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와 부리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걸리는 시간<조류인간>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3월 1일(일) 오후 3시
참석: 신연식 감독 | 배우 김정석, 정한비, 이유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3월의 첫날, <러시안 소설>로 ‘읽는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고유의 감성을 보여준 신연식 감독의 신작 <조류인간>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영화에 대해 감독, 배우, 관객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디토크에는 신연식 감독을 비롯하여 김정석, 정한비, 이유미 배우가 참석해서 <조류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 감독님께서 <조류인간>이 어떤 작품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신연식 감독: <조류인간>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에요. 아내의 진짜 모습과 마주치게 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의 원인은 정체성의 문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타인이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나아가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생기는 것들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조금 말이 안 되는 설정을 한 작품입니다. 사람이 새가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이 새가 되는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 농담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만들고 나서 대부분의 영화인이 그거 농담 아니었냐고, 진짜냐고 물었어요. 판타지, 우화적인 설정을 했지만, 여러분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방황과 갈등들이 있어요. 여러분의 삶과 주인공의 삶을 비교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의 배경이 겨울과 산이잖아요. 감독님과 배우들이 힘들었을 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신연식 감독: 너무 추웠어요. 촬영이 없는 날은 따뜻한데, 촬영만 들어가면 추워지고 눈이 오고. 눈 덮인 산이 나오는 장면은 실제로 눈이 한 시간에 15cm가 왔어요. 그래서 산장에 고립됐었어요. 바로 그날이 인디스페이스에서 <러시안 소설> 인디토크가 있는 날이었고, 산에서 걸어 내려왔어요. 촬영 스태프들이 밥을 못 먹고 있어서 쌀을 사고, 그 가방을 가지고 인디토크를 진행했었어요. 관객 분들에게 “실제 상황입니다. 저희 스태프들은 고립되어있습니다.” 했는데 안 믿으시더라고요. 영화를 보시면 알 것 같아요. 올해 겨울이 따뜻했죠? 제가 영화를 안 찍어서 그래요. (웃음) 스태프들은 그래도 옷을 따뜻하게 입어서 괜찮은데, 배우들은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옷도 얇았어요. 배우 분들은 어땠어요?
김정석 배우: 추위와 자연에 대응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작품을 위해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정으로 임했습니다. 제가 평소 겨울에 내복을 잘 안 입는데 이 작품 찍은 겨울에는 많이 입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로 촬영 때 눈이 많이 왔어요. 그래도 눈이 와줘서 작품에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정한비 배우: 정말 추웠어요. 그래도 저는 옷을 많이 껴입고, 목도리도 하고 장갑도 해서 걱정했던 거만큼은 안 추웠어요. 또 감독님이 빠르게 촬영을 진행해줘서 괜찮았어요. 대신 신발이 방수가 안 돼서 발은 추웠어요. 작년 2월에 촬영했었는데 촬영만 하면 눈이 계속 왔어요. 덕분에 장면 연결은 끊어지지 않고 잘 촬영했던 거 같아요.
신연식 감독: 껴입고도 그 정도면 본인이 굉장히 날씬하다는 거죠? (웃음) 정한비 배우가 이런 식이에요.
이유미 배우: 맞아요. 숙소에서 봤는데 정한비 배우가 정말 내복을 많이 입었어요. 저도 많이 입는다고 했는데 정한비 배우만큼은 못 껴입었어요. 그래도 핫팩 덕분에 작년 겨울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 눈 때문에 엄청나게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화면도 예쁘고, 상황에 다 맞게 느껴져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산을 오를 때는 눈 때문에 미끄러웠어요. 다들 자주 넘어졌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관객: 영화 속에 같은 장면이 세네 번 나왔어요. 밤하늘이 돌아가는 장면이 색감만 다르게 해서 나왔는데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나요?
신연식 감독: 똑같은 컷을 사용한 이유는 별을 찍을 방법이 타임리스 밖에 없어서예요. 여건상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서 촬영하기는 힘들어요. 시나리오에 ‘별을 본다’는 지문을 여러 번 썼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타임리스로 여러 곳에서 촬영을 했는데 사실 굉장히 좋은 소스를 뽑아내는데 시간이 8~9시간 걸려요. 여러 차례 시도를 했는데 그 중 괜찮은 것만 사용하다 보니까 반복이 된 거 같아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관객: 영화를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촬영하셨다고 하는데 혹시 그렇게 촬영하신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제 영화는 <영화는 영화다>를 제외하고는 다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촬영했어요. <배우는 배우다> 같은 상업영화는 TV나 해외 판권 문제가 걸려있어서 화면 비율을 가장 표준적인 선택을 하는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그런 제약이 없어서 좀 더 영화적인 비율인 시네마스코프를 사용했어요.
