각해보았어요. 진무는 천천히 하나씩 열 것이라 생각했어요. 호선이를 만날 때는 진무가 마음을 좀 더 열어주는 식으로요.

 

곽진무: 감독이 그걸 연출하고 요구했어요. 목욕탕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요구했었죠. 호선이와 물장난 치는 장면이 저 또한 마음이 열린 계기가 된 거죠.

 

조민재: 가부장제의 어떤 성격유형이 있잖아요. 아버지상이 어떻고 어머니상이 어떻고 하는 것들이요. 진무에겐 좀 더 아빠의 형상을 끼얹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카메라가 머무르는 시간이 특이해요. 인물들이 모두 떠난 이후에도 빈 공간을 3초가량 더 응시하는 씬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어요. 이런 연출을 하신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조민재영화 외적인 건데, 제가 공간을 담아두는 걸 좋아하나 봐요. 제 영화적인 학습이 그런 것 같아요. 공간을 열어준다는 개념으로 컷을 짜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할 때에도 이런 느낌으로 하지 않을까 해요. 영화에 나온 공간은 실제로 제 가족들의 공간인데, 공간을 지탱하고 있는 것들이 영화를 찍으면서 좀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각자의 공간을 만들면서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어요. 공간을 최대한 세심하게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무가 기억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각자의 꿈이나 과거의 기억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분들은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이런 꿈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삶이 겹쳐지는 지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춤을 춘다든지,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한든지 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드러내고 싶었던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신문성저는 춤을 추면서 과거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이십대 초중반까진 정말 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저는 연극반이었는데 같이 강당을 쓰는 댄스부가 있었어요.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같이 춤도 추고 그랬어요. 성격이 내성적이라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춤을 출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군대 있을 때도 고참들이 앞에 나가서 춤추라고 하면 그때 제일 신났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찍으면서 , 내가 춤을 참 좋아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십대가 되어서 카메라 앞에서 다시 춤을 추게 되니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예전에 많이 하던 건데 뭐 어떠냐는 마음으로 했어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변중희저는 숙녀 역할을 위해서 오토바이를 배워야 했어요. 제가 남자중학교에 선생님을 해보니까, 중학교 2학년 올라갈 때쯤 되면 소위 노는 애들이 너나없이 오토바이를 타려고 애를 써요. 그러면 항상 하지 말라고 하죠.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오 킬로미터로 가면서 바람을 느끼는데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시원한 거예요. 이 맛에 애들이 오토바이를 타려고 하는 구나, 정말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웃음)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또 숙녀가 식당에서 일을 하니까 설거지 장면이 더러 나와요. 내가 평소에 설거지를 잘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되나보다 싶더라고요. 제가 직장 일 하면서도 살림을 다 했거든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열심히 살았더니 도움이 된다.

 

김현: 작품을 보면, 되게 남루하고 무겁고 짠하고 그래요. 이렇게 한 구석에 있는 분들이 사실 많이 계시죠. 누구나 아픔과 외로움이 있잖아요. 색이 다를 수는 있어도 저 역시 마찬가지로 한 인간으로서 그런 감정이 있어요. 관객분들에게도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 외로움과 아픔을 관통하는 변화의 힘이 영화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캠코더 촬영 화면이 영화에서 꽤 자주 등장해요. 실제로 촬영할 때에는 배우가 직접 캠코더를 들고 있었는지,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연출된 것인지 궁금해요.

 


변중희: 캠코더는 다 배우들이 직접 들었어요. 손주도 직접 찍었어요.

 

조민재: 제가 찍는 영화 카메라는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캠코더는 제가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었어요. 인터뷰 장면은 제가 들어간 경우가 더러 있지만 보통은 지금이에요!” 하면 카메라를 드는 느낌이었죠.(웃음)

 


 

배경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은 영화예요. 앰비언스 사운드가 특히 강조된 것 같아요. 특별한 의도가 있으셨나요?

 


조민재: 그건 사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공간 사운드로 가득 채우고 싶었는데 독립영화 한계 상 사운드에 큰 부분을 할애할 수 없었어요. 제 나름대로는 컷마다 정서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음악으로 이어버리면 정서가 하나로 묶여버려서 굳이 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지점도 있어요.

 

곽진무: 그게 저에겐 좋았어요. 제 병약한 숨소리와 호흡이 가득 담겨있어요. 그 부분이 영화와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민재믹싱기사님께서 저예산인데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영화 교육을 받지 않으시고 찍으신 첫 연출 영화라고 알고 있어요. 영화를 찍기 전과 후가 몇몇 지점에서 다르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조민재: 영화를 찍고 나서 가족들을 좀 더 만난다는 게 달라진 점 같아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저에게 휴식이 필요했고. 휴식을 위해 영화를 찍은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잘 쉬었고 이제 마무리 단계가 온 것 같아요.

