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쿼바디스>
영화: 쿼바디스
감독: 김재환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비가 내리는 차창 너머로 ‘사랑의 교회’의 건물이 흐릿하게 비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곧이어 사랑의 교회의 설립자였던 고(故)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 씨가 화면에 등장한다. 그는 사랑의 교회의 증축 공사 비용이 3천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폭로함과 동시에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교회가 이 어마어마한 돈을 건축에 쏟는 것을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요?”
앞서 옥성호 씨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대형교회들의 건축 실태와 그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물론 영화는 그 밖의 다른 범죄들도 고발하고 있다. 전병욱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에 관한 의혹뿐만 아니라, 교회의 예산을 초과하는 거액의 전별금 문제 등 대형교회들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중에서도 대형교회의 건축 비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건축현장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카메라는 수많은 건물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교회를 부감으로 보여줌으로써, 거대한 교회의 몸을 보여주는 동시에 끝없이 커져만 가는 목사의 탐욕을 강조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형교회의 비리들을 폭로하고 있는 주체가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감독은 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를 패러디한 ‘마이클 모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낸다. 마이클 모어는 줄곧 목사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을 뿐만 아니라 목사의 앞에 불쑥 나타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때 그가 인터뷰한 목사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즉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모두 연출된 장면이며, 가상의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논픽션으로만 이루어진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곳곳에 픽션이 놓여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사실상 이러한 방식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마이클 모어와 재연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매끄럽지 않게 삽입되었다는 아쉬움을 다소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목사들과 마이클 모어의 인터뷰 장면들을 우스꽝스럽게 설정함으로써, 목사들의 모순된 증언들과 양면적인 도덕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감독은 이전에 대형교회 목사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감독이 교회로부터 들었던 대답은 “그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등의 이야기였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우습지 않으냐며 되묻기도 했다. 감독의 말처럼 예수보다도 교회의 목사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감독은 이러한 현상이 오롯이 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목사를 맹신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너희들은 왜 침묵하는가. 모두 다 어디로 숨었는가.” 감독은 영화를 본 우리에게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되묻는다.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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