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 소소대담] 영화가 극장 밖으로 나갈 때
일시: 2017년 1월 17일(화)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이다영, 상효정, 이형주, 최미선, 홍수지, 전세리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해가 바뀌었다. 이번 소소대담은 올해 첫 모임이다. 총 다섯 편의 영화 <위켄즈>, <걱정말아요>, <문영>, <파파좀비>, <7년-그들이 없는 언론>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나누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퀴어, 언론, 좀비, 가족 등의 소재에 있어 논쟁점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늦은 시간까지 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홍수지: 오늘 모임에서는 총 다섯 편의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특이한 점은 퀴어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위켄즈>, <걱정말아요>, <문영>은 퀴어 영화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지만, 다큐멘터리, 옴니버스 등 서로 다른 장르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세 편에 대한 감상과 퀴어 영화 전반에 대한 인식을 나누고 싶다.
1. <위켄즈>
홍수지: 전반부에 많이 웃었고 후반부에는 눈물이 났다. 게이들의 삶을 사실적이고 호소력 있게 담아냈다. 합창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정서적 힘이 있는 것 같다. 웃길 때는 더 웃기게, 슬플 때는 더 슬프게 다가왔다. 함께하는 노래라는 것이 사회적 의미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이다영: 두 번 봤다. 처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울림이 컸다.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그래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랑이 혐오로 바뀌는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 기독교인 나를 어떻게 인식할지 걱정도 된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 동성애에 대해 더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형주: 호감을 가지고 있던 유명인들이 동성애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할 때가 있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질 때 충격을 받는다. <위켄즈>야말로 그런 사람들에게 보여줄 가장 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때까지 ‘친구사이’에서 나온 영화들을 다 봤지만, <위켄즈>는 이전 퀴어 영화에 담긴 것들을 모두 담으며 동시에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얼굴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말하고 있다. 합창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웠다. 단순히 권리를 찾는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가사들이 있다.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는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미선: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적 문제로 확장된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소외된 집단 자체에 대해 말한다. 퀴어 영화에서 한 발 더 내딛은 것 같아서 좋았다.
상효정: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기록이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재미도 있다. 가사도 울림이 있고 스며든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 생각, 기록성을 다 갖추고 있어서 좋았다.
전세리: 친구사이가 다른 조직과 연대하는 것이 좋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2. <걱정말아요>
이다영: 인디토크 때 한 관객이 <애타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애타는 마음>의 시선이 오히려 게이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해 <소월길>의 신종훈 감독님이 연애에 항상 예쁜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오히려 드러내고 말하는 영화가 편견을 없애는 데 일조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맞는 말인 거 같다. 오히려 <새끼손가락>이 감염을 다루거나 잘생긴 남성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편견을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형주: 그런 점에서 <애타는 마음>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윤리적으로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있긴 하다. <새끼손가락>은 에이즈를 긍정하고 관계를 계속해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홍수지: 성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면 싫다는 식의 감정은 가장 흔하면서도 인지되지 못하는 혐오라고 생각한다. 처음 친구사이에서 나오던 퀴어 영화들을 접할 때 그들의 문화가 낯설었기 때문에 유머코드에 공감할 수 없고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솔직한 면들을 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퀴어 영화에서 퀴어의 색깔을 지우는 것이 자칫 그들의 존재를 지우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월길>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서사보다는 사건으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최미선: 퀴어 장르가 개인적으로 어렵다. 영화를 볼 때 공감을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운 것 같다.
상효정: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이더라도 아직 사회적 편견들이 많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고려해봄 직하다. 관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형주: 시류에 휩쓸리는 순간이 누구나 오겠지만, ‘평등’이라는 기본적 전제에 대해 합의가 된다면 길을 잃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문영>
이다영: 김태리 배우가 예뻤다.(웃음) ‘문영’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나 결핍을 ‘희수’에게서 충족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수지: 어리지만 조숙한 문영과 나이가 많지만 철부지처럼 보이는 희수가 구축하는 관계가 좋았다.
이형주: 배우들이 ‘하드캐리’ 했던 것 같다. 연출적인 힘보다는 배우들의 힘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상효정: 김태리 배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 덕분에 개봉이 되었다고 들었다. 좋은데 잠들어 있는 영화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흔들리는 카메라가 문영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 같아서 좋았다.
4. <파파좀비>
최미선: 예고편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설정이 좋아 호기심이 생겼는데, 영화를 보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공감이 힘들었다. 시간에 쫓겨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과가 뚜렷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인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홍수지: 초반까지는 소재가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어린 배우들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면서 영화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가 한국 사회의 가장에 대한 객관성 잃은 동정을 보낸다. 몇몇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상효정: 배우들이 귀여웠다. 중년 남성분이 나와 가까운 좌석에 있었는데, 되게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서 이야기가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조금만 방향을 틀면 가능성이 많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세리: 중반부까지 가족에 대한 문제를 담아낸 것은 좋았다. 후반부가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형주: 최근 좀비 영화가 많이 나왔다. 다른 영화들이 이 사회가 좀비 같은 사회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좀비가 등장한 이유를 직유로 풀었다.
5.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전세리: 권력에 투쟁하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다영: 과거에 왜 파업을 하는지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고 그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오보를 미국에서 보고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언론에 대해 불신이 커져서 나중에는 외신 보도를 받아봤다. 대의를 위해 싸우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언론이 깨끗해지는 시기가 올까하는 의문도 든다.
이형주: 세월호 오보 사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이 영화를 보고 그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감을 잡은 것 같다. 단순하게 정권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하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언론의 병폐가 이전 정권부터 이어져 온 일이라는 것을 다뤄서 좋았다. 청산하고 돌아가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환기해준 것 같다.
홍수지: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볼 점들이 많았다. 최근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나 또한 현시점에서 저널리즘의 역할과 권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수능치고 대학에 들어올 때 대선이 있었다. 고향이 보수적인 지역이라 대선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 지역은 사실 축제 분위기였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정치적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효정: 이 영화를 연출하신 김진혁 감독님의 강연을 듣고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로 전과를 했다. 투쟁의 기록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누구보다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파업을 하는 상황이다. 파업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미선: 무너질 대로 무너진 공영방송이 빨리 정상화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YTN 사태 이전의 언론은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궁금증도 있다.
유독 사회에 말을 거는 듯한 영화들이 많아 감상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나누어 볼 수 있었다. 같은 영화를 봤지만,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른 평이 있었다. 더 많은 논의들과 함께 극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영화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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