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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둘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들 〈영화로운 나날〉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20. 1. 2.





둘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들  〈영화로운 나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2월 13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상덕 감독|배우 조현철, 김아현, 이태경

진행 채소라 전 맥스무비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영화로운 나날은 주인공 '영화'가 연인 '아현'과 다투고 아현이 없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하루 간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아현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아현에게 데려다 주는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이 스크린에서 영화와 함께 만들어 내는 각각의 풍경들은 각자가 소중하고, 각자가 따뜻하다. 이상덕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덜 외로워지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한번쯤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채소라 기자(이하 채소라): 안녕하세요. 오늘 모더레이터인 전 맥스무비 기자 채소라 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이상덕 감독님하고 이태경 배우님, 김아현 배우님이 오셨고, 사전에 안내가 되지 않았지만 조현철 배우님이 깜짝 방문해주셔서 함께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분씩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상덕 감독(이하 이상덕): . 안녕하세요. 영화로운 나날감독 이상덕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하고,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조현철 배우(이하 조현철): 안녕하세요. 영화로운 나날에서 영화 역을 맡은 조현철 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아현 배우(이하 김아현): 안녕하세요. 영화로운 나날에서 아현 역할을 맡은 김아현 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태경 배우(이하 이태경): 안녕하세요. 태경 역 맡은 이태경 입니다. 반갑습니다.

 


채소라: 2017년 여름, 이상덕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여자들이 나왔을 때 감독님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감독님은 뮤직비디오 위주로 경력을 탄탄히 쌓아오시다가 첫 장편영화를 개봉하신 거였고, 그래서 축하를 건넸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벌써 두 번째 영화가 개봉했어요. 감독님의 영화적인 고민이 담긴 하소연을 들은 느낌도 들고, 첫 작품에서 많은 부분이 발전하여서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상덕: 상업 영상 일을 하면서 다음 시나리오를 써야하는데 잘 안 써졌어요. 그래서 맨 처음에 장편 시나리오 썼던 걸 다시 들춰보니 마음에 드는 한 줄이 나왔어요. 한 문장을 발췌해서 영화로운 나날시나리오를 쓰고 배우 분들 만나면서 보조적인 부분들을 정리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고민,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배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것 보다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생겨나는 감정이나 기억에 더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도식이나 표를 영화 안에 많이 넣었는데 촬영 할 때에는 그저 영화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채소라: 2017년 당시 저와 인터뷰를 할 때 이미 두 번째 장편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첫 장편 시나리오에서 발췌한 그 한 줄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해요. 첫 영화 여자들목적 없이 떠도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하셨는데, 영화로운 나날도 영화가 방황하는 하루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이라서 통하는 부분도 있고요.

 

이상덕: . 그 한 줄이에요. 제가 당시 좀 들뜬 상태여서 잘 생각이 안 나지만 그때 제가 썼다고 한 시나리오는 영화로운 나날은 아닐 것 같아요. 다만 앞서 말씀하신 한 문장을 맨 처음 써둔 시나리오에서 발견해서 여자들영화로운 나날두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채소라: 배우분들께도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여쭤볼게요.

 

조현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바로 읽지 않았어요. 저도 그 때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이 시나리오를 읽으면 영향을 받을까봐 안 읽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촬영 들어가기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 이상덕 감독님과 통화를 하다가 제가 하겠다고 해서 영화 역을 맡게 됐어요. 일단 이 이야기는 환상 같기도 하고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어떻게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김아현: 저는 감독님이랑 뮤직비디오 촬영을 통해 처음 만났고, 그때 감독님이 영화 제작 중이라고 하셨거든요. 얼마 뒤에 연락 드려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시나리오를 안 본 상태에서. 제가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게 감독님의 연출작이기도 하고, 감독님의 촬영 스타일이나 방식을 알아서 그런지 첫 영화도 감독님과 찍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흔쾌히 같이 찍자고 말씀해주셔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태경: 저도 감독님과 첫 만남부터 좋았던 것 같아요.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고. 시나리오도 재밌게 봐서 별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가장 감사했던 것은 감독님이 단편영화나 다른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저의 이미지 말고 또 다른 유쾌한 면을 봐주시고 그걸 사용하고 싶다고 해주셨어요. 감사해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채소라: 이태경 배우님은 죄 많은 소녀로 얼굴이 널리 알려지게 되셨잖아요. 색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나 반가웠을 것 같아요.

 

이태경: 죄 많은 소녀도 감독님이 저의 어떤 다른 면을 찾아내주신 것인데, 영화를 찍다보면 주로 제가 가진 어두운 성향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밝은 역할이 잘 안 들어오긴 하거든요. 그런데도 그 부분을 봐주시고 믿어주셨다는 게 감사했어요.

 


관객: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고 살지 말고 사세요.’라는 대사가 있는데요. 이 문장에 대한 이야기나 해석이 듣고 싶어요.

