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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어느날 그 길에서> : 우리가 걷는 길이 야생동물들에게는 무덤이다

by indiespace_은 2015. 5. 12.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어느날 그 길에서>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IxQcnn





<어느날 그 길에서> : 우리가 걷는 길이 야생동물들에게는 무덤이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88 고속도로’. 우리에게는 일반적인 도로의 이름이지만 야생 동물들에게는 묘지의 이름이 되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로드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날 그 길에서>에서는 지도상의 도로를 따라 동물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지점들이 촘촘하게 점으로 찍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리산과 붙어있는, 산에 뚫린 도로들 위에서 항상 야생 동물들이 죽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에는 로드킬 당한 야생 동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야생 동물들의 시체를 거둬주고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최태명, 최천권, 최동기 3명의 노고가 그려진다. 보기에도 아찔한 거대 트럭이 지나가는 도로 옆에서 야생동물들의 타이어에 깔려 납작해진 사체를 발견하고 거둔다. 그들이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죽은 야생동물의 시체를 담당하는 일은 그만큼이나 위험한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도 야생 동물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물들은 애초에 산에 있던 한 구역을 지나가는 것뿐이고 하필 그 길에 인간들이 무차별적으로 길을 낸 것이다. 우리가 만든 도로에 야생동물들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역에 사람들이 끼어든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만든 문제의 피해를 책임 없는 야생 동물들이 지고 있고 또 그 문제의 해결은 도로를 만든 주체인 정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는 이 문제의식을 전면적으로 꺼낸다. 도로에서 죽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영상에 새 도로의 개통을 축하하는 뉴스의 음성을 그대로 끼얹어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각성시킨다. 


더불어 진정한 ‘공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로드킬 당해 죽을 뻔한 삵 ‘팔팔이’를 구조대원들이 구출해 다시 살려서 야생으로 풀어주었으나 사고 당한 자리에서 죽게 된 에피소드를 보면 더욱 극명히 공존의 모순을 느끼게 된다.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동물을 애완용으로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인격화해서 끼고 사는 것이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인정하고 그들도 자연이라는 공동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주체자로서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팔팔이’가 움직이는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도로의 개통을 검토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근본적 대안은 도로 개통을 줄이거나 방향을 수정하고 차의 운전속도를 낮추는 것으로 인간들에게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야생 동물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미미한 상태다.


이 영화는 최근 개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연출한 황윤 감독의 전작이다. 그녀는 동물과 인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눈앞에 놓인 경제적인, 현실적인 문제들에 집중하느라 놓치고 가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 중 하나가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 눈감지 말고 공감의 과녁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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