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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괴인〉인디토크 기록: 나와 내 이웃의 이름

by indiespace_가람 2023. 11. 23.

나와 내 이웃의 이름

〈괴인〉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12(일)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이정홍 감독, 박기홍, 전길 배우

진행 임선애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기록입니다.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 기묘한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들어온 괴인들이 스스로를 소명했던 시간. 한 꺼풀 벗겨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우리들을 마음껏 꺼내어 떠드는 시간이 이곳에 마련되었다.

 

 

영화 〈괴인〉 스틸컷

 

 

임선애 감독(이하 임선애): 안녕하세요, 저는 〈괴인〉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임선애입니다.

 

전길 배우(이하 전길): 안녕하세요, 〈괴인〉의 현정 역을 맡은 전길입니다. 반갑습니다.

 

박기홍 배우(이하 박기홍): 안녕하세요, 〈괴인〉에서 기홍 역을 맡은 박기홍입니다.

 

이정홍 감독(이하 이정홍): 안녕하세요, 〈괴인〉 감독한 이정홍입니다. 반갑습니다.

 

임선애: 영화 재미있게 보셨죠? 되게 이상하고 재미있죠. 저도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많이 나서 궁금했거든요. 감독님과는 올해 영화제 예심을 같이 했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뵀었는데 제가 만난 이정홍 감독님의 첫인상은 말수가 적으시고 좀 낯가림이 있어 보였어요. 사실 말수가 적다는 게 그 이면에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콕 집어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심사할 때도 두루뭉술하게 얘기하시는 게 아니라 허투루 말하지 않으시려고 오래 생각하시고 해서 굉장히 신뢰가 갔었던 첫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괴인〉을 보고 나니까 ‘역시 제 생각이 맞았구나.’ 싶었어요. 제가 감독님의 전작을 다 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여러 영화를 놓고 블라인드 시사를 했을 때 그 중 이정홍 감독의 영화를 고르라면 바로 고를 수 있을 것 같은, 그만큼 감독님만의 인장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상한 흡입력을 가진 〈괴인〉,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괴인〉의 매력을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이 영화에 탄복했던 지점들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 번째로 놀라웠던 지점은, 보통 영화를 시작하면 어떤 사건을 화두로 던지고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아요. 굳이 나누자면 기홍이 과천으로 이사를 간 후부터가 이야기의 본론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게 아마 한 18분, 19분 그 언저리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 보통 영화는 1막이 그 정도에서 끝나거든요. 이제 화두가 던져졌어요. 주인공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고 시작하는데 그때까지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종잡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단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영화에 사건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어 가면서도 관객의 예상을 배반하는 방식,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되게 낯설면서도 신선함으로 느껴졌어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어떤 사건들, 그러니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낯설기도 하지만, 우리 삶과 너무 닮아 있는 모습들이어서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과 불안감을 갖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단연 우리 극중 기홍 역할을 하신 실제 박기홍 배우님의 매력일 텐데요. 현실에서 기홍 같은 인물이 제 주변에 있으면 아마 벌써 차단을 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영화에서 만난 기홍은 너무 반가웠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 혹자들은 홍상수 감독 영화의 ‘약간 찌질한 남성 캐릭터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 훨씬 더 진일보적이고 시의적이기까지 한 그런 인물로 느껴졌어요. 적당한 허세와 예민성, 때때로 선량하고 또 남을 하대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되게 개처럼 구는, 그런 다면적인 인물로서 관객이 기홍이라는 인물을 한 가지로 판단하기 어렵게 계속 빗겨가도록 영화를 만드셨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쓸 때 보통 주인공을 어떤 결핍의 인물로 만든단 말이에요. 그럴수록 플롯을 짜는 데 쉽고 딜레마를 만드는 데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거든요. 기홍 역시도 그런 인물로 보이는데요. 이 영화에서 기홍이 좀 다른 지점은 보통 영화 후반부의 결과값은 주인공이 성장하거나 변화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기홍은 어떻습니까? 극중 대사처럼 ‘한 번 살다 뒈지는 인생인데 그냥 지 꼴리는 대로 살’ 그런 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들이 보기에는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요. 저는 그런 인물을 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제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요. 인터뷰를 보니까, 감독님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했는데 연막을 치기 위해서 극중 기홍을 실제 목수로 일하고 있는 친구 기홍 님을 캐스팅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그 이야기에서 개인의 경험은 무엇이고, 또 우리 전길 배우님을 포함해서 두 배우님을 캐스팅하는 과정이 궁금했어요.

