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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소리 질러야 할까? 무관심과 관대가 공존하는 곳,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by 도란도란도란 2014. 7. 2.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소리 질러야 할까? 무관심과 관대가 공존하는 곳,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감독: 김경묵

출연: 주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연, 안재민, 이바울, 김새벽, 정혜인, 이주승 그리고 김수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줄 관람평

윤정희: 하루 동안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일을 경험하곤 한다.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소 번잡한 경험.

김은혜: 편의점이란 제약된 공간에서 다채로운 이야기와 독특한 플롯이 돋보였다. 감독과 배우의 앞으로의 행진이 궁금하게 되는 이것이 끝이 아닌 영화.

이윤상: 청춘의 수만큼 존재하는 우리들의 편의점, 그 거대하고도 잔혹한 시스템.

전유진: 재치있는 동시에 씁쓸한,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스타들의 매력은 덤.  



이따금 이 듣고 싶을 때 당신은 수다쟁이 사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라. 비디오방에서 서로를 안았던 어린 연인을 퇴학시킨 선생은 컵라면을 사먹고, 아이를 지우게 한 남자는 목이 말라 맥주를 사러왔고, 아직도 아버지께 꾸중 듣는 백수 청년은 오늘도 담배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이 기록은 마침내 시시해진다.

한 번도 휴일이 없었던 그곳에서 나는-나의 필요를 아는척해주는 그곳에서- 그러므로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누구도 껴안지 않았다. 내가 편의점에 갔던 그사이, 나는 이별을 했고, 찾아갔고,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거대한 관대가 하도 낯설어 나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 당신이 만약 편의점에 간다면 주위를 잘 살펴라. 당신 옆의 한 여자가 편의점에서 물을 살 때, 그것은 약을 먹기 위함이며, 당신 뒤의 남자가 편의점에 면도날을 살 때, 그것은 손을 긋기 위함이며, 당신 앞의 소년이 휴지를 살 때, 그것은 병든 노모의 밑을 닦기 위함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당신은 이따금 상기해도 좋고 아니래도 좋다. 큐마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는 모른다. 편의점의 관심은 내가 아니라 물이다, 휴지다, 면도날이다. 그리하여 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 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사이, 내겐 반드시 무언가 필요해진다.

 - 김애란, 달려라아비, 창비, pp56-57.

 

 영화를 보면서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거대한 무관심의 공간인 동시에 나의 필요를 아는 척 해주는 유일한 관대의 공간.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세상이 바로 편의점이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편의점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담는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에게 때때로 무례하고 때때로 호의적이며, 때때로 서로를 외면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편의점이다. 내부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고 사방은 통유리로 되어있다. 대게의 편의점들은 그렇게 모든 것을 드러내며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현실보단 미래를 가슴에 품은 청춘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보다 더 높은 시급을 받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고, 오디션을 준비하며, 면접 결과를 확인한다.

 




편의점엔 편의를 위한 온갖물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필요해진 온갖사람들이 몰려든다. 우리는 손님이 사는 물건을 통해 그들에 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서로가 아니다. 기계적으로 필요를 해소하고, 서로가 아닌 가격표와 바코드를 응시할 뿐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법칙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알바생들에게까지 적용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들은 진열장에 놓인 상품들처럼 평가받고 선택되어 유일하게 말을 할 줄 아는 상품으로 자리에 놓인다.

깔끔하고 밝기만 한 편의점은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가장 외부에 침묵하며 서 있을 뿐이다. 그 안에는 어떻게든 더 비싼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알바생들과 그들의 임금을 제 때 주지 못해 주식에 뛰어든 힘없는 점주와, 그들을 수시로 감시하고 평가하는 대기업과 거대한 자본이 존재한다.

 



 

영화 초반 알바생에게 현실은 실험이 아니라 실전이라고 윽박지르는 한 손님의 말처럼 모든 것이 돈으로 돌아가는 실전에서, 요구되어지는 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편의점은 자연스레 그 작동을 멈추고 만다. 작동을 멈춘 편의점 앞에는 또 다시 거대한 필요들이 몰려들고, 자본은 그 모든 것을 예측했다는 듯이 새로운 요구들을 보완하여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의 필요를 점점 더 정확하게 파악해가는 편의점은 실은 우리가 얼굴을 볼 수 없는 아주 높은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돌아간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서로를 끊임없이 배제시킨다. 현실이 버거운 사람들은 누군가의 불평을 들어줄 힘이 없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쏟아낸다. 우리에겐 더 이상 타인의 실수를 관대하게 참아줄 힘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참지 못하는 화는 너무나도 사소하고 무지해 자신보다 더 낮은 곳으로만 향해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조정하는 거대한 자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

 




많은 주인공들이 일하고, 사랑하고, 관심을 무관심으로 포장하고 때론 무관심을 관심으로 포장하던 그 편의점이 끝내 작동을 멈추어도 그들은 아마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전보다 더 매출이 높은 다른 편의점을 찾아 갈 것이다. 세상에 편의점은, 그 잔혹한 시스템은, 청춘의 수만큼 존재하니까 말이다.

 

감독은 영화 안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뒤엔 물음표도, 느낌표도, 마침표도 찍혀져 있지 않다. 우리는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언가가 필요로 할 것이다. 동시에 편의점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 곁에서 항상 환하게 빛나며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소리 질러야 할까? 이것이 정말 우리의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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