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그녀의 밤세계 <밤치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가영 감독 | 배우 박종환, 형슬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주창민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흥미로운 단편과 개성 넘치는 장편으로 매번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가영 감독이 돌아왔다. <밤치기>는 정가영 감독의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구축하고,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대사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끝없는 구애와 그것을 받아내는 박종환 배우의 호연, 그리고 형슬우 배우의 재치까지 먹을 것이 너무나 많은 잔치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가영과 진혁이 룸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금요일 저녁답게 어느 때보다 흥미롭고 뜨거운 관객과의 대화였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의 진행으로 정가영 감독, 박종환 배우, 형슬우 배우가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먼저 세 분께 개봉 소감을 여쭙고 싶어요. 개봉 전부터 굉장히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인데요, 그래도 개봉은 또 다른, 설레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 속에서 ‘발걸음’을 불러주신 형슬우 배우님부터 말씀해주세요.(웃음)
형슬우 배우(이하 형슬우):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가 네덜란드도 가고, 대만도 가서 저도 같이 따라다니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렇게 개봉을 하니까 포스터 구석에 제 이름이 있어요. 지나갈 때마다 이게 보이니까, 뭐랄까, 너무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서 설렙니다. 제가 감독을 해야 하는데...
진명현: 형슬우 배우님은 원래 감독님이시죠. 혹시 지금 연출 준비하는 작품 있으신가요?
형슬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지 않네요. 배를 곯아가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된 건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덕분입니다. 그런 점들이 저는 너무 감사하고요,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해주시는 것도 큰 사랑인 거 같아서 감개무량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밤치기> 찍은 지 1년이 지나 개봉을 통해 관객 분들을 만나게 돼서 기쁘고, 어떻게 봐주셨는지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진명현: 세 배우분을 직접 만나 보니 영화 속 인물들과 겹치는 부분들도 있네요. 세 명의 배역이 모두 개성이 뚜렷하잖아요. 특히 박종환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들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상 몸을 많이 쓰는 연기는 아닌데도 되게 다이나믹하게 보이고 섹시하고 귀여워요. 그쵸? 그런 디테일은 다 염두에 둔 것인가요?
정가영: 네, 그럼요. 박종환 배우의 눈빛을 보면 사람을 위험하게 만드는 눈빛이라고 느낄 때가 되게 많아요. 정말 귀한 눈빛이라고 생각하고, 보기 드문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 영화와도 잘 어울려서 너무 고맙죠. 슬우 감독님도 오늘 팩을 하고 오셨어요. 말씀 전해주세요.
진명현: 형슬우 감독님은 볼 때마다 인상이 매번 달라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서현우, 공민정 배우가 출연한 <병구>(2015)라는 독립단편영화를 연출하셔서 상도 받으신 전도유망한 감독님입니다. 형슬우 배우가 영화 속 코미디 요소를 담당하고 진혁이랑 가영은 굉장히 진지한 대화를 해요. 형슬우 배우는 그 사이에서 적확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캐릭터예요. 본업이 배우가 아닌 사람이 그 정도의 계산을 한다니 정말 감각이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 캐스팅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은 없으셨나요?
형슬우: 정가영 감독님이랑 얘기하는데 갑자기 “감독님 연기도 하세요?” 물으시길래 “뭐 안 시켜 줘서 안 하지 시켜주면 하죠.” 했더니 한 달 뒤에 진짜로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 대사가 엄청 많아서 숙지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거 같았지만, 한번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바로 하게 되었습니다.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은 형슬우 감독님을 뵙자마자 연기를 잘 할 거라는 감이 왔나요?
정가영: 네. 형슬우 감독님이 워낙 에너지 넘치시고 재미있으셔서 영화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느낌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좋았죠, 감사하고요.
진명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웃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잘 웃어지지 않는 거에요. 결말을 안 상태로 이 영화를 다시 보는데 희한하게 씁쓸하더라고요. 가영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솔직하게 마음을 다 표현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고, 마음이 다 전해진다고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세 분께서 관객 입장으로 어떤 느낌이셨는지 또 한 번 여쭤보고 싶어요.
형슬우: 저도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킥킥거리며 웃다가 마지막에 감독님이 써놓은 대사,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분명히.’라는 대사를 읽는데 처연해지는 감정을 받았거든요. 영찬도 가영처럼 쓸쓸하게 돌아갔을 거라 생각하니 어떻게 보면 둘은 거울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고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웃지만 끝나고 집에 갈 때 생각이 많이 나겠다 싶었습니다. 계절 상 개봉 시기도 좀 적절한 거 같습니다.
박종환: 제가 모르고 있는 제 모습들을 발견했던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저런 모습이라는 사실을 <밤치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극 중 인물이긴 해도 가영이라는 인물이 특별한 것 없는 진혁이 자체를 좋아해주는데 그게 또 저잖아요. 진혁이가 뭐라고, 뭐 이런 생각들이 들었던 거 같아요.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본인 영화를 보면서요.
