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지만 단단한 눈빛과 걸음으로 <히치하이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3월 30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정희재 감독 | 배우 노정의, 김보윤(김고은)
진행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개봉을 하고 보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히치하이크>가 인디토크와 함께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다. 인디토크가 있었던 당일 눈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는 정애가 마주한 시련과 한계의 온도와 비슷했다. 그러나 흔들릴 지언정 꿋꿋하게 걸어 나가는 정애를 보며 뜨거운 마음의 동요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도 있었다. 두 소녀의 여러 표정 속의 다양한 마음을 비추어 주는 장면들은 희미해져 가는 어린 시절의 감정들과 추억들이 선명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기도 한다. 끊임없이 선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이 잊은 지도 몰랐던, 놓치고 있었던 귀중한 무언가를 상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정희재 감독과 노정의, 김보윤 배우가 참석하고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이하 장성란): 안녕하세요.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이 영화를 위해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요즘 같은 시국에 두 소녀가 길 위에서 역경과 위험을 만나도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영화를 만난다는 것이 귀하게 느껴졌어요. 여러분도 오늘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영화를 만들어주신 세 명의 아름답고 멋진 여성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쓰고 연출하신 정희재 감독님과 노정의 배우님, 김보윤 배우님 모시겠습니다.
정희재 감독(이하 정희재): 저희가 오늘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관객 분들께서 많이 안 오실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웃음)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히치하이크>를 연출한 정희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노정의 배우(이하 노정의): 안녕하세요. <히치하이크>에서 정애 역을 맡은 노정의입니다.
김보윤 배우(이하 김보윤): 안녕하세요. 저는 <히치하이크>에서 효정 역을 연기한 김보윤입니다.
장성란: 오늘 중대한 소식을 발표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요. 김고은 배우님이 앞으로 활동명을 김보윤으로 변경하신다고 들었어요.
김보윤: 어쩌다 보니까 바꾸게 됐는데요,(웃음) 앞으로 김보윤이라는 이름으로 연기를 할 예정입니다. 활동명을 바꾸고 나서도 저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성란: 감독님이 아버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포기’라는 단어에서 모티브를 얻고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한 쪽 부모를 찾아 나서는 두 소녀의 이야기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기’라는 주제와 두 소녀가 길을 떠나는 이야기를 어떻게 연관짓게 되셨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더라고요.
정희재: 영화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순간부터 개봉하는 지금까지 영화에 가장 큰 동력이 되었던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이 변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변 분들의 이야기들도 있고 제가 실제로 겪어왔던 일들, 그리고 어머니, 그런 많은 것들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아버지로부터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흔들렸던 시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고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서른이 되기 직전이었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정애나 효정처럼 청소년 시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실질적으로 많이 고민하던 때에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뒤늦게 났어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서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매듭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장성란: 이런 설정은 어떻게 생각을 하신 거예요? 감독님 실제 사연인가 싶을 정도로 되게 세세하다고 느꼈거든요.
정희재: 실제로 제 지인께서 본인의 친어머니를 찾아가려는 시도를 했던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아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이야기가 왜 인상이 깊게 남았는지 생각을 해보니, 제가 가진 두려움 중에 하나가 나의 본성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었어요.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사람과 관계 맺고, 일을 하고, 뭔가를 꿈꾸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쪽 부모만 계셔서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지금 내가 관계 맺지 못하고 있는 다른 한 분의 모습이 아닐지, 그런 생각도 하면서 두 친구의 가족 상황을 설정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이 원대한 모험은 중대한 목표를 가지고 떠나는 굳건한 의지의 길이기도 한데, 영화가 그리는 분위기를 보면 두 소녀한테는 재미있는 모험이기도 하고 소풍 같은 느낌도 들어요. 두 소녀가 되게 용기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여정을 시작하셨는지 두 배우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노정의: 일단 제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한 분을 찾아서 간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제가 상상해온 사람을 찾아 떠난 것이기 때문에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김보윤: 처음에는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청소년이고 겁 없이 도전하는 나이이다 보니까 일단 별 생각하지 않고 아빠를 찾아 떠나는데, 떠나서는 이제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버스에 타고 아빠를 찾으러 가는 길에서야 ‘어떻게 생겼을까? 만약 나랑 동갑인 다른 자식이 있으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들을 하는 것으로 설정해서, 처음에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담긴 것 같아요.
