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묻습니다 <쿼바디스>인디토크
영화: 쿼바디스_ 감독 김재환
일시: 2014년 12월 10일
참석: 김재환 감독, 최승호 뉴스타파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원주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12월 10일, 김재환 감독의 한국교회를 다룬 다큐멘터리 <쿼바디스>의 GV가 열렸다. 이번 GV는 특별히 영화 안에서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신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함께했다. 김재환 감독이 최성호 피디에게 첫 질문을 던지면서 GV가 시작되었다.
▲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김재환 감독과 최성호 피디
김재환 감독 (이하 김) : 피디수첩에서 많은 한국 교회를 취재해 오셨는데 영화 보고나니 어떠신가요?
최승호 피디 (이하 최) : 문제가 더 심각해졌어요. 한국 사회와 교회도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더 후퇴한 것 같아요. 순복음 교회 성도들이 예배 마치고 나가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서서 ‘승리하십시오’ 인사를 합니다. 거기서 ‘승리하십시오’라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전율을 느꼈어요. 저게 바로 한국교회의 모습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이죠.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모순점을 한국교회가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김 : 사실 가장 처절한 심판은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 크리스천이 아닌 분들도 오셨겠지만,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MB의 추억>에서 우리의 욕망 결정체가 이명박으로 나타났듯이 한국 교회도 한국 크리스천들의 욕망이 모여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회는 수십 년간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습니다. 성도들에게 목사의 잘못은 하나님께서 다루시니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죠. 침묵하고 기도하는 것만이 좋은 크리스천이고 좋은 믿음으로 표현됐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분(최승호 피디)이 가만히 있지 않고 표현하다가 잘리신 분이죠.(웃음) 교회 안에는 분명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가 있고 이것이 또 사회의 한 부분을 상징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 관객 분들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와 영화를 보고 혹시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 :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제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이런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팠고 ‘어떻게 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싶었죠. 저는 ‘나라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교회가 해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여기 작은 교회 목사님들도 오셨을 텐데 ‘작은 교회가 꿈꾸고 있는 모습이 후에 지금 이 영화에 나온 모습이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슬플 것인가? 우리는 어딜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한국교회를 담고 있지만, 질문은 여기 있는 한국 관객 분들께도 여쭤보고 있는 거거든요.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말이죠.
최 : 결국 ‘한국 교회는 대형교회 목사를 위한 교회고 대한민국의 경제는 대재벌들을 위한 경제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위한 민주주의이다’ 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습을 농축하여 보여주고 기독교인들이 마음속으로 이런 문제들을 풀지 않는다면 이것이 사회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제가 다녔던 교회에서는 분명히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었지만, 꼭 그것이 승리하라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관객 : 이 영화를 만들면서 형식적인 측면을 어떻게 고민하셨는지? 그리고 하필이면 왜 마이클 무어 감독을 내세워 논쟁적인 인물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했는지? 그리고 항공 촬영을 통해 거대교회를 담아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제작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제작비를 먼저 말씀 드리면 이것도 전 두 편과 마찬가지로 자비로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 감독이 쉽게 만나기 힘든 분들을 잡으러 가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그런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영화 속에서 보였듯이 지금 목사님들은 ‘우리가 만날 수 없는 분’이 되었잖아요. 그래서 만날 수 없는 목사님을 잡으러 간다는 그런 풍자를 넣었죠. 또 한국계 미국인이 들어온다는 시각으로 했는데, 한발 떨어져서 외국에 있는 크리스천이 한국교회를 보면 이것이 정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런 표현방법으로 한국교회가 얼마나 예수를 배반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항공촬영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른 시선이 필요했어요. 거대한 교회도 결국 위에서 보면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 질문에 답하는 최성호 피디
관객 : 취재방법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등장한 교회들의 부채 상황이나 재정상황을 외부인으로서 어떻게 조사하셨는지? 두 번째로는 한국교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데 본인은 한국 기독교를 전도하실 수 있는 분이신지를 알고 싶습니다.
최 : 교회의 재정적인 문제는 예수교 장로이기 때문에 당회나 모임에서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가 나옵니다. 교회 내부에서 목사님의 문제를 아는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오니깐 그분들에 의해서 취재가 가능해지는 거죠. 재정상황에 대한 정보는 그런 분들을 통해 취재했습니다.
