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를 찾아가는 여로(旅路)  <예수보다 낯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4월 29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여균동 감독 배우 조복래

진행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는 허구의 이미지이지만 항상 타자와 현실의 문제로 나아간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기에 신이 존재하듯, 수많은 타자가 있기에 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다. 극적인 서사 혹은 적대자 없이 주고받는 대사만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영화 <예수보다 낯선>은 우리 모두 예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메시지를 하나로 봉합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생각할 틈 없이 유쾌한 웃음을 취한다.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그 15번째 행사의 인디토크는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와 여균동 감독, 그리고 조복래 배우와 함께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명현): 영화 잘 보셨나요?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황당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사실 되게 오래간만에 많은 이야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예요. 영화의 끝에 배우의 뒤태가 나온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말씀 건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출발이 궁금한데,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여균동 감독(이하 여균동): 사실은 영화를 10년간 안했었어요. 영화가 재미가 없고, 해서 뭐하나 싶고, 그러다 우연히 어떤 계기가 있었는데 그 계기를 설명하자면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넘어갈게요. 통장을 보니까 몇 백만 원이 있는 거예요. 우연히 촬영과 조명했던 친구들을 만났고, “심심한데 영화나 찍을까? 노느니 뭐하냐. 찍자.”라고 해서 시작을 했어요. 사실 결핍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현장에서 일하면서 다들 한번쯤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결핍감이 아마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출발점인 것 같아요.

 

조복래 배우(이하 조복래): 안녕하세요. 예숩니다. 조복래라고 합니다. 재밌게 보셨는지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균동: 예수라고 하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진명현: 조복래 배우님이 단발머리하시고 예수라고 하면 왠지 믿게 되거든요.

 

여균동: 머리가 정리되고 단아한 이 모습으로 촬영 현장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지금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예수의 모습하고 비슷해요.





진명현: 단발머리가 감독의 디렉션이 아니었다면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신 건지, 예수를 해석한 배우의 연기가 궁금합니다.

 

조복래:평범한 사람이지만 특별하다는 대사가 맘에 들었고, 제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말씀드렸던 게 평범함과 특별함이 공존하는 저의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너무 평범하면 그것이야말로 진부해보이고 평범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은 반대하셨지만 조감독님을 비롯한 8명의 스탭분들을 제가 설득했죠.

 

여균동: 힘들었을 거예요. 보란 듯이 자기가 예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배우들한테는 부담스러운 역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우리나라는 종교문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나는 뭐 코미디 하나 할래.’ 했지만 배우들한테는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 분들은 예수 역할로 오디션을 봤던 사람들이에요. 주차요원, 깡패, 경찰이 됐지만 영화가 말하는 바대로 우리 모두가 예수라는 것이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받아들이세요.

 

진명현: 굉장히 많이 웃었을 정도로 재밌는 코미디 영화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웃고 나면 잠깐씩 생각이 멈추는 때가 있어요. 곱씹어보면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든요. 엄청난 걸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 문제의 마지막 장면이 나왔어요. 어떻게 연출하신 건가요?

 

여균동: 제가 디렉팅한 건 그거죠. 물 위를 걸어가라고. 근데 물에 빠지더라고(웃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찍으면 안 되는 장면이었어요. 물이 엄청 차가워요. 그런데 제가 무식하게 돈도 없고 장비도 없으니까 사실 배우한테 엄청난 폭력을 쓴 거죠.

 

조복래: 감독님께서 그러시는 거예요. “북극곰 축제가 있대. 사람들이 옷 벗고 바다에 뛰어 들어 가는 거야. 바닷물이 겨울에 은근히 따뜻하대.”

 

여균동: 저는 그렇게 추울 줄 몰랐어요. 엄지발가락 담그는 순간 온몸이 얼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배우들이 존경스럽고 정말 목숨을 걸고 촬영하는구나.’ 싶었어요. 배우를 보는 제 눈이 바뀌더라고요.

 




진명현: 실제 촬영지는 부산 아니지 않으셨어요? 강원도 바다 같던데요?

