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처럼> 한줄 관람평
차아름 | 한 편의 순간을 따로 또 같이
김수빈 | 흥미로운 스토리들, 아쉬운 결말들
심지원 | 인생은 영화처럼, 영화도 인생처럼
추병진 | '시간'으로 묶인 네 가지 세상
김가영 | 같은 시간 속, 다른 순간들에 대한 단편선집
<프랑스 영화처럼> 리뷰
<프랑스 영화처럼> : 같은 시간 속, 다른 순간들에 대한 단편선집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러시안 소설>(2012), <배우는 배우다>(2013), <조류인간>(2014) 등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얼굴들을 소개해온 신연식 감독이 이번에는 옴니버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2016)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전부터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 단편 <내 노래를 들어줘>(2015)의 크리스탈과 같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의 작업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씨스타의 다솜과 포미닛의 전지윤, 미국드라마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과의 작업으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낯선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타임 투 리브>, <맥주 파는 아가씨>, <리메이닝 타임>, <프랑스 영화처럼>까지 총 네 편으로 구성된 이번 옴니버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에는 같은 시간 속 다른 순간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 <타임 투 리브>는 인생의 마지막 3일을 딸들과 함께 보내고자 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 ‘평범함’을 즐기는 것이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극중 엄마 역을 맡은 이영란 배우의 차분한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나머지 네 딸들의 어색한 듯 서먹한 연기도 가족간의 어색함을 잘 표현해냈다. 선택에 의해 예정된 죽음 앞에 남겨진 시간을 바라보는 그들 각자의 시선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에피소드 <맥주 파는 아가씨>는 맥주가게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달달한 로맨스이기보다는 사회비판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맥주 집에 가면 흔히 우리는 서로 속내를 터놓고 진심을 주고받는다. 영화 속 그들도 자신의 진심에 대해서, 더 나아가 서로의 진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맥주 파는 아가씨에게 그들의 진심은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진다. 고달픈 삶,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그녀에게는 그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그 순간들이 그들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 <리메이닝 타임>은 함께 할 시간이 100일밖에 남지 않은 커플이 남은 시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용한 점쟁이로부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100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남은 100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한다. 예정된 헤어짐을 앞에 두고 시작된 고민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어눌한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스티븐 연 만의 언어는 이 에피소드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의 언어는 둘 사이의 심각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며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점쟁이에 의해 정해져 버린 만남의 시간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또 그게 나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상상해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 <프랑스 영화처럼>은 좋아하는 여자와 이도 저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좋아해주는 한 남자와 이도 저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여자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녀는 소위 ‘밀당’을 통해 주인공을 몇 년 간 괴롭히고 있다. 주인공은 항상 그녀의 연락 대기조 역할을 하고 있고 가끔은 서로의 관계에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굳이 벗어나려 하지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처음 그녀를 좋아하게 된 순간 느꼈던 느낌 그대로 그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한다. 그녀와 그의 시간은 그렇게 유지된다.
언뜻 보면 연관성 없게 느껴지는 4편의 에피소드들은 이처럼 교묘하게 ‘시간’과 ‘순간’을 매개로 연결되어있다. 신연식 감독에 의하면 이 에피소드들 중 <맥주 파는 아가씨>와 <프랑스 영화처럼>은 자신이 고등학생 때 썼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다른 두 에피소드들과는 조금 다른 감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확실히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독백이나 연극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고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화 연출에서부터 신인 배우들의 연기 워크숍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연식 감독. 그의 전작 장편영화들이 장편소설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면 이번 <프랑스 영화처럼>은 그의 전작과 신작을 묶어놓은 단편선집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 크리스탈, 다솜과 전지윤에 이어 그의 ‘배우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또 얼마나 많은 신인 배우들이 탄생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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