 

이정홍: 제 개인의 경험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행동을 담았다기보다는, 감독님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꽤 치명적인 어떤 문제를 겪고 있잖아요. 저도 제가 처음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어요. 그 치명적인 주인공이 누가 있을까를 계속 찾으려고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계속 실패했고요. 조금 전에도 설명드렸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꽤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삶에서 제가 느끼는 행복이라든지, 중요한 문제라든지, 공포라든지 이런 것들은 다 실재하는 거였고,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을 솔직하게 다루고 싶었는데 저 같은 성격의 주인공이 나오는, 누가 봐도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홍이라는 친구가 저랑 되게 오래된 친구인데요. 저와 어떤 접점이 있으면서도, 성격상 꽤 큰 차이도 있고 저도 되게 오래 봤지만 볼수록 모르겠는, 나름 신비로운 친구이기도 했고요. 제가 이 친구의 이야기를 하면 제 개인의 이야기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떤 영화적인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기홍이 적절한 인물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영화 〈괴인〉 스틸컷

 

 

임선애: 그러면 극중 기홍과 실제 박기홍 배우님의 성격에 간극은 좀 있나요?

 

이정홍: 물론 과장되어 있는 게 있죠,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박기홍: 과장이 많이 되어 있죠, 매체의 특성상.

 

임선애: 우리 전길 배우님 캐스팅은요?

 

이정홍: 저희 영화가 꽤 독특한 캐스팅 과정을 겪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출연하신 거의 모든 분들이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 배우이신데, 그중에서도 단연 저로서는 극적인 캐스팅이라고 생각이 되는 배우님이셨어요. 사실 기홍 역할을 기홍이가 하는 게 좋겠다라고 판단한 후에 바로 뒤따른 결심은 ‘집주인 부부만큼은 기성 배우가 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그게 제 불안을 덮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적으로 다른 조연 배우들은 비전문 배우분들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처음 단편 영화를 찍을 때 비전문 배우분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고, 거기서 얻은 나름의 경험치와 장점을 첫 장편 영화에 녹이고 싶어서 비전문 배우 오디션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넓은 범위로 일을 벌여 봤어요.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발로도 뛰어 보자 했죠. 저희 조감독 했던 친구가 살고 있던 대단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연기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찾습니다.’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한번 올려 보자고 했어요. 저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그런데 이게 매주 입찰을 새로 받아서 매주 바꿔야 되는 거예요. 이게 한 번 바꾸면 3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예요, 5천 세대를 다 도는데. 2주 했는데 2명에게 연락이 왔어요. 사실 지속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한 한 달은 눈에 거슬려야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한 달만 눈 감고 해 보자.’ 한 게 5주, 6주를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그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이 영화에 출연해 주신 게 전길 배우님이셨죠. 독특한 과정을 겪어서 만나게 됐는데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임선애: 오디션 공고를 보고 한 번에 ‘해 봐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고민을 하시다가 출연하게 되신 건가요?

 

전길: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처음에 아파트 게시판에 너무 색다른 전단지가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도대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봤거든요. 흥미롭게 보다가 한번 내볼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차에 어느 순간 게시판에 저 전단지가 없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끝났나 보다.’ 하고서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갔는데 어느 날 보니까 또 같은 곳에 전단지가 붙어 있길래 ‘그러면 일단 연락해 보자.’라는 생각에 연락을 했어요. 될 거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고 그냥 간단하니까요. 간단히 재미 삼아서 연락한 거였고, 이 자리까지 올 거라고는 그 당시에는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어요.

 

임선애: 처음에 어떤 방식으로 오디션을 하신 거예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이정홍: 좀 TMI이긴 한데, 제가 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에 이창동 감독님의 인물 담당 조감독을 했었고, 이창동 감독님의 오디션이 나름 특징들이 있어요.

 

임선애: 어떤 작품이었어요? 〈시〉?

 

이정홍: 〈버닝〉이요. 그래서 거기서 배워 온 노하우가 있었는데, 일반인이라고 해서 다른 접근이 있었던 건 거의 없고 그대로 배우로 생각하고 진행했었어요.