정가영: 뭐...재미있다, 이런 생각들을 했었던 거 같고요.
진명현: 남의 영화 얘기하듯이 말씀하시네요.
정가영: 아직까지는 객관화가 잘 안돼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그렇게 밤을 쳤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 기억을 결국 영화로 찍었다는 게 참...
진명현: 다들 아시겠지만 정가영 감독은 고유의 개성이 강해서 이전 단편작들, 그리고 장편 데뷔작 <비치온더비치>(2016)에서도 정가영이라는 사람이 보여요. 그 비중과 비율도 크고요. <밤치기>에서도 각본 작업을 하셨는데 제일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진혁과 영찬의 이야기가 상당히 다른 톤이었다는 점이에요. 연출자,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이 두 남자 캐릭터를 만든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정가영: 진혁 역할은 박종환 배우를 생각하면서 쓴 거라서 특유의 분위기나 반응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썼던 거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썼던 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요. 사실 영찬 역할은 꼭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 둘 사이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 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가영의 다른 모습을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별로다 싶으면서도 또 귀여운 구석이 있는, 진혁이 나를 거절 했을 때 이 남자와 같이 있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의 편한 느낌, 그런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두 분 다 잘해 주셔서 즐거웠죠.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 다른 인터뷰를 보니 이제 연기를 안 하시겠다고 하시던데요.
정가영: 네, 맞아요. 다음부터는 장편에서는 안 하려고 해요. 장편은 촬영 회차가 훨씬 많잖아요. 제가 찍는 단편은 1, 2회차 정도거든요. 그 정도는 연출을 겸하면서 같이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장편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힘드니까 연출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진명현: 종환 배우님과 슬우 배우님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몸이 고된 연기는 아니었지만 두 인물 간에 호흡을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연기이기도 하잖아요. 대사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박종환: 촬영하기에 앞서 촬영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 같으니 대사를 어느 정도 암기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미리 얘기를 해주었고, 저도 이런 작업은 해본 적이 없어서 촬영 전에 만나서 두 번 정도 같이 연습해봤어요. 장면이나 대사를 일일이 상의하거나 손 본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암기를 잘 하고 있는지, 어떤 식의 연기를 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범위를 파악해나갔던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너무 차이 나면 안 되니까요. 촬영할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카메라 여러 대 세워놓고 삼사십분 쭉 촬영을 해야 하는데 중간에 대사를 까먹거나 호흡을 놓치고 헤매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는데, 정가영 감독이 집중이 틀어지면 거기서부터 다시 이어서 가면 되니까 편하게 촬영 하라고 말해줬어요. 막상 촬영할 때는 거의 끊긴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걱정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되었어요.
형슬우: 저는 종환 배우와는 다르게 카메라가 여러 대가 아니고 한 대여서 피할 수 없었거든요. 초반에 대사를 하다가 중간에...
정가영: 대사를 안 외우셨어요.
형슬우: 거짓말! 아니, 외우긴 했는데 정가영이라는 큰 산이 있어서 제가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긴장되고. 한 10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났어요. 쾌재를 불렀죠. 앞으로 배우들한테 정말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굉장히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슬우 배우님이 주먹을 쥔 다음에 가슴에 갖다 대는 것은 애드립이죠? 혹시 정가영 감독님의 애드립은 없었나요?
정가영: 거의 98%는 각본이 그대로 녹아있고 애드립이 별로 없는데, 슬우 감독님과의 키스신은 한 27테이크를 갔어요. 그건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볼 수가 없으니까요. 어쩌면 그게 거의 애드립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진명현: 그 장면에 대해 많은 질문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떤 의도의 장면인가요?
정가영: 상상이라고 의도를 한 건데 보시는 분에 따라서 실제라고 보시기도 해요. 저는 어느 정도 모호하게 열려있는 게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에 실제로 키스를 했다면 그날 밤은 계속 이 사람이랑 같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서는 상상이었기 때문에 진혁한테 간 거죠.
진명현: 영화에 대한 구애이기도 한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같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시나리오 조사와는 별개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통해서 저 남자와 내가 정말 잘 맞을지를 가늠해보기도 하고요. <봄날은 간다>(2001)로 둘이 통하다가도 기어이 <배틀로얄>(2000)을 꺼내오더라고요. 영화라는 요소가 주제에 가까울 정도로 쓰였어요.
정가영: 실제로 사람들 만날 때 영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인생영화가 뭐냐고 물어보고 그래요. 자연스럽게 이런 부분이 대본 작업할 때도 녹아들었던 거 같고요. 마지막에 내레이션 나오는 장면에서도 엎어진 영화 얘기를 해서 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의도했던 건 진혁이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날 밤을, 가영이라는 애를 떠올렸을 때 '그 때 걔가 이상한 얘기를 하나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회상하길 바라는 느낌이었어요.
