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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존재의 의미 그리고 우리들의 점심시간 'SIDOF 발견과 주목' <그녀들의 점심시간>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2. 28.

존재의 의미 그리고 우리들의 점심시간

 SIDOF 발견과 주목 <그녀들의 점심시간> 인디토크 기


일시: 2016년 12월 20일(화)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구대희 감독

진행: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대충 차린 볼품없는 점심 밥상이 마치 자신의 인생 같았다던 구대희 감독은 이렇듯 삶이 깃든 누군가의 점심시간을 조금은 먼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12월, 올해의 ‘SIDOF 발견과 주목’ 정기상영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 <그녀들의 점심시간>과 함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이하 이): 우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봤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단순히 먹는 것을 다룬 점이 좋았다. 요즘 TV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매체에서 소위 ‘먹방’이라고 하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의 먹는 장면이나 요리하는 장면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과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었다는 것이 좋았다. 역사적으로 영화에서 먹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찰리 채플린의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 먹는 장면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가죽 신발을 스테이크처럼 썰어 먹는다거나 구두 끈을 스파게티처럼 먹는다.

두 번째 이유는 감독님이 젊다는 점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는 매년 신진감독들을 주목하고 있다. 젊은 감독들이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떠한 경향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지 꾸준히 주목해왔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활력을 얻기도 하는데, 감독님의 작품에서도 그런 지점들을 몇 가지 발견했다. 그 중 한가지는 사실상 서로 연관이 없는 인물들이 쭉 나와서 자기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익명의 사람들을 모아서 만든 다큐멘터리는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존 다큐멘터리는 현장 중심에 있거나 특정 공동체 중심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처럼 익명의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힘은 뭘까 궁금했다. 특히 젊은 감독, 이제 막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분들에게서 이런 느낌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했던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2015, 박영임)도 성향은 다르지만 감독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인터뷰한 것이다. 이런 것이 어떤 경향성 내지는 시대적 흐름이 아닌가 싶었다.

질문을 드리겠다. 이번 영화와 전작 <어떤 둘째>(2015) 외에도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이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를 부탁한다.


구대희 감독(이하 구): 사실 이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연출한 것은 <어떤 둘째>가 처음이고 방송 다큐멘터리 쪽에서 일을 했는데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좋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영화를 하게 되었다. 


이: <어떤 둘째>를 찍을 때 어머니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카메라가 필요했다는 자막이 있었다. 왜 다큐멘터리여야 했는지, 그리고 왜 카메라가 필요한지 궁금하다.


구: 처음부터 카메라를 쓸 생각은 안 했다. 그 이전에 ‘요구르트’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를 구상했다. 요구르트 아줌마를 찍고 싶었다. 그들을 보면 마음이 짠했다. 왜냐면 외할머니가 3년정도 그 일을 하셨고, 때문에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왜 외할머니에게 마음이 쓰일까 생각하다가 엄마한테 맺힌 게 많구나 느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엄마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 된다. 전작 단편을 찾아봤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여러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하신 것 같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구: <어떤 둘째>는 혼자 뭣도 모르고 한 것이었고 이번 영화는 돈과 시간 그리고 도와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좋아진 것 같다.


이: 이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이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나?


구: 2, 3년 전 여름이었다. 20살부터 서울 올라와서 오랫동안 자취를 했다. 사회 생활이 힘들고 되는 것도 없었다. 혼자서 어떻게든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결정적으로 어느 날 집에서 혼자 점심을 바닥에 대충 차려놓고 먹고 있었는데, 문득 이 점심이 나의 인생 같았다. 초라하고 궁상맞고 외롭고. 점심이 누군가의 삶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본인의 이야기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또래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 연령대를 확장한 것도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구: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결론적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나이, 직업, 상황에 상관없이 한국에 사는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요리가 주제가 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이점은 뭘까 생각해봤다. 이 영화는 여타 프로그램들과 달리 밥 먹기의 고단함, 지겨움 같은 정서적인 결을 따라가는 작품인 것 같다. 많은 인물들을 섭외한 과정이 궁금하다. 


구: 처음에 할 수 있는 것은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는 것이었다. 친구를 찍기도 했는데 어색했다. 한 다리 건너서 친구의 지인을 소개받았다. 어느 정도 촬영이 된 후에 사이사이 빠져있는 부분을 채워갔다. 최대한 인물이 중복되지 않게 담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청소, 식당이라는 직업군을 꼭 담고 싶었다. 식당의 경우 직접 다니면서 섭외했다. 설움도 많이 당했지만, 꼭 담고 싶어서 어렵게 섭외를 했다. 



이: 부득이 내밀한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고 사생활과 맞닿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구: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찍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먹는 모습을 자유롭게 찍게 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막막했었다. 그런 걱정에 비해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원래 다큐멘터리는 대상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관계를 만드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개개인의 역사를 세밀하게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다양한 분들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첫 번째 취업준비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적나라하게 현실이 드러난다. 밥솥의 밥이 일주일이나 되었다던가 쌓여있는 설거짓감 중에 그릇 하나만 씻어서 쓰는 장면이 그랬다. 협의가 된 부분이었나?


