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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파파좀비>: 힘을 잃은 시선이 닿을 곳

by indiespace_은 2017. 1. 11.




 <파파좀비한줄 관람평

이다영 | 사람을 사람 만드는 것은 사랑

상효정 | 느슨한 전개 속에서 유지되는 가족에 대한 따듯한 시선

이형주 | 2016 좀비 영화의 ‘웃픈’ 피날레

최미선 | 빈 수레가 요란할 때 생기는 일들

홍수지 | 아빠 힘내세요

전세리 | 가족간 단합은 역시나 곤혹. 화해가 어색한 현실이라니 슬프도다





 <파파좀비리뷰: 힘을 잃은 시선이 닿을 곳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이 시각적으로 구체화된 소설과 같다. 소설의 작가가 그렇듯 영화의 실재적 화자는 감독이다.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인물을 설정한다. 실재적 화자가 통상적으로 구분되는 다른 영역의 누군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그렇지 않은 때보다 경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으며 그것은 한층 조심스럽고 섬세한 방식으로 풀어질 필요가 있다. 가령 남성이 여성의 시점을 선택할 때, 혹은 그 반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성소수자의 세상을 바라볼 때, 그리고 영화 <파파좀비>처럼 어른이 아이의 시선을 빌려 이야기할 때가 그렇다.



이 영화는 어른의 세상을 보기 위해 아이의 시선을 선택했다. 11살 ‘승구’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인해 수상한 동네로 이사를 가는데, 달라진 것은 집뿐만이 아니었다. 가정적이고 다정하던 엄마는 실직한 아빠를 대신해 매일 일을 나가고 매일 아침 말끔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던 아빠는 4년째 집에서 백수 생활 중이다. 승구는 그런 아빠를 점점 좀비로 의심하게 된다. 퀭한 눈, 축 처진 어깨, 전과는 다른 무기력한 아빠의 모습이 어린 아이들의 눈에는 좀비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안타깝게도 초반에 설정된 시점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아이들이 아빠를 좀비로 확신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아이들 스스로가 아닌 승구의 삼촌, 즉 어른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그 이유다. 시선의 결핍은 11살 아이로는 보이지 않는 대사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가 있다. 엄마는 뭐 하시냐는 물음에 “라스베가스에서 쇼걸로 일해요”라고 말하거나, 꿈이 뭐냐는 아빠의 질문에 “아빠처럼 살지 않는 거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영화가 반드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실을 과장하거나 비틂으로써 몰입도를 극화시키거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며, 한편으로 현실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영화라는 매체가 선택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고 누군가의 공감을 요하면서도 납득할만한 인과관계가 제시되지 않는다거나 이해의 단계를 벗어나는 전개가 계속될 때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가 않다. 가령 아빠는 담배를 사기 위해 아들의 동전을 몰래 훔쳐야 하고 딸의 유치원 비는 두 달치나 밀렸다. 뿐만 아니라 학예회 참가비 20만원을 내기 위해 기타를 팔아야 한다. 한쪽이 경제 활동을 하지만, 그마저도 넉넉한 형편은 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집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햄버거를 사먹고 응모권이 든 과자를 있는 대로 사들이고도 잔돈이 남는다. 이 영화처럼 주요 감정을 가지고 관객과 소통을 원하는 경우 감정선의 연결은 중요하다. 켜켜이 쌓아지는 과정이 없이 폭발하는 감정이 툭 던져졌을 때 관객은 길을 잃기 쉽다. 아이들에게 꿈이 뭔지 묻고, 자신은 그럴 수 없었지만 그것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의 꿈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는 어떤 이유로 꿈을 포기해야 했으며 그 아픔은 어떻게 남아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아빠의 숨겨진 기타를 보고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슴으로 하는 공감에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풀었을 때와 반대로 가볍게 풀었을 때의 효과는 상이하다. 후자의 경우에 주제와 그것을 푸는 방식이 가지는 무게감의 차이에서 오는 힘이 큰데, 그것은 주로 슬픔을 웃음으로 풀어낼 때 우리가 느끼는 어떤 위로와 따뜻함 같은 것이다. 감독의 의도대로 <파파좀비>는 ‘실업 가장’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이 바라본 아버지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풀어진 이야기가, 그리고 아버지가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이 영화의 엔딩이 우리 시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들도 어느 하나 따뜻하게 품지 못한 채 미지근한 어디쯤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영화의 실재적 화자가 타인의 시선을 빌릴 때 순간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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