진명현: 영화 속에서 인생영화로 꼽아주셨던 것들, <배틀로얄>과 <봄날은 간다>, <아는 여자>(2004) 등. 실제 배우님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인가요?
형슬우: 저는 일단 다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박종환: <아는 여자> 좋아하고요. <7급 공무원>(2009)은 아직 못 봤습니다.(웃음)
정가영: 저도 좋아하는 작품들이죠.
진명현: 갑자기 세 분의 인생영화가 궁금해요. 그 외에 작품 중에서 인생영화로 꼽을만한 영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가영: <러브레터>(1995)?
박종환: <오아시스>(2002) 좋아합니다.
형슬우: <박하사탕>(1999)?
정가영: 다 네 글자네요!
관객: 음악을 적재적소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어떤 식으로 고려하면서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글쎄요. 그냥 편집하다가 여기서는 어떤 분위기의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는지 생각하고, 예를 들면 발랄한 음악이 나오면 좋겠다, 혹은 쓸쓸한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요. 그래서 그냥 좋은 음악들을 골라 넣는 편인 거 같아요.
진명현: 듀크의 ‘스타리안’은 도대체 왜 들어갔나요? 목에 핏줄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인가요? 그 정도의 샤우팅을 필요로 하는 댄스곡을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잘 부르지 않잖아요.
정가영: 종환 배우 애창곡이에요. 저희가 실제로 리딩 끝나고 한 번 노래방에 가서 어떤 곡이 좋을지 골라봤는데, 제가 주문한 곡들보다 종환 배우의 애창곡인 ‘스타리안’을 부를 때 제일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그대로 썼습니다.
박종환: 그 노래가 나왔을 적에 좀 좋아했어요. 고음과 저음이 반복되는 노랜데요, 친구들하고 나눠서 부르다 보니 고음과 저음을 제가 다 혼자서 불러보고 싶더라고요. 그게 신나고 재미있게 느껴졌던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정가영 감독이 원했던 곡들이 몇 개 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타리안’을 불러보았는데 마침 좋아해주더라고요.
관객: 마지막 장면은 헤어지고 나서 가영이 방 안에 있는 장면인데, 저는 그 모습이 약속을 나가기 전에 준비하는 순간이라고 이해했거든요. 마무리를 그렇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맞아요. 그게 시나리오에서는 제일 첫 장면이었어요. 진혁을 만나러 가기 전에 준비하는 거요. 가영이 진혁에게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끝나버리면 영화가 좀 처절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서 그 첫 장면을 뒤에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발랄한 느낌이 들고 가영이가 기죽지 않고 잘 살 거 같더라고요. 발랄한 음악과 함께 그렇게 영화가 끝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진명현: 근데 그때 삽입된 파파야의 ‘사랑만들기’ 노래가사도 정말 처참하거든요. 노래 안 듣고 가사만 보면 되게 슬픈 가사예요. 가영이라는 인물의 엄청난 순애보,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구애를 본 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걸 보면서 저는 더 아프더라고요. 다시 한 번 보시면 마지막에 울 수도 있어요.(웃음) 감독님이 영향 받은 콘텐츠가 지금은 폐지된 ‘짝’이라는 프로그램이라면서요. '애정촌'까지 꼭 붙여서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그 안에서 좋아하는 마음들이 드러나고 엇갈리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측면에서는 <밤치기>라는 작품이 복고적인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주 순수하게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영화니까요. 조건 없이 솔직하게 인물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순도 높은 연애영화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감독님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정가영: 20대 때 저의 머릿속에는 반은 사랑, 반은 영화였던 거 같아요. 그 두 가지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고민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이렇게 들끓는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한정된 곳 안에서 사람이 서로 묶이다 보면 딴 생각 안하고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엇갈릴 때의 애달픔 같은 것이 그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같아요. 사실 로맨스라는 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되게 처참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 순간에 황홀경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보았을 때 <밤치기>처럼 실패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명현: 박종환 배우에게는 첫 번째 멜로 영화에요.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달달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좀 생기셨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박종환: 그런 생각은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이긴 하지만 가영을 대할 때 내가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이런 모습으로 반응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멜로영화를 할 때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깨달아서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진혁이 룸카페에서 길을 잃은 장면 있잖아요. 진혁이 결국 방을 어떻게 찾아 갔을지 궁금하고요. 또 형슬우 감독님에게 질문인데요, 아까 전 가영 감독님이 마지막 키스신을 상상으로 넣었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영찬에게 그 상황이 왔다면 영찬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
형슬우: 영찬은 그냥 직진하는 인물이잖아요. 가영과 운명적으로 맞춰보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바로 수긍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가영: 종환은 그냥 한 번 헤매다가 방을 바로 찾아갔다고 생각했어요. 술 마시던 중 화장실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내가 이상한 소리한 거 아닌가.' 그런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관객: 형슬우 감독님한테 질문 드릴게요. 정가영 감독님을 다음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다는 기사를 봤는데, 어떤 역할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형슬우: 장편영화 컨셉을 몇 개 짜두었는데요, 그 중에 어떤 한심한 오빠와 그 오빠한테 자꾸 까부는 역할이 있어요. 그 역할 이미지에 자꾸 정가영 감독님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정가영 감독님한테 맡기면 재밌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2030년쯤에 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관객: 영화를 보면서 대사가 굉장히 긴데 리듬감이 있다고 느꼈어요. 시나리오를 쓰실 때부터 애초에 대사에 리듬감을 고려하신 건지, 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에 주고받다가 생겨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말씀해 주신 것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들어갔던 거 같아요. 한정된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루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편집하면서도 배우들의 표정이 더 잘 살아있고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부분들을 모으다 보니 리듬감이 담긴 장면들이 나온 거 같아요.
