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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걱정말아요>: 다름을 긍정하기

by indiespace_은 2017. 1. 31.



 <걱정말아요한줄 관람평

이다영 | 세 상(像)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상효정 | 걱정말아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모습들이니까

이형주 | 다름을 여실히 드러내며 긍정하기

최미선 |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몇 가지

홍수지 | 웃기고, 설레고, 감동적이고

전세리 | 그럼에도 지속되어야 할 다양성, 그리고 가능성




 <걱정말아요리뷰: 다름을 긍정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퀴어 영화란 무엇일까? 하나의 영화 장르적 특성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퀴어가 나오면 퀴어 영화인 걸까? 그렇다면 장르가 아니라 소재의 이름이 아닌가? <걱정말아요>를 관람 후, 명백히 퀴어 영화라고 느꼈다. 이는 당연히 영화 속에서 퀴어를 주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세 개의 단편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퀴어가 당면한 문제를 돌파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타는 마음> 속 ‘춘길’은 택시 운전을 한다. 그는 때때로 종로에 나가 끌리는 남성을 찾는다. 어느 날 밤 그는 떠나는 애인을 쫓는 '현준'을 태우고 그에게 구애한다. 영화는 춘길이 운전하는 밤거리 위 위험한 욕망들이 배회하는 모습을 그리고 더불어 화려한 불빛들이 스치는 춘길의 표정을 통해 욕망과 허상의 쓸쓸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솔직한 욕망의 세계는 기성적 세계를 뒤엎으며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더 가까워 질 수 있게 한다. 결국 춘길에게 몸을 허락하는 현준이 앞으로도 그와의 관계를 이어나갈지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마음을 열고 몸을 허락한 그에게 그 밤이 완전한 허상만은 아닐 것이다. 



관리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여전히 편견의 근거이자 가장 큰 두려움,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새끼손가락>은 에이즈로 인해 야기되는 편견과 고통을 암시할 뿐 명확히 재현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혁'과 '석'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에 대부분의 시간과 공력을 할애하고 에이즈는 하나의 도구로 장치한다. 당연한 듯 하지만 실제로 당연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점들을 <새끼손가락>은 가장 보편적인 화법으로 명확히 긍정하고자 하는 듯 하다. 



<소월길>은 약자에게 휘둘러지는 혐오를 직시한다. 대리운전을 핑계로 소월길에서 매춘을 하는 ‘점순’은 트렌스젠더 ‘은지’를 만나 친해지고 트렌스젠더라는 존재를 선뜻 인정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걸 알자 점순은 혐오를 여실히 드러내며 은지를 내쫓는다. 여태껏 퀴어 영화는 이런 인정과 이해 사이의 괴리로 이루어진 배척을 언제나 응시해왔다. 존재를 인정받는 반짝이는 순간을 즐길 틈 없이, 그(와 그 주변)의 영역으로 다가설 때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로 변모되고 결국 다시 존재의 부정과 혐오를 직면한다. 영화는 은지가 점순을 구해내는 장면에서 약자로 연대하는 순간을 만들고 더불어 숱하게 생겨나는 설익은 이해와 배척의 반복을 용서하고자 한다. 단순한 동정으로 시작했던 공감은 세상을 향한 서로의 투쟁을 이해하는 연대가 되는 것이다.


<걱정말아요> 속 세 단편은 드러나지 못한 채 아픔을 품고 있을 소수자들을 가시화한다. 단순히 위로에 머물지 않고 다름의 긍정을 보이는 태도에 의해 영화는 빛이 난다. 이 드러냄이 중요하다. 다른 세상을 꿈꿀 동력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삶 속에서 ‘일반적’이라는 범주에 균열을 내고 부딪힐 때 우리는 본질을 탐구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걱정말아요> 속 긍정과 용기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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