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디돌잔치 〈버블 패밀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2월 30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마민지 감독
진행 박선영 CBS 팟캐스트 '말하는 몸'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2017년 전국에 불었던 가상화폐 붐, ‘비트코인’ 투기에 대한 열풍은 내 주변을 뜨겁게 달구었다. 비트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말하는 일명 ‘카더라 통신’으로 들리는 비트코인 버블은 현재의 욕망과 미래에 대한 꿈이 뒤엉켜 많은 사람들에게 불을 지폈다. 인간의 욕심 위에 경제의 버블은 반복되고 있다.
2019년을 마무리하며, 인디스페이스 인디돌잔치에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가 상영되었다. 2019년의 우리는 어떤 버블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 그 속에서 청년들은 어디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야 하는지 감독은 묻는다. 마민지 감독과 이야기 나눈 〈버블 패밀리〉 인디돌잔치 인디토크를 소개한다.
박선영 PD(이하 박선영): 안녕하세요. 인디돌잔치 진행을 맡게 된 CBS 팟캐스트 ‘말하는 몸'의 PD 박선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마민지 감독(이하 마민지): 안녕하세요. 〈버블 패밀리〉를 연출한 마민지라고 합니다.
박선영: 연말인데 〈버블 패밀리〉 1주년 생일 축하해주시러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 한 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민지: 〈버블 패밀리〉 개봉이 1년이 지났다는 게 아직 믿기지가 않네요. 제가 최근에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님들과 함께 하는 연극 공연을 하다가 인디돌잔치 투표가 진행중인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투표 해달라고 하니까 어머님들께서 투표 링크를 여기저기 돌려주셨거든요.(웃음) 그래서 선정이 된 것 같아요. 12월 30일에 시간 내주시고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박선영: 저도 이 자리가 되게 의미 있어요. CBS에서 ‘말하는 몸’이라고 팟캐스트 계의 ‘인디 팟캐스트’ 같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컨셉의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어요. 마민지 감독님이 〈버블 패밀리〉 개봉 당시인 1월 초에 출연을 하시고 1년 만에 뵙는 거여서 영광이고 즐겁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 때 몽골 가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마민지: 2월까지 〈버블 패밀리〉 개봉을 진행하고 〈리틀 노마드〉라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러 몽골에 있었어요. 몽골의 도시화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고, 2019년 여름에 프랑스 가서 편집 마치고 지금은 다음 작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리틀 노마드〉는 개봉을 하나요?
마민지: 〈리틀 노마드〉같은 경우에는 방송사에 방영할 다큐멘터리로 제작을 했어요. 프랑스 제작사와 한국 제작사가 함께 진행했고 독일의 방송국에 상영되는 다국적 영화입니다. 한국에는 언제 방영할지 미정입니다.
박선영: 1년 전 ‘말하는 몸’ 팟캐스트에서 나눈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 싶어요. 그때 어떤 이야기 했는지 기억나세요?
마민지: ‘말하는 몸’ 팟캐스트에서 초대해 주셨을 때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골라 달라고 하셔서 저는 어머니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어머니께서 텔레마케터로 일을 되게 오랫동안 하셨어요. 어머니가 팔을 다치셔서 갑자기 일을 못하셨을 때의 이야기 등 어머니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박선영: 그 당시 말씀해주셨던 것 중에 기억에 남은 게 있어요. 어머니 키가 저랑 비슷하시더라고요. 150cm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지신 어머니의 몸에게 온 가족이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빙판길에 넘어지셨을 때 온 가족 생계가 마비되었던 이야기가 저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마풍락 님과 노혜숙 님은 잘 계시는지 안부도 궁금합니다.
마민지: 〈버블 패밀리〉 개봉했을 때 아버지랑 어머니랑 인디스페이스에서 GV를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어머니랑 저랑 같이 영화를 본 것은 또 처음이어서 아마 조금 마음이 힘드셨는지 크레딧 올라가는데 갑자기 빠져나가시더라고요. 그래도 아버지와는 계속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 진짜 자주 오셨어요. 언제 한 번은 ‘어떤 중년 여성분이 영화 끝나고 계속 박수를 치셔서 뒤 돌아봤더니 주인공 어머니이셨다’는 관객분의 후기가 올라온 적도 있고. 오늘도 축하하고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박선영: 저도 비슷한 또래고 IMF 키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니까 우리는 생판 모르는 남인데도 생애사가 너무 똑같더라고요. 유복했던 어린 시절과 홈 비디오로 기록되었던 모습들, 그리고 IMF 이후 몰락한 가정, 그 이후 드러누워버린 아버지. 아버지가 누워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나요? 의도하신 것입니까?
마민지: 네, 의도해서 찍고 넣은 장면이었습니다.
