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앉아 부르는 노래
SIDOF 발견과 주목 [도시 (재)개발의 기억들, <당신>, <일>, <표류인>의 경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0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건희, 박수현, 백고운 감독
진행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인디다큐페스티발(SIDOF) 정기상영회인 ‘SIDOF 발견과 주목’ [도시 (재)개발의 기억들, <당산>, <일>, <표류인>의 경우]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표류인>의 백고은 감독, <일>의 박수현 감독, <당산>의 김건희 감독이 참석했으며,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이도훈 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이도훈 진행(이하 이도훈) : 10월 상영에서는 도시를 키워드로 한 세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영화들의 공통점을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표면적으로 이 세편의 작품은 모두 도시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리적 장소와 위치는 제각각 다르지만 도시에 대한 사유, 혹은 도시에 대한 기억과 역사,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문제점들을 짚어볼 수 있기에, 편의적으로 도시와 관련된 작품 세편을 묶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방법론적인 부분입니다. 도시가 양피지처럼 과거의 흔적들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캐내기 위해서 어떤 영화적 방법론을 활용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세 작품에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다큐적인 접근법으로 보자면 몽타주에 기초한 방법을 써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다양한 모습들을 표출해냈다는 점에서 특이한데, 뿐만 아니라 자막, 내레이션, 인터뷰,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을 쓰면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긴장을 발생시킨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세편 모두 단순히 다큐멘터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에세이적인 영화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까지는 형식적인 지점들이고, 세 번째 공통점은 어떤 불안, 공포, 두려움, 떨림. 이런 감정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자리에서 왜 최근에 유독 도시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은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 있었는데. 선뜻 대답은 못했지만 에둘러 모두에게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많은 것 같으며 그걸 감독들이 영화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 조금 더 이 생각을 정리했는데요, 이 세편을 모아보면서 용어적으로 다듬어보자면 ‘능동적 허무주의’라고 일컬을만한 태도가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울 바네겜이라고 하는 상황주의자가 자신의 소극적 허무주의와 반대된다는 의미에서 능동적 허무주의라는 용어를 쓴 바가 있었어요. 이 영화들은 단순히 감정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 내에서 각자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이러한 실천들이 ‘과도기적인 상태에 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조금 웅크리고 다음 도약을 준비한다는 뜻으로, 어쩌면 이것이 더 큰 정치적인 혁명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먼저 각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물어보겠습니니다. <표류인>의 백고은 감독님은 서울 서촌을 배경으로 삼아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셨습니다. 왜 서촌을 영화의 소재로 삼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고운 감독(이하 백고운): 이 작품은 제가 처음 만든 다큐이고요. 당시 굉장히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어요. 저는 영화에 첫 부분에 나왔던, 오두막이라고 한 서촌의 작은 집에서 5년 정도 살고 있었는데 주변 상권이 많이 활성화가 되면서 저도 재계약을 통해 집값을 올려야했어요. 사회적으로는 박근혜퇴진 촛불집회가 있고, 내가 사는 곳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라는 생각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어요. 나와는 다르게 사회는 힘차게 굴러가는 중이고, 거기서 오는 괴리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내 무기력한 상태를 풀어내자는 생각이 있어서 다큐수업을 들었고, 수료작을 만들어야하니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 상황을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도훈 : 이 영화의 힘 중에 하나는 내레이션과 자막인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반지의 제왕』의 내용이거든요. 어떤 사연으로 영화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캐릭터 때문인지 갖고 있는 독특한 내러티브 때문인지요?
백고운 :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흐름이 매끄럽지는 않아요. 애초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또렷하지는 않았어요. 촬영 이후 편집을 고심하다보니 제가 한 가지 괘를 잡지 않은 채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때 우연히 책상 위에 얼마 전 읽었던 『반지의 제왕』이 있었어요. ‘내가 무기력에 빠져 내 이야기를 안 쓰고 있다’는 것이 제가 이 다큐를 만든 가장 큰 이유니까요. 이야기라는 것을 어떻게 진행시키면 좋을까 생각해보았어요.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반지의 제왕이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영화와 맞물리게 되면 나의 상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연적이고 얄팍한 의도였습니다.
이도훈 : 『반지의 제왕』은 우연적으로 들어갔지만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박수현 감독님, <일>을 보면 화면에 나오는 장소들이 어떤 곳인지 정보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어디서, 어떻게 영화가 시작된 것인가요?