 

이상덕: 영화는 고민이 되게 많잖아요. 예전에는 그 깊이와 무게라는 것이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에선 둘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한쪽으로 치우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스스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극 중에서 영화가 옛날에 그 말을 툭 내뱉은 적이 있단 말이에요. 그걸 태경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고, 그대로 마음에 남아서 그 말을 곱씹으며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태경은 영화한테 어떤 깨우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왔던 삶의 한 부분을 붙잡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이에요. 그런 자극을 줄 수 있는 대사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같은 직업을 가진 저 역시 나름대로 영화를 만들면서 혼동하지 않기 위해 그 말을 쓰게 됐어요. 제 고민이 많이 들어간 대사 같아요.

 

채소라: 실제 고민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가 방황하기 시작한 건 아현과의 다툼 때문이잖아요. 하루의 종결도 아현과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고요. 근데 그 과정은 영화의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다양한 고민들이 묻어나 있어요. 어떻게 그런 고민들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드러내면서 위로하는 이야기를 구성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상덕: 처음에는 도식표를 엄청 썼어요. 각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시간, 공간, 방향이 전부 드러나고 이미지로, 대사로 그런 것들을 녹여내려고 노력했거든요. 각각의 인물에게 받은 물건으로 마지막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쓰는 장면 처럼요. 누나한테는 가방을 받고 태경한테는 볼펜을 받고 석호한테는 반창고를 받고. 헤어질 때는 영화가 앞으로 오고, 만났던 사람들은 뒤에 서있고 이런 구도를 고민하다가 배우 분들 만나면서 그런 것이 많이 옅어졌어요. 그런 것보다도 영화가 일상에서 가까운 사람한테 실수를 하고 일상에서 판타지 같은 순간들을 겪으면서 자기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에 더 집중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영화에게 비치는 그들과 그들에게 비치는 영화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분들께 많이 기대면서 촬영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채소라조현철 배우님은 연기하실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조현철: 딱히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안했던 것 같고요. 순간순간 다른 배우님들 만날 때마다 영화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배우님들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채소라감독님과 시나리오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조현철: 별 얘기 안했어요. 별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제 이전 작품인 초행〉(2017)에서의 모습과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만 얘기했어요. 뭔가 제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제가 그릇이 작아서 실패를...(웃음)

 

채소라: 감독님은 조현철 배우님의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 싶으셨어요?

 

이상덕: 현철 배우님이 워낙 매력이 있으니 그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했어요. 그리고 연출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좀 기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씬이 좋은지, 어떻게 찍었으면 좋겠는지 그런 부분도 물어봤고요. 현철 선배의 매력은 다들 아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되게 단단해요. 주변의 영향으로 쉽게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걸 바꾼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요. 있는 그대로 식물처럼 바라보고 가까이서 가꾸고 해야 하거든요. 제가 느낄 때는요. 정말 시나리오 얘기는 많이 안했어요. 그냥 둘이 카페에 있으면서 커피 마시다가 갈 때 되면 가고.

 


관객: 이야기의 챕터가 나뉘어져있고 모두 영화의 시선으로 진행이 되잖아요. 에피소드가 모두 각각의 내용인데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덕: 헤어질 때의 모습이나 기억을 떠올리는 플래시백 같은 챕터도 한 컷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흐름을 영화의 시선으로 쭉 이어나갔어요. 중요한 것은 영화와 관객 분들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잖아요. 각 인물들이 뭔가를 남기기도 하고 영화가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연결시키려고 했어요. 영화의 기이한 모험을 같이 즐길 수 있게 하려고 끝까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채소라: 영화가 만나는 사람마다 각각 시너지도 다르고, 분위기와 주고받는 감정도 달라지는데 아현 배우님과는 어땠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극중 태경은 독특한 인물이잖아요. 태경과 영화의 독특한 관계를 어떻게 풀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조현철촬영하면서 태경 배우님과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했는데 저는 연기를 하면서도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몰랐어요.(웃음) 태경이 계속 영화의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저도 정보가 없으니까 이게 내 기억인지, 판타지인지 헷갈려서 그냥 그 헷갈린 상태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되게 부끄러움이 많아서 아현 씨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특히 싸우는 장면은 대사가 되게 길어서 아현 씨도 힘드셨을 것이고 저도 헷갈려서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전체적으로는 천문대 장면이나 초반 촬영에서 아현 씨가 많이 리드해주셔서 조금씩 편해진 것 같아요.





채소라: 아현 배우님은 첫 영화 현장이 어떠셨나요?

 

김아현: 제 생각엔 제가 더 훨씬 리드를 많이 받았고, 서로서로 많이 도와줬던 것 같아요. 제가 리드를 하진 않았던 것 같고요. 방금 말씀하신 싸우는 장면은 테이크를 엄청 많이 갔어요. 저도 힘들고 현철 선배도 힘들었을 텐데, 서로 도와가면서 연기했어요.