관객: 영화 속에서 부인(정한비 배우)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감독님은 개인이 정체성을 찾는 일과 주변 사람들에게 생기는 고통 중에서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우선순위가 있지는 않아요. 선택의 사항이 아니라는 거예요. 정체성은 개인의 취향대로, 어떤 것이 개인의 안위와 행복에 적합한 것인가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태어난 삶의 목표, 목적 자체가 단순히 삶의 안락함과 행복은 아니라는 겁니다. 삶의 목표가 행복 혹은 안락함이었다면 우리는 안 태어나는 게 낫다는 거죠. 태어날 때부터 고통의 시작이고 온갖 부조리에 휩싸여 살아가니까요. 극 중에 소연 역할이 현실의 안락함과 순응을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할아버지가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고, 예쁘고, 똑똑하고, 외국계 기업에 연봉도 많이 받을 거 같은 역할로 나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가 되고 싶어 하고, 15년의 긴 시간을 본인이 받아들이려고 해요. 정체성의 문제는 어떤 취향의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에서 나왔던 배우 분들이 <조류인간>에도 많이 나오셔서 찾는 재미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러시안 소설>의 다른 것들을 단편 혹은 장편으로 제작하실 생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러시안 소설>의 ‘귀 기울여 속삭이기’ 같은 작품은 상업영화로 만들 생각입니다. 언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연출은 안 할 생각합니다. 저는 시나리오와 제작만 하게 될 거 같아요. 당장은 아니에요. 다른 밀린 작품들이 있어서요.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상업 영화 범위 내에서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될 거 같아요. 굉장히 실력 있는 감독님과 같이할 예정입니다.
관객: 마지막에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남편과 매의 눈이 마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동물 중에) 왜 새를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새는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다른 존재이죠. 어류는 엄연히 다른 공간에 살고 있고, 파충류는 좀 이상하고(웃음) 조류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이 있지 않은 존재라고 느껴졌어요. 제가 만약에 나무에 기대고 서 있고, 비둘기가 나무에 앉아 있다면 우리는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가치관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 거 같지만, 사실은 저에게 나무는 전혀 다른 존재이고, 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안 하고 있어요.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해 있다고 해도 가치관은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으로 조류를 선택했습니다.
진행: 배우 분들은 연기할 때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석 배우: 이 인물로 들어가는 게 중요했는데요, 시간 날 때마다 감독님과 대화를 했습니다. 감독님도 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고 현장에서도 스태프들과 다른 배우들과 많은 대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혼자 있는 시간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혼자 산책하고 집에 있을 때도 혼자 있고 이 인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집중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느꼈던 건 나라는 인간 누구인가, 배우로서의 행보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어요. 인상적인 장면은 산에서 도망가던 중 앨리스 킴하고 앉아 있다가 “너도 새니? 너는 뭐니?” 라고 묻는 장면이에요. 극 중 김정석 작가도 잘 모른다는 이야기였거든요. 그 장면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정한비 배우: 저도 이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김정석 배우가 말씀한 대로 외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어요. 자우림의 ‘샤이닝’이라는 노래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굉장히 고독하고 외로운 노래인데 매니저가 힘들어할 만큼 많이 들었어요. 극 중 인물처럼 일기도 많이 쓰면서 그녀의 마음속에서 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인물의 정체성이 인간이 아니고 새였기 때문에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제가 인상 깊었던 장면도 김정석 배우가 말씀한 장면이에요. 그 장면이 <조류인간>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장면으로는 노을이 지는 산등성이에서 김정석 작가, 앨리스 킴, 한비 세 명이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참 아름다웠어요. 전반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어요.
이유미 배우: 처음에 대본을 받고 새가 된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어요. ‘새가 된다고? 어떻게 새가 되지?’ 그래서 더 대본도 꼼꼼히 읽었어요. 결국에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가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연기한 인물의 15년 후가 나오잖아요. ‘내가 이거를 어떻게 해야 되지? 15년 후에 어떻게 저렇게 되었지?’ 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께 여쭤보니까 너는 소녀의 나이에 맞게만 생각하라고 그 이후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소녀의 나잇대에 있는 익살스러움에 집중했었는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소연이 앨리스 킴으로 나오다가 김정석 작가를 만날 때 보헤미안 스타일로 나와요. 15년 전 소녀 시절 느낌으로 입었는데 그 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진행: 신연식 감독님이 꽤 많은 장면에 나오셨어요. 어떤 장면에서 나오셨나요?