김 : 교회는 폐쇄적입니다. 드러내는 것 자체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문제가 점점 곪아서 터지는 건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이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찾아오면서 여러가지 정보들이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영화를 설득시키기 위해 그분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로 도움을 받아야 하죠. 사실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런 목소리는 당연한 목소리에요. 전도를 ’쿼바디스’가 막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이것을 통해 ‘우리가 이렇게 잘못했습니다’부터 대화를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분명한 건 예수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예수님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런 예수님이 아니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전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김재환처럼 의심 많은 사람이 믿는다면 그 예수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씨네21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치료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전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 : 사랑의 교회에서 법적인 소송을 걸었다고 들었는데 이 영화가 사랑의 교회에 관해 얘기한 것이 무엇이죠?
김 : 제가 보여드린 모습은 사랑의 교회의 멋진 건물과 목사님의 각오뿐이었는데 저한테 상은 안주시고 법적인 싸움을 거셨죠. 멀티플렉스에도 전화를 많이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랑의 교회가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가 싶거든요. ‘우리 건드리지마 들어가 살 거야’ 이런 마음인데 그러면서 어떻게 전도를 할 건지 의문입니다.
관객 : 저런 어마어마한 대형교회를 만드는 목사님들, 그러니까 우리가 실제 만나지 못하는 그런 분들의 캐릭터는 어떤지 묻고 싶네요. 저런 캐릭터의 어떤 특성들 때문에 어마어마한 신도들이 몰려드는지 궁금합니다.
김 : 그 분들의 책이나 인터뷰를 다 확인했는데 어느 순간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이 되어 있더라고요. 분명한 건 성도들이 그렇게 만든 점도 있어요. 건강한 교회를 보면 규모가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고 목사와 성도들 간의 대화가 아주 자유롭거든요. 성도와 목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목사님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성도들 욕망의 총합이 됩니다. 성도들에게 큰 교회에 대한 욕망이 생기니 목사님 자체도 욕망으로 뭉쳐지는 거죠. 그렇게 어느 순간 목사님의 모습이 바뀌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 한국 교회의 많은 문제점을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영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제 친구들 그리고 역사적으로 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이 이런 교회문제 때문에 교회를 떠나가지 않았나 싶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교회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김 : 사랑의 교회를 프레임으로 하다 포기한 이유가 저것을 ‘사랑의 교회만의 문제다’라고 하면 다 빠져나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교회라는 전체적인 관점으로 잡게 되었죠. 조지 부시가 나오는 이유는 현재 한국 기독교는 사실 미국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교회와 미국과의 관계는 시리즈로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하죠. 그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어서 넣었고 또 조지 부시와 마이클 무어와의 관계도 생각하여 여러 부분을 상징시켜서 보여주고자 넣었습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60분 러닝타임이면 50분이 알맹입니다. 그 안에서 47분 정도를 비판하고 나머지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대안을 내고 끝을 내죠. 사실 제가 생각하는 대안은 좋은 교회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족이라고 생각해요.
최 : 피디수첩을 만들었을 때 이단 교회를 비판해오다가 2000년 크리스마스 즈음\ 대형 교회를 비판하겠다고 하니 MBC 간부와 이사님들이 긴장을 많이 하셨어요. 이 아이템을 허락해 주는 조건으로 내건 것이 대안을 반드시 다루어야 된다는 것이었죠. 그때 당시만 해도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분당 샘물교회가 있었어요. 방송의 결과는 분당샘물교회의 부흥이었고, 어느새 어마어마한 교회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만약 이 영화에 그런 대안이나 사례로 희망을 찾으려 했다면 이 영화의 진정성과 힘이 상당히 떨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쉽게 희망을 품어서는 안되고 우리가 굉장히 깊은 구덩이 속에 있다는 것을 바라보고 근원적으로 어떻게 빠져나갈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김 :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회는 좋은 시스템이나 구조를 가진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배출해내는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좋은 교회는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을 양육하고 있는가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관객 : 대형 교회들의 큰 영향력 때문에 반대로 이들이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목사님이 반성해야 하는지 성도들이 반성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 잘못 되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교회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논의하는 거죠. 저는 성도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입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크리스천이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우리 교회가 훌륭한 공동체를 남기보다는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입을 열었으면 해요. 여기서 항의는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거죠. 어디선가 미세한 변화가 시작이 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그 안에서 왕따가 될 수 있겠지만, 왕따를 각오하고 나아가는 그런 표현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무리 인사 중
최 : 사실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상영관이 많지 않아 관객 여러분의 입소문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보시고 좋으셨다면 주변에 많은 홍보 부탁 드립니다.
김 :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 사회는 혼자서 깨끗해질 수 없어요. 교회와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교회가 깨끗해지면 한국사회도 깨끗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QUO VADIS’ 베드로가 예수께 물었다는 그 말은 지금 우리에게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로 남았다. 이번 인디토크에 참석한 사람만이라도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입을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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