 



작은 빛은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 영화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통해서 삶을 기록하고, 그려내는 것이 감독님과 배우분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조금은 거창하게 여쭙고 싶어요. 영화를 왜 만드는지, 연기를 왜 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조민재: 저 역시 그 질문을 하려고 영화를 찍은 거 같아요. 가족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 카메라로 가족이야기를 재현해낸다는 건 어떤 것인지. 결과적으로는 캠코더를 나눠 갖고 서로 찍어주고, 공간을 함께 나누고, 그것이 편집이 돼서 빛으로 쏟아지잖아요. 그렇게 이어지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간지럽나?(웃음) 저도 사실 영화를 사랑하거든요. 영화를 배우지 않았어도 사랑하기 때문에 찍었고요. 본질을 얘기하자면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있고, 영화는 좋은 매체라는, 그런 생각이에요.

 

곽진무: 저는 연기를 통해서 성장을 하고 있어요. 제가 다른 일은 그렇게 못해도 연기 하나 만큼은 최선을 다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스스로의 욕망을 확인해요. 무엇보다도 연기를 통해 결핍을 채우는 거 같아요. 저는 되게 내성적인 사람인데 삶에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연기를 통해서 해소하는 것이 아닐까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변중희: 가끔 혼자 왜 나는 영화배우 일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니까 내가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배우 하면서, 영화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실현되는 거, 그게 제 기쁨이 된 것 같아요. 젊어서 데뷔를 했으면 별 볼 일 없었을 텐데 나이 먹고 데뷔를 하니까 더 쓰임이 있다, 나는 늦가을에 피는 꽃인가 봐, 이렇게 스스로 지지를 해주고 있어요.(웃음) 저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는 현재진행형의 삶을 산다고 생각해요. 흔히 카르페 디엠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걸 내가 실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내가 아닌 나를 창출해내는 작업들이 쉽진 않아도 짜릿함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쭉 하려고 해요.

 

신문성: 일단 제가 배우를 하는 건 즐겁기 때문이지만 일종의 사명감은 있어요. 예전에 어떤 공연을 봤을 때 친구랑 그런 이야길 했어요. 요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걸 보면 죽지는 않지 않았을까. 영화나 드라마, 연극 모두 마찬가지로 배우들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보게 되면 저처럼 내일을 살아가는 기반을 하나씩 얻는 것 같고요. 사람은 서로 소통하는 존재니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순 없어도 그 중에 몇몇 사람이 어마어마한 것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우를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현: 연기는 재밌으니까 해요. 재밌으니까 돈 못 버는데도 하는 거죠.(웃음) 저도 경제적인 고비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그냥 연극을 했어요.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극복되거나 치유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이 직업이 참 좋은 게,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하잖아요.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젊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아마 최고의 직업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은 빛을 접하게 될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변중희: 저는 작은 빛이 가족 관계 회복에 대한 영화라고 정리했어요. 다들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지만 아픔이 없는 가정이 없을 거예요. 작은 빛은 진무의 일련의 행보를 통해서 가족관계의 회복이나 화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예요. 아마 당신의 가족에 대해 반추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자극적이지 않지만 찬찬히 보면 굉장히 큰 덩어리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해요.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힐링을 받으실 거예요.

 

곽진무: 이 이야기의 발단은 극 중 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위해 호적이 필요해서 신숙녀가 결혼하게 된 것이에요. 호주제 폐지 이전 가족 구성 방식을 반영한 이야기죠어머니들은 가부장제의 어려움 속에서 가족, 또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어요. 또 아버지들은 가족에 대한 무게를 가지고 있어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그 부조리한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문성: 이 작품이 무거운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가족에게 함부로 하고 밖에 나가서만 잘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족이 가장 편하다보니 화풀이하는 경우도 있고요. 방향은 다양하겠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가족을 한 번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보시면 느껴지실 거예요.

 

김현: 저는 개인적으로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영화가 살살 건드리잖아요. 아주 조금씩 건드리다가 막판에 사람을 잡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년 정도 되었을 때 이 영화가 처음으로 상영되어서 봤는데, 엄청 울었어요. 관객분들도 아버지든 어머니든, 가족의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민재저는 이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어렵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편하게, 보이는 것만, 휴식처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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