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는 현재 진행형: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미래
- <창>(2012), <나무의 시간>(2012), <화장실 콩쿨>(2015)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곧바로 눈에 띄지 않지만 꾸준하다. 그것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개척해오고 있는 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길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는 것일 테다. 이번 기획기사는 최근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화장실 콩쿨>의 개봉과 더불어,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보고 지나가길 권하는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편의 단편작을 통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가리키는 미래를 함께 응시해보자.
1. <창 The Window>(2012) 감독: 연상호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큰 흐름을 주도해 온 연상호 감독의 대표작이다. 그 어떤 장르의 영상물보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군 생활을 짧은 시간에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회자되어온 바 있다. 모 포털 사이트 네티즌 평점이 9점대라는 지표가 <창>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의 정도를 여실히 반영한다.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가해자로 지목된 정철민 병장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도록, 그리고 분명한 피해자처럼 보이는 홍영수 이병 역시 마냥 동정할 수 없도록 만든다. 모두를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불합리한 구조에 일침을 가하는 꽉 찬 30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2. <나무의 시간 The Hours of Tree>(2012) 감독: 정다희
한국의 유일한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지난해 11회 행사를 개최했던 인디애니페스트, 그 가운데 2013년 9월에 열린 9회 행사에서 ‘인디의 별’이라는 이름의 대상을 거머쥔 작품이 바로 정다희 감독의 <나무의 시간>이다. 영화제 당시 해당 작품의 대상 수상에 심사위원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을 정도로, 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압축된 ‘나무와 사람의 시간’은 강렬하지만 온화한 인상을 남긴다. 순간의 독특하고 난해한 작화조차 따스한 시선이 흐르는 그 지점에서 지금까지 모든 사건들이 담고 있었던 의미를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3. <화장실 콩쿨 Toilet Concours>(2015) 감독: 이용선
기러기 아빠의 고군분투기를 코믹하게 담아낸 이용선 감독의 <화장실 콩쿨>은 그 기획의도에서 ‘헬조선 직장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조소를 띄워 넣었다면, <화장실 콩쿨>은 현실에 대한 비난보다, 그 현실을 살아내는 직장인들에 대한 위로를 담아 넣었다. 딸을 ‘윈터 스쿨’에 기어이 보내고야 마는 아내의 씀씀이에 멋쩍은 미소를 짓다가도, 수화기 너머 울려 퍼지는 딸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왈칵 눈물을 쏟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저력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제65회 칸영화제에서, 정다희 감독은 <의자 위의 남자>(2014)로 동명 영화제의 67회 행사에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화장실 콩쿨> 역시 최근 상영관 개수가 확대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위 세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한국 독립애니메이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행보에 기울이는 귀와 꾸준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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