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시선으로, 익숙지 않은 여성들을 본다  I-독립영화여성감독전 <이태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8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강유가람 감독

진행 이소현 감독 (<할머니의 먼 집>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인디스페이스 개관11주년기획전 'I-독립영화여성감독전'이 한창인 11월 8, 이태원의 과거와 현재를 세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 <이태원>이 상영되었다. 상영 후 이어진 인디토크에는 본 작품을 연출한 강유가람 감독이 참석했고, <할머니의 먼 집>을 연출한 이소현 감독이 진행을 맡았다.






이소현 진행(이하 이소현): 인디토크를 진행하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제가 진행이 처음이라서 미리 질문을 준비해서 왔는데요, 써둔 것을 보면서 진행할테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태원>을 보면서 이런 작품을 어떻게 찍었을까? 도대체 이 영감은 어떻게 샘솟았을까? 그런 궁금증이 많았는데요,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 영화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방식이 탈중심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태원에 살고 있는 세 여성을 다루고 있지만 서사를 중심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이태원이라는 특수한 공간,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 그리고 그 곳에서 예술을 하는 젊은이들의 인터뷰 등으로 다큐멘터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전작이었던 <모래>(2011)와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요, 이런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구성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감독님?

 

강유가람 감독(이하 강유가람): 제가 이소현 감독이 진행을 해주면 좋겠다고 인디스페이스에 요청을 먼저 드렸는데, 너무 떨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보고 할 줄은 또 몰랐는데(웃음)

제가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09년 즈음, 용산 참사 이후에 공간에 대한 감각을 좀 다르게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의 워크샵이 있었어요. 용산에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은 그 공간을 재개발하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럼 왜 재개발되려고 하는지 보기 전 공간을 아예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워크샵에서 이태원을 사람들과 같이 걸으면서 미군기지 담벼락이나 후커힐 등을 몸으로 느껴보았어요. 굉장히 추운 겨울이었고 거리에 사람도 없고 간판들이 되게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과연 이 공간에 누가 있는 걸까 싶은, 유령이 사는 도시 같다는 느낌을 그 때 받았던 것 같아요. 이 공간을 나중에 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엔 제가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참 뒤 그 지역에서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있는 지인이 나키님을 저한테 소개시켜주고, 나키님을 만나게 되면서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공간의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거죠. 이 동네의 삶을 담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한 사람의 역사를 담는 것 보다는 이 공간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었어요. 저도 그 전에는 이태원하면 그냥 수제맥주, 경리단길, 이런 식으로 이미지화 하고 있었거든요. 2014년쯤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이태원은 뭐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이 세 여성의 삶과 함께 젊은 사람들의 감각이 이태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같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엮어나가다 보니 편집을 탈중심적으로 하게 된 거 같아요.

 

이소현: 이런 방식을 취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영화를 보면서 이태원이라는 공간과 그 분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랜드 올 아프리를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은 정말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일단 제가 가장 부러웠던 점은 자기 가게를 소유하고 계시다는 점이고요, 한국놈들하고만 장사 안하면 돼라는 자기 철학도 확고하십니다. 그렇게 강한 여성이면서도 동생에게 어느 정도 공포를 느끼고 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굉장히 아팠는데요. 어쩌면 이런 모순 때문에 이태원에 오랫동안 살아온 여성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에 한 두 명이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 훌륭한 캐릭터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방금 말씀드렸던 대로 지인분이 나키님을 소개시켜줬어요, 그 때 나키님이 나 말고 이태원에 여자 대통령이 있다, 그 사람을 만나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어느 날 같이 만나자길래 밤에 찾아갔더니 바에 저를 데리고 가셨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되게 걸걸하시고 호쾌하신 말투로 이태원은 이렇고 저렇고 막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강렬한 인상을 받고 이 분을 촬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응해 주셨어요. 사실은 사장님 같은 경우에는 자기 삶을, 서사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망이 되게 크신 분이였어요. 오프닝을 보면 딸그락 딸그락 하면서 사장님이 직접 찍으신 영상이 나오거든요. 그게 제가 찍은 게 아니고 직접 자기 유서라면서 찍어서 저희한테 주신 거예요. 이분의 삶을 담아내는 게 되게 의미 있겠다 싶어서 쫒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영화님도 사실 지인분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영화 님은 어떤 면에서는 되게 독특한 캐릭터시잖아요. 뭐랄까, 자기 삶에 대한 태도도 그렇지만 카메라를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친구 대하듯이.

