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시간들> 한줄 관람평
김정은 |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아낸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박마리솔 | 생동하는 집을 목격하는 즐거움
승문보 | 물리적으로 쌓아 올린 집에서 추억으로 쌓아 올린 집으로
권정민 | '콘크리트정글 안의 아름다운 내 집'이라는 환상.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게 만든다.
주창민 | 유형의 공간 속에서 무형의 공간을 보다
도상희 | 영상 속에 깃든 '영원의 건축'
<집의 시간들> 리뷰 :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아낸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어느 집의 거실에서부터 <집의 시간들>은 시작된다. 영화는 여러 집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비추며 그 공간을 채우고 꾸려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각자 다른 사정이 있지만 여느 집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형태와 결의 애정과 추억을 공간에 대한 목소리를 통해 보고 듣는다. 집에 머물렀던 카메라의 시선은 점차 아파트 건물과 단지 주변으로 옮겨가며 둔촌주공아파트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낮과 밤의 일상을 포착한다. 느릿하고 섬세한 집의 시간들 속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잠시 멈춘 순간, 우리는 그들이 아파트를 떠나 보내는 그 마음을 짐작해보기도 하고 각자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집의 시간들>은 집을 찾아가 찍는 영상 프로젝트인 라야 감독의 '가정방문', 그리고 독립출판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기획한 이인규의 공동프로젝트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개발을 위한 철거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와 그 공간 속의 삶을 기록하였다. 아파트 주민을 먼저 인터뷰한 뒤 공간을 촬영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주민들의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오랫동안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공간에 겹겹이 쌓인 추억과 애틋함, 재건축을 기대하는 동시에 둔촌주공만이 가지는 정겨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마음, 단수와 녹물이 자주 발생하는 등의 불편, 재건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나오지만 확정된 것은 없었던 지난한 시간, 둔촌주공을 지켜온 주민들끼리의 공고한 유대로 인한 소외감까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여러 주민들의 서사 속에서 공통된 점은 녹지에 대한 애정이었다. 봄이 되면 활짝 피는 벚꽃, 창문 너머로 보이는 무성한 풀잎들, 그리고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오솔길 같은 뒷길과 비 내린 뒤 자욱하게 피는 안개. 자연과 함께하는 주거지가 주는 푸르고 단단한 안정감을 이야기하며 서울 도심에서 이런 공간을 다시 만나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집의 시간들>은 둔촌주공아파트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경청하면서 주거지로써, 사람이 살아왔던 곳으로써 어떤 공간이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아파트를 금전적인 도구로써 바라보고 효율과 발전, 미관의 명목으로 재건축을 행하는 현 세태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를 넌지시 묻는다. 이미 철거가 진행되어 온전한 예전의 풍경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아파트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며, 새로이 지어진 삶의 터전에서 자연과 융화된 옛 둔촌주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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