 

여균동: 서해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 누가 숙박을 제공해줘서 갔어요. 사실 외관으로 보면 따뜻해 보이고 평화롭고, 그래서 그냥 들어가 봐. 괜찮아. 발가벗고 들어가는 축제도 있잖아.” 그랬어요. 저는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을 한 거죠.

 

진명현: 파도가 엄청 세지 않았어요?

 

조복래보기에도 위험해보이지만 그 때 당시 상황보다 화면에 덜 담긴 거예요.

 

진명현: 촬영 한 번 만에 끝나신 거예요?

 

조복래: 물에 발 담그는 순간 뒤돌려고 했어요. 일단 옷을 벗는 자체가 추웠어요. 근데 NG를 내면 옷 입었다가 다시 벗어야 되고 그걸 생각하니까 그냥 들어가자 싶더라고요. 그리고 북극곰 축제는 참여자들이 다 엄청 몸을 풀고 들어가는데 저는 그냥 천천히 걸어가는 거더라고요. 계속 걸어가도 몸이 안 잠기는 거예요. 파도가 한 번 칠 때마다 무릎을 굽히기도 했어요. 물에 입수했을 때 최대한 깊은 호흡으로 물살을 이겨내면서 들어갔던 것 같아요.

 

여균동: 위험한 장면이었던 건 사실이고, 장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기 전에 그 장면은 찍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 북극곰 축제가 잘못된 거예요. 아니, 남녀노소 다 뛰어 들어 가더라고요(웃음).

 




진명현: 몇 백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그렇게 춥진 않다고 하더라고요. 북극곰도 혼자는 잘 안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조복래 배우님 큰 고생하셨습니다. (관객 박수여균동 감독님도 예전부터 배우를 같이 하셨어요. 코미디 연기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톤으로 연기를 하셔서 조복래 배우님께서 계속 연기해야하는 파트너로서 초반에 굉장히 부담되셨을 것 같아요.

 

여균동저는 제가 대본을 쓰고 수없이 연습을 했으니까 똑같진 않더라도 대부분 외워요. 그러니까 저는 틀리면 좀 어때요. 근데 연기자 분들은 대본 받고 연기하는 거잖아요. 그럼 누가 손해를 보겠어요. 농담으로 그런 이야기는 했어요. “나랑 연기하면 손해 본다. 나는 내 맘대로 해도 되고 너는 네 맘대로 못하니까.” 또 저는 되게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요. 연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연기자의 연기가 보이는 그런 연기를 싫어해요. 그런데 또 연기를 안 하면 그것도 싫긴 해요. 저도 사실은 솔루션이 없는데 연기자가 연기를 들키는 순간이 있어요. 자의식처럼. 근데 그게 보이면 싫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만족스러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연기자들이 나를 보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싶을 거예요.

 

진명현: 배우님은 무슨 생각하셨나요?

 

조복래: 이 작품을 찍으며 굉장히 성장했어요. 죽음까지 갔다가 왔고. 사실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싶었어요. 방향도 모르겠고, 그래서 내려놓기도 했다가 잡기도 했죠. 그런데 그런 걸 떠나서 감독님한테 배운 게 많았어요. 이 영화가 독립영화고 스탭 수도 적고, 촬영은 굉장히 여유롭게 진행했습니다. 하루 쉬고 하루 찍고, 힘들면 다음날 쉬고, 처음 촬영 들어가기 3-4주 전부터 연극무대를 준비할 때처럼 매일 만나서 작업을 했어요. 그 때 예수라는 역할에 대해서 저도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다음 날부터 계속 혼났어요. 감독님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연기를 잘하시고 배우가 고민하는 부분을 너무 잘 아시고, 많이 헤아려주시고, 그래서 작업을 하고 난 뒤부터 남는 게 많았어요. 아직 배우로서 철학과 소신을 적립하는 과정이라 감독님의 디렉션을 모두 수용해서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재밌었습니다.

 




진명현첫 만남 이후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품에 뛰어들어야했던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바다에 뛰어들면서 끝나니까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던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심지어 이렇게 예민하게 디렉션을 주는 연기 파트너도 있잖아요.

