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즉흥의 연장선, 쓸쓸함을 채워준 따뜻한 만남 <춘천, 춘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9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장우진 감독 | 배우 이세랑, 양흥주, 우지현, 이상희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다수의 영화제를 거쳐온 봄내필름의 작품 <춘천, 춘천>이 3년 간의 기다림 끝에 9월 26일 개봉하였다. 개봉 후 첫 관객과의 대화인 만큼, 26일 인디스페이스에는 감독과 배우,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이 자리하였다. 러닝타임과 맞먹는 시간 동안 진행된 인디토크는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영화를 보며 느낀 헛헛한 마음을 다독이며 첫눈이 오는 마지막 상영까지의 여정을 응원하였다. 장우진 감독과 배우 이세랑, 양흥주, 우지현, 이상희가 참석하고,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오늘이 공식적인 첫 GV인데, 자리를 빛내주신 관객분들 감사합니다. <춘천, 춘천>은 서울 지역에서는 인디스페이스 단관에서 상영하고요, 상영은 첫눈이 올 때까지 계속됩니다. 매일 예보를 확인하다가 첫눈이 예고된 밤 9시경 마지막 상영을 특별편성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는 낭만적이고 위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장기상영은 관객이 많이 들어서 한 주씩 연장하는 방식이지, 이렇게 대놓고 못 박아놓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관객분들의 많은 응원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최소한의 비용이 없어서 개봉을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보니 역시나 굉장히 좋은 작품이고 정말 뿌듯합니다. 근데 돈이 없어서 크레딧도 다시 못 넣었어요. 배급사 크레딧이 없는 상태로 개봉을 하게 되었네요.(웃음)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이세랑 배우님과 양흥주 배우님, 그리고 우지현 배우님은 사실상 주연으로 첫 작품이거든요. 감독님도 세 편의 작품을 연출하셨지만 개봉작은 처음인데요, 네 분의 떨리는 소감과 이상희 배우님의 여유로운 소감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웃음)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저는 영화에 정말 잠깐 나와서 이 자리에 서기가 조금 민망하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처음에 완성된 영화 보고 너무 놀라웠거든요. 이런 형태의 영화를 이제껏 본 적이 없었고, 영화에 떠도는 정서가 저와 맞닿아서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개봉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진행: 이상희 배우님은 이 작품에서 분량이 굉장히 적지만 다음 작품을 함께 하면서 점점 역할이 커진다고 들었거든요. 곧 인디스페이스에서 <새출발>(2014)과 <겨울밤에>(2018)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오늘 티켓을 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주연작 개봉이 처음이라서 실감이 잘 나지 않았어요. 오늘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저는 항상 제 영화를 볼 때 많이 긴장을 하는데, 관객분들께서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마음을 놓고 감상할 수 있었어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느끼셨던 그대로 남겨주시면 열심히 찾아서 읽어보고 다음 작업에 대한 어떤 힌트, 아니면 이 작업에 대한 반성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양흥주 배우(이하 양흥주): 반갑습니다. 올 여름 보내느라 여러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여름의 느낌은 많이 지워졌죠? 이렇게 쌀쌀해질 때쯤 이 영화를 찍었거든요. 저는 매해 이 맘 때쯤 되면 이 영화가 생각이 나요. 어떻게 찍었고,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떻게 이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왔는지. 이렇게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가슴 벅차고요, 싸늘해질 때쯤 되면 저희 영화 <춘천, 춘천>을 생각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이세랑 배우(이하 이세랑):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3년 전에 이 영화를 찍을 때도 정말 행복했는데, 개봉하게 되니까 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고 감동스럽습니다. 쓸쓸한 계절에 대한 영화지만, 보고 나면 깊은 여운도 있고 춘천에 대한 추억도 새록새록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영화니까요, 많이 입소문도 내주시고 SNS에도 많이 홍보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독립영화 살려주세요.(웃음)
장우진 감독(이하 장우진):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저희 살려주세요.(웃음) 배급사에 정말 죄송스럽고, 앞으로 크레딧에 돈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딱 3년 되었어요. 인디스페이스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어렵게 지켜낸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저희 영화를 첫눈이 올 때까지 길게 상영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 계신 여러분들이 힘이 되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 많은 평론가분들이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오늘 ‘씨네21’에 실린 단평을 보니 김혜리 기자님이 영광스럽게도 지아장커와 홍상수, 차이밍량을 언급하며 <춘천, 춘천>의 평을 쓰셨더라고요. 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그 감독들의 색채도 발견하셨을 거예요. 동시에 장우진이라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개성도 발견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 다시 보면서 <춘천, 춘천>이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어요. 자연광으로만 찍어서 조명담당이 따로 없고, 촬영은 장우진 감독님이 직접 하셨어요. 촬영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데 이 정도의 영상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연출자가 자기 작품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또 대본이 없는 작품인 걸로 알고 있어요. 배우님들이 각자 연기 연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기와 연출이라는 영화를 구성하는 큰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뚜렷하게 제시하는 작품이에요. 이 영화에서 간헐적으로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은 빛과 소리를 완전히 통제하거나 완전히 열어두는 형식적인 부분이거든요. 박종성 씨와의 통화 장면, 아니면 식당에서 해가 들이치는 장면은 거의 10분이 되는 롱테이크로 현장의 공기를 그대로 영화에 넣어버렸어요. 보통의 영화에서 뺄 것들을 그대로 둔 채 영화적인 색깔들을 긴장감 있게 가지고 가는데, 이건 감독이 정말 야무지거나 아니면 그 반대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특이한 구성이었어요.
