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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사랑,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나부야 나부야>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10. 7.





 

사랑,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나부야 나부야>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9월 20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최정우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7년간의 촬영 끝에 남은 건 고작 65. 65분의 시간 동안 두 노인이 밥을 지어먹고 이야기를 하고 또 밥을 지어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 너머로 관객은 사랑을 본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는 날들의 꾸준함이 사랑의 모습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820일 저녁 8시 상영 이후 정지혜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영화를 만든 최정우 감독이 함께했다.

 



 

정지혜 영화평론가(이하 정지혜): <나부야나부야>는 감독님의 첫 번째 영화입니다. 15년 가까이 다큐멘터리 방송을 만들어오셨는데 영화로는 첫 작품인데요, 관객분들을 뵙는 게 설레실 것 같아요. 기분이 어떠세요?

 

최정우 감독(이하 최정우): 첫 번째 경험이라 별 생각이 없습니다. 몇 번 했더라면 기대가 있었을 텐데. 어쨌든 기분은 좋네요. 적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시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지혜: 두 어르신을 7년 정도 만나면서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오랫동안 어르신들과 작업을 많이 해오셨기에 노하우가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 두 분을 어떻게 만나셨으며, 어떻게 영화화할 생각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우: 2011년도에 두 분을 TV방송을 제작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해당 방송이 나가고 두 분을 좀 더 촬영하고 싶었어요. 방송 쪽에서는 명절마다 이런 아이템이 많이 나가니까, 추석이나 설날에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내고 싶었는데 기획을 올릴 때마다 무산됐어요. 이유가 있었겠죠. 2016년까지 제작이 무산되면서 결국은 TV에서 극장으로 플랫폼이 바뀌게 된 거죠. 왜 무산되었는지 나름대로 생각해봤는데 두 분의 나이가 많으셔서 동선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분들이 꼭 연극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마당, 장마루, 방안처럼 고정된 공간에서 동선이 짧다보니 촘촘히 찍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 , 2014년도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했거든요. 2014년 이후부터는 기획서를 낼 때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야기를 꼭 한번씩 들었어요. 저는 그래서 그 작품을 아직 안 봤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덕을 본 것 같아요. 이렇게 스크린에도 걸리게 되고 말예요. 오늘 개봉 날인데, 내일 밤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려고 합니다.

 

정지혜: 이 영화 속 두 분의 공간이 지금도 계속 보존되어있다고 들었어요.

 

정우: 영화에 보면 요강이 있잖아요. 그 요강도 그대로 있고요. 하동군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해요. 저도 곧 한 번 다시 가보려고 해요.

 

정지혜: 혹시 두 분은 카메라에 담긴 본인들의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정우: TV로는 보신 적이 있어요.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면서 두 분의 따님을 모셨는데, 그 날 극장이 완전히 울음바다였어요.

 




정지혜: 영화 속 두 분 사이가 굉장히 좋으시잖아요. 한 번도 싸우시거나 말다툼하지 않으시고. 사실상 다이내믹한 그림이 나올 부분이 없었어요. 이 영화는 반대로 그 점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는데, 감독님이 고민하신 것과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신 게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정우: 기획 자체도 그랬어요. 다른 가족도 배제하고 오로지 두 분을 담고자 했어요. ‘어떻게 78년을 해로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생각하면서요. 시대적 배경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두 사람이 해로하는 데에 비결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오로지 두 분만 관찰하면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시는 분들마다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촬영하는 중간에 그 비결을 찾았어요. 할아버지가 부엌에서 설거지하시는 장면이 있어요. 그러시면서 우리 할멈이 다리가 불편해. 몸이 아파. 다리가 많이 아파. 많이 못 움직여. 추위를 어찌나 타는지. 그래서 내가 많이 도와줘, 그게 부부간 정이 아닌가.”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 사랑으로 78년이 채워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처음에 화두로 생각했던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서서히 채워지면서 이런 모습을 나만 보는 게 아니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지혜: 감독님의 아내분이 이 영화의 프로듀서라고 해요. 촬영현장에도 많이 계셨을 테고, 작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을텐데, 어르신들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정우: 두 분 덕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의사를 전달할 때 절대 포기하지 않으세요. 알아들으실 때까지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안 그랬어요. 아내는 서울 사람이고 저는 경상도 사람이라 서로 잘 못 알아듣고 다시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저는 고마 됐다.”하고 말 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나부야 나부야>를 만든 감독이 그렇게 해도 되냐'고 했어요.(웃음)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고요.


 



정지혜다큐멘터리에선 내레이션이 삽입되거나 감독님이 개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어르신들이다보니 그런 식으로 인터뷰를 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카메라가 함께 생활하는 것처럼 촬영하셨는데 여기에 의도하신 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정우: 처음부터 인터뷰나 내레이션 등의 감독의 개입은 배제하고 출발했습니다. 내레이션을 넣는 순간 나의 감정을 뺏기게 되더라고요. 저는 애초부터 나레이션을 배재하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 영화도 내레이션이 없었고요. 백 퍼센트 청정 다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감독의 개입이 몇 군데 있는데, 할머니가 촬영 중간에 청력을 잃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그걸 모르고 할머니 봄이 좋으세요? 가을이 좋으세요?” 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그걸 할머니께 여쭤봐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게 가을이 좋은지 봄이 좋은지 물어보는 장면이에요. 제가 연출하고 개입하는 건 그 정도입니다. 끝까지 청정 다큐라는 생각을 망각하지 않고 했던 작품입니다.