박수현 감독(이하 박수현) : 총 세 곳의 장소가 등장합니다. 상도 4동이 초록색 화면이 나타나는 곳이고요. 명도집행 현장은 옥바라지 골목이었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곳은 한강대교입니다. 저도 다큐멘터리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끝나고 6개월 동안 더 촬영을 하고 편집과정을 거쳤어요. 김숨의 『뿌리이야기』라는 소설을 보면 두 가지 종류의 나무가 있다고 해요. 하나는 뿌리가 얕고 넓게, 또 하나는 깊고 좁게 퍼지는. 저는 후자의 나무인거죠. 제가 부산에 살았는데, 부산에서는 한 번도 이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재개발이 낯선 주제였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서 여기저기 전전하다보니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제가 오래 살았던 고향의 집이 없어지고, 새로 이사 간 곳에서도 타워팰리스가 생긴다고 동네가 다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부모님이 저항을 못하고 나오셔야했어요. 그래서 재개발이라는 주제를 마음에 품고 있던 중 우연히 영화에 나오는 친구를 만나게 됐고, 또 집에 가서 책장을 봤더니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기에 읽었거든요. 아빠 책이라서 1970년대에 나온 1판 6쇄본 정도의, 세로쓰기로 적힌 낡은 책이었는데 거기에도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재개발 이야기가 있었어요. 재개발 이야기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하지만, 지겨운 이야기더라도 지겨운 만큼 지겹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도훈 : 말씀하신 것처럼 독립다큐 진영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재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었고, 시대적인 공명과 상황에 따라 필연적으로 반복된 안타까운 상황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소재와 주제를 다르게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내부자인 용역 측인데, 시선 자체는 외부자가 나타나면서 두 가지가 긴장을 주고 충돌하기도 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목소리로 출연하신 분을 만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수현 : 원래는 제가 밀려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각에서 밀려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녹번동에 1950년대부터 있었던 절만 남겨두고 나머지가 다 밀린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걸 찍으려 했는데 부산에 갔다 올라왔더니 모든 게 없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망연자실하던 차에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 했더니, 자기 친구 중에 술만 마시면 용역알바를 했던 경험을 얘기해서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다, 한번 만나봐라, 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이도훈 : 우연이 만들어준 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만남이네요. 다음으로 <당산>의 김건희 감독님은 사적인 기억으로 시작해서 공적인 기억을 씨줄 날줄로 엮는 식의 작업을 하셨습니다. 대략 1910-20년대부터 현재까지 당산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는지요?
김건희 :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이 됐지만 당산을 떠나 온지 6년 됐는데요. 계속 당산동이 그리웠고, 그리움의 근원이 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에 다시 가보니 그리움보다 불안의 정서가 더 많더라고요. 제 기억 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았던 건 공장들이었거든요. 공장들이 주는 정서가 굉장히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우후죽순 생겨난 이질적인 공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왔던 걸까 생각해보게 되고, 당산동 역사를 찾아보다가 작업으로 연결이 됐습니다.
이도훈 : 주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김건희 : 취향이 큰 것 같고요. 기록들을 찾아보는 일들을 좋아해요. 기록사진들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말하려는 것과 정서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관객 : 도시에 관심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산>의 김건희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영화 안에서 흑백의 이미지들을 컬러와 함께 섞어서 쓴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건희 : 컬러와 흑백을 섞어서 쓴 이유는 과거나 현재의 구분도 있지만, 일단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 같은 이미지는 흑백으로 처리를 했어요. 큰 의도는 아니었고 작업 처음부터 현재 당산의 공간에서 이질적이거나 사용되지 않는 장소들은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푸티지들은 원본이 흑백입니다.
이도훈 : 색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백고은 감독님의 <표류인>에서도 흑백이 교차상영되고 있습니다. <당산>의 경우에는 장롱이 새로운 곳으로 들어가는 통로이고, <표류인>의 경우에는 자막, 내래이션, 카메라를 마주보는 시선 등에 의해서 톤과 분위기가 계속 바뀌는데 흑과 백을 선택하고 배열하신 기준이 있다면?
백고운 : 흑백 부분이 앞과 뒷부분에 나오고 중간은 컬러로 진행을 하는데, 앞뒤에서의 흑백 장면들과 나레이션은 제가 성찰을 해나가는 과정을 담으려는 의도였어요. 컬러 부분은 이제 이야기 책이 펼쳐진 거죠. 성찰 뒤에 이야기 진행을 시켜나가는 과정, 서사구조를 드러내고 싶은 부분은 컬러로 진행했어요.