장우진: 저를 포함해서 스태프는 총 3명이었고, 가장 많을 때가 5명 정도였어요. 저희의 마음은 무거웠지만 몸이 가벼웠죠. 그래서 우연들을,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즉흥성에 의존하기로 하고 배우분들에게도 공지를 했어요. 환경에 의존하고 이를 받아들여서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 낼 것인가, 어떤 것을 포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고요. 영화에 나오는 사마귀는 양흥주 배우님이 찾아낸 것이고, 어린 사마귀를 보는 지현은 영화에서는 먼저 나오지만 사실 두 분의 촬영 후에 찍었거든요. 앞서 사마귀를 찍지 않았다면 청평사에서도 사마귀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예요. 평소라면 관심을 두지 않았겠지만 앞서 찍은 장면으로 인해 즉흥적으로 지현 배우에게 제안했고 어린 사마귀를 보는 장면을 찍었어요. 그런 유연한 순간들이 우연이 필연이 되었던 과정인 것 같아요. 모네의 그림 같은, 인상주의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웃음) 그날의 분위기나 무드를 최대한 담아오고, 연기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진행: 이 영화를 보면 힘을 준 대사가 없어요. 키포인트라 할 수 있는 대사들이 별로 떠오르지는 않거든요. 대사 한 줄 보다는 대화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는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없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자기에게 카메라가 오면 완벽하게 그 장면을 짊어지고 가야 되거든요.
우지현: 사람이 적은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그게 연기와 풍경을 담아낸 장면들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등을 지고 소양강 댐을 바라보는 장면은 안개가 낄 때까지 며칠을 기다렸어요. 아침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안개주의보가 뜨면 가는 건데, 인원이 적다 보니 촬영회차가 늘어나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고 체류비가 많이 들지 않았어요. 연기를 할 때도 굉장히 긴 대사를 해야 되면 오늘 못 찍을 것 같으면 못 찍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줬어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고,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느끼고 이곳에서 무엇을 할 지 생각을 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하니 네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다릴 수 있다, 무엇인가 불편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이 장면을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 라는 안정을 주신 거죠. 그게 다른 작업과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런 부분이 연기를 할 때 묻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또 공간을 많이 훼손하지 않고 촬영을 한 게 저한테 많은 안정감을 줬어요. 선배님들께서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그 자리에서 실제로 식사를 하신 거거든요. 미술팀이 세팅을 한 게 아니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바꾸기를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다른 영화작업들이 공간을 나쁘게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물건이나 공간을 존중하면서 작업한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공간에 애정을 쏟은 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양흥주: 장면 속 대사를 만들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많은 생각을 했는데, 촬영하면서 걱정을 많이 덜 수 있었어요. <춘천, 춘천>을 찍으며 이세랑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그러다 보니 극 중 인물들처럼 촬영 전에 문자로 이야기를 했어요. 첫 만남 자체가 영화 같았고 저희 둘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감독이 최대한 순서대로 이끌어갔기 때문에 저희도 극 중에 나오는 두 남녀의 흐름을 따라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장면이 되었을 때, 밥을 먹고 술을 마실 때 할 이야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세랑: 중간에 감기에 심하게 걸렸어요. 