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B>  한줄 관람평


권정민 | 탈출하고, 탈출하고, 탈출하는 인생

김정은 가차 없는 세상을 기어코 헤쳐나가는 원동력은 그녀의 주체적이고 굳건한 사랑

승문보 | 지옥에서 지옥으로, 경계에서 경계로, 끝나지 않을 소용돌이의 삶

주창민 그녀의 삶 전체가 선명해지기를




 


 <마담 B>  리뷰 : 탈출하고, 탈출하고, 탈출하는 인생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화면과 함께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운 여러 사람들이 밤의 어둠에 파묻혀 긴박한 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는 울고, 자동차의 문은 잘 닫히지 않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독촉하고, 운전하는 남자의 뒤통수는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낮이 되자 우르르 버스에 올라탄다. 여자는 탄로 날 수도 있으니 버스의 앞부분을 찍지 말아달라고 권고한다.


<마담 B>는 올해 개최되었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의 윤재호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에 앞서 프랑스와 일본에서 개봉했고, 칸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또 취리히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국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중국에서 탈북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마담 B’는 본인 역시 삼십대에 탈북을 했고, 브로커에게 속아 중국남자에게 팔려간 후 중국에서 살고 있다. 매일같이 위험한 밤과 낮을 보내며 탈북을 돕고 그 돈을 남한에 있는 자신의 (역시 탈북한) 가족들에게 보낸다. 마담 B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인한 정신력과 생존력을 가진 여성이다. 그는 중국시민이 아닌 탓에 돈을 벌 방법이 없어 브로커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비록 속아서 한 결혼이지만 마담 B와 중국남편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잘 살아왔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역시 마담 B를 가족으로서 배려하고 걱정한다. 그런 그가 다시 탈북을 시도해 남한으로 가려는 이유는 한국 국적을 얻어 중국남편과 제대로 결혼을 하기 위해서이다.


시종 흔들리던 낮은 화질의 화면은 마담 B가 한국행을 결정하는 때부터 갑작스럽게 영화가 된다. 중국 가족들의 얼굴을 깊고 가만하게 한 명 한 명 담아내며,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삶에 다가간다. 길고 조용한 클로즈업 쇼트들이 지나간 후, 다시 마담 B의 거친 일상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기법은 아주 능숙하고 영리하다. ‘한국에 가서 국적과 집을, 그리고 직장을 얻어 자립한 후 결혼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마담 B는 마침내 길고 긴 한국으로의 탈출을 재시도 한다.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자세한 탈북 루트를, 그 과정을, 절차를 지난하고도 긴박하게 담아낸다. 카메라는 탈북자들과 함께 달린다.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황야를 걸어가기도 하고,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기도 하며, 논밭을 가로질러 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태국에 도착해 수십 일간 수감되어 있다가 한국으로 가게 된다. 마담 B는 다른 탈북자들이 50일간 수감되어 있을 동안 20일만에 인천공항으로 출국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 이미 다른 가족들이 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신원보증이 된 것이라며 기뻐한다. 그는 이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 도착한다.

 




이때 화면은 갑자기 서울의 상공으로 올라가 도시를 무정하게 내려다본다. 생동감 넘치던 그의 탈북기와는 정반대로, 채도가 낮은 시멘트 건물들을 따라가며 서울을 길게 보여준다. 그 무정하고 싸늘한 움직임 위에 열정을 넘어 광적이기까지 한 어느 어린 연사의 웅변이 울려 퍼진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주적입니다. 공산주의의 만행을 잊지 마십시오.


2년이 지나고 마담 B는 정수기 청소관리원이 되어 서울을 돌아다닌다. 그의 가족들의 입을 통해 이어지는 국정원에서의 심문, 벌이의 어려움, 쉽지 않은 가족생활을 굳이 종합해보지 않더라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는 포부가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으며, 한국에 신물이 났고, 중국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갈 것이다. 결국 북한에도, 중국에도, 한국에도 그가 바라는 삶은 없었다. 마치 지옥에서 지옥으로의 탈출을 계속하는 듯한 삶, 그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의 삶 속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살아간다. 지금으로선 그저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끝내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탈북브로커 마담 B’.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그를 쫓아가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임은 분명하다. 섬세한 화면 전환과 영화적 연출이 가미되어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인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국가에 걸쳐진 인물의 다사다난한 인생과 리얼한 탈북 과정을 담고 있어 관객을 집중시키기에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잘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인 마담 B의 험난하고 지난한 인생이 관객의 재미를 위해 꾸며진 극의 장치들이 아니며, 우리 사회에 계속해서 실재하는 인생들이라는 점에 있다. 감독은 그 인생들을 타자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깊숙이 다가가 마담 B라는 인물을 이해시킴으로써 다른 모든 사실들을 이해시킨다. 마담 B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어떻게 했을까. 마담A, B, C, D, 그리고 수많은 인생들은 또 어떤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걸까?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는 의문들에 대하여 <마담 B>는 답을 내리지 않고 의문과 이해의 모순점 사이에서 극을 끝낸다. 어쩌면 이해의 끝에서 의문을 해결할 시작점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마담 B’의 삶은 그와 함께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현시점에서 보아야 할, 봐두어야 할 이야기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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