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벽장 밖으로 나온 노래 <위켄즈>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2. 26.

벽장 밖으로 나온 노래  <위켄즈>  디토크 기


일시: 2016년 12월 24일(토)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이동하 감독 | G_Voice 현식, 샌더, 재우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위켄즈>는 국내 최초의 게이코러스 'G_Vocie'의 이야기와 그들 각자의 사정을 세심하게 담은 영화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위켄즈> 상영 후, G_Voice의 공연이 있었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온, 레인보우 페미니스트 비혼여성 코러스 ‘아는 언니들’의 공연과 마지막으로 이어진 두 단체의 합창이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공연으로 훈훈하게 달궈진 분위기는 인디토크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날 인디토크는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가 진행을 맡고, 이동하 감독과 G_Voice의 현식, 샌더, 재우가 게스트로 참석하였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 이전에 영화를 몇 번 봤고 지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새롭게 편집된 개봉 버전은 처음 본다. 뒷부분을 많이 만졌다고 들었는데, 훨씬 매끄럽고 밝아진 느낌이 든다.


이동하 감독(이하 이): 뒤쪽에 무거운 내용이 많이 몰려있어서 좀 더 밝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김: 영화를 보다 보면 매주 일요일 연습을 나가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분은 ‘썸 타는 나쁜 남자’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현식: 매주 종교 활동을 하러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종교 활동에 어떠한 신념이 필요하다면, G_Voice에 매주 나가는 것은 자기와의 신념을 지키는 일이다. 모임에 빠진다고 해서 누가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나온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요일마저 쉬지 못하고 몇 년씩 매번 나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마치고 나면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 한다.(웃음)  


김: 영화를 보고 감독님께 “제가 크리스천인데, G_Voice가 교회랑 비슷한 것 같다”라는 말씀을 드렸다. 가기는 싫은데 가고나면 무조건 좋아지고 또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다. 샌더 님은 영화를 찍을 때 단장이었고 지금은 현식 님이 단장이다. 단장이 아닌 단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떠한가?


샌더: 너무 좋다.(웃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요즘은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나간다.


김: 재우 님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는 장면들이 있었다. 음악감독님은 어떤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지?


재우: 다 좋은데, 단원들이 좋아해주는 노래를 따라가게 된다.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 ‘북아현동 가는 길’ 같은 노래들은 감정을 많이 이입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계속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김: 가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생동감 있는 이유도 그것인 것 같다. 가식적이거나 미화하는 느낌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이 단체에 오래 있었고 또 사랑하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이: 처음에는 원래 10주년 공연을 기록하기 위해 찍기 시작했다. 보통 정기공연을 앞두고 다들 예민해지기 때문에 많이들 싸운다. 그런 과정들을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니까 단원들이 아무도 화를 안내고 싸우지도 않았다.(웃음) 10주년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나는 바람에 2년 정도 더 걸렸다. 원래 준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구성이 되고, 추가로 촬영을 더 해야겠다고 결정했던 것이 가장 큰 일이었던 것 같다.


김: 지난번 서울독립영화제 GV 때는 세 명의 G_Voice 단원 분들이 오셨는데,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을 “내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라고 똑같이 말씀하셨다.(웃음) 현식 님은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떠한지?


현식: 이전에 내부적으로 상영을 한 번 했다. 출연동의를 받을 때 나는 다 된다고 했는데, 영화에 내가 나오지 않았다.(웃음) 그런데 단장이 됐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몇 장면 넣어주셨더라.(웃음) 아마 여러분은 영화에서 나를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 연령별, 캐릭터별로 인물을 추렸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현식 님이 속해있는 연령대에서 현식 님의 미모가 밀렸을 것이다.(웃음) 그때 현식 님이 바빠서 연습에 잘 못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샌더: 당시에 현식 님은 신입 단원이었기 때문에 동의를 얻고 출연을 하는 과정이 어려울까봐 배려를 한 것 같다.


재우: 현식 님이 10주년 공연 연습에 잘 안 왔다. 이렇게 열심히 안 나올 거면 공연에서 빠지라고 말도 했었던 것 같다.(웃음)


김: 샌더 님은 영화 속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털어놓으신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니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샌더: 찍으면서 편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할 무렵까진 편안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하니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사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상영되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어머니 교회 지인들이 혹시 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개봉하면 숨어 다니려는 생각도 했다.



김: 어머니는 영화를 보셨는지?


샌더: 개봉하신지도 모를 것 같다. 그래도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김: 다큐멘터리이기는 하지만, 뮤지컬 같은 장면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다. 그 부분에서 연기지도나 캐스팅 과정이 있었다면?


재우: 다들 다른 일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정이 갑자기 잡히면 그 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일단 다 모인다. 근데 어설프게 하면 감독님이 “왜 연기가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나무라고, 연기를 좀 하려고 하면 “왜 자꾸 오바를 하느냐”고 했다.(웃음) 


이: 급하게 소집된 것은 맞고, 기획은 이전부터 되어있었다. 노래 몇 곡을 뮤직비디오나 뮤지컬처럼 연출하려고 했다. 프로가 아니어서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다들 끼들이 많아서 쉽게 촬영한 것 같다. 


관객: G_Voice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다. 시사회 때 봤던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힘든 일을 겪은 배에 같이 타도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봤다.


현식: 순탄치 않을 거다. 영화가 다가 아니다.(웃음)


관객: 영화 속 노래를 선정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좋은 노래가 많아서 고르는 데도 오래 걸렸다. 음원과 비디오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골라야 했고 극의 흐름에 맞는 곡이어야 했다. 서정적인 곡들을 다 쓰면 영화가 너무 무거워질까봐 균형을 맞췄다.

 


관객: 다른 퀴어 커뮤니티에도 활동의 역사가 있다. 그것들이 기록되지 못하고, 분명히 있는데 없는 이야기가 된 것을 다들 안타깝게 생각할 것 같다. G_Voice가 이렇게 기록 되었다는 것에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이: G_Voice도 지금까지는 정기공연 위주로 기록을 해왔고 이번에 특별히 이렇게 기록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소수자의 삶은 사는 것 자체가 운동이다. 그런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소중하지만,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에게도 소중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재우: 상업적인 음반은 따로 없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영화에 나왔던 음악을 모아 편집한 CD를 판매하고 있다. ‘종로의 기적’과 'Congratulation'은 검색하면 음원이 있다. 아마추어이다 보니까 자랑스럽게 보이기는 민망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100번 정도 들어주시면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웃음)


김: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현식: <위켄즈>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지만, 잘 만들어진 드라마 같기도 하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성애자든 성소수자든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에게 홍보 부탁드린다.


샌더: 개인적으로 거의 이별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출연에 동의하기까지 많은 용기를 냈다. 다들 전문 배우가 아니라 촬영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고생들이 헛되지 않게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재우: 연말이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라라랜드> 같은 경우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씽>은 꿈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코알라의 이야기, <위켄즈>는 꿈을 나누기위해 노력하는 G_Voice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즐겁게 본 이 영화를 생각하면서 힘내셨으면 좋겠다.


이: 연말에는 혼자 지내지 말고 누군가와 같이 보내셨음 좋겠다. 시간이 남으면 다시 한 번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매주 일요일, 자신, 그리고 단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꼬박꼬박 연습에 나간다는 G_Voice 단원들의 원동력은 아마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더욱 멀리까지 들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만드는 G_Voice의 에너지는 영화 너머의 관객들을 웃기고 또 감동하게 한다. 이동하 감독의 말처럼 살아가는 것이 운동인 그들의 모습은 너무 과장되지도, 생략되지도 않은 채 <위켄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