 

이소현: 특별히 이 분들 만나기 위해서 큰 고생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네요.

 

강유가람: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들죠.(웃음) 저희 지인의 고생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죠.





관객: 감독님, 영화 잘 보았고요. 감독님이 이 작품 촬영하시면서 신경 쓰신 부분이나 아니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궁금해요.

 

강유가람촬영을 하면서 내가 이 여성들의 삶을 되게 잘 담고 싶다이런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저 스스로가 어떤 전형적인 틀을 상상했던 거 같아요. 피해의 역사라던가, 괴로웠던 경험, 이런 걸 많이 털어놓으실 거라고 예상했고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 그런 질문들을 위주로 했는데 다들 특별히 그런 식의 서사로 본인의 인생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어요. 초반에는 제가 너무 편견에 찬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거 같아요. 잘못된 점이었다는 걸 추후에 깨닫고 인터뷰 보다는 일상에서 그냥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계속 찾아뵙게 되었고요. 제가 이태원에서 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변화를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그 공간에 작업실을 얻고 내내 작업실을 오가면서 촬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영화에는 그냥 일상적으로 왔다갔다하며 촬영한 부분들이 많이 담겼고, 작정하고 인터뷰를 했던 부분들은 많이 쓰지는 못했어요. 촬영하다 보니까 처음에 안 해주셨던 이야기들을 꺼내주시기도 하고, 또 제가 어떤 순간을 포착하게 되기도 하고. 저한테는 배움의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언니들이 제게 곁을 내주셨던 것에 대해 되게 감사해요.

그리고 영화에 담기지는 않았는데 청년들이 계단을 예쁘게 페인트칠 한 곳이 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작업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그 곳에 앉아 멀리 한남대교 쪽을 바라보고 있는 나키 님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 장면이 저한테는, 되게 뭐랄까, 울림이 있었어요. 이 분이 살아오신 삶에 대한 어떤 노고랄지, 여러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 장면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고, 이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사실 저는 이태원에 가본 적도 없고, 용산참사에 대해서도 몰랐고, 이태원은 막연하게 두렵고 위험한 곳, 함부로 가면 안 되는 곳으로만 생각해왔어요. 영화를 보니 이태원은 여러 존재들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태원이라는 곳의 의미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시게 된 점이 있는지, 이태원이 감독님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곳인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어요.

 

강유가람: 말씀하신 것처럼, 이태원이라 하면 조금 무서운 이미지가 저한테도 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90년대 말 버거킹 이태원점에서 대학생이 미군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극영화로도 만들어진 사건이에요. 그 사건이 저에겐 되게 영향이 컸고, 그래서 이태원을 미군이 많고 무서운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 같기는 해요, 제가 그 거리를 처음 걸었을 때 무서웠거든요. 미군에 의한 여성 살해 범죄가 불과 몇 년 전 또 일어나기도 했고요. 그렇다보니 어떤 막연한 공포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분들을 실제로 만나지 못하고, 만날 기회도 없고, 어떤 식의 이미지로만 스스로 상상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낙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거 같고, 영화 속 여성분들의 삶도 그로 인해 팍팍해지는 부분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 낙인을 저 스스로도 지우고, 영화를 통해서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피해에 대한 역사를 강조하기 보단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동네를 오가면서 나물을 다듬는 식의 커뮤니티를 보여주고자 했고요. 그런 부분이 저의 인식이 반영이 된 거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부흥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여성들의 노동이었는데 그게 모두 삭제되고 요즘엔 그냥 핫플레이스로만 기억되는 게 좀 안타까웠어요. 그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걸 고심을 했던 거 같아요.

 




