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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밤치기>: 우리는 이렇게까지 구애합니다

by indiespace_한솔 2018. 11. 11.







 <밤치기>  한줄 관람평


권정민 | 끝없는 수다만으로 극을 끌고가는 대단한 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김정은 | 솔직하고 통쾌하고 자유로운 정가영만 영화. 역시 독보적이다.

박마리솔 우리는 이렇게까지 구애합니다

승문보 | 정가영 감독의 진솔함과 당돌함은 특별함을 넘어 각별한 경지에 이르다

주창민 이상한 나라의 정가영, 그녀의 핑퐁게임

도상희 그 밤의 치기, 그 끝의 씁쓸






 <밤치기>  리뷰 : 우리는 이렇게까지 구애합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밤치기'라니. 과연 정가영 감독다운 제목이다. 정가영 감독이 처음부터 박종환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진혁을 향한 가영의 사심이 여실히 드러나서 재미있는 영화다. 감독의 전작인 <비치온더비치>(2016)에서 가영은 헤어진 남자친구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같이 자자며 떼를 쓴다. 그때의 가영이 무대포로 솔직했다면 <밤치기>의 가영은 자고 싶다는 말 한마디를 하려고 다른 여러 말과 분위기를 만든다. 이 사람, 꼬시는 데 요령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하는 말들


가영은 시나리오 작업에 쓰일 자료가 필요하다며 진혁을 만난다. 그런데 어째 질문들이 좀 이상하다. “하루에 자위 두 번 한 적 있어요?” 라든가 애인 생각하면서 자위해요?” 등의 좀처럼 예측 불가능한 질문들이다. 처음엔 당황한 기색으로 헛웃음을 짓거나 머뭇머뭇하던 진혁도 그런 질문들이 흥미롭다는 듯, 그걸 또 굳이 다 대답한다. 진혁과 자고 싶은 가영의 욕망이 드러날수록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도 점점 좁혀진다. 식당에 마주 앉아 찌개에 소주를 들이키던 이들은 룸카페로 장소를 이동한다. 비좁고 은밀한 공간 안에 가까이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맥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 주제가 이리 튀고 저리 튄다. 정확히는 가영의 '아무말대잔치'다. 불필요해 보이지만 실은 필요한 말들이다. 가영은 혈액형 궁합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거나 이름 궁합을 맞춰보며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냐고 물을 타이밍을 노린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까지 나오는 구차한 말들, 사족들은 이렇게나 찌질하지만 사랑스럽다. 구애하는 우리 모습은 이러하다.

 



거절은 거절


룸카페에서 노래방으로 장소를 옮긴 두 사람 사이에선 긴장감이 제법 흐른다. 노래 점수 내기에서 이긴 가영은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며 진혁에게 볼뽀뽀를 하기도 한다. 처절하게 구애했지만 가영은 끝내 진혁과 자지 못한다. 두 사람의 결말만 놓고 보자면 이건 예상 밖의 일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예측 가능한 결말에서 벗어난다. 관심 있는 상대가 룸카페 그리고 노래방까지 동행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영에게 호감 있는 남자, 영찬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영찬의 말을 가영은 정중히 거절하고 영찬은 알겠다며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때에 따라 다른 사람


가영은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의 화법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가영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혁에게는 멜로영화, 그 중에서도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니 영찬에게 하는 말은 다르다. 진혁에게는 영화 결말도 기억 못하냐며 면박을 주던 가영은, 영찬이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는 영화로 꼽자 자신은 잘 모르는 영화라며 갑자기 취향을 바꾼다. 두 남자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두 번째 만남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진혁에게 거침없이 솔직하던 가영의 쿨함은 때에 따라 변한다. 오늘 즐거웠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영찬에게 건네는 가영의 인사치레는 낯설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의 가영이 낯설지는 않다. 그건 우리의 모습이다. 사랑을 구걸하고 사랑을 거절할 때면 누구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거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영의 외출준비다. 잘 보이고 싶은 누군가와의 약속을 앞둔 듯, 열심히 공들여 화장한다. 진혁을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도 가영은 누군가를 향해 치열하고 처절하게 구애할 것이다. 거절당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또다시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가영의 구애 그리고 우리의 구애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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