촬영하는 게 너무 즐거웠지만 계속 돌아다니면서 찍다 보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갔거든요. 다른 영화 같았으면 정말 큰일이니까 고민이 되었을 텐데, 장우진 감독님이 그 상태 그대로 찍자고 했어요. ‘그 인물이 잠을 제대로 잤겠느냐, 분명히 잠을 설쳤으며 그렇다면 감기 기운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제가 실제로 먹었던 감기약도 그대로 사용했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장면들도 있었어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몸 상태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건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의 주제가 뚜렷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했어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곤혹스러운 부분도 영화로 흡수시킬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기뻤고, 그래서 몸도 더 빨리 나을 수 있더라고요. 안 그랬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새삼 이렇게 영화를 찍을 수도 있구나 싶어서 기쁘고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관객: 배우들의 실제 이름과 극중 이름을 동일하게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현의 대사가 많이 없어서 전체적인 풍경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사를 줄이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우진: 일단 배우님의 실명을 극 중 역할과 동일하게 쓴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극영화이기는 하지만 다큐적인 접근을 해보자는 의도였고, 또 편하기도 했고요. 사실 이런 촬영방식이 저도 처음이고 배우분들도 처음인데, 극 중 역할을 설정해버리면 서로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편의상 실제 이름을 썼어요. 그리고 대화가 굉장히 길게 이어지는 몇몇 장면이 있잖아요? 김장 장면이나 통화 장면, 청평사 식사 장면이요. 그 외의 장면들은 내면의 풍경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지현의 파트는 푸른빛의 멜랑콜리한 느낌이었죠. 그리고 촬영 자체를 중년 커플을 먼저 찍고 지현을 찍었기 때문에 더 쌀쌀하고 안개가 많이 끼는 시기였고 단풍이 다 떨어져있었어요. 반대로 중년 커플은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시기에 찍으면서 햇빛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어요. 내면의 정서를 대사나 스토리 말고 회화적으로 풍경을 통해 보여주자는 전략으로 찍었습니다.
관객: 지현 부분의 엔딩을 보면, 유람선에서 노크를 하는데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그 전에 이상희 배우님이 노크를 할 때는 문을 열어줬는데, 지현은 노크를 하고 손을 격하게 흔들었는데도 아무도 열어주지 않았어요. 그게 마치 취업을 실패한,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느낌을 받았는데 엔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장우진: 의미를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사이더가 되지 못하는,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면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양한 해석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2부의 엔딩을 보면 결국 두 사람도 화장실에서도 혼자가 돼요. 지현이도 결국은 혼자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관객: 단순한 질문인데요, 중년 커플이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이게 여기 왜 있지?’라는 말을 하는데 무엇을 본 건지 궁금합니다.
양흥주: 침대 바로 옆에 스파 욕조가 있었어요. 보통 화장실에 들어가면 욕조가 있어야 하는데, 들어가자마자 침대 옆에 욕조가 있는 거예요. 그런 걸 정말 처음 봐서 ‘이게 여기 왜 있지?’라는 말을 했어요. 그 대사가 어떤 낯섦을 표현해서 그대로 살렸던 거고요.
장우진: 조금 보태자면, 낯선 여인과 약간의 두근거림을 안고 모텔을 가서 방을 열었는데, 침대 옆에 욕조가 있으니까 마치 그게 깊이 숨겨져 있던 마음을 들키는 것처럼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진행: 수많은 우연과 즉흥이 영화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정말로 마라톤 행사 때문에 방이 없어서 계획과 다르게 비싼 숙소를 잡아버린 거잖아요? 실제로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장우진: 세랑 님께서 숙소로 쓰셨습니다.
