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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기획] 새로운 극장을 상상하는 영화, 〈라스트 씬〉 박배일 감독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19. 12. 23.







새로운 극장을 상상하는 영화,

라스트 씬〉 박배일 감독 인터뷰

 




영화 〈라스트 씬〉은 작년 1월 잠정 폐관을 결정한 부산의 국도예술관에서 출발한다. 20084월 국도예술관은 남포동에서 대연동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국도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당시 남포동에서의 마지막을 관객들과 나누기 위해 극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 카페에 공유한다. 게시물의 제목은 라스트 씬’. 국도예술관이 더 이상 갈 곳 없이 대연동마저 떠나게 된 2018, 박배일 감독은 국도예술관의 마지막을 같은 이름으로 관객에게 전한다. 영화 〈라스트 씬〉은 상황이 달라진 지금, 꼭 해야 하는 말을 담아낸 영화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2008년 휴관하였으며, 이후 2 5개월만에 재개관했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급변하는 지원 정책, 극장 임대의 어려움과 미비한 안전망, 관련 인식 부재와 관객 감소 등의 문제로 고질적인 운영난에 시달린다. 독립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률적인 개봉 지원 방식과 스크린 독과점은 독립영화를 무자비한 상영시간대로 내몰고 불과 한 주 만에 상영관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이런 현실 속에서 극장은, 그리고 영화는 어떻게 관객을 만나야 할까.

 

〈밀양 아리랑〉(2014), 〈소성리〉(2017)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해온 박배일 감독은 〈라스트 씬〉을 통해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라스트 씬〉 무브무브를 통해 전국을 돌고 있는 박배일 감독이 서울을 찾은 지난 14, 박배일 감독과 막 출발한 〈라스트 씬〉의 여정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배일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2008라스트 씬게시물에 정진아 프로그래머가 인용하여 적었다는 노래가사를 떠올렸다.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다른 것의 끝으로부터.” 다음은 박배일 감독과의 인터뷰 본문이다.

 

 

사진=12월 21일 인디스페이스 〈라스트 씬〉 인디토크 현장

 


영화 〈라스트 씬〉이 개봉했습니다. 〈라스트 씬〉이라는, 극장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영화를 개봉하면서 관객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고자 많은 고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제부터 〈라스트 씬〉 무브무브라는 전국 독립영화전용관 투어 대장정이 시작되었는데요. 〈라스트 씬〉의 개봉 행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라스트 씬〉이라는 영화는 부산 국도예술관에 대한 영화고, 극장에 대한 영화예요. 그렇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아야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 영화 〈라스트 씬〉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정식 개봉을 계획하기 전부터 각 지역의 영화관에서 〈라스트 씬〉을 상영하고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과 직접 나누고자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작게나마 개봉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고 싶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 가서 그 지역의 이야기, 그 극장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라스트 씬〉 무브무브’(이하 무브무브)는 전국을 돌면서 각 지역의 영화관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영화관을 지키는 사람과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각 영화관마다 주제도 정했어요. 영화의 기획 의도에 따라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잘 모르긴 해도, 저는 앞으로 기존의 방식으로 영화를 개봉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구체적으로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지금처럼 개봉 후엔 지원도 사라지고 기획 상영도 어려운 방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에요. 영화, 사회, 극장, 각 요소들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기획을 하고 개봉을 해야 영화도 의미가 있고 극장도 의미가 있고. 또 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현실을 톺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감독 개인이나, 지금 저와 함께 하는 오지필름이나 씨네포크 같은 팀이 정말 뼈 빠지게 돌아다녀요. 그러기엔 지속이 쉽지 않거든요. 지금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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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함께하는 12일 영화관 투어 프로그램도 있어요. 무브무브 차원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획을 진행하면서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극장의 협조가 필요한 거니까요. 극장 역시 의지가 있어야 시너지가 발생해요. 제가 무브무브를 위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극장과 긴밀한 소통을 해왔다면 서로서로 더욱 힘을 주고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 기획이 서로에게 번거로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도 있죠. 저도 힘에 부치니까 때로는 말 한 마디에 저 혼자 극장의 문제에 마음을 쏟는 것 같아 서운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품을 들이고 시간을 썼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다음 번에도 기획을 통해 개봉이나 상영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극장에 찾아가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각 지역의 상황도 둘러보고, 더 나아가 어떤 관객층을 만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면서 진행하고 싶어요. 그래야 서로 애정을 가지고 같이 끝까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극장이 제 영화에 시간과 공간을 내주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함께해 준 극장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감독님이 그간 독립영화감독으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고 극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이런 기획도 가능했던 거 같아요.

 

제가 잘 아는 극장들이다보니 그래도 같이 해보자고 해주신 것 같아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선 먼저 전화도 주셨어요. 광주독립영화관 같은 경우 직접 주제를 가지고 오셨고요. 분명 모두 할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다들 그간 제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고 계시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아시다 보니 그런 부분에선 아무래도 편했다고 생각해요. 〈라스트 씬〉이라는 영화를 소개해드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설명할 땐 다른 분들에 비해 품이 덜 든 거 같아요.

 


사진=12월 21일 인디스페이스 〈라스트 씬〉 인디토크 현장



앞으로 열 군데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돌면서 극장을 지키는 많은 분들을 만나실 텐데요. 아직 투어 이틀째지만, 지금까지의 감상은 어떤가요?

 

어제가 처음, 오늘이 두번째 무브무브인데 시작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어요. 판은 벌려놓고 우리만의 잔치가 되진 않을까 싶어서요. 어제도 상영관 앞에서 관객들 오시는 지 보려고 한 시간 동안 서성이고, 오늘도 계속 매표소 앞을 왔다갔다했는데요. 어디 숨어 계셨던 건지 한 분 한 분 찾아오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획했지만 동시에 불안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의심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사실 관객들에게 좀 미안해요. 무브무브는 극장들의 이야기니까요. 영화에 대해 감독이나 출연자와 얘기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무브무브는 그런 분들을 오롯이 배려한 기획은 아니니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있는 극장들이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영화를 보실 때 나는 어떤 극장을 체험해왔는지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로지 영화에 집중해주셔도 좋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 내가 가진 극장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감상해주셔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해온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진단, 그리고 앞으로의 극장에 대한 상상, 이런 것이지만 관객들은 굳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저 영화를 즐기고 영화가 뿜어내는 기운을 느끼면서 나에게 영화관은 어떤 공간인지 돌아보신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영화관이 필요한지 상상해주신다면 더 좋고요. 영화를 즐겨주세요. 재밌게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글: 전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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