장성란: 그런 이미지들이 이 영화가 소녀들을 한쪽 방면으로만 보려고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마음들을 살펴준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어요. 특히 정애의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는 계속 길 위를 떠도는 영화잖아요? 경쾌하게 떠날 수 있었던 여정이지만 처음부터 세상이 두 소녀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고 훨씬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하는데요. 그 후 두 소녀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왜 그 이야기를 먼저 경험하게 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정희재: 사실 요즘 사회면 기사만 봐도 너무 험악한 일들도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실에는 조금 더 가혹한 일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동시에 앞으로의 여정이 굉장히 막막하고 어떤 길이 펼쳐질 지 모르는 불안한 느낌을 짧은 에피소드 안에 이미지로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구상하게 된 장면이 트럭에 올라타서 안 좋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도망치는 장면입니다. 사실 그런 그 장면을 찍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후회도 많이 했는데요.(웃음)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고 구성했습니다.
장성란: 엄청난 긴박감과 스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두 배우님 현장에서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오늘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노정의: 보윤이가 할 이야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웃음)
김보윤: 제가 도망가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처음에 딱 넘어지고 나서 ‘어, 나 리얼하게 잘 넘어졌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촬영을 반복하면서 마지막에는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효정이는 왜 여기에서 넘어져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웃음) 무엇보다도 이렇게 넘어지면서 영화 찍고 집에 가서 씻고 학교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사실적인 장면을 표현하기 위한 눈물 어린 사연을 들었습니다.(웃음) 노정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영화에 나오는 편지만 봐도 어머니가 되게 기구한 사연으로 병원에 계신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데요. 누군가 옆에서 ‘엄마 지금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 거 아냐?’라고 물어보면 정애는 자꾸 아니라고 부정을 하잖아요? 저게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거든요. 배우님은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노정의: 조금이나마 나 자신을 방어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래도 사춘기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평범한 가정의 딸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두 분 다 편찮으신데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장성란: 효정이가 진짜 아빠와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면, 현웅이 그때 그 순간에 효정의 전화를 받았다면. 효정이는 더 담대하게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보윤 배우님은 효정의 입장에서 한 번 상상해 보셨을 것 같아요.
김보윤: 제가 효정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저는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애한테 ‘나는 가서 아빠라고 부를 거야’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어떻게 보면 ‘나는 아빠 만나도 아무렇지 않아’라고 일부러 과시를 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아빠가 전화를 안 받았을 때, 정말 내가 아빠를 볼 자신이 있고 아빠라고 부를 자신이 있었다면 한 번쯤 더 전화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효정이는 한 번 전화해보고 나서 빠르게 포기를 하는 걸 보면, 아빠라고 못 불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성란: 그랬군요.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 정애와 정애의 아버지인 영호의 관계도 흥미로운데요. 사실 아주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 둘이 갈등도 빚잖아요? 삶에 관한 태도에 있어서 갈등을 겪는데도 깨지지 않는 끈끈함이 있는 부녀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정애에게 갈등과 고난을 짊어지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렇게 그리신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정희재: 처음에 아버지 영호라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에서 가정을 꾸린 아버지의 모습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폭력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와서는 그게 너무 흔하고 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설정에 가려져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현실적인 갈등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요소들을 배제하고 딸에게 진심을 다해서 무언가를 이야기하지만 상황의 한계 때문에 딸인 정애 입장에서는 그게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혹은 조금 거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성란: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영화의 무늬로 고착화된, 인물들을 가혹하게 쓰는 지점들을 피하려는 노력이 이 영화에서 많이 보여서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면 때문에 인물 한 명 한 명을 더 들여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의 후반에 더 눈독 들여서 보게 된 게 현웅과 정애의 관계예요. 하나로 규정짓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 미묘한 마음이 현웅을 바라보는 정애의 마음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두 분께서 어떻게 상의하고 만들어 내셨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정희재: 정의 배우가 기억할 지는 모르겠는데 실제 제가 겪었던 짧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준 적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영화를 공부하고 싶고 꿈꾸고 있었는데 보수적인 아버지께서 반대하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강원도에 여행을 가서 우연히 묵었던 민박집 사장님이 과거에 영화를 하셨던 분인 거예요. 그 분께 얘기했더니 영화 꼭 하라고 지지도 받고, 너무 친절하시니까 어린 마음에 잘 따랐는데요. 그러고 나서 5~6년 뒤 영화학교 졸업작품을 찍으러 그 민박집을 갔어요. 사실 단편영화든 독립영화든 촬영을 한다는 건 공간의 주인을 되게 괴롭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 차가운 눈빛도 느끼고.(웃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정애 배우는 아마 기억을 못 할 수도 있는데, 쉬운 예로 그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사실 부모를 대체할, 자신의 자아가 기대설 수 있는, 이렇게 심리적으로 접근하자면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낯선 분이지만 저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그것에 대한 기대로 혼자만의 착각으로 가까이 다가서려고 했을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요.