관객: 1부는 제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고, 2부는 저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2부를 보면서 ‘우리 엄마, 아빠가 저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위로도 받았는데요, 2부로 나누어 작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우분들도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장우진: 2014년도 추석 일주일 전 즈음에 고향인 춘천을 가는데, 기차 예매를 못해서 ITX 자유석을 타게 됐어요. 자유석은 딱 3자리였고 제가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청량리에서 중년 커플 두 명이 등산복을 입고 타셨어요. 제 양 옆에 앉으셔서는 카카오톡을 주고 받으시더라고요. 제가 일어나서 "두 분 같이 앉으세요." 했죠.(웃음) 두 분께서 같이 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는데 방해가 될 까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척하면서 춘천에서 찍고 싶은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때 굉장히 친했다가 공무원 준비한다고 연락이 오랫동안 끊겼던 친구가 생각이 났어요. 명절 되면 오랜만에 고향친구를 보잖아요. ‘올해는 얘를 볼 수 있을까? 얘는 뭐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춘천에서 벗어나고 싶은, 상경을 꿈꾸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나의 옆에 앉은 분들과는 묘하게 반대 상황이더라고요. 이분들은 춘천에 대해 저와는 다른 추억을 갖고 있는 거죠.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청춘, 연애 감정을 담은 공간으로요. 한 분은 의사였는데 엄청 자상하셨어요.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와서 커피를 직접 내려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걸 보면서 어떤 시기의 연애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조금 슬프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 후에 이들이 어떻게 헤어질지, 이후에 쓸쓸한 감정은 어떻게 할 지 상상하다가 시작된 이야기예요.
이세랑: 촬영 시작 전에 감독님을 몇 번 만나서 이 여자가 살아왔던 세월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충분히 토론을 했거든요. 평범한 여자였을 것이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오고 잠깐의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해서 주부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아이들도 이제 다 커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춘천에 남아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렇게 전사를 쭉 만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 들어갔을 때는 오히려 편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설렜지만 결국 현실은 쓸쓸하고 공허하고, 그래서 둘째 날 밤에 세랑이 울게 되거든요. 헤어지는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혼자 남게 되죠. 흥미로운 게, 부산국제영화제 때 이 영화를 보신 제 또래의 관객분들은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독일 관객분은 ‘둘이 무엇을 했다고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의 정서와 다른 곳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양흥주: 촬영 당시에 간통죄 위헌 판결이 나면서 유명한 불륜 주선 사이트가 확 유명해졌어요. 장우진 감독이 참고를 위해 실제로 사이트에 접속해서 소개글을 몇 개 읽었는데, 정말로 노골적인 글도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한 소년이 모르는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써놨더라고요. 가족을 이루고 직장도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중년이 어릴 적 두근거림을 찾겠다고 모르는 여인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우지현: 이 이야기는 정해진 대사 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톤을 잡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은 없었는데요, 그래도 제일 조심했던 부분은 통일감이었어요. 셋이 기차에 있는 장면을 먼저 찍고, 그 다음 1부 앞부분을 찍고, 2부를 찍은 뒤에 남은 1부를 찍었어요. 스타일은 통일되어 있지만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를 통일시키기 위해 고민했고 조심했던 것 같아요. 청년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중년의 이야기와 한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었습니다.
진행: 세랑 배우님과 흥주 배우님은 두 분이 서로 리액션을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한데, 지현 배우님은 여러 사람과 얽히지만 피드백이 없는 연기를 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상희 배우님은 장우진 감독님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셔서 다음 작품에도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를 준 걸로 알고 있어요.
이상희: 아이디어는 안 줬어요. 그냥 다음 작품에도 저를 꼭 쓰라고.(웃음) 이런 영화를 한국에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다큐인 것 같기도 하고 극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와중에 이야기하는 바는 확립되어 있으니까요. 저는 영화에 아주 잠깐 나왔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아서 춘천에 일주일 동안 함께 있었어요. 같이 다니면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작업하는 방식도 너무 인상적이었고 이런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극장에서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라톤 장면에서 감동이 확 왔거든요. 부유하던 감정이 그 순간 저를 확 덮치더라고요. 그런데 이성적으로 왜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게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아마 여러분들도 어떤 장면에서 저랑 비슷한, 혹은 자기만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동시에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는 설명하지 못 할 것 같아요.
진행: 마라톤 장면은 사운드를 완전히 차단한 장면이에요. 다른 장면에서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허용하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하셨나요?
장우진: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잖아요? 그 때에는 이미지에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또 이들의 상황과 잘 맞물렸어요. ‘큰 맘 먹고 춘천 왔는데, 웬걸 3만명이 여기 와있네?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이런 당혹스러움, 그리고 출발점과 도착점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여 표현하고 싶었어요.
진행: 또 괴이한 장면이 하나 더 있어요. 오뎅 아저씨 장면이요.(웃음) 오뎅 아저씨는 크레딧에도 나오는 걸 보면 배우의 연기인데요, 부연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장우진: 그 분은 저랑 실제로 친구에요.(웃음) 친한 친구인데 그 친구의 약 10년전 모습을 재연해보았습니다. 세 번 만에 오케이가 난 장면이에요.
