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한줄 관람평
이다영 |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
상효정 | 먹먹한 여운 속에서 남는 ‘희수’의 질문과 ‘문영’의 답변
이형주 | 침묵 속에 빛나는 표정, 눈빛, 몸짓
최미선 | 상처를 동여매고 카메라 밖으로
홍수지 |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소리 없는 하모니
전세리 | 여성의 연대를 그린 또 하나의 수작
<문영> 리뷰: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문영’(김태리 분)은 결핍이 많은 캐릭터다. 엄마는 어릴 적 집을 나갔고 폭력적이고 알코올 중독인 아빠는 없느니만 못하다. 반복되는 불행하고 무료한 현실 가운데 카메라를 통해 뭔가를 찍고 만드는 과정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막연한 무언가를 찾고 소망하게 한다. 그러던 중 문영은 남자친구와 다투는 ‘희수’(정현 분)를 몰래 찍다가 들키게 되고 그렇게 둘의 기묘한 관계는 시작된다.
만남과 관계는 항상 어려운 법이다. 중요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도 어렵지만, 그 만남이 만남이라는 한 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라는 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눈이라는 카메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얼굴들을 담는다. 마치 문영이 지하철에서, 등하굣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희수는 문영을 발견하고 그 뒤를 좇는다. 시작이 좋았다가도 씁쓸한 마지막을 남기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시작이 너무나 강렬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연 또한 있다. 문영과 희수의 만남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누군가의 삶과 마음에 깊이 침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극히 깊고 폭력적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의 과정이 아닐까. 가장 보여지고 싶지 않은, 또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았을 희수의 나약하고 찌질한 모습부터 희수의 자잘한 일상 속의 모습, 솔직하고 유쾌한 마음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는 문영과 상처로 인해 말을 잃어버린 문영에게 그녀가 어떻든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해대는 희수와 술에 취해 문영에게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지만, 그런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을지 모르는 문영의 아버지와 또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결국은 병실에서 조용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문영. 서로의 관계와 그 행동 속에서 이들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모두가 사랑을 갈구하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아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 받기 원하는 이 세상에서 결국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결핍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 마치 문영이 형체 없는 ‘엄마’라는 사람을 끊임없이 찾지만, 결국은 엄마 한 사람을 찾는 일보다 그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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