신연식 감독: 제가 서너 번 나와요. 다 찾지는 못하셨을 거 같아요. 제가 연기를 절대 안 하려고 했어요. 출판사 직원 역은 원래 연기를 처음 하는 연극영화과 학생이었어요. 영화를 처음 하니까 너무 많이 긴장한 거예요. NG를 10번쯤 내니까 짜증이 나서 옷 갈아입고 제가 내려가서 찍었어요. 말 그대로 메소드 연기를 했어요. 짜증 난 상태에서 짜증 난 연기를 했으니까요. (웃음) 그리고 사냥꾼 역할은 어떻게 하게 되었냐 하면, 나오는 개들이 진짜 사냥개들이에요. 크기가 작은데 멧돼지를 잡는 개들이죠. 그 개들이랑 눈 덮인 산을 뛰어다니는 건 엄청난 노동이에요. 대사도 없고 배우에게 부탁하기가 힘들어서 사냥꾼 역할은 다 스태프들이 했어요. 최근에 봉만대 감독님이 다른 작품에서 우정 출연을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봉만대 감독님의 연기를 보고 저는 은퇴를 결심했어요. 도저히 나는 연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봉만대 감독님이 신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해줘요. 씨스타의 다솜에게 수작 부리는 아저씨 연기였는데 정말 잘하셨어요. 그 정도 연기는 해야지 출연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해 놓고 또 출연할 수도 있어요. 다신 안 한다고 몇 번 말 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될 때가 있어요.
관객: 제가 감명 깊게 봤던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에 앨리스 킴이 하는 대사와 “여기서도 행복하지 못하면 거기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는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새가 되지 못한 소연 역할이 좀 더 공감이 가고 눈길이 갔습니다. 제가 정체성을 찾지 못한 느낌이어서 그 인물에게 공감이 갔던 거 같아요. 소연은 왜 새가 되지 못한 건지 궁금합니다.
신연식 감독: 저희 조명감독이 <배우는 배우다> 이후에 트랜스젠더 수술을 태국에 가서 받았어요. 그러면서 이 영화가 조금 바뀌었어요. 처음엔 인류학적, 진화론적으로 변하는 이야기였어요. 한의사를 만나고 약초꾼을 만나고 수술 받는 과정이 트랜스젠더 수술 과정과 똑같아요. 나이 마흔 넘어서 성 정체성을 깨달았다는 것 자체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성 정체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받아들이는 거로 생각하잖아요.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삶의 목표가 단순히 편리를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답게 살고 이 부조리한 세상의 삶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할 때, 내가 누군지를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앨리스 킴은 현실에 잘 순응해서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다운 삶은 찾아서 가려고 하는 사람이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굳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새가 되는 영화를 만들까요? 저는 상업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게 훨씬 유익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내가 왜 이럴까, 우리가 부조리한 세상에 왜 태어났는가, 내가 이 세상에 맞서서 어떠한 태도로 살 것인가를 생각해요. 좌절할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분노할 것인가, 극복할 것인가, 결국은 내가 내 삶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까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정체성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중에서 극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리스 킴도 마찬가지예요. 새가 못 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삶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환상이라는 거지, 실제 나하고는 다를 수 있다는 거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내가 상상했던 삶과 꿈, 판타지와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영화감독으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개인의 행복과 안락함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살아가는 것이죠. 이게 나고 이게 내 인생이구나 하면서요.
진행: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 드립니다.
이유미 배우: <조류인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가셔서 포털사이트에 좋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SNS에도 많은 추천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한비 배우: 쉬는 날 소중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 한 분 한 분 너무나 소중해요. 저희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입 소문 부탁 드립니다.
김정석 배우: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보신 분들 더 잘 되실 거고, 정체성을 찾는데 보탬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홍보 부탁합니다.
신연식 감독: 한국 영화 산업 내에도 굉장히 많은 부조리가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저는 외면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돈이 안 되는 이런 작업을 상업영화 활동 사이사이 하고 있습니다. 모든 영화가 다 가치가 있으니까 자신의 영화를 지지해주세요. 말하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는 <조류인간>을 돈을 벌기 위해서 찍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어제 큰 결심을 하나 했는데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넘는 시점에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내릴 생각입니다. 다른 독립영화를 위해서. 한국 영화 산업과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창작자, 투자사, 배우도, 스태프들도 노력해야 합니다. 또 관객 분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아주셔야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영화니까 소중하고 제가 돈 버는데 보탬이 되어달라고 말씀 드리는 게 아니에요. 저는 이 영화로 돈 벌 생각이 없어요. 절대로 돈을 안 벌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로 돈을 벌지는 않을 겁니다. <조류인간>의 흥행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상업영화 각본을 쓰는 일이 개인적 이익에는 더 좋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에게 감히 부탁하는 것은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입니다. 결론이 이래서 좀 숙연해졌는데, 영화는 충분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 있는 신연식 감독의 입장을 들어 볼 수 있었고, 쉽지 않은 설정의 영화를 찍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줄어들고 있는 이런 세태 속에서 ‘정체성’이라는 주제가 ‘인간이 새가 된다’는 설정보다 더 엉뚱한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민한다. 아직 우리가 깨닫지 못한 날개와 부리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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