 

임선애: 그러면 그날 오디션 하고 바로 확신이 드셨던 거예요?

 

이정홍: 거의 90%의 확신을 했었어요. 그리고 한 달 정도 더 고민을 했죠. (전길 배우님이) 아무 생각 없었다고 하셨지만 약간 안절부절못하셨어요.

 

전길: 제가 이력서 비슷한 걸 보내고 나서 ‘1차 오디션 합격했으니 어디로 오디션을 보러 와라.’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그때 오디션 진행자가 감독님이셨거든요. 방에 들어가서 ‘이거 뭐지?’라는 느낌의 오디션을 보고 나서 약간 김칫국을 많이 마셨는데 연락이 너무 늦어서 좀 그렇긴 했어요. (웃음)

 

임선애: 혹시 좀 불안하거나 그러지 않으셨어요? 이거 무슨 사기꾼 집단 아닌가 이런 느낌.

 

전길: 감독님 뵙기 전부터 일단 그 오디션 장소의 건물이 이대에 진짜 오래된 스튜디오 지하에 있는 곳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이런 오디션도 생소하고, ‘이거 무슨.. 가서 문 잠그는 이상한 곳 아니야?’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웃음) 저는 그때 너무 불안해서 가족들이랑 같이 갔다가 “내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이쪽으로 와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서 들어갔던 거였어요. 그런데 다행히 스튜디오 내부는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일단 거기서 안심을 좀 했고, 저 말고도 다른 분들이 오디션을 보러 온 거 보고 ‘이게 맞구나.’ 싶어서 괜한 걱정을 했었네요.

 

임선애: 다음 질문을 또 드려 볼게요. 어쨌든 저는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진 플롯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 ‘기존 영화 작법에서 저항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보통 이제 기승전-상승하는 방식으로 쓰기 마련인데 ‘이런 이야기로 진행이 되나 보다.’ 싶다가, 그런 기대를 다시 또 방관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또 그 문제를 끌어오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더라고요. 대표적으로 CCTV를 보면서 ‘기홍의 차가 찌그러진 상태인 걸 발견하고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가 보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또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그걸 파헤치지도 않아요. 능동적이지 않은 거죠. 오히려 집주인 정환이 의도해서 갔던 것도 있고. 그러다가 놀이터에서 우연히 CCTV 속의 얼굴, 하나를 만나면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잖아요. 그 이야기는 되게 새로운 방향으로 턴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CCTV 상에서는 남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자였던 것도 일종의 반전처럼 느껴져서 흥미로웠어요. 요약하자면.. 저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쓰시는 방식이 궁금해요, 같은 감독으로서 노하우를 조금 듣고 싶기도 하고? (웃음) 정교하게 트리트먼트를 쓰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시는지, 아니면 그냥 쭉 직관대로 쓰시다가 수정을 하는 방식인지. 기존의 작법에서 저항하는 느낌들을 많이 받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69세〉라는 영화를 만들 때 피해자 주인공이 ‘제2, 제3의 조력자에 의해서 끌려다니는 방식으로 쓰고 싶지 않다.’라는 게 제 기조였거든요. 그래서 감독님한테는 이 시나리오 쓸 때 어떤 저항감, ‘이것만큼은 꼭 지키고 쓰고 싶다.’ 이런 게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이정홍: 여러 기준들이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사건 위주의 영화가 아니고 ‘보다 인물과 관계 위주의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였던 것 같아요. 어쨌든 사건이 없을 수는 없고, 사실 자동차 사고나 그런 것과 관련된 얼마든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차 지붕이 내려앉은 것은 사실 차가 높아서 보이지도 않는데요. 그런데 얼마든지 중요한 일일 수도 있으면서, 얼마든지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는 애매한 사건이라는 면에서 사건에 묶이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 다닐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사건을 쫓아가는 영화 같지만, 사실은 이 사건 때문에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것이 제게 중요한 사건이었어요. 계급과 성격이 다르지만 집주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정환과 기홍은 각자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사회에서는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사건을 통해서 두 사람이 뭉치게 되고, 뭉친 두 사람이 발산하는 어떤 에너지를 중심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사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기홍의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기홍 주위의 여러 사람들을 기홍과 관계 맺게 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기홍이 그 사람들과 관계 맺고, 대화 나누고 하면서 이 사람의 면면을 관객들이 보게 되고, 그렇게 해서 끝내 지켜보게 된 기홍이라는 사람이 첫인상과 얼마나 다른지, 혹은 우리가 이 사람의 손을 잡아 줄 법한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국 기홍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괴인〉 스틸컷

 

 

임선애: 기홍 배우님께 질문드릴게요. 극중 기홍의 대사처럼 굉장히 작업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박기홍: 많이 힘들었지요.