 

여균동: 제가 주로 연극을 많이 했었는데, 영화를 시작하면서 낯설었던 풍경 중에 하나가 배우들이 바쁘니까 촬영 전에 한 번 와서 리딩하는 모습이었어요. 성의껏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농담하다 가요. 그러고 촬영 날 와서 연기를 하는데, 다 아는 거예요. 천재들인가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연극은 순서대로 하지만 영화는 저거 찍다가 이거 찍고 순서가 뒤죽박죽이잖아요. 완전 천재들의 집단이구나. 그래서 결심했어요. 연출에 대한 말을 아예 안 하거나, 사전에 말을 다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겠다. 왜냐면 제가 자신이 없었어요. 매번 와서 저게 맞네, 이게 맞네, 요구하면 제가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지적능력이 탁월하지 않고 변덕이 심해서 어제 했던 이야기도 잘 몰라요.

그래서 감독 데뷔했던 <세상 밖으로>(1994)는 말을 아예 안했어요. 카메라 위치 등에 대한 리허설도 안 했어요. 일체의 디렉팅이 없었어요. ‘배우라면 자기가 책임져야지.’ 그래서 남는 건 욕 밖에 없었죠. 그 다음부터는 연습을 했어요. 배우들한테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하고 현장에서는 일체 이야기를 안했어요. 대신 그 한 달은 진짜 연습을 열심히 해요. 싸우고 토론하고 제가 생각한 것 다 이야기하고, 그 방법이 좋은 것 같아요. 그 후 현장 와서 연기를 다르게 했다, 그건 그의 것이기 때문에 일체 이야기를 안 해요. 본인이 책임지는 거니까. 이런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저한테는 연출할 자신이 없어요. 말을 다하거나 아예 말을 안 하거나. 그래서 한 달 간 힘들었을 거예요. 대사 한 줄, 한 줄 가지고 욕하고, 바꾸고 왜 그렇게 말하니.’ 하고, 힘들었을 것 같긴 해요.

 

조복래저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에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고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촬영 들어가면 어떻게 같이 호흡할 지 그런 걱정 당연히 했는데, 정말 촬영이 들어가니까 감독님이 디렉션을 하나도 안 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감사했어요. 그동안 쌓아왔던 걸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여균동: 확실히 믿은 건 바닷가 이후야.

 

진명현: 처음 찍었던 장면은 어떤 거였나요?

 

여균동: 다 순서대로 찍었어요.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진명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굉장히 궁금해지는 영화예요. 영화에서 왔다 갔다 하는 대화가 되게 많아요. 애드리브나 현장에서 조금씩 바뀌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여균동: 그랬을 거예요. 애드리브도 많고. 그런데 조복래 배우가 거의 대사를 외웠더라고요. 대사 다 외우는 배우 처음 봤어요.

 

조복래: 3주가 고통스러웠어요. 한 마디, 한 마디 혼나면서 했거든요.

 

여균동: 제가 대사를 못 외우고, 제가 NG를 내고, 앞에 써두라고 하기도 했죠. 사실 처음에 내 통장에 몇 백 있으니까 영화 찍을래?” 말은 그렇게 하고 스탭들을 불렀는데 걱정이 되잖아요. 극장에서 시사할 때도 스탭들이 개봉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 우리들이 참 장한 일을 했구나 싶었어요. 불가능한 일을 해낸 거예요. “밥값이 없다. 촬영도, 조명도 혼자 와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소수인원으로 하게 됐는데 다들 약간 치유 받는 느낌을 받았대요. 그냥 내 앞에서 하는 소리였겠지 싶긴 해도 무언가를 만든다는 거 자체가 손으로 만져지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내 것 같구나 싶은 경우가 참 드물죠. 사실 죽을 때까지 못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이 영화가 그런 느낌, ‘영화가 만져지는구나.’하는 느낌을 줬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이 영화에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신, 죽음, 우주에 관한 질문으로 시리즈물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건 신에 관한 질문이고 죽음에 관한 질문은 촬영이 끝났어요. 그것도 똑같아요. 남자배우랑 저랑 떠드는 거예요. 세 번째는 외계인 만나는 건데, 외계인하고 떠드는 거겠죠. 스탭들이 두 번째도 흔쾌히 같이 했어요. 그건 더 재밌게 끝이 났고, 세 번째까지만 세상을 만져보듯이 영화를 해보자. 저는 그걸 갈취해서 영화에 이용한 거죠.

