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한줄평


송은지 | 세대를 거친 증언으로 전하는 흩어진 역사

송유진 | 어린 아이가 태어나서 첫 울음을 울 때 그 아이의 일생을 누가 짐작하겠는가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리뷰: 

어린 아이가 태어나서 첫 울음을 울 때 그 아이의 일생을 누가 짐작하겠는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유진님의 글입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임흥순 감독이 2017년 진행한 동명의 개인전에서 전시한 영상 작업을 재편집한 작품이다. 상하이로 망명한 후 임시정부에 자금을 조달했던 독립운동가 정정화(1900~1991), 항일운동가의 자녀이자 제주 4·3항쟁 당시 무장대와 한라산에 오르고 이후 일본에서 살아간 김동일(1932~2017), 한국전쟁 이후 지리산에서 3년간 빨치산으로 활동하고 광주에서 5·18을 겪은 고계연(1932~2018). 세 여성은 독립운동가이고, 빨치산이다.




 

영화 초반 흑백화면 속 잠든 정화의 머리맡에는 유령이 떠돈다. 육체가 없는 유령은 방향을 잃은 듯 헤매다 어디론가 걸어간다. 잠에서 깨 그를 본 정화의 표정은 두려움도, 놀람도 아닌 어떤 슬픔이다. 조국의 역사에 대해 남들보다 깊이 생각한 죄로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한 채 죽은 자들. 그들은 죽어서도 완전한 자주독립을 맞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유령이 된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는 개기일식을 피하기 위해 예정일 다음 날에 치러진다. 그러나 총선거 이후 한낮의 어둠이 시작된다. 광장에 일장기가 내려가자마자 성조기가 게양된다. 해방이라는 빛에 드리워진 미군정의 그림자는 4.35.18, 그리고 촛불집회에까지 이른다. 적과 아로만 구분될 것 같은 현실에서 어떤 이들은 회복을 꿈꾸고 학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한다. 지리와 한라에 잠든 수많은 민중이 유령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봉합작업이 행동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감독은 개인의 일생을 역사의 큰 줄기에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 흩어진 이들에게 현재의 감각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세 여성의 삶을 재연하고 실제 그들의 인터뷰를 뒤섞어 영화 안과 밖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로 인해 재생되는 순간 재현일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의 필연적 한계 또한 무너진다. 세 여성을 연기한 배우 중 두 명이 탈북이주여성이라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갈라짐의 시간은 고여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까지 흘러온다. 2017년 전시에서 임흥순 감독은 "할머니들의 삶을 지식적인 부분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소중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영화를 통해 스스로가 역사 위에 서 있는 개인임을 자각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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