 

임선애: 어쨌든 친구의 일이기도 하고 해서 생업을 놓으시고 최선을 다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목수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랐는데 본인이 진짜 직업으로 삼고 계신지라 디테일한 면면들을 보게 되었어요. 보면서 ‘목수 일’과 ‘영화 일’이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설계를 하고, 오차 없이 잘라야 하고,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합이 이루어져서 기술적인 면이나 관계적인 면에서 소통이 원활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하신 일과 영화 작업은 서로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기홍: 제가 목수 일을 한 10년쯤 한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영화 일도 네다섯 번 정도 연출부로 도와준 것 같아요. 일단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한 번에 다 모였다가 헤어질 때는 또 쿨하게 헤어지고 하는 그런 약간의 ‘쿨함’ 같은 게 좀 닮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감독님한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기는 해요. 한 이십대 초반 때였나? “영화보다는 이쪽이 낫다. 진짜로 미래에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이 한 달 정도 목공 학원을 다녔었어요. 정홍이는 그때 목공보다 영화 안에 목공이라는 요소가 들어갈지도 모르니까 그것 때문에 학원을 수강했던 것 같아요.

 

임선애: 연이어 전길 배우님한테 질문드리고 싶은데, 저는 현정이 퇴근하고 기홍과 정환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합석하면서 본격적으로 ‘나는 전길 배우야.’ 보여 주는 씬이 있는데 굉장히 피로감에 젖은 얼굴로 대사를 하시는 게 고수의 느낌이 났어요.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 연기’라고 해야 되나? 너무 리얼해서 오랫동안 연극판에서 연극하시던 분이라는 포스가 느껴질 정도로 조용조용하신데 딕션도 되게 정확하고, 포즈도 자연스럽고, 뭔가 이 두 남자를 가지고 노는 느낌도 있고 그래서 되게 매혹적이었거든요. 그런 매력의 정점이 조금 전에 기홍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두 분이 방에서 술을 마실 때 약간 측면으로 올려다보면서 플러팅인지 아닌지 되게 애매하고 아슬아슬한 연기를 펼치시는데 보면서 너무 긴장되더라고요. 무슨 일 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대체 감독님이 현장에서 디렉팅을 어떻게 하셨을까.’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촬영하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고, 매 테이크 어떤 식으로 디렉션을 주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전길: 촬영이 순서대로 갔는데 정환과 기홍이 술을 마실 때 현정이 들어오는 씬은 제가 대사를 한 첫 촬영이었거든요. 저는 그날 되게 추웠던 기억이 나는데 화면에 잘 나왔다니 다행이고요. 촬영 계속 하다보니 좀 편해진 것들이 있어서 후반부 장면들은 마음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임선애: 감독님은 실제로 디렉팅을 어떻게 하셨어요.

 

이정홍: 출연한 배우마다 조금씩은 달랐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최대한 설명드리지 않으려고 해요.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특히 전길 배우님은 후반부 장면 같은 경우 거의 ‘아무 말이 없었다.’에 가까울 것 같아요. 저도 놀랐고요. 그렇게까지 아슬아슬한 느낌이 날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찍으면서 스태프들도 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선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에 물이 오르는 거군요.

 

이정홍: 말씀하신 것처럼 전에 네 명이서 얘기하는 장면 있잖아요. 그거를 저희가 한 2~3일 동안 이렇게 찍어 보고, 저렇게 찍어 보고 대사도 이렇게 바꿔 보고 했거든요. 그때는 제가 되게 예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도 약간 지쳐 있었는데 그 다음 날에 이 씬을 찍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때 두 분이 저보다 더 예민하게 그 씬을 잘하고 싶어 하셨어요.