노정의: 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빨리 이해할 수 있었고요. 그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정리했던 것은, 현웅은 정애가 생각했던 정상적인 아빠의 모습이고, 내가 저 아빠의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효정이의 아빠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들면서 솔직히 욕심이 났을 것 같아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이 사람인데, 효정이 아빠이기 전에 내 아빠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런 작은 욕심과 친구와의 우정 사이를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어렸을 때는 우리 엄마아빠도 완벽한 사람인 것 같고 멋있어 보이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이 우리 엄마였으면 어땠을까, 우리 아빠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하잖아요? 저도 그런 순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났는데요. 누구나 느끼는 이런 미묘한 감정을 영화 속에서 발견하니까 옛날에 서랍 넣었던 내 마음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엄청난 마음의 동요가 있더라고요. 그게 되게 이 영화 안에서 잘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 게, 현웅이 누가 봐도 멋있는 아저씨는 아니잖아요? 특히 정애 눈에만 인자한 아저씨고 자기 아들한테 괜찮은 아버지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그런 설정을 하셨어요?
정희재: 현웅이라는 캐릭터도 어떤 면에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하고 결핍이 있는 사람이어야 조금 더 입체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멋있는 면모도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고, 현웅이 겪는 결핍이 있어서 정애의 입장에서도 마음의 빈자리로 들어가고픈 욕망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박희순 배우와 대화를 나눌 때도 자기 자식과의 갈등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정애를 바라볼 때 단순히 호의를 베푸는 것 이상으로 더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저는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조마조마했던 순간 중에 하나가 정애가 마지막으로 현웅을 보면서 찾아가는 장면이었어요. 현웅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얼굴로 정애를 맞이하는 데, 먼저 정애가 제발 "아빠"라는 대사만은 하지 말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효정이가 이 장면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효정이가 자기가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친구에게 내어준 것인데, 우리의 정애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현웅에게 정애가 내 친구가 당신의 딸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이 영화가 가진 본심, 뜨거운 마음을 느꼈어요. 특히나 효정을 연기하신 김보윤 배우님께서 어떤 마음이었을 지 궁금해요.
김보윤: 효정에게 거짓말을 하는 정애의 심리에 대해 저희 엄마랑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순간 효정이가 정애에게 되게 고마워했을 것 같고, 조금 더 믿음이 갔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거짓말을 한 거잖아요? 전화번호를 지우기도 하고요. 그래도 효정이는 그걸 모르니까 정애에 대한 믿음이 아직 끈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장성란: 제가 이 영화를 정희재 감독님이랑 함께 영화를 공부하신 분들과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같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영화가 딱 희재 같이 나왔어.’ 캐릭터가 감독님처럼 곧고 바르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마음을 다해서 한다고요. 혹시 두 배우님도 영화 촬영하시면서 이 영화가 가진 곧고 바른 마음이 감독님이랑 닮았다는 마음이 든 적 있으셨나요?
노정의: 너무 똑같은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 거짓말을 정말 못하세요.(웃음) 그래서 계속 ‘마음에 드는데, 딱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미안해.’ 이러시는 거예요. 한 번만 다시 찍자고 하시면 꼭 한 번만 찍고요. 다른 감독님들께서는 촬영하면서 사과를 잘 하시지는 않는데, 정희재 감독님께는 ‘미안해’라는 말을 한 백 번 이상은 듣지 않았나 싶어요. 거짓말하시지 않고 저희를 진심으로 대해 주셨고 그게 와닿았기 때문에 밤을 새도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보윤이와 힘들게 촬영했지만 감독님께서 진심으로 대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보윤: 정의가 다 이야기해줘서 저는 할 이야기가 없는데요. 감독님한테는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가끔 감독님과 개그코드가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이야기하면서 감독님이 “야, 이거 웃기지 않아?” 하실 때 저희는 그냥 “아, 네.”(웃음) 그렇지만 개그코드가 잘 맞지 않는데도 꾸준히 개그를 하시는 감독님의 곧은 마음이 잘 담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성란: 개그코드가 맞으면 천생연분인 거죠. 맞기 진짜 어려운 거예요.(웃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노정의 배우님이 연기하신 정애가 참 바르고 곧은 아이라는 게 눈빛에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요? 어떤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차분하게 노력하는 단단한 소녀의 눈빛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노정의: 그렇게 보였다면 너무 다행이고요. 감독님께서 영화를 찍기 전부터 부탁하신, 제일 중요한 부분이 그 부분이었어요. 아무리 슬퍼도 남들 앞에서 울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티내지 않고 이겨내려는 정애의 모습을 위해서 연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거나 감정이 차오른다 싶으면 감독님께서 조금만 추슬러 달라고 부탁하시거나 호흡으로 나타내보자고 계속 디렉션을 주셔서 더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장성란: 이 영화의 결말에서 우리의 정애한테 저만큼의 희망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너무 슬퍼서 제대로 된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이런 결말이 너무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결말을 두고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정희재: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하고 편집을 마무리하고 심지어 개봉을 앞둔 시점까지도 결말을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현실적으로 이 아이가 돌아서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어요. 농담이 아니고 정의 배우를 다시 불러서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을 촬영하라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힘겨운 현실의 해결점을 발견해서가 아니라 문제기 해결되기는 어려울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를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이야기예요. 물질적인 어려움도 해결될 수 없고 든든한 보호자가 생기기도 어려운데, 앞으로 비슷한, 더 심한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이 아이가 피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희망적인 결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저도 모험을 하면서 그려 나갔던 것 같아요.