진행: 세랑 배우님께 오뎅 아저씨가 있다면, 지현 배우님께는 김장 할머니가 계시잖아요?
우지현: 춘천에 연기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으셨어요.(웃음) 특히 사과 깎는 사장님과 김장 할머니. 저와 통화를 했던 친구는 실제 감독님의 친구분이고요. 노래도 그 분이 만드신 노래고 음원도 있어요. 싱어송라이터 모성민 님의 ‘해와 바다’입니다. 김장 장면은 보시다 보면 김장을 거의 다 마무리하고 치울 때거든요. 이 영화 찍으면서 장우진 감독님과 제가 처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건 안 될 것 같다고요. 영화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거의 시장통이었어요. 그날 이 모습을 촬영하러 온 방송국이 한 세 군데 정도 됐거든요. 앞에서 다들 노래를 부르시기도 하셨고요. 김장하시던 분들도 슬슬 끝나가니까 말씀이 없어지고 제 역할이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성격도 아니라서 그냥 한마디 던졌어요. “제가 취직이 너무 안 되어 가지고…” 하면 “거 취직 안 되면 안 돼! 그런데 말이야 이거 너무 짜다.” 이런 식으로 다른 이야기하시고.(웃음) 같은 이야기로 어느 정도 흘러가야 하는데 도저히 잘 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가 사실 그냥 사진을 찍는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사과 깎는 어머님께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대사를 하면 같은 말로 대답하시기 시작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분이 우리가 영화를 찍고 연기를 한다는 것을 눈치를 챘구나 싶었어요.(웃음) 그 뒤로 사과 깎는 어머님이 적당히 제재를 하시면서 대화의 틈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거 보셨어요? 정말 명연기였어요. 조그마한 플라스틱 의자를 발로 차면서 화면 안으로 들어오셨다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그 타이밍. 이야기가 산으로 빠진다 싶으면 들어와서 도와주셨어요.
진행: 양흥주 배우님께서는 이세랑 배우님의 옆자리에 쓱 앉는 장면이 있었죠. 사마귀를 털고 옷을 치우면서 앉으실 줄 알았는데 되게 특이한 각도더라고요.(웃음)
양흥주: 배려를 하기 위해 뒤쪽으로.(웃음) 사마귀를 얼른 치워드리려고요. 사실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이긴 했어요. ‘저기 사마귀가 있네. 옆에서 보면 되게 무서울 텐데.’ 그런 생각에요. 사마귀 있으면 무서워서 난리 나는 분도 있거든요. 롱테이크 장면인데 사마귀 때문에 NG날까봐 고민하다가 결국 알려준 거예요. 근데 많이 안 놀라더라고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마귀는 가을에 색이 바뀐다고 들었던 게 생각났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어 하실 것 같아서 해봤습니다.
관객: 촬영이 굉장히 특이한 작품인데요, 그 중에서 유난히 튀었던 게 여관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은 카메라가 숨겨진 것처럼 느껴졌고 화면의 색깔도 조금 연하게 느껴지고 각도도 약간 비뚤어져 있어서요. 그 씬의 의도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양흥주 배우님을 <겨울밤에>에서 먼저 봤는데요, <겨울밤에>에서 서영화 배우님을 대하는 태도랑 여기서 이세랑 배우님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히 다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묘하게 무뚝뚝한 면이 닮아있어요. <춘천, 춘천>에서는 애틋한 감정이 드러나는데도 종종 무관심하게 쓱 보고 지나가시는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 캐릭터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우진: 촬영을 위해 비싼 모텔에 갔는데 되게 큰 TV가 있었어요. 그 TV에 반사된 이미지를 다른 위치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는데요, 낯섦과 외딴 섬에 온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전체에서 처음으로 실내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미지가 생경하고 낯설게, 의도적으로 튀게끔 하려고 이런 구도를 선택했습니다.
양흥주: 사람마다 자신을 규정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는 그런 모습에서 자유로운데, 점점 자신한테 덧씌워지고 주어지는 모습이 있어요. 그 속에 진짜 자신이 있거든요. 그걸 숨기고 싶어서 그렇게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 같아요. 이 여성에게 무언가를 하려다가도 ‘아니지, 내 속이 다 드러나면 안 돼. 이건 창피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중년 남성을 연기했습니다.