 

임선애: 영화 중반 지점에 기홍과 집주인이 테니스 치러 갔을 때 장면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동안 두 사람이 집주인과 세입자로서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있다가 거기서 유일하게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신발을 갈아 신잖아요.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옷과 계급, 신발에서 내려와서 둘이 똑같은 신발을 신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똑같은 라켓을 쥐는 그 순간이 서로 공평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테니스라는 것도 나란히 같이 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다음 장면에 구멍 프레임으로 밤에 자전거가 내려오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을 처음 볼 때는 저는 ‘두 사람이 테니스 치고 그냥 오는 길인 건가?’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스크리너로 자세히 보는데 한 사람이 여자였던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 두 사람은 누구고, 제가 느끼기에는 ‘기홍의 무의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거든요. 그 장면의 의도가 궁금해요.

 

이정홍: 이야기해 주신 게 다 그런 의도였던 것 같고, 두 사람은 현정과 남자인데 남자는 잘 안 보이거든요. 그래서 기홍일 수도 있고, 정환일 수도 있고,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사실 마지막까지 넣을지 말지 고민했던 장면이었어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말씀하신 대로 처음 목표는 기홍이가 정환으로부터 “사랑이 없는 부부야.”라는 고백을 듣고 그에 대한 기홍의 리액션이었거든요. 기홍이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시각화해 보고 싶은 목표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두 사람이 다가올 때는 하나의 자동차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다가 이렇게 멀어지면서 주는 이상한 느낌이 시각적으로도 필요한 게 있었고, 또 다른 하나의 의도는 인터미션처럼 별생각 없이 페이드아웃되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일종의 휴식 시간처럼 기능하기를 바라는 것도 있었어요. 앞서 봤던 것들을 조금 정리하고, 이게 안 그런 것 같지만 꽤 빠른 박자로 계속 뭔가를 봐 왔을 거거든요. 그러면서 하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하는 그 중간 단계로써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선애: 넣기 정말 잘한 씬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장면이었거든요. 그러면 이제 관객 질문을 좀 받아볼까요?

 

 

영화 〈괴인〉 스틸컷

 

 

관객: 분리와 연결이라는 정환의 대사처럼 독특한 집의 구성이 인상 깊었는데요. 처음부터 그 집을 생각하고 촬영을 하신 건지, 아니면 다른 여러 집 중에서 고르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정홍: 처음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다른 집이었지만, 그 분리와 연결이 여전히 유효한 구조의 이층집이었고요. 현관을 같이 쓰는 세대가 애매하게 분리되어 있는 집이었고, 오랫동안 롤모델이 있었는데 촬영 직전에 코로나가 닥치면서 집주인이 결국 허락을 안 해 주셨어요. 그래서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는데 어렵게 찾은 그 집에 딱 도착했을 때 선물처럼 건축가님이 저에게 그렇게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여기 앉아 보세요.” 하는 정환의 대사가 있잖아요. ‘분리와 연결’이라는 용어를 딱 쓰시는 순간 제가 약간 소름이 돋으면서 ‘이걸 영화에 꼭 넣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집이 정해진 이후로 그 집에 걸맞게 시나리오도 수정했습니다.

 

