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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거미의 땅> : 거미처럼 사라져간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

by indiespace_은 2016. 1. 25.





 <거미의 땅줄 관람평

차아름 | 거미처럼 사라져간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

김수빈 | 폐허마다 매여 있는 삶, 고여 있는 한(恨)

심지원 | 고스란히 흉터로 남은 그들의 상처

추병진 |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과거를 재현할 수 있구나

김가영 | 화려한 경제성장의 그늘 속, 마침내 유령이 되어버린 그들의 이야기 



 <거미의 땅리뷰

<거미의 땅> : 거미처럼 사라져간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얼마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미군 위안부와 관련된 끔찍한 역사적 사건인 '몽키하우스와 비밀의 방'을 다룬 적이 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며칠 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프로그램에서 다룬 역사적 사건과 맞닿아 있다. ‘뺏벌’이라 불리는 반환미군기지의 기지촌에 살고 있는 세 여자, 박묘연, 박인순, 안성자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첫 장면은 꽤 오랫동안 풀벌레 소리와 함께 먼 풍경에서 시선을 멈춘다. 그러다 점점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공간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시각적 공간이 안으로 들어올수록 소리 역시 풀벌레 소리에서 훈련 소리로 추정되는 남자들의 무리 소리로 바뀌어 간다. 처음 시작을 여는 이야기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묘연의 이야기다. 셔터 문을 몇 차례에 걸쳐 올려야 겨우 올라갈 만큼 낡은 분식집에는 한때 빼곡히 적혀있던 메뉴판 위에 손 글씨로 적어놓은 네 가지 메뉴만을 판매할 뿐이다. 카메라는 느린 시선으로 한곳을 오랫동안 담아내며 대화도 없이 TV소리만 공허하게 화면을 채워낸다. 이처럼 영화는 매우 정적이며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또한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어떤 질문을 했고 무엇에 대한 답변인지 알 수가 없지만 한탄스레 뱉어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구한 사연이 절절하게 담긴다. 박인순은 세 등장인물 중 가장 큰 분노와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미군남편을 따라 시카고로 떠났지만 결국 딸을 남겨두고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녀. 미군을 상대하며 성병을 얻고 평생 딸을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분노가 치밀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처절하다 못해 섬뜩할 정도로 안타깝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박스를 모아 파는 걸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그 박스 위에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그녀가 유일하게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안성자는 세 인물 중 가장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반려견과 장난을 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혼혈인인 그녀는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인 ‘애니와 세라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전반부에는 박경태 감독의 목소리로 유령을 빗대어 기지촌이 형성된 배경과 그 곳의 아픔을 담담하게 전한다. 앞서 말했듯 안성자의 시선으로 이끌어가는 후반부는 김동령 감독의 목소리를 빌려 ‘애니와 세라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연출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재연으로 보여준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몽키하우스, 홀하우스 등 그 때의 세라가 거쳐 갔던 과거의 기억을 관객의 눈앞으로 불러낸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기지촌에 대한, 그리고 그 곳의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때문에 이슈가 되었던 '몽키하우스'도 많은 충격을 안겨준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는 필요에 의해 ‘쓰여진’ 여성과 또 필요에 의해 ‘버려진’ 여성들에 대한 소름끼치도록 아픈 역사를 돌이켜보게 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미 되풀이되고 있는지 아니면 되풀이될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관심은 갖는 것, 기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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