관객: 이상희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유람선에서 지현님은 가는 경로가 정해져 있는데, 상희님은 어디를 가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희: 그 배가 청평사로 들어가는 배이기 때문에 아마 청평사일 거예요. 그리고 영화에 제가 굉장히 작게 포커스 아웃 되어서 계속 지현과 교차하면서 지나가기는 해요. 같은 길에서 스치듯이 자꾸 부딪치는 사람으로 나와요. 지현이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을 때도 저 뒤에서 모자 쓰고 있는 사람이 저이고요.
관객: 편집된 장면의 삭제 이유를 알고 싶어요. 지현 배우님과 상희 배우님이 식사를 하는 부분이 편집되었다고 들었거든요.
장우진: 마라톤 장면을 찍은 뒤 마라톤 하러 온 김에 청평사 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를 찾아 봤어요. 실제로 직장을 그만 두고 몇 개월 동안 운동을 하면서 자기 체력을 시험해보고자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분도 여성분이었는데 상희 배우를 보고 ‘바로 이 역할이야!’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상희 배우를 청평사에 놀러 온 사람으로 정했어요. 지현과 상희가 밥 먹는 장면을 찍긴 했지만 너무 중언부언하는 장면이 되어버려서요, 마지막에 편집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현이 친구와 전화하는 장면에 힘이 실려야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혼자만 여행하는 구성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두 배우님의 많은 대화는 다음 작품인 <겨울밤에>에 나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춘천, 춘천>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영화잖아요? 굉장히 실험적인 방식의 작품인데, 감독님을 그림을 전공한 비주얼리스트고 영화도 시나리오보다는 장면에 의존해서 찍어가는 것 같아요. 대부분 그런 경우에 이야기 텐션이 조금 약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어요. 장우진이라는 영화감독은 어떤 영화의 영향을 받았을까 궁금해요.
장우진: 스탠리 큐브릭이랑 에릭 로메르인데, 굉장히 다른 두 감독 사이에서 아직도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양극단을 한 번씩 갔다 오고 싶고요. 그래도 제가 더 흥미롭게 생각했고, 도전해보고 싶었던 건 <춘천, 춘천>과 같은 방식이고요. <새출발>때는 시나리오를 굉장히 오래 쓰고 버리면서 촬영을 해봤어요. 써놓았더니 버리는 게 쉽지 않아서 <춘천, 춘천>은 정말 아예 대사를 쓰지 않고 해보았어요. 다시 <겨울밤에> 때는 돈도 조금 생겼으니 조명도 쳐보고 색깔도 많이 써 보려고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다시 제쳐두고 새롭게 현장에서 만드는 방법을 택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정교하게 써서 다른 방법으로 해보고 싶네요.
진행: <겨울밤에>라는 작품도 춘천이 배경이에요. 양흥주 배우님이 이세랑 배우님이 아닌 서영화 배우님과 호흡을 맞춰서 <춘천, 춘천>과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하시거든요. 배우한테 즐거운 연장선상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미묘하게 힘든 작업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쭉 이어서 작업을 하신 양흥주 배우님과 우지현 배우님께 장우진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떤지,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양흥주: <춘천, 춘천>의 중년 남성이 <겨울밤에>서는 부인과 함께 청평사로 갑니다. 제가 영화적으로 우려했던 것은 <춘천, 춘천>에서의 이미지가 <겨울밤에>와 그대로 겹쳐져서 너무 똑같은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감각적이고 훌륭한 장우진 감독이 이야기와 상황들을 많이 제시해준 덕분에 또 다른 느낌의 중년 남성이 나왔고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흐름상 <춘천, 춘천>의 2편 같지만 각각 나누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이 가진 이미지를 각각의 작품에서 다르게 갖게 되었어요. 저는 대부분 다 만족합니다.(웃음)
진행: 대부분이라면 단점이 있기는 있다는 거잖아요.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크레딧을 빼먹는다거나.(웃음)
양흥주: 가끔, 이야기한 적 없는데 이야기했다고 우길 때가 있어요.(웃음) 굉장히 강하게 우겨요. 그럴 때면 그냥 이야기했나 보다, 하고 수긍하게 돼요. 한 세 번 정도 느꼈어요. 지현 배우님하고 상희 배우님께도 마이크 드릴게요.
