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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조류인간> : 우리는 모두에게 얼마나 질문하고 있는가

by indiespace_은 2015. 3. 4.

 <조류인간> 


  

Synopsis

15년 전, 아내가 사라졌다.


유명 소설가인 ‘정석’은 작품활동도 중단한 채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쫓고 있다.

그런 정석에게 갑자기 나타난 묘령의 여인 ‘소연’은 아내를 찾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어딘가 다른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소연’이 의심스럽지만, 

15년째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하던 ‘정석’은 그녀와의 동행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난 낯선 이들의 방문.

유사한 케이스로 가족, 연인을 잃은 실종자 가족을 만나게 된 ‘정석’은

모든 사건의 연결고리인 ‘이은호’라는 사내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은호’를 쫓기 시작한 ‘정석’은 그를 만나기 위해 ‘수상한 관문’들을 통과해나가고, 

그 실체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사라진 아내를 둘러싼 믿을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15년 후, 그녀가 곧 깨어난다.



<조류인간>한 줄 관람평

양지모 | 혐오스러운 남자들과 변신해야만 하는 여자들의 파열음

이교빈 | 책을 읽는 듯한 영화

김민범 | 날개와 부리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도경 | 우리는 우리가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 애써본  있는가

전지애 | 조류가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조류인간>리뷰


<조류인간> : 우리는 모두에게 얼마나 질문하고 있는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새로 변신하는 인간?

인간이 새로 변한다 말이 요즘은 낯설지 않다. 문학과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텔링 매체에서 변신 모티프는 흔하게 사용된다. 카프카의 「변신」 이래로 수많은 문학작품에 변신모티프가 등장했다. 최근 한국 현대 소설만 보아도 아내가 나무가 된다거나 (한강, 「내 여자의 열매」) 나이는 성인이지만 물컹한 덩어리 위에 아이가 올라탄 채로 산다던가 (윤이형, 「쿤의 여행」), 멀쩡하게 직장에 다니던 부부가 오뚝이가 되어버리는 (황정은, 「오뚝이와 지빠귀」) 상황이 펼쳐져도 낯설지 않게 페이지를 넘길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의 히어로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의 초인적 능력을 발견하고 박쥐, 거미와 결합하여 영웅이 되는 인물을 당연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자의로 변신을 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결핍이나 거대 권력 하의 부조리를 처단하는 힘을 보여주기 위해 신체가 변형된 것일 뿐이다. <조류인간> 이들의 변신 모티프 공식을 빗겨간다. 자신의 힘으로 본연의 모습이었던 새가 되기 위해 15 동안 안간힘을 쓴다. 영화는 인간이 새로 변한다 아닌 인간이 새로 돌아온다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사라진 아내를 찾다

소설가 정석(김정석 ) 아내(정한비 ) 어느 떠난다는 메시지만을 남기고 실종된다. 정석은 15 동안 아내를 찾던 , 아내와 비슷한 경로로 실종된 아이의 어머니의 강압적 부탁으로 실종된 사람들의 집단의 선봉에 서게 된다. 정석이 아내를 찾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편 영화의 핵심인 아내가 조류인간이 되는 과정이 전개된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구조가 다르고 먹는 음식도 구별되는 점점 인간과 섞이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인류가 아닌 조류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아내는 이에 맞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야기가 맞물려 전개되는 과정 정식이 아내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소연(소이 ) 아내와 같이 조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던 것으로 밝혀지며 영화는 15 후인 현재에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

소연은 자신이 조류라는 사실을 깨닫고 정체성대로 살고자 하는 능동성은 갖고 있지만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만큼의 인내가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대조적으로 아내는 인내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이 관심 가져 주지 않았던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변신의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 약초꾼, 사냥꾼, 의사로 대변되는 타자들의 인정이 있어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정체성이 확립이 이루어진다. 이는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것이 개인의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드러낸다. 작중 정석에게 일을 강압적으로 맡긴 여자의 부하직원들이 차를 몰며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삼천 드럼의 기름이 필요하다. 그것은 하늘을 날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이 새가 되려는 것은 비행이라는 능력을 하나 갖기 위한 욕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가 새가 되려는 것은 인위적으로 능력을 하나 차지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자연스러움이다.


 

모두가 모두를 얼마나 아는지에 대한 질문

아내를 비롯한 조류인간들이 한의사, 약초꾼, 사냥꾼, 수술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 15년이 지나서야 완전한 조류가 되는 과정은 현실에서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힘겨움과도 같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정체성을 지녔다는 사실은 스스로 찾기도, 드러내기도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여 먹고 사는 것이 생활이 아닌 목적이 자본주의 사회, 사회에서 먹고 살며 낙오되지 않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세상은 이질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정체성이 다른 부류가 존재한다. 작품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조류 택한 이유를 조류는 인간과 공생하는 생물 진화 과정이 인간과는 이질적인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간 무리에 섞여 살지만 동질성이 떨어지는 생물을 선택하여 인간 사회에서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을 상징한 것인데, 이는 현실 소수자 집단을 대유한 것이라고도 있다.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사라진 인간이 많다는 , 그들을 찾아내 원상복귀 시키려는 집단도 있다는 것은 이질적 집단과 집단에 대한 억압의 존재를 명시한다. 억압 세력이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며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하는 모습은 이질적 정체성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을 일깨운다. 작중 정석이 소연에게 너도 새야?라고 묻는 부분은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제껏 가져본 없던, 타인에 대한 물음을 최초로 꺼내 드는 장면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공생하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영화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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