 

정지혜: 인디토크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 영화의 시작부분과 끝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두 장면도 감독님의 개입이 들어간 부분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정우: 마당을 찍은 롱테이크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2015년도 8월에 할머니가 그 곳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마당을 한참동안 보여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창원에서 하동으로 가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비가 조금씩 오더라고요. 영화에 나왔던 나비가 호박잎에 앉았고요. 나비의 상징적 의미 중에 환생이라는 게 있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오셨어요.”라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그 나비를 계속 보시더라고요. 할머니를 부르듯이 할마이 할마이라고 하시는데 그게 저에겐 마치 환청처럼 들렸어요. 그렇게 할머니를 부르듯 나부야 나부야라는 제목이 탄생했어요. 도입 부분에서는 두 분의 딸이 나와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제가 육남매인데 그 중 딸은 한 분이거든요. 따님을 보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환생한 화신처럼 느껴졌어요. 자꾸 할아버지한테 어딜 가자고가자고 하시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혼자 고생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빨리 갑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렸어요

 

관객: 지금 제목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짓게 되셨을텐데, 그 이전에 두 분이 같이 사시는 내용으로만 영화가 이루어졌다면 어떤 제목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하고요. 개인적인 감상으로 70년 넘게 함께 사신 제 외할머니, 할아버지도 생각이 났습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정우: 사실 저는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처음에는 너무 오손도손한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해피엔딩으로 끝내려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오래된 연인뭐 이런 식의 TV 다큐같은 제목들이 가제로 있었어요. ‘나부야 나부야는 아까 질문 말마따나 할머니가 돌아가심으로 해서 생겨난 제목이기도 하죠.

 




정지혜: 다큐라는 게 기간을 정해놓고 촬영하는 건 아니겠지만, 처음에는 얼마 정도의 촬영기간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생각도 못하셨을 것 같아요.

 

정우: 전혀 예상 못했죠. 78년을 해로하신 분들의 마지막 7년의 기록하게 된 건데, 7년은 긴 시간이잖아요. 그 방대한 분량을 정리하기 위해 6개월에 걸쳐 작업했어요. 그렇게 1차 편집을 끝내니 러닝타임이 80분 가량 나왔어요. ‘기록은 7년간 했는데 러닝타임이 왜 이렇게 짧지?’ 고민하면서 스토리를 늘려보려고 다시 편집을 했는데 65분으로 줄어들더라고요.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았어요. <나부야 나부야>에는 사계절이 나오거든요. 봄은 청춘, 겨울은 노년으로 생각해서 겨울장면이 많이 나와요. 7년이란 시간이 긴 것 같아도 우리한테 병들고 앓아눕고 잠자는 시간이 40년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사계절을 배치해보니 7년은 짧은 시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와 싸우지 말고, 등 돌려서도 자지 말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 옆에 있을 적에 잘하자고 위안하며 65분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정지혜: 장면마다 이야기할만한 게 있을 것 같아요. 아까 어떤 장면이 좋았냐고 감독님이 저에게 물어보셨을 때 저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비녀를 만들어준 장면이라고 말씀드렸어요. 혹시 감독님께서는 특별히 애틋하거나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있으실까요.

 

정우: 2014년도 1231일이었어요. 해가 지는 시간에 두 분이 장마루에 앉아서 한해의 마지막 해를 보고 계셨어요. 할아버지 얼굴에 노을이 쫙 비치는데 그 모습을 보니 90세 넘은 어르신에게 한해의 마지막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할아버지께서 이제 해가 넘어간다. 저 해가 넘어가고 자고 나면 우리도 한 살 더 먹는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장면이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또 그말이 명대사라고 생각해요.

 




정지혜감독님이 인터뷰하신 걸 찾아봤는데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을 찍지 않았고, 장례일을 알았더라도 영화에 넣지 않았을 거라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그처럼 인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영화에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두 분 외에 다른 사람들은 영화에 넣지 않으셨던 이유도 이 두 분의 사랑하는 모습에 집중하고자 하신 것 같아요.

 

정우: 굉장히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영화 보기 전에 그 두 분이 살아 계신지부터 물어보시는데 돌아가셨다고 하면 첫마디가 그거예요. 장례식은 찍었는지.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그런 식의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예 찍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장례식을 찍게 되면 모든 간증은 가족들의 슬픔으로 옮겨가니까요. 그건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적에도 어떤 것도 찍지 않았어요.

 

정지혜: 어르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어 오셨는데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스스럼없이 그 분들을 카메라 안으로 가져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우: 처음 만나는 사람과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적어도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 특히 어르신들하고는 끝까지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어느 누구든 마음을 열게 되면 눈으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입이 아닌 눈으로 이야기하다보면 처음 만난 분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주인공분들은 개인사를 말하면서 항상 우세요.

 

정지혜: 영화에 나오는 두 분은 눈물 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담긴 것 같네요. 영화는 뒤늦게 시작한 편이신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지, 지금 찍고 계신 작품이 있는지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정우: 처음으로 제가 카메라를 들고 찍었던 사람도 어르신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숙명적인 것 같고요. 이렇게 처음으로 제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는데요, 앞으로 시니어 시리즈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노인 치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억>이라는 영화가 한창 제작 중에 있어요. 내년 2월에는 완성할 예정인데 내년에는 그 영화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지혜: 오늘 늦은 시간까지 영화 보시고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 만나 뵙게 될 것 같습니다.


정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65분 딱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혹시 부부끼리 오셨다면 나가실 때는 두 손 꼭 손잡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고요. 혼자 오셨으면 다른 분과 함께 보러 또 오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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