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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 계급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날 것’의 애니메이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우리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판타지 세계, 디즈니와 픽사의 동물 캐릭터와 옛 동화 속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환상의 세계가 쉽게 그려진다. 포스터에는 귀여운 그림체, 더빙은 앳된 목소리의 성우, 동심과 환상성을 일으키는 음악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어떤가. 울퉁불퉁 투박한 그림체와 오정세, 양익준 등 실감나는 연기파 배우들의 더빙, 피 묻은 얼굴과 시체들이 즐비하게 그려진다. 이전의 애니메이션이 한 꺼풀 치장된 세계를 그렸다면, <돼지의 왕>은 현실의 잔인한 이면을 미화시키지 않고 생생하게, 날 것 그대로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허름한 골목길과 빨간 노을이 스산하게 낀 배경의 이 영화는 한 중학교 교실에 집중한다. 교실에는 권력을 기준으로 아이들이 계급화 되어있다. 그들 스스로의 계급이 아닌 부모의 계급이 세습된 모습으로 사회의 단면이 축소되어 집약되어있다. 돈이 많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중간계층과 하층의 아이들의 위에 군림하여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조롱한다. 순수함 없이 권력 놀음에 도취된 그들의 모습은 어른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부리는 횡포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적나라하게 사회의 병든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단한 권력의 횡포 사이로 ‘김철’이라는 아이가 파고든다. 그는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소위 일진들을 폭력으로 맞대응하며 “10년, 20년 뒤에 너희들이 그 때를 좋은 시절로 회상할 것이 역겹다.”며 그들에게 그런 시절을 지워주겠노라고 선언한다. 철이의 이 말은 언뜻 실현 가능한 일로도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아이돌로 데뷔한 신인이 과거 일진이었던 신상정보가 피해자들에 의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피해자들은 그들의 활동을 결사 반대한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짓밟은 이들의 성공을 TV와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10대에 받은 폭력을, 어른이 된 이후까지도 연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일진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칠까? 적어도 영화엔 그런 모습은 없다. 10대의 어린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을 죄책감 없이 괴롭히고 자신들에게 대항이라도 하면 ‘깡패’라고 폭언하며 폭행을 일삼는다. 스스로의 언행이 악하다는 자각 없이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당하는 취급을 약자에게 가감 없이 투영한다.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후에 성인의 모습으로도 그들은 밑바닥 세계에 등장하지 않는다. 밑바닥의 삶에는 종석과 경민 만이 여전히 잔존할 뿐이다.
결국 몰락하는 것은 바닥의 삶을 사는 종석과 경민과 같은 하층민들일 뿐이다. 철이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은 원래 목표였던 일진 무리가 아닌 철이의 친구라고 불렸던 종석과 경민의 것이 된다. 10여년이 지나도록 세상은 변한 것이 없다. 경민은 사업이 망해서 자살을 하고 종석은 돈을 못 버는 작가일 뿐이다. 죽어서 고기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돼지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런 돼지들의 ‘왕’으로 추대되어 일진 무리를 일시적으로 응징했던 철이도 결국 죽음을 무릅쓸 만큼의 용기가 없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비겁하고 시시한 인간’(네이버 웹툰 <송곳>, 최규석)일 뿐이다. 그를 하층 계급의 왕으로 만들어 준건 세상이 아닌 옥상에서 그의 등을 떠민 종석이다. 그러니 그들 사이에서의 왕이 무슨 권력을 가질까. 실제 권력 위의 강자들은 반성이 없다. 권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의 아이러니만 증폭될 뿐이다. 이러한 날 것의 현실을 투박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현실을 새롭게,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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