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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하프> : 오롯한 ‘1인분의 삶’을 위한 투쟁

by indiespace_은 2016. 1. 28.




 <하프줄 관람평

차아름 | 아직은 낯선, 그럼에도 맞선 그녀

김수빈 | 오롯한 ‘1인분의 삶’을 위한 투쟁

심지원 | 때로는 보이지 않는 쇠창살이 더욱 가혹하다

추병진 | 차별에 대한 가장 직설적인 항변

김가영 | '그'녀들이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아픈 현실




 <하프리뷰

<하프> : 오롯한 '1인분의 삶'을 위한 투쟁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트랜스젠더 바 ‘시크릿’에서 막내로 일하는 민아(안용준 분)는 오랜 기다림 끝에 무대에 데뷔하며 멋진 가수로의 꿈에 부푼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민아의 엄마도 성 확정 수술에 동의하며 아들 ‘민수’가 아닌 딸 ‘민아’를 받아들이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불행은 행복의 꽁무니를 타고 쫓아온다. 민아는 의도치 않게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절친한 동료 유리가 전 남자친구에게 무참히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유리를 구하려다 남자를 죽인 것이다. 이후 성공에 목마른 국선변호사 기주(정유석 분)가 민아의 변호를 맡으며 길고 긴 법정싸움이 시작된다. 민아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민아의 재판에 쏠린다. 그런 가운데 아직 신체 확정 수술을 받지 못해 여전히 남성의 신체를 갖고 있는 민아는 구치소 내의 폭력적인 시스템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위태로운 수감 생활을 이어나간다.



영화는 구치소라는 작은 사회를 배경으로 오로지 두 가지 성에 맞게 재단되어 있는 사회 시스템과 이로 인해 제 3의 성을 가진 이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차별과 피해를 꼼꼼히 보여준다. 신체까지 다른 성으로 옮겨간 트랜스젠더와 달리 민아처럼 성 전환 수술을 하지 않고 호르몬제에 의존하는 이들은 ‘신체에 갇힌 정신’으로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을 겪는다. 남 수감자들의 방, 여 수감자들의 방을 제외하곤 열악한 환경의 독방만이 존재하는 구치소 내 수감 환경은 두 가지 성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다른 주장을 모두 배제하는 사회를 그대로 닮았다. 교도소 내 행정관들은 민아의 정체성을 생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뇌파 실험을 일삼고 그녀의 인권을 유린한다. 또한 특종에 골몰한 언론들은 무자비한 노출로 트랜스젠더의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를 가한다.



분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는 직설적인 화법을 택한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감정에 휩싸인 연기를 하고 카메라는 잦은 클로즈업으로 주인공의 얼굴을 비춘다. 영화의 주제도 가감 없는 대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차별적인 시각이 내재화된 교도관 및 시민들의 대사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차별적인 사회적 시선을 반영하며, 주인공과 트랜스젠더 동료들의 대사는 그들이 겪어온 차별적인 시간을 가늠케 한다. ‘꿈꿀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하다’, ‘희망만 있다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등 접견 및 면회 장면의 배경에 보이는 구치소의 표어들은 반어적으로 현실을 부각시키기는 장치가 된다. 이처럼 투박한 형식을 타고 주제의식은 올곧게 관객들을 향한다.



영화는 성장 드라마가 내재된 법정 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른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싸움에 뛰어든 변호인은 재판 준비 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심에 동화되고 스스로도 성장한다. 법정 투쟁은 사회의 시선과 싸우는 소수자들의 현실에 대응하며 주제를 부각하는 형식이 된다. 감독은 여기에다 소수자에 속하지 않는 개인의 성장드라마를 엮음으로써 영화의 주제에 보편성을 더한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갇혀있는 사람들 모두를 향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을 설파한다. 영화 <하프>는 영화로서의 형식미를 보장할 순 없다. 다만 사회의 변화를 뚜렷이 지향하는 영화의 용기에 보다 많은 관객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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