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때때로 절망하는 너에게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3〈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감독, 출연자 송강원 인터뷰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어느 순간 무수한 물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이날, 삶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그 물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서 비롯되는 슬픔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일 것이다. 영화 속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의 말들처럼, 멀리 보고 계속 뛰게 할 수는 없지만 그다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게 하는 것. 목적지가 아니라 옆에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했다. 그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기대어 있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당신은 영화에 담아내고, 비로소 내게 ‘영화’는 당신이라고 말로 전할 수 있다. 송강원 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퀴어 마이 프렌즈〉는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사람 인(人)’ 자처럼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이들은 기대는 연습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기대기’에 대해 말했다. 우리에서 더 큰 우리로, 끊임없이 안에서 확장되는 이야기들을 밖으로 연결하는 일에 대해 이 영화를 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완성되지 않은 각자가 겪는 슬픔이 있더라도 “조금이나마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다가가고 싶다”라는 서아현 감독의 말을 끝으로 긴 대화를 전한다.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전에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3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기대나 소감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아현 감독(이하 서아현): 작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저희를 초청해 주셨어요. 말하자면 퀴어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퀴어 마이 프렌즈〉를 상영할 수 있었는데, 그때 관객분들을 만나 다양한 관심과 감상을 전해 받았던 것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올해는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부스를 열 계획이었는데, 사실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어떤 방식으로 열리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도 무사히 부스를 열고, 많은 분을 직접 뵐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3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정식 개봉 전에 더 많은 관객분에게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강원을 바라보며) 혹시 다른 소감이 있으실까요?
송강원 출연자(이하 송강원): 아닙니다. 완벽합니다. (웃음)
영화제에서 상영이 있을 때마다 두 분께서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셨던 것 같아요. 영화의 결말부를 떠올리면,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그 자체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간 관객분들을 만나며 