관객: 이태원처럼 곳곳에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마을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도 나왔지만, 그런 지역을 찾아서 그곳을 변화시키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요. 근데 마을이 변화한 후에는 또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도 하잖아요. 자꾸만 새로운 사람들이 이동해 가면서 비슷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을 새로운 것으로만 보기에는 조금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그곳에 살아온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데. 그분들이 과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변화되기를 바라는지, 또 감독님이 이태원을 쭉 지켜보면서 바람직하다고 느낀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영화에 나오는 이태원 거리가 03년도부터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이 재개발을 빨리 되길 바라고 계셨어요. 그래서 건물 보수도 안하고 집값이 싸지고, 그러니까 젊은 창업자, 예술가들이 모일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여러 지역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사실 실소유주가 아니면 한 공간에서 뭔가를 계속해서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저도 촬영을 하면서 알았는데, 청년들도 이태원에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벼룩시장도 하시고,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꾸며왔는데. 그런 것들로는...공간의 상생이라고 해야 될까요? 공간이 지속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실소유주가 따로 있고 그것이 가지고 온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가 크고요. 워낙 집값이 빨리 오르다보니까, 실제로 그 분들도 지금 작업실 다 빼셨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말하기에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누군가가 와서 이 거리를 변화시킬 때 그 지역에 실제 거주하시는 분들하고 조금 더 교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좀 했어요. 외부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이 놀러오는 것도 좋지만,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보다 지속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한 공간에서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도 필요할 것 같아요. 실제로 거주민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도 있었고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이소현: 어떤 공간이든 시대에 따라서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 이태원은 지워지는식으로 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실 때 어떤 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면 영화에 나오는 삼숙 사장님과 나키님, 영화님이 만족할 만한 공간이 될까요?

 

강유가람작업 시작할 때부터 한남동 1구역, 2구역 재개발반대 연합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1구역이 삼숙 사장님이 사시는 동네, 2구역이 영화님이 사시는 동네예요. 상건물주들이 아파트를 지으면 수익성이 낮아지니까 계속 빼달라고 시위를 했어요. 아파트를 짓지 않아도 공간이 그런 식으로 상업화된다면 집값은 당연히 올라갈 텐데, 어찌 되어도 언니들이 있을 공간은 없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워낙 낙후했고, 좀 더 깨끗하게 보수할 필요가 있는데, 거기서 이런 욕망들을 제거할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이분들이 자기 삶을 천천히 마무리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들이요. 한국사회는 다 밀어버리는 방식이고요. 많이 아시겠지만 특히 집결지 같은 곳들은 그냥 완벽하게 삭제되고 말아요. 지금 청량리나 용산역 앞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잖아요. 다시는 볼 수조차 없고요. 그런 곳이 있었다고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공간이 너무 많아요.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그런 공간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가져갈 것인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관객: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감독님 전작을 다 보고 왔는데요. 감독님 영화엔 모두 장소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차기작도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는지 궁금합니다. 장소에 대한 아카이빙이라고도 말씀 하셨는데. 앞으로도 장소와 연관된 작업을 하실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강유가람첫 작업 <모래>는 저희 집 얘긴데. 저희 집이 강남의 재건축을 상징하는 공간이에요. 은마아파트라고. 은마아파트의 삶을 다루면서 왜 그 공간을 첫 작업으로 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워낙 비혼여성으로서 내 공간을 갖는 게 너무 힘들고, 내 한 몸 뉠 곳은 어딘지, 집은 많은 데 내가 살 곳은 왜 없는지.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까 그런 주제에 꽂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세 편의 영화에 비슷한 주제가 삽입되고 변주되었고요. 이번에 이태원의 세 여성들을 찍으면서 또 그 안에 같은 주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제 작품 세 편 다본 친구는 이제 그만 하라고.(웃음) 어쨌든 관심사가 그렇다보니까, 앞으로도 같은 주제의 작업을 할 가능성은 있는데요. 지금 다음 작업은 그런 작업은 아니고요. 페미니즘 역사 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태원> 다음 작업이 <시국페미>라는 작품인데, 광화문에서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박근혜 퇴진 시위 당시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렇게 역사를 기록해나가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의 세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중년의 페미니스트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고, 그런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 세 인물이 가장 자주 영화에 등장하고, 그 인물들의 삶이 잘 나와있잖아요.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드실 때 그 세 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넣고 싶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이 세 명의 여자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 감성, 그리고 역사, 이런 것들을 어떤 부분을 담고 싶었는지, 또 어떤 차이를 담고 싶었는지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세 분 모두 이태원에서 거주했던 기간이 길고 현실적인 부분들이 되게 크다보니까같은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거주민으로서,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시기에 가진 정체성이 그 사람의 삶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시기가 지나가고. 또 다른 모습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는데 어떤 산업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평범하지 않게끔 보여주게 되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주민으로서의 일상적인 모습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고요.