장성란: 효정이가 마지막에 이야기해주잖아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인사로 ‘별거 없어도 포기하지 말라’고요. 그 순간 아마 여러분들 모두 각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떠올리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가 그런 응원을 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이 영화는 아주 현실적인 조건들 사이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서 영화를 찍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영화를 찍은 이후에도 삶 속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기도 한데요.
노정의: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한 일 년 반 정도 연기를 쉬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면 제일 행복한지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욕심이 많기 때문에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고 연기도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8살 때부터 연기를 했는데도 공부도 하고 싶어서 예술고가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 다니다 보니까 요즘 쓰는 말로 ‘현타’가 오는 거예요.(웃음) 다들 공부를 너무 잘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동안 나는 뭘 했나 싶고. 나는 그동안 연기를 했는데 지금은 연기도 쉬고 있으니 슬럼프가 왔어요. 그럴 때에 이 영화를 하게 되면서 감독님께 많은 이야기도 듣고 조언도 많이 들으면서 ‘아, 나는 연기 아니면 안 되겠구나.’, 그런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김보윤: 정의가 저런 생각을 할 때 저는 그렇게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항상 후회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포기해서 아쉬운지에 대한 생각 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포기했는데 그걸 후회했는지에 대해 더 중점을 두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포기해서 아쉬웠던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성란: 두 분 모두 너무 멋있네요. 자, 이제 감독님의 차례가 왔습니다.
정희재: 저는 시작하면서도 말씀드렸지만, 포기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가지고 이 시나리오를 열심히 썼는데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건지 그 말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나는 시도하고 싶은데 왜 포기하라고 하는지 단순한 분노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 와서는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너무 애쓰면서 무언가를 무리해서 극복하려고 하는 것 또한 마냥 좋지는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무언가를 극복하고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포기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 그런 부분이랑 연결될 때는 안 좋은 의미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를 만들고 나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말의 의미를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장성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산다는 건 무언가를 포기하고 무언가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일인데 그에 대해 이 영화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어린 나이에 정말 아름다운, 누구보다 성숙한 결과물을 남기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일단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영화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훌륭한 말씀해주신 배우님들과 기자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내내 울면서 영화를 봤어요. 사실 정애와 효정이가 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포기’라는 단어가 되게 중요한 키워드잖아요? 감독님께서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기 위해 다짐하게 되는 것이 있는지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정희재: 제가 개인적으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20대 초반에는 여행을 가면 최대한 많이 보려고 무리하면서 다녔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공간에 들어서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 충분히 소통하고 즐기고 관찰하는 것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기라는 단어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말씀드렸듯이 서른이 되기 직전 저는 모든 걸 시도하고 싶고 포기라는 것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스스로가 소진되지 않는 선에서 주변사람들과 작업을 즐기면서 하는 게 더 중요하고 오래갈 수 있는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포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감독님하고 배우님들께 질문이 있는데요. 효정이가 아빠를 찾으면서 아빠한테 자기하고 똑같은 나이의 애가 있으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오히려 나이가 더 많은 아들이 있잖아요? 그런 설정을 한 이유가 궁금하고요. 노정의 배우님께는 정애라는 캐릭터가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신 게 있다면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효정 역을 맡은 김보윤 배우님께는 만약에 아빠가 정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만나러 온다면 어떻게 반응을 했을 것 같은 지 궁금합니다.