구: 기본적으로 굉장히 털털한 분들이었다. 촬영 전 그들의 삶을 쭉 들어보고 계획을 세우고 촬영에 들어갔다.


이: 한 분당 최소 며칠 정도를 동행했나?


구: 평균적으로 2주 정도 함께했던 것 같다. 


이: 여러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심식사가 있다면?


구: 사실 이 영화는 강력한 스토리나 주인공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영화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초반에 그런 틀을 잡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신발가게 분이 아는 감독님의 어머니인데, 그분의 점심을 찍고 이렇게 쭉 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았던 것 같다.


관객: 식사라는 것이 사실 무미건조할 수도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궁금했다. 과하지 않고 일상적인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이 좋았다. 제한된 조건 내에서 사람들의 구성을 계획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다양한 직업들 중에서 특히 담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구: 처음엔 한국에 사는 여성분들을 전부 인터뷰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부담이 있었다. 그만큼 최대한 다양한 여성을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분들도 찍고 싶었다. 그렇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직업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다양한 분들을 담고 싶었다. 구성을 명확히 정하고 한 것은 아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감독님의 현재 점심식사는 어떤지, 그리고 남성들을 주제로 다른 작품을 구상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구: 계속 혼자 살다가 올해부터는 동생이랑 같이 살게 됐다.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것을 준비하는 것은 힘들지 않고 참 좋았다. 동생과 잘 살고 있고 밥도 잘 먹고 있다. 직장인들이 부러웠던 게 구내식당이 있다는 점이었는데, 지금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어서 정말 좋다. 점심식사가 삶의 낙이다.(웃음)


이: 동생의 식사를 챙기는 게 말하자면 노동 아닌가? 


구: 평소 요리를 즐겨 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누나의 마음인 것 같다. 혼자였으면 대충 먹을 것이지만 동생이랑은 조금 더 챙겨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다소 개인주의적인 사람인데, 밥을 먹는 일에 있어서는 다같이 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내 삶이기도 하고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해서다. 내가 남성이었으면 남성의 점심시간에 관심이 조금 더 갔을 수도 있겠지만, 성별을 굳이 나누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데, 여자로서 사는 것에 스스로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것이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만든 것 같다. 



이: 제목이나 구성에서 젠더적인 영화이지만, 불평등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의 입장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로웠다.


관객: 보통 세 끼를 다 챙겨 먹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 점심식사를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흐름으로 인물들을 배치했는지 궁금하다. 


구: 보통 세 끼를 먹는다고 할 때 아침은 시간에 쫓기고 저녁은 술자리에서 거하게 진행된다. 그것은 일상을 벗어난 식사이고 점심은 우리 일상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생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인물을 배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처음엔 나이 순으로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각각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에 따라서 정서가 다르다. 처음엔 가볍다가 나중에 커지는 느낌을 원했다. 중간 중간 음악도 조금씩 넣어서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객: ‘그녀들의 점심시간’ 그 안에 감독님도 포함되는 것 같다. 본인을 찍을 생각은 안 했는지?


구: 사실 첫 번째 점심은 나의 점심을 찍었다. 나의 점심을 찍어봐야 다른 사람의 점심을 찍을 수 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 모습이 많이 어색해서 그 장면을 쓸 수가 없었다.(웃음)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에 내 장면을 써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사실 나는 앞으로도 본인을 찍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하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객: 감독님이 꾹꾹 눌러 담은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앞서 인물들과 친밀해지는데 상대적으로 힘을 덜 들인 것이 아쉽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관객들이 대상의 내면을 궁금해 하거나 대상의 깊은 곳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방송 다큐멘터리에서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다큐멘터리와는 다르게 방송 다큐멘터리는 눈물 한 방울을 나오게 하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영화에서도 은연중에 학습이 되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감독님의 시선이 좋았다. 대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얼마만큼 관계를 오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궁금하다.


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른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감탄을 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들의 솔직한 말을 듣는 걸까. 아직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이 부럽다고 느낀다. 적당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의 성격과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할 때 내가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공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메라가 응시하고 있을 때의 그 불편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가까이 가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관객: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구: 이 영화는 제작지원을 받아서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하느라 서두른 부분이 있다. 그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떨쳐버리려 했지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 영화를 완성한 것이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생각만 하면 울컥하는데, 내가 과연 이런 작업을 또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열심히 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자취생의 밥상과 세 아이를 둔 엄마의 밥상이 각기 다르듯 일상의 중심에 있는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 먹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개인의 경험해서 시작한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점심시간에 집중한다. 영화는 특정 몇몇을 담았으나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불특정 다수의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다. 특정 젠더를 대상화 하거나 불평등을 호소하는 대신 이 영화는 오늘도 어김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있을 누군가의 존재 의미를 넌지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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