박선영: 가스가 고장 난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드러누우시고 어머니는 물 끓이고 하시잖아요. 그렇게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영화 개봉할 때도 우리 또래 세대들과 이 시기를 공유하고 기억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개봉 이후 그런 경험들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마민지: 개봉 이후에 공동체 상영을 많이 진행하면서 청년 공간에서 20, 30대 또래 청년분들이랑 주거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주로 우리 세대의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고요. 또 다른 방향으로 ‘청년세대가 부동산 투기를 이어나가는 중년 세대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관객: 영화 안에 개인 정보가 많이 들어갔는데 부모님이 불편해하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마민지: 부모님께서 처음에는 촬영하는 것을 되게 부담스러워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3년 정도 촬영을 하니 부모님도 나중에는 익숙해지셨어요.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카메라 있으면 바로 옷 갈아입고 화장도 하고 나오는 등 불편해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니 직접 계획을 하셔서 먼저 촬영을 하러 나가자고 하실 정도로 친숙하게 생각을 하셨어요. 서울머니쇼에서 쫓겨나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늦잠 자고 있는데 어머니가 깨우면서 ‘오늘 되게 재밌는 행사장에 일을 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촬영을 하러 간 장면입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니까 스스럼없이 찍었지만 편집을 하면서는 감독으로서 윤리적인 부분이 고민 됐어요.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부담스럽거나 싫은 장면은 빼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어머니가 일하시는 모습, 회사에서의 모습도 촬영했고 더 디테일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부분들은 최종편집에서 걷어냈습니다.
관객: 〈버블 패밀리〉를 보면 아버지 소유의 땅이 있는 것으로 나오고, 마지막엔 마민지 감독님 소유의 땅이 있는 상황이잖아요. 이에 대해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민지: 아버지 땅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경매로 넘어가면서 끝이 나는, 사실 무용지물이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고요. 제 땅 같은 경우에는, 사실 오늘 오면서 오랜만에 상영을 하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시세가 올랐나 확인을 해봤는데요.(웃음) 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버블 패밀리〉 상영 뒤로 관객분들이 종종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천에 개발 호재가 있으니까 팔지 말아라’ 이런 조언도 해주시고, 공무원들이랑 같이 공동체 상영을 하는데 국토부 쪽에 있는 사람들도 팔지 말라고 해주셨어요.(웃음) 저한테 이 땅은 기획 부동산으로 산 땅이라서 무용한 땅이긴 한데, 저는 처음 땅을 보러 갔을 때 되게 비판적이었어요.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청년세대, 20, 30대는 무언가를 소유해본 경험이 전무하잖아요. 부모님이 땅 투기를 쓸데없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땅을 보러 간 카메라 속에 제 모습을 보니 시종일관 너무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이게 내 땅이구나, 이걸로 나중에 학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하고, 뭔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려보게 되면서 ‘이런 희망이 욕망을 부추기는구나’ 이런 기분을 느꼈어요. 그때 심정적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많이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박선영: 저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작은 박탈감을 느꼈는데(웃음), ‘그래도 마감독님은 땅이 있구나, 뭔가 손에 쥔 것이 있구나’ 하면서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위해서 저렇게 부동산을 알아보지도 않고 왜 이렇게 순수하신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우리는 안다, 이 땅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같은 시대에서 같은 아픔과 역사를 공유하는 세대라는 동질감을 다시 느끼기도 했어요.
저는 오래간만에 〈버블 패밀리〉를 보고 2019년 한 해를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낙인’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낙태죄 판결이나 성폭력 판결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한 사람을 ‘피해자’ 아니면 ‘낙태 경험자’ 이렇게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이런 낙인에서 벗어나고 이 구조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버블 패밀리〉를 보면서는 ‘아버지를 내가 실패자로 낙인 찍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영화를 찍고 나서 아버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지점이 있었을까요?
마민지: 영화 개봉 이후로 아버지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최근에는 안부 연락도 자주 해서 저희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여전히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들을 표현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2년 전에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아버지랑 처음 영화를 봤는데 그 때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랑 저는 항상 아버지께 비밀을 가지고 있었던 건데 아버지께서 그날 영화를 보시고 처음으로 어머니가 일을 하시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셨고 ‘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신 거니까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은 아버지한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마음이 되게 힘들어서 그날 밤에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그날 되게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고, 동시에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고요. 그 뒤로 어머니랑 아버지의 캐릭터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완성하고 나서 이런 감정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를 한 것 같아요. 영화가 나온 후 송파구에서 사시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 가셨어요. 영화에는 제가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나오는데 3년 정도 부모님이랑 살다가 부모님이 LH 전세 임대 주택으로 들어가게 되셨어요. 그래서 세대분리해서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은 강제로 독립을 하게 돼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박선영: 해피엔딩이네요.(웃음) 또 다른 질문 있을까요?