장성란: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치 속편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웃음)
정희재: 박희순 선배님과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조금 안타깝지만 현웅은 효정이라는 자신의 딸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 있었고요. 그리고 대사에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만 자신의 아들이 어릴 때 가족과 떨어져서 근무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설정이 있었어요. 다루기 조심스럽지만 아주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단지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부분까지 책임지고 회피하지 않을 것이냐는 이야기를 적게나마 이야기해보고 싶었고요.
노정의: 제가 바라는 건, 정애라면 아무리 언니에게 실망을 했어도 엄마를 책임지기 위해서 어떻게든 열심히 살 것 같고요. 그리고 온전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김보윤: 아까 제가 효정이라면 현웅을 만나서 아빠라고 못 부를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드렸잖아요? 효정이가 겉으로 보기엔 밝은데 속으로는 사람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 부분이 부동산 아저씨랑 같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3시간을 같이 있었는데도 아무 말도 못했다는 대사가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그런 걸 보면 효정이는 아빠를 만났어도 아무런 수확이 없이 돌아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저는 지인이 영화를 추천해줘서 보러왔는데 정말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애가 어린 시절에 대한 꿈을 꾸는데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하는 듯 하다가 다시 물에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정희재: 제가 아까 저의 본성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있다고 했는데, 저희 부모님이 살면서 느끼는 한계가 제가 앞으로 느끼게 될 한계와 어쩔 수 없이 닮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경제적인 여건도 비슷하고 가족관계나 인맥도 비슷하기 때문에요. 김학선 배우님과 그 계곡 장면을 찍을 때 얘기했던 부분은 자살시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호의 입장에서는 물이 어느 정도 깊이인지 한 번 들어가보면서 자기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리적으로 체험해보는 기이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게 이 부녀에 관련한 이야기에서 어떤 또 다른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 의도가 있었습니다.
관객: 우선 영화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사회의 주변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 소녀에게 불행을 씌우는 느낌을 받았는데 감독님께서 어떤 생각으로 상황을 설정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희재: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런 일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또 다른 측면은 포기라는 화두를 이야기할 때 한계 상황을 마주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관계나 사건이 단초가 되지만 그 연장선의 극한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하면서 끌어당겨온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예를 들어 집이 불타는 부분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전월세를 오가면서 거주공간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영화에서 물리적으로 구현된 것이기도 해요. 집이 안정적이지 않은 걸 넘어서 아예 사라진다면 나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고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그런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설정으로 접근하게 됐고요. 그런 식으로 많은 설정들이 한계 상황을 설정하려는 의도와 만나 정도가 세진 부분도 있어요.
장성란: 제가 말하는 게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최근에 영화를 볼 때 어떤 인물이 겪는 고난을 영화가 어떤 태도로 그리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주인공이 겪는 고난을 하나의 장르로 소비하고, 영화 안에서 인물이 겪는 고통이나 그것을 헤쳐 나가는 마음을 고민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쓰는 영화들이 있고요. 고난을 통해서 인물의 어떤 마음을 비춰서 보여줄지, 고통을 보여줌으로 인해 관객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마음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모든 영화들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 영화만큼은 두 소녀들이 겪는 고난만큼이나 그걸 잘 극복하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삶의 찬란한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단단하게 느껴지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고, 용기내서 이 영화를 더 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이 영화의 태도에 대해서 곱씹는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아마 앞으로 다른 영화들을 보거나 이 영화와 맞닿는 어떤 순간들을 마주할 때 이 영화의 태도나 가치가 다시 한 번 증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고요. 끝으로 세 분의 마지막 인사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희재: 개봉하고 보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이후 관객분들과 만나는 첫 자리예요. 앞으로도 많은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고 얘기 나눌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웃음) 안 좋게 보신 부분도 있겠지만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요. 영화에 나오는 배우분들, 그리고 영화에 함께 해준 스태프분들께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리곘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정의: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저희 영화 입소문 많이 내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심히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김보윤: 영화 개봉하고 나서 습관적으로 ‘히치하이크’ 쳐서 관객 수를 보는데요.(웃음) 참 씁쓸하게도 잘 안 올라가더라고요.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힘들 것 같은데 저희 영화 두 번 보면 더 좋고 세 번 보면 더 좋으니까요. 또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눈 온다고 하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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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란: 이 영화의 소중한 관객 한 분 한 분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다 같이 일어나서 인사하는 걸로 마무리할까요? 감사합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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