우지현: 장점은, PD였던 김대환 감독님과 장우진 감독님이 밥을 대충 먹는 걸 진짜 싫어해요. 촬영장에서 거의 육첩반상으로 식사를 해요. 항상 좋은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은 적이 없어요. 밥을 잘 먹는다는 게 너무 좋아요. 단점은, 그렇게 영화를 찍고 나면 3kg 정도 살이 쪄요. 저는 원래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지는 않는데, 영화를 찍으러 가면 삼시세끼 다 먹고 밤에는 술도 마시니까 살이 찌더라고요. 얼마 전에 인터뷰를 하는데 <춘천, 춘천>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언제냐고 질문을 하셔서 곰곰이 오래 생각을 했어요. <겨울밤에>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럴 때 되게 좋더라고요. 장우진 감독님하고 김대환 PD님이 앞장서서 걸을 때가 있어요. 현장에 가거나 밥 먹으러 갈 때, 그 뒷모습이 제가 이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면 ‘우리 뭐 먹을까?’, ‘오늘 그거 괜찮은 것 같은데?’, ‘끝나고 맥주를 사야겠지?’ 이런 이야기예요.(웃음) 그렇지만 이 두 사람이 영화를 향해서 먼저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에너지를 받아서 뭉치고 함께 영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좋은 관계들이 생겨나고 있거든요.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님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 현장은 ‘돌아올 작업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너무 좋은 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상희 배우님에게 마이크가 넘어가는 김에 저도 궁금한 것 하나 여쭤볼게요. 이 영화로 장우진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추었는데, 같이 작업한 느낌을 듣고 싶어요. 정말 오랜 시간 붙어 있으면서 작업을 했거든요.
이상희: 장우진 감독님은 단점이 없죠. 농담이고요.(웃음) 특별한 현장이기는 한 것 같아요. 저는 <춘천, 춘천> 현장이 처음에 되게 낯설었어요. 스태프도 없고, 그냥 방 하나 딸린 집을 숙소로 쓰며 거실에서 우지현 배우님이랑 감독님이랑 자고 저는 방에서 잤어요. 그러다 나가서 촬영하고 밤에 돌아와서 찍은 것과 찍을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요. 그렇게 며칠 찍으면 조금 적응이 되어서 몸이 풀릴 텐데, 저한테 중요한 장면은 편집된 대화하는 장면 하나였거든요. 그 장면을 초반에 급하게 찍어서 되게 아쉬웠어요. 이렇게 배우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긴 호흡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응하기도 전에 끝나 버려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다음 영화를 하실 때 꼭 저를 쓰라고 해서 <겨울밤에>를 같이 하게 됐고요. 개인적으로 우진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장우진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늘 먼저 포용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것 같아요. 둘이 나란히 있을 때 둘 중 한 명은 마음이 덜 열리기도 하고 조금 더 날 서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장우진 감독은 그럴 때 먼저 와서 포용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상대방이 같이 마음을 열 수 있게끔요. 현장에서 가끔 얄미울 때도 있어요. 우리는 찍어야 되니까 심각한데 자기 혼자 신나서 뛰어다닐 때는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긴 해요.(웃음)
진행: 이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첫눈이 올 때까지 이렇게 다 모이는 날이 한 번은 더 있지 않을까요? <춘천, 춘천>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개봉하는 만큼 자리를 채워주신 관객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이상희: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긴 GV 시간 함께 버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영화 많이 아껴주시고 좋은 분들께 많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지현: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굉장히 여러분을 뵙고 싶었어요. 영화도 같이 보고 싶었고요. 이 영화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감정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날씨 점점 쌀쌀해지니까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흥주: <춘천, 춘천>은 한 편의 영화지만, 백 편 이상의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마음을 채우길 바랍니다.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이세랑: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장우진 감독이 이 영화를 자기 집 보증금을 빼서 만들었거든요. 본인이 제작하고 촬영하고 모든 걸 다 1인 시스템으로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많은 영화학도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 유망한 젊은 감독이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장우진: 참 고생 많이 시키고 어려운 고민을 많이 던져 줬는데 이렇게 오늘 화답을 해주시니 제 마음이 뜨거워지고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을 모셔서 정말 감격스러워요. <춘천, 춘천>을 찍으려고 보증금을 빼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갔습니다. 서울에 다시 오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홍보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진행: 앞으로 영화 관련한 이벤트들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와 SNS도 많이 참고해주세요. 오늘 함께해주셔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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