관객: 저희 큰아빠가 주식을 해서 집안을 말아먹은 적이 있거든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잘되면 대박이 될 거다,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망하면 대자본이 이익을 가져가는 식인데, 이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많이 공감했는데 감독님은 앞으로 투자를 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마민지: 투자하지 않겠습니다. 돈은 땀 흘려서 벌겠습니다.(웃음) 아 그리고 저도 LH 전세 지원에 선정돼서 곧 이사합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짧게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요, 마민지 감독님은 ‘청년시대 자립’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마민지: 저는 혼자 산지는 오래되었는데, 늘 안전망이 없이 절벽 끝에 떠밀리는 것처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지금도 사실 LH 전세 지원으로 집을 구했다고 자랑을 했지만 그 집도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서울에 집을 구하려면 귀신이랑 같이 목욕해야 될 것 같은 집 밖에 없고, 또 이사를 하려고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쏟아 부어야하는 처지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떠밀리고 떠밀려서 경기도 외곽까지 밀려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이런 시스템이나 도시개발의 분위기들이 투기를 부추기고 안전망들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세대가 바라는 것은 사회시스템이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는 주거 환경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안 되고 있는 것 같고요. 최근에는 LH 전세 임대가 확장되니까 집주인들이 그것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반전세라단지, 몇 천만 원이라도 보증금을 더 올린다든지, 이런 식으로 시장 안에서 흐름이 또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이런 것들이 규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프리랜서다 보니까 은행 대출도 안되는 처지라 청년이어도 전세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너무나도 구멍이 많고 아직도 요구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공동체 상영을 하러 가서 청년분들과 이런 불안을 같이 나누고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여전히 너무나 많이 불안하다 얘기들이요.
박선영: 우리 엄마 아빠들이 버블 세대, ‘버블 패밀리’잖아요. 화려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알고 보니 거품이었던 건데, 저는 우리도 ‘버블 패밀리’같아요. 버블 위에 있어서 뭔가 늘 불안하고 늘 깨질 것 같고. 그런 불안 속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게 저는 너무 반가웠거든요. 이게 나 혼자만 겪는 불안이나 나 혼자만 겪은 상처나 이야기가 아니라 공통의 역사라는 걸 생각하면 다시 한번 〈버블 패밀리〉의 탄생과 마민지 감독님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민지: 제가 가는 곳마다 재개발을 하더라고요. 을지로에서 4년 작업했는데 지금 을지로가 다 밀리고 있고, 은평구 갔더니 증산구 다 재개발되고, 제가 또 불광동에 사무실을 얻어서 들어갔는데 거기도 또 재개발이 된다고 그러고. 이제 서울 밖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선영: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이후에 감독님 어떤 활동하실지 궁금해 찾아보니 ‘매드프라이드 미디어 기록단’으로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그때 경험을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민지: 지금 단원분들이 영화를 보러 많이 오셨어요.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와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축제고요. 올해는 10월 26일에 열렸고, 미디어 기록단으로 활동하면서 정신장애인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축제를 만들어 가는지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 있는 감정 폭력이나 정신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다뤄보려고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이번에도 〈버블 패밀리〉처럼 개인의 삶과 역사가 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기록 작업일까요?
마민지: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감정을 겪으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어서 아카이브 자료들을 활용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취미가 리서치라고 하시더니 역시나 아카이빙을 하고 계시군요. 이제 자리를 정리하고자 하는데요. 〈버블 패밀리〉를 보면서 저 또한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성찰하고 다른 방향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어서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그게 안타까웠어요. 부모님이 IMF를 겪은 후에 망가진 삶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 ‘실패자, 낙오자’라고 낙인 찍지 않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2019년 마지막 인디돌잔치이기도 한데요. 올 한 해는 마민지 감독님에게 어떤 한 해였는지 소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마민지: 사실 오늘 인디돌잔치이고 기쁜 날인데 저는 올 한 해가 많이 아팠어요. 제가 올해 삼재였거든요. (웃음) 개봉하고 나서도 대상포진 걸리고, 목도 다치고, 허리도 다치고, 너무 아팠던 한 해여서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어요. 내년에는 조금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박선영: 저희 팟캐스트 출연자이자 마민지 감독님과 같이 인터뷰하셨던 조한진 선생님께서는 질병권이라는 언어를 만드셨는데요. 건강도 중요하지만 잘 아플 권리도 중요하다, 아프더라도 너무 괴로워하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잘 아프자는 말이얘요. 저는 이 말을 올해 습득하게 되어서 참 좋았어요. 감독님도 새해에는 잘 아프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새해 소망도 한번 얘기해볼까요?
마민지: 새해 소망은 하나밖에 없는데 제가 다음 영화 기획안을 못써서 피디님한테 계속 혼나고 있거든요.(웃음) 3월이 되기 전에 새 영화의 기획구성안을 쓰고 피디님 말을 잘 듣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선영: 여기서 인디돌잔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성대한 돌잔치에 와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마민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디토크 기록을 마치며, 이 도시의 버블은 정녕 꺼지지 않는 것일지 질문을 던진다. 이 버블이 꺼지지 않은 것은 내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의 버블이 잔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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