채소라: 극 중에서 고민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는 장면들이 정말 현실 커플 느낌이었어요. 캐릭터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조현철: 저희 둘이서요? 캐릭터에 대해서요?

 

김아현: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안 해서.(웃음) 각자 알아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채소라: 태경 배우님도요?

 

이태경: 저는 리딩 없이 시작해서 좀 당황했던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촬영하는지 알고 가긴 했지만 사실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저도 처음엔 좀 동요를 했어요. 내가 하는 말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조현철진짜 몰랐어요?

 

이태경: . 그래서 살짝 당황했는데 감독님께서 태경은 진짜다. 이 자체가 판타지거나 남이 믿지 않는다고 해도 뭐든 간에 태경은 진짜로 영화를 만났었고, 그런 대화를 했었고, 중구난방이지만 그게 맞고, 개연성을 따지지 말자.’고 하셔서 내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떠들었어요.

 

채소라: 말씀처럼 판타지 요소가 있어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은 영화를 정말로 천만 배우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판타지 요소를 어떻게 넣게 되었고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이상덕: 판타지로 더 갔어야 되는데 좀 아쉬워요어떤 판타지 상황이 중요하다기 보단 거기서 영화가 어떤 걸 느끼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집에서 자고 있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지인 분이 뜬금없이 잘 들어갔어?”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소리세요?” 하니까 아니, 아까 나랑 얘기했잖아.” 이러시더라고요. 술 드셨냐니까 아니래요. 그러고 몇 마디 주고받다 갑자기 "잘 지내지?” 이런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분이랑 저랑 연락을 꽤 오래 안하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그냥 전화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누군가를 만나서 이러시는지 헷갈리는 거예요. 그렇지만 그 분과 함께한 일들이 떠오르고 좋았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말 그대로 영화적인 순간이잖아요. 영화로운 순간. 그런 것들이 제가 영화라는 매체에게 느끼는 판타지가 있고, 결과적으로는 그런 순간의 상황 자체 보다는 영화가 무엇을 느끼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석호 선배나 태경 배우나 다 진짜를 말한 거죠. 할머니랑 진짜 춤을 췄던 것이고. 그랬던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 갑자기 만나는 누나, 그리고 휠체어를 탔다가 걸었다가 오가는 태경. 이별 통보를 대신 부탁하고 가지튀김과 맥주화이야기 모두 환상을 표현하는 아이템이잖아요.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께 영화롭다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상덕: 그런 요소들을 한 번에 쭉 쓰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평소에 많이 써놓는 편이거든요. 배우 분들을 만나면서도 생기고요. 거기에 어떤 의미를 담고 조합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뭐라고 딱 이유를 대기엔 너무 많은 얘기가 들어있고, 제가 평소에 써둔 메모나 기호 같은 것들을 조합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롭다는 것은, 제가 최근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인데 제가 원해서 생긴 게 아닌 것들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별자리나 혈액형이나 이름 같은 것이요. 저는 그런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했지만 깊이와 무게를 너무 맹신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그런 순간들이 되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좀 덜 외로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가까운 사람들한테 최대한 잘 하자는 생각을 해요. 어쩌면 영화롭다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관객: 극중에서 영화와 아현이 얼마나 된 연인인지 궁금해요.

 

이상덕: 5~6년 정도 된 관계였어요. 동거한 지는 얼마 안 된 연인인데, 함께 사는 공간은 아현의 취향이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술자리에서 지인을 통해 만났고, 과학 선생님을 하고 있는 아현과 배우를 하고 있는 영화가 만나서 1~2년간 열심히 싸우고 맞춰 가다가 3~4년차에 안정기를 맞이하고 5~6년차가 되어 서로에게 익숙한 상태인 연인으로 설정하고 싶었어요.

 

채소라: 방황하는 이야기를 처음과 끝을 연애 스토리로 하게 된 계기도 있나요?

 

이상덕: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마지막 편지 내용이 꼭 아현한테 하는 말은 아니거든요. 아현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누나한테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석호형한테 하는 얘기이기도 해요.

 

 

채소라: 또 음악이 인상적이었어요. 재즈 연주곡이 흘러나오는데 나른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면서 처음 아현이랑 영화가 얘기했던 고전 느낌이 나기도 해요. 음악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이상덕: 우선 음악으로 재즈를 사용하고, 테크노도 써보고 싶었어요. 클래식도 있고요. 제가 재즈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재즈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음악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는 데이비드 보위 곡을 쓰려다가 저작권료 문제로 못 썼어요. 그래서 쓴 곡 제목이 ‘Paradise’인데 제목도 그렇고 템포도 그렇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테오 찾는 장면에선 처음엔 ‘Moon River’를 넣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저작권료가 얼마든 쓰려고 했는데 금액이 말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는 음악감독님이 찾아주신 브라질 가수의 곡을 쓰게 됐는데, 가사 내용도 연인에게 말하는 내용이었어요. 이 곡이 너무 좋더라고요. 음악은 여러 시도를 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관객: 아현의 직업이 과학 선생님인 이유와 둘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설정을 한 이유가 궁금하고요, ‘작게 살고 작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왔는데, 저는 제가 세상을 뜰 때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줬으면 좋겠거든요. 왜 그런 메세지를 담으셨는지 궁금해요.