박종환: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저도 배우로서 장면을 잘해보고 싶어서 간혹 대사를 바꾸는데, 그러면 리듬감이 깨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밤치기> 작업하면서는 대사나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게 하나도 없었어요.
진명현: 종환 배우님은 고도로 계산된, 분석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거든요. 클래식한 타입이고 불안한 부분이 없는 배우에요. 근데 정가영 감독님의 연기 톤이 정말 특이하거든요. 상대를 계속 긴장하게 만드는, 문장을 끊어내는 타이밍도 일반적이지 않아요. 이 영화는 정가영이 계속 던지는 공을 박종환이 어떻게 받아내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요. 다른 영화에서 이런 조합을 찾는다면 <아는 여자>에서 이나영과 정재영일 것 같아요. 이나영 배우가 특이하게 던지면 정재영 배우가 안정적으로 받는, 투수와 포수와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형슬우 배우님은 정가영 감독님 같은 과인데, 박종환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 있어서 조합이 재미있습니다. 그게 적은 인물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인물이 적은, 남녀의 대사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비포 시리즈’처럼 관객들한테 풍부한 감성을 주잖아요. 근데 <밤치기>는 의도적으로 인물들의 얼굴 외에는 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요. 공간의 낭만성이라든지 판타지는 거의 없어요. 사실 룸카페 같은 데 가서 연애하고 싶지는 않잖아요. 연애에 대한 낭만이 대사에는 많은데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정가영: 의도하고 배제한 건 아닌데 그 순간에 그렇게 나온 거 같아요. 룸카페 장면도 일반 술집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장소 헌팅을 하다 보니 저 곳이 됐어요. 저는 그냥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라서요.
진명현: 앞으로의 작업에서 정가영 감독님 작품 속 인물과 공간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될지 여쭤보고 싶어요. 계속 인물들의 비율이 큰 작품을 작업하실 건가요?
정가영: 세 번째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 비하면 공간이 변화하는 재미가 더해질 거 같아요.
관객: 정가영 감독님 작품 볼 때 마다 항상 영화 안에 가영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속 가영과 실제 가영이 비슷한 사람일지 궁금증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제목을 ‘밤치기’로 지은 이유와 과정도 궁금합니다.
정가영: 제목은 제가 지어낸 거예요. 힘차게 점프해서 밤하늘을 치는 것처럼, 힘겹게, 힘차게 밤의 구애를 끝까지 가본다는 느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날을 회상했을 때 ‘아, 그날 내가 밤을 쳤었지’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게끔. 무엇보다 ‘밤치기’라는 단어가 예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가영은 매력이 있어요.(웃음) 어떻게 생각하세요?
형슬우: 실제로 매력이 차고 넘칩니다. 감독님 최고에요!(웃음)
박종환: 실제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다른 부분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저도 지금 알아가는 중이라서. 근데, 네, 최고예요.(웃음)
진명현: 기계적인 두 분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웃음) 오늘 금요일 밤 늦은 시간 까지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인사 나누면서 자리를 마무리 하도록 할게요.
형슬우: 금요일 밤에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즐겁게 얘기 나누었으니 밤에 잠자리에 누워있으면 <밤치기> 생각이 날 겁니다. 내일 아침에도 생각 날 거고 다음날도 생각 날 거고요. 좋은 이야기 널리널리 퍼트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종환: 끝까지 자리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영화 재미있게 보셨다면 긍정적인 입소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살펴 돌아가세요.
정가영: 아무래도 개봉 첫 주다 보니 입소문이 절실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해시태그 많이 해주시고요, 오늘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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