관객: 영화 중간에 휴대폰 화면이 아예 들어가잖아요. 보통 영화에 그렇게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잘 없는데 그걸 넣으실 때 고민하신 부분이 있으신지, 그리고 휴대폰이 깨진 상태로 계속 화면이 보여지는데 처음부터 ‘화면이 깨진 상태로 계속 보여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송하나 캐릭터가 마치 제가 홍대에서 마주친 것처럼 인상 깊어서 송하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시게 된 건지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이정홍: 핸드폰 화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처음 고민한 건 경준과의 이별부터였어요. 경준이 떠난다고 그러잖아요. 그거를 두 사람이 직접 만나게 해서 대안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는 핸드폰으로 주고받게 하는 장면을 하고 싶더라고요. 제 나름의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핸드폰을 직접 찍는 방법으로는 보기도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사실 영화에서는 드문 방식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훨씬 더 과감하게 나오잖아요. 그만큼 우리한테는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깨진 핸드폰 같은 경우가 그걸 더 확신할 수 있게 도와줬는데, 사실 처음에 피아노 선생님한테 보낼 때는 안 깨져 있어요, 화면이. 깨끗한 상태인데 기홍이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실제로 리허설을 하던 중에 그게 깨진 거예요. ‘나중에 CG로 하면 문제없겠다.’ 생각하고 깨진 걸 살려 갈 생각은 처음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우연히 기홍이가 문자 하는 걸 봤는데 (깨진 부분을) 요리조리 피해 가지고 하는 게 되게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그게 또 영화 안의 소통의 어려움을 한편으로 의미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같은 경우는 제가 여러 인터뷰에서 많이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사실 제 첫 장편 프로젝트의 시작점에 있던 캐릭터였어요. 제가 우연히 TV에서 하는 가출 청소년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가출 청소년의 반항기 있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 편하고 낙천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를 우연히 보고 제가 너무 큰 인상을 받아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어요. 여러 사연을 겪고 있는 주인공으로 하려던 이야기를 그 친구를 통해서 해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고, 아무튼 이 영화에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했고, 후반부에 뒤늦게 등장하는 만큼 어떻게든 뻔해 보인다든지 하는 건 피해야 했어요. ‘그에 걸맞는 존재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를 아주 깊게 고민했고, 아까 감독님 말씀하신 것처럼 ‘기본적으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 뭐 이런 식의 방법을 썼던 거죠. 여자 중에서도 주변에 제가 아는 친구가 말하기로는 이 친구의 화법이 ‘일 미터 화법’이라는 거예요. 일 미터 안에 있는 사람만 들리게 말하는. 그런 식의 의외성을 주었고, 약간의 강박이 있었던 유일한 캐릭터인데 그 친구가 아주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서 저도 보면서 매 순간 놀라웠어요. 그 친구는 원래 쿠팡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단역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제가 보통 오디션은 ‘길면 30분, 짧으면 15분’에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1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죠. 원래는 긴 생머리에 수줍은 많은 친구였는데 이 친구를 이렇게 변신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마지막 부분에서 기홍과 현정이 외투를 입고 다시 돌아오잖아요. 돌아오고 나서 정환과 하나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무표정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데 혹시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홍: 사실 엔딩에 관해서 질문을 많이 받고, 저도 매번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쨌든 대답을 해야 하니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엔딩을 받아들이시길 바랐던 것 같아요.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큰 파도를 타고 가다가 시련을 이겨 낸 다음에 영화가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랬을 때 그 시련의 크기만큼 성장한다든지 하는 게 비교적 선명해지는 거죠.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목적이 다른 이야기였고, 결국 이 기홍이라는 인물 개인의 이야기로서 엔딩으로 갈 수 있는 지점을 제가 못 찾았어요. 이 친구가 과연 어느 지점까지 가야 사람들이 ‘아, 이 영화가 이렇게 나한테 이런 의미를 주는구나.’로 받아들일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취했던 선택은 기홍이는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거였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기홍이는 줄어들고 다른 인물들이 더 솟아나는 거죠. 그러면서 제가 목표했던 것은 ‘기홍이가 이렇게 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겠구나.’의 방향보다는 ‘우리 모두 지독하게 얽혀 있구나.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큰 책임을 행사하면서 살고 있구나.’ 이런 식의 어떤 고립된 개인의 이야기가 확장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사실 그 느낌을 위한 엔딩이고, 둘이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것들은 저조차 사실 정해 두지 않았어요. 제가 실제로 이 두 분께도 “어떤 일을 겪었을 거야.” 이야기한 적이 없고, 더군다나 기홍이와 현정의 대화 씬 같은 경우는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디렉팅을 따로 주지도 않았고요, 저는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가 그렇게 함으로써 현정이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되게 커지는 거예요. 전체 분량이 정환이나 하나에 비해서 적을 수 있지만 마지막의 행동으로 인해 제가 목표했던 ‘모두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순간’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고, 그 둘이 어떤 일을 겪고 와서 어떤 표정을 짓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져요. 그런 순간 있잖아요. 그냥 말 그대로 ‘너무 말하고 싶은 대화’ 그런 거일 것 같다가도, 어떨 때 보면 ‘그래도 사건 사고가 있었을 것 같긴 해.’ 그리고 이들이 ‘그 일을 계기로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또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세 사람이 그 당시에 겪고 있는 어떤 갈등의 구체적인 결과보다는 ‘이들 삶이 이 순간 이후로 어떻게 될까.’ 좀 더 크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홍이라는 친구는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게 될까. 정환, 현정 부부는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헤어지게 될까.’ 그런 식으로 저조차도 볼 때마다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괴인〉 스틸컷

 

 

관객: 〈괴인〉 제목의 의미와 기홍 씨가 맺었던 인간관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관계가 궁금합니다.