 

진명현: 두 번째 영화나 세 번째 영화에도 조복래 배우가 나오나요?

 

여균동아니요. 바빠서 같이 못 찍게 됐습니다. 외계인은 좀 여러 명 나와요. 생각은 있는데. 조복래 배우가 바빠요. 제발 바쁘길 바라요. 배우로서 좀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좋은 배우가 되길 바라서 바빠졌으면 좋겠어요.

 

진명현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에서는 좀 더 캐릭터가 강한, 본인들의 얼굴을 보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눈을 굉장히 유심히 보게 돼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언가 벗겨진 얼굴들을 볼 수 있었던 게 이번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로맨틱한 로드무비로도 봤거든요. 이윤기 감독님의 <멋진 하루>(2008)처럼 서울을 계속 떠도는 낭만적인 이야기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결로 읽힐 수 있는 영화라서 한 번 더 보면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여균동: 제 영화는 악한 사람이 잘 못 나와요. 악인을 그리는 게 힘들고, 어색해요. 성정이 약해서 그런가. 영화에는 갈등도 있고, 악한 사람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없으니까 드라마를 만들기가 어려운데, 개인적으로 그런 걸 싫어해요. 예수 같은 경우는 배우한테 내심 말은 안했지만 원했던 건 선한 마음에요.

 

조복래: 어우, 많이 하셨죠.

 

여균동: “조금 모자라 보이더라도 선해보였으면 좋겠다. 다 아는 척 하지 말고 세상에 질문하듯이 연기하면 안 되냐. 우리는 모르니까. 모르는 이야기지만 계속 의문을 갖더라도 악인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와 싸우는 이야기니까 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죠.

 




