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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뒷모습의 승철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

by 도란도란도란 2014. 12. 18.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즈_Choice] 뒷모습의 승철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



<무산일기>의 주인공인 전승철은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번번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결국 승철이 하는 일은 불법 전단지를 벽에 붙이는 일이고, 시급 2천 원짜리 노래방 아르바이트이다. 하지만 승철은 같은 구역에 전단지를 붙이는 동네 패거리에게 매번 얻어맞기 일쑤다. 이를 모르는 사장은 승철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오히려 승철을 비난한다. 또한 승철은 유일한 탈북자 친구인 경철에게도 걸핏하면 무시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철은 부단히 살아간다. 그리고 승철은 어떠한 상황이 놓여도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승철은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공장장에게 일자리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승철은 등을 보이며 공장장이 사용했던 컵을 씻고 있다. 이 장면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승철이 처음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승철은 분명히 욕망을 가지고 있다. 승철은 좋아하는 여자(숙영)의 뒤를 쫓아다니고, 양복점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승철이 욕망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승철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차갑고 냉혹한 현실뿐이다.

현실은 변하지 않아도, 승철은 여전히 살아간다. 영화는 부단히 살아가고 있는 승철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현실은 변하지 않기에, 승철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화의 후반부, 승철은 숙영에게 오해를 받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고, 경철과도 사이가 틀어진다. 위기와도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자 승철은 경철을 배신하고, 경철의 돈을 빼돌린다.

조용하고 착하게만 보였던 승철의 변화를 계기로 승철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승철은 경철의 돈으로 머리를 다듬고, 멀끔한 정장도 사 입는다.

그렇다면, 이제 승철의 일상은 순탄히 흘러갈 수 있는 것일까. 감독은 다시 관객에게 묻는다.

영화에서 승철의 일상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불행한 사건이 승철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건은 마치 일상의 한 부분인 것처럼 흘러간다. 결국 그 사건도 승철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

 

감독은 많은 장면에서 승철의 표정이 아닌,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감독은 승철의 표정을 관객에게 맡겨둔 채, 오로지 승철의 행위만을 쫓는다. 승철의 행위는 승철이 삶을 견디는 방법이며, 불행한 사건을 단순한 일상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앞으로 승철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판단은 오로지 영화를 보는 우리의 몫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승철의 표정을 생각하면서, 승철의 일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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