관객 : <당산>에 대한 질문입니다. 당산에 대한 연대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처음에 당산 은행나무부터 시작해서 한국전쟁 시기 포탄까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담으셔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독님께서 당산에서 생활하셨던 90년대-00년대 초반의 다른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도훈 : 저도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이 영화가 산업화 이전의 당산에 대해 초점을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의 70~90년대의 여러 모습이 있었을 텐데 만약 작업 과정에서 더 넣고 싶던 것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건희 : 70,8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공장이 도심 밖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지금은 공장이 한두 군데에만 남고 나머지는 아파트나 상가로 재개발이 됐어요. 제가 담고 싶었던 남아있는 몇몇 공장들도 지금은 다 팔렸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부지처럼 오래 버려져 있었어요. 서울이 부동산 투기로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부지가 버려져 있는지 궁금해서 추적을 하긴 했었어요. 그러나 별다른 이유를 찾지는 못해서 에피소드로 넣지는 못했어요.
관객 : <일>의 박수현 감독님께 질문입니다. 공사 현장 내부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해야할까요?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카메라 안에 담겨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어떤 계기와 의도에서 담게 되셨고, 연출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기를 바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수현 : 제가 밤에 앉아있는 장면 말씀하시는 거죠?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화가 2년 전에 만들어진 건데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그 시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인터뷰 작업에 굉장히 열중했어요.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했는데. 와 닿은 이야기중 하나가 ‘집이 부서져도 (살던 사람들이) 계속 들어간다.’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게, 윤리적으로 내가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게 이상하지만 옳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하려고 간 게 아니고 거기에 ‘있어보려고’ 갔어요.
첫 번째 날에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가보니 영화 속 증언과 딱 맞아 떨어지는 큰 구멍이 있었고. 구멍 안으로 들여다보니 이 친구가 들여다 본 것 같고, 그 외부적인 시선이 카메라의 시선과 겹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는 이걸 겪어보려고 그곳에 들어가지만 침투하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이기 때문에 그게 카메라의 행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들어가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보다는. 거기에 누구라도 앉아있음으로 인해서 실제로 사람이 앉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밖에 못했던 것 같아요. 누굴 데려다가 거기 좀 주무셔보세요 할 수 도 없고. 정말 추운 날들이었고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입니다.
이도훈 : 재개발에 접근하는 방식이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겠죠. 왜 일어났는지 원리와 구조를 보여줄 수도 있고 실제 재개발이 일어나는 곳에 가서 갈등과 충돌을 보여 줄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를 피해서 재개발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퍼포먼스와 밤 촬영을 선택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낮과 밤 장면 촬영 방식이 다른데, 밤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낮에는 멀리서 찍는 방식인데 당시의 직관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인지요?
박수현 : 제가 이 영화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면서 장소를 세 곳 선정했는데, 오랫동안 찍으면서 수없이 많은 명도집행들을 보아왔어요. 그중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분리가 되는 장소를 골랐어요. 옥바라지가 명도 되던 당시에 안에서 찍은 걸 영화로 만든 분들도 계세요. 저는 밤이든 낮이든 어디가 어딘지 못 알아보게 만들었는데, 그게 저한텐 중요했어요. 개인들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개인으로 거부한다고 해서 재개발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멀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목소리 인터뷰를 하면서 약속했던 것 중 하나가 개인성을 지워달라는 것이었어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인 것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셨는데, 낮 촬영도 마찬가지로 ‘개인’들이 ‘개인’들이 아닌 게 중요했기 때문에 모자이크 보다는 아예 화면을 뭉개는 방식을 택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그렇게밖에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제가 잘 못 찍어요. 현장에서 채집하는 행위를 잘 못해서, 제 양심이랄까, 마음에 가닿는 정도밖에 못해서 그랬습니다.
관객 : <당산>을 만들면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해소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건희 : 명확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나를 둘러싼 요소들이 나의 불안에 영향을 미쳤구나, 이걸 알게 되었어요. 그게 영화를 만들면서 얻은 것이에요. 당산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당산철교를 넣은 것이지만 불안이 해소된 것 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이도훈 : 끝으로 감독님들 앞으로의 계획과 못다 한 말 듣고 마치겠습니다.
백고운 : 항상 다큐를 찍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관심이 가는 것은 을지로와 세운상가에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박수현 : 다음 작업은 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뭔가를 찍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건희 : 공동 작업을 한 게 있어요. IMF이후 청년들의 이야기이고, 그 시간을 동시에 겪었던 태국 청년과 한국 청년을 엮어서 만든 작업이에요. 그리고 이제 또 다큐작업을 시작하는데 더 이상 제 이야기는 안 할 거고요. 영등포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서 영등포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함께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담을 것 같습니다.
이도훈 : 이 세분의 작업 방향과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분이 말씀하실 때 ‘찍다, 본다, 시선을 나눈다.’ 등 교감한다는 뜻에서 쓰신 말들이 많았는데요, 영화적 경험의 근본적 부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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