관객: 영화 너무 재밌게 봤고 주변에 홍보 많이 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많았거든요. 그 대사들 중에서 감독님이랑 배우들이 생각했을 때 관객이 꼭 가져갔으면 하는 대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복래저도 작업하면서 느꼈던 지점인데, 대사가 주는 것들이 너무 와 닿았어요. 이야기의 구성자체는 심심하게 보일 수 있는 점도 많지만 이런 작품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는 게 너무 많았어요. 보면 볼수록 이전에 안 들렸던 대사가 들리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인데, 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여러분들께서 쉽게 캐치하셨을 부분이시기도 해요. “네 입이 달면 세상이 달콤하다.”는 말이 저는 좋았어요. 감독님께서 바다에 갔다 온 후 네가 배우로 보인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런 생각들로 작품을 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베테랑인 감독님들과 되게 여유롭게 작업을 하는 그 기간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여균동: 기억에 남는 대사보다는 영화 찍으면서 저를 깨우치게 만든 대사는, 여자가 내가 예수한다니까.”라고 말하는 게 있습니다. 그 대사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되게 묘한데, 다른 사람이 예수한다고 했을 때 남자가 예수한다고 안하잖아요. 근데 여자가 내가 예수할래.” 하니까. “여자가 예수한다고?”라고 물어보면서 바로 젠더 문제로 들어가게 돼요. 그게 우리의 생각이에요. 여전히 상상력이 갇혀 있는 거예요, 우리는. 여자가 짜증내잖아요. “내가 예수한다니까? 여자가 아니라 내가 예수한다고.” 영화의 주제는 누구나 예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상상력을 깬 사람이거든요. 대사를 정리할 때 우리 딸들이 검열을 하면서 고쳐줬는데, 그 부분이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여자가 아니라 내가 예수한다니까?”라고 대답한다는 게요. 근데 촬영하면서 느껴지더라고요. ‘모두가 예수가 된다는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왜 이 대사를 이해 못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좋은 작품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초대해주신 유지태 배우님께도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목사님이셔서 평생 예수 이야기를 못 박히게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통쾌했던 장면이 많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과 현재 영화에 나오는 모습 간의 괴리들을 통쾌하게 잘 풀어주셔서 재밌었습니다. 중간에 아들하고의 대화 후에 그림을 들고 차로 가시잖아요. 마치 연출한 장면처럼 차 안에서 그 그림을 뒤에 두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어떤 생각을 하시고 그런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균동: 그림 말씀이죠? 그 그림은 제가 그린 것이거든요. 집에 그려놓은 게 몇 장 있었어요. 그냥 그 색감이 예뻐서 소품으로 가져 온 거예요. 그림을 보면 상체와 하체를 분리해서 포개놨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인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미는 그런 건데.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지만 실제로 이 세상은 두 가지가 양립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거 같아요. 하나만 있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인간이 있으니까 신도 있고 신이 있으니까 인간이 있는 것 같고. 일단 자의식이 있는 건 인간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자기가 자기를 의식한다는 걸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울이 없는데 자기를 어떻게 느낄 수 있어요? , 내 마음속에 거울이 있는 거죠. 그 거울이 누구냐면 제가 생각했을 때는 타인이에요. 타인이 있어야 제가 보이는 거죠. 지구는 별이 아니라잖아요. 지구는 행성이라 태양 빛을 반사할 뿐 스스로 빛을 못 내잖아요. 근데 지구 빛이 너무 예뻐요. 그게 인간인거 같아요. 아마 종교도 마찬가지고. 이처럼 그림의 맥락은 되게 사소한데, 실제로 그 장면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자꾸 자기 속에 있는 타인을 밀어내려고 하는가. 자기 안에 타인이 있어야 신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걸 제도화시킨 게 종교죠. 이런 제도화 된 거 말고 자기의식 안에 있는 타자, 내면 안에 신이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거창하네요.

 


관객: 영화 인상적으로 잘 봤습니다. 영화에 서울시립과학관의 이정모 관장님이 나오시더라고요. 오디션을 보셨을 것 같진 않고,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 궁금합니다. 또 마포대교 갔다가 내려가서 자장면을 시키잖아요. ‘현래장이라는 곳에서 오던데, 그곳은 마포역에서 장사가 잘 되는 중국집이에요. 이게 마포대교를 지나가다가 그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그 곳에서 시키신 건지, 아니면 나름대로 콘티나 스크립트를 짤 때 미리 정해놓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여균동이정모 관장은 동네 친구예요.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 해요. 만날 때 마다 회 사주면서 나 언제 영화에 나오는 거야.” 물어봐요. 그래서 영화 찍으면서 깡패 역할을 줬어요. 근데 와서 연습을 하는데 소리만 지르지 연기를 못하는 거야. 그래서 잘랐어요.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까 마음이 아파. 그래서 셰프 역할을 줬더니 대사를 이만큼 써온 거예요. 과학적이야. 두 번째 질문은, 마포역에 가면 그 중국집에 가게 되어있어요. 제작부에서 사전에 섭외를 했던 것 같아요. NG나면 자장면을 다시 시킬 수는 없으니까 미리 받아놔야죠. 세세하게 이름까지. 그 중국집이 꽤 유명한가 봐요.

 




진명현: 두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 덕에 이 작품을 즐겁게 기억할 것 같아요. 유지태 배우님과 조복래 배우님이 출연하시는 54일부터 오후 95분에 방영될 사극 <이몽> 많이 사랑해주시고, 여균동 감독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두 분 인사 말씀 들으면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조복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우선 유지태 선배님한테 정말 감사드리고 와주신 동료 분들도 감사드려요. 이렇게 재밌게 봐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무겁게 보시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래서 마음 편하게 GV시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올 감독님의 작품이 저는 여균동의 생각을 준다.’ 시리즈인 것 같아요. 감독님의 앞길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균동: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영화를 봐주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자리가 되게 행복합니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진명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관객 분들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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