 

이상덕: 아현을 과학 선생님으로 설정한 이유는,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과학 선생님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일 것 같고 영화의 직업인 배우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실제 대화에선 서로 반대되는 얘기를 하잖아요. 오히려 영화가 더 이성적인 것을 찾고 아현은 더 판타지적인 것을 찾고요. 그런 반대되는 성향을 영화에서 보여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화가 판타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서 아현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끔 하기 위해서요. 고양이 테오는 맥거핀 같은 거예요.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잖아요. 그 자체가 판타지이기도 하고 기호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작게 왔다가 작게 간다는 말의 메세지는 사람이 내 주변에 슬퍼하는 사람이 적다는 얘기라기 보단 삶 자체를 작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어요. 화려한 삶도 중요하긴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일상을 소중히 생각을 하자는 의미였어요. 영화의 누나 혜옥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채소라아현 배우님은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보셨는지 궁금해요.

 

김아현: 아현의 직업이 과학 선생님이라는 걸 듣고 처음엔 ? 제가 과학 선생님이에요? 내가 선생님도 해보네.” 이런 반응이었고요. 다른 것을 떠나서 아현은 영화의 여자친구라는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으니까 감독님하고는 연애 얘기를 많이 했어요. 리딩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순간순간 이럴 땐 어떻게 해요? 저럴 땐 어떻게 해요?” 물어보시기도 하시고. 사실 전반적으로 저는 아현은 영화의 여자친구로서 받아들였어요. 과학 선생님의 모습은 천문대 별자리 보러 가는 장면에서 살짝만 나오잖아요.

 

채소라: 태경 캐릭터는 정말 독특한 캐릭터인데 태경 배우님께서 캐릭터를 처음 만나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이태경: 태경은 영화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이 인물의 용도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기 때문에 전사를 생각하기 보단 그 용도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계속 말이 바뀌잖아요. 제가 "이 사람은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네요.” 했더니 감독님께서 . 맞아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하면 돼요.”라고 하셔서 정말 그렇게 했어요. 옷이나 휠체어 같은 설정이 붙여지면서 태경이 더 특별해 보이게 된 것 같아요.


 

관객: 테오가 실제로 누구 고양이인지도 궁금하고, 마지막에 고양이가 집 안으로 알아서 들어가는 씬 있잖아요. 그 장면은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해요

 

이상덕: 테오는 제 반려묘고요. 사람을 별로 안 겁내요. 개냥이라고 할 정도로. 촬영을 위해 두 사람의 집을 세팅하고 난 뒤 테오가 낯선 공간이라서 스트레스 받을까봐 이틀 정도 그 집에서 저랑 같이 지냈는데요. 테오는 스트레스 받을 생각 자체가 없더라고요.(웃음) 현철 선배도 고양이를 키우셔서 테오가 현철 선배도 잘 따랐어요. 그리고 테오가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때 혹시라도 테오가 문밖으로 도망 갈까봐 스태프들이 다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들어가하니까 진짜 들어갔어요. 촬영감독님이 마지막 엔딩씬 찍을 때도 고민이 많으셨는데 자기가 다 들어가더라고요. 들어가서 현철 선배한테 안기는 모습이 정말 천부적이지 않나 싶네요. 테오한테 감사한 마음으로 잘해주고 있어요.


 



관객: 마무리하는 의미로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덕: 결과적으로는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의 가까운 분들을 많이 떠올리시고, 모두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고요. 이제 막 개봉했는데 n차 관람을 하고 싶으셔도 아마 극장 찾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사실 그것 때문에 좀 상처를 받았는데 이렇게 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해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채소라배우 분들도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조현철: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랜 시간 이렇게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아현: 집이 근처이신 분도 계시겠지만, 날씨도 정말 추운데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영화로운 나날은 정말 따뜻한 영화예요. 일상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소중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아요.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태경: 새삼 영화 하나 만드는 것이 참 어렵고, 영화 한 편 개봉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껴서 이렇게 고생해주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GV에 끝까지 계시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함께 마지막까지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소라혼자 영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아는 사람들, 다 아는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면서 위로받는 영화의 모습이 정말 따뜻하게 담긴 영화예요. 좋으신 분들은 또 봐주시거나 주변에 추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자리 지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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