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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대상이 아닌 주체로, 장애인들의 영화 세상

by indiespace_은 2015. 4. 29.
[인디즈_기획기사]
  
대상이 아닌 주체로,장애인들의 영화 세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PC나 휴대폰으로 영화를 예매할 때 뒷좌석에 3-4개의 좌석은 일반인이 예매할 수 없다. 장애인 좌석으로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장애인이 영화를 예매해서 보는 일은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장애인은 영화 매체에서 소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청각 매체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3D나 4DX 등 장애가 있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방향으로 영화 감상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영화 감상의 부분 뿐 아니라 영화를 제작하는 부분에서도 장애인은 주체적인 입장이 아니다. 장애인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환경이 되기 어렵기도 하고 영화 제작에서 장애인이 주 소재가 되더라도 대상화되는 것이 대다수다. <7번방의 선물>이나 <말아톤>과 같은 영화에서 장애인은 역경을 극복하는 때에만 주체적으로 그려질 뿐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비장애인들의 일상과는 달리 영화의 소재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사이에 장애인의 삶 자체에 주목하고 그들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고자하는 노력이 증진되어왔다. 소수자라는 입장을 열등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다른 관점으로서 존중하려는 장애인 영화제들과 영화 상영을 장애인의 시점에 맞추어 자막과 해설을 단 ‘배리어 프리’ 영화 상영 방법에서 그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 제15회 장애인 영화제 경쟁부분 상영작들
이미지 출처: 제15회 장애인영화제 홈페이지 뉴스레터 1호 (http://www.pdff.or.kr/newsletter-2014-01.html)
 

 
장애인영화제 PDFF(Persons with Disabilities Film Festival)는 올해 16회를 맞이하며 장애인의 영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 영화제는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확대하고 영화를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경쟁부문인 PDFF 경선이 있고 장애인 미디어 운동, 특별 상영, 해외 초청 부문으로 총 4부문으로 이루어져있다. 주목할 점은 장애인 미디어 운동 부문이다. 이 부문은 미디어 생산의 주체로서 장애 당사자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문으로 영화 제작의 측면에서 장애인들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특별 상영 부문도 기획이 특이한데, 2014년 15회 PDFF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다루어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색다른 영화 관람의 방면을 보여주었다. 작년의 PDFF의 ‘극복의 대상이 아닌, 다른 감각과 표현을 가능케 하는 장애’라는 영화제 전반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기획이었다. 상영 방식은 한글 자막과 화면 해설이 동시에 제공되는 배리어프리 방식이었으며 무료 상영으로 진행되었다. 장애인 영화제 외에도 서울 및 제주, 부산에서도 장애인인권영화제가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이 영화제들은 장애인영화제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단편 영화들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상영한다.
 
 

▲ 제15회 장애인영화제가 열렸던 당시 영화제 장소인 대한극장 외관

이미지 출처: 제15회 장애인영화제 홈페이지 뉴스레터 5호 (http://www.pdff.or.kr/newsletter-2014-05.html)

 
 
장애인영화제의 상영 방식에서도 언급되었듯,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과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덧입혀 시청각적인 제약이 없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만든 영화 상영 방식이다. 배리어프리 방식의 상영은 주로 ‘사단법인 배리어프리 영화 위원회’(Korean Barrier Free Film Committee)에서 정기적으로 혹은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 4월에는 18일, 19일에 한국영사자료원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가 열렸고 25일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토요배리어프리 영화관’이 열렸다. 또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주최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도 2011년부터 작년까지 4회로 매년 개최되어 왔다. 이 영화제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영화를 포함해 다양한 영화들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한다. 작년에는 <변호인>, <수상한 그녀>, <피부 색깔=꿀색>, <군도: 민란의 시대>, <반짝반짝 두근두근>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상영했다. 
 
 

▲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방식

이미지 출처: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언회 홈페이지 (http://www.barrierfreefilms.or.kr/#!/c20mz)
  
 

소수자의 위치로서 장애인의 영화 혹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를 만들어 주는 영화제와 상영 기획들도 좋지만 더 좋은 방식은 멀지 않은 곳에서 장애인 관련 영화를 볼 수 있게 되고, 배리어프리 방식의 상영이 시간을 지정하여 시행되는 방식일 것이다. 지난 23일에 개봉한 청각장애인 소재의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수화통역버전으로 독립영화관에서 다양한 영화들과 함께 상영되듯 장애인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다른 영화들과 동등하게 영화관에 걸리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갔으면 한다. 우리와 별개의 사람으로 대상화되지 않고 이야기의 주체로서 장애인의 영화들을 제작하고 관람자로서도 존중받는, 동등한 영화인으로서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앞으로 점점 더 확산되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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