 

이정홍: ‘누가 괴인인지라든지, 이 사람이 왜 괴인이지.’라고 생각하면서 보시게 된 것 같은데, 저는 사실 〈괴인〉 제목에 그런 의도는 거의 없었고 처음에는 극중 하나를 지칭하는 의도로 지어 놓은 가제였어요. 왜 그랬냐면 괴인이라는 단어가 우리한테 낯선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정확하게 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가 아니라 각자 다르게 떠올릴 수 있는 생소한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그 친구에 대해서 제가 그 당시에 취하고 있었던 의지와 목적을 그럭저럭 괜찮게 담고 있는 제목 정도로 가제로 지어 둔 상황이었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보니 ‘사람들이 기홍이를 괴인으로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첫 장면이 공사와 관련된 그런 것들 위주로 찍었잖아요. 그러면서 그다음에 집주인과 관련된 장면을 찍게 되니까 제가 봐도 ‘이제 사람들이 집주인을 괴인으로 보려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 식으로 ‘매 인물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그렇게 보이겠구나.’ 정도의 생각이었고, 그래서 이 제목으로서의 나름의 작은 확신을 가져가다가 결국 제가 결심한 건 ‘아무도 괴인이 아닌 것’이에요. 그러면 이 제목은 과장법인데, 제목을 과장한 것 자체가 이 영화에서 제가 담고 싶었던 관계에서의 어려움, 불편, 이런 것들이 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상태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게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어서 그렇게 했던 거였어요. 기홍이가 괴인? 저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만 그래도 이 친구가 직업적인 특수성이 있잖아요. 원래 회사 일을 하다가 갑자기 관두고, 목수가 되면서 스스로 남들 시선에 너무 예민해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반말을 하고, 이런 좀 이상해 보이는 행동들이 사실 직업적인 것과 굉장히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고, 만약 ‘괴인’을 기홍 안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사회 계급적으로든 사람들이 기홍이라는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시선? 그런 직업적인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기홍: 일단은 기홍을 너무 걱정해 주셔서 저희 엄마가 온 줄 알았어요. (웃음) 처음 보는 사이인데 감사드리고, 아까 전에 목공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사실 조금 다른 점은.. 목공은 조금 외롭거든요. 한 두 세 명 정도만 일하느라 그 외로움이 있는데, 영화 현장은 적어도 30명에서 50명이 있어서 그때는 외롭지 않게 사람들하고 부딪히면서 약 6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인간관계도 더 증폭되고 하는 게 있었습니다. 그게 고마웠어요.

 

임선애: 이제 마무리해야 되는 시간 같아서요. 감독님 마지막 인사하기 전에 제 인사를 대신할게요. 제가 아침에 제 인스타 스토리에 괴인으로 2행시를 지어봤어요. ‘괴’로울 만큼 우리들의 들추고 싶지 않은 이면들을 까뒤집는, ‘인’정사정없어 슬프고 웃긴 영화. 많이 사랑해 주세요.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정홍: 사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화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영화이기도 한데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까지 자리해 주신 걸 보면 제 마음대로 영화를 좋게 봐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싶고요. 영화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혹시 주변에 추천하고 싶으시면 추천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반가웠습니다.

 

박기홍: 날씨가 갑자기 너무 쌀쌀해지고 추워졌습니다. 귀한 걸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재미있으셨다면 입소문 내 주시면 너무 감사합니다.

 

전길: 저도 아까 기홍 님 말씀하신 것처럼 촬영 현장에서 굉장히 여러 사람들한테 응원받으면서 즐거운 촬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괴인〉 개봉하고 관객분들 만나서 너무 기분 좋고, 요즘에 사실 지인들한테 연락 올 때 “나 영화 봤어.” 하는 연락이 제일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도 영화 보시고 좋은 리뷰 많이 남겨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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