차이라고 한다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관련해서 편집하면서는 고민을 했어요. 삼숙님 같은 경우에는 다른 두 분하고 다르게 자신과 계속 거리두기를 하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고민이 많이 됐어요. 어쩌면 다른 두 분이 볼 때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는 부분이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분이 계속 거리두기를 하는 만큼 한국사회에서 (이태원에 대한)낙인이 되게 크다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삼숙님이 남동생한테까지도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서도 드러나구요. 삼숙님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남을 의식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한번 그런 얘기들었다 하면 남편하고 평생 밖을 안 돌아다니잖아요. 그런 모습들이 저한테 약간 충격을 주었달까요.

그런 부분에서 차이 같은 것들이 드러나는 거죠. 근데 그분들 스스로는 각각 다르다고 생각해도 외부에서는 다 똑같이 바라본다는 것이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영화님이나 나키님 같은 경우도 그런 것에 대해서 감추려고 하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과는 달랐어요. ‘그래, 내가 뭐 어때서.’ 이런 식으로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해나가는 방식 같은 것들이 저한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차이라면 차이인 것 같습니다.

 




 

관객: 세 분의 주인공들도 이 영화를 보셨는지, 어떤 평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 극장 상영하기 전에 따로 공간을 대여해서 같이 봤구요. 굉장히 떨리는 순간이었죠.(웃음) 삼숙님하고 나키님은 보셨는데, 영화님은 못 보셨어요. 몇 번 말씀 드렸는데 안보시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그냥, 보기 싫어,” 이러시더라고요. 좀 마음이 아팠어요. ‘그냥 네가 잘 알아서 했겠지하고 마셨어요.

삼숙님의 반응이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해요. 6.25를 경험하셨고, 본인 스스로 자수성가한 캐릭터이시다보니까 굉장히 보수적인 정체성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영화에선 많이 안 담겼죠. 그러다보니까 인터뷰에서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열심히를 안 한다이런 식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훈계의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영화를 보시더니 젊은이들에게 보여줘야할 메시지들을 다 뻈다면서 아쉬워하셨어요.(웃음)

그리고 나키님 같은 경우는 이태원의 역사성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얘기하셨어요, 의외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는데, 그랜드 올 아프리 클럽만 계속 나오니까 이태원의 유명했던 여러 클럽들에 대해 더 다루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 나와서 아쉽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출연하신 다른 분들은 대부분 내가 이렇게 보이나,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나, 나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이런 얘기들을 해주셨습니다.(웃음)

 

 

관객: 두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기술 작업은 텍스트 작업 혹은 영상작업으로 많이 진행되어 왔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이 소재를 영상화 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만약에 내가 이런 영화를 찍는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을 때 저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하면 굉장히 험한 연출을 할 것 같거든요. 혹시나 감독님께서는 연출을 하시면서 , 이거는 꼭 빼야지, 이렇게는 안해야지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강유가람: 저도 그런 고민을 했어요. 제가 다시 이 작업을 하는 의미가 뭘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태원이라는 공간성인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기지촌은 경기 북부 어딘가처럼 외곽에,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태원은 아니에요. 서울이라는 도시 한복판에 있는 미군기지, 거대한 기지 옆에 있는 어떤 공간이 우리의 인식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좀 더 볼 수 있다면 이 여성들의 삶도 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이 있으니까 이곳에서 다른 삶을 사셨을 것 같아요. 실제로 타 지역의 기지촌과는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요. 아무래도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당연히 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거고요. 그런 삶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기지촌이 실제로 도심과 근접한 경우도 많은데 단지 우리가 멀게 느꼈던 부분도 있는 거죠. 우리 옆에 있는 공간인데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보지 않으려고 하거나. 저는 사실 미군기지 영상 찍으면서 이렇게 큰 군사기지가 서울시내에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지만 거기서 사시는 분들에겐 기지 담벼락이나 철조망 같은 것들이 일상적인 거니까요. 그것도 저에게 신기한 일이어서 그런 부분을 좀 드러내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걸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방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의 삶에 있어서의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이소현: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강유가람 감독님은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들 사이에서 선의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어떤 현장이든 존재하며, 봉사는 당연하고, 신진 다큐멘터리감독을 위한 모임에서도 활동하시면서 모든 일에 빠지지 않고 계시구요. 작년에는 여성영화인 성폭력 조사를 하고 있으니 인터뷰에 참여해달라는 독려를 했었고요. 저에게는 인디스페이스후원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하셨습니다.(웃음) 제가 돈이 많다면 강유가람 감독님 작품을 후원하고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큰 어려움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쉽게 인터뷰이도 운명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강유가람: 참석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너무 훈훈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저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닌데.(웃음) 빗길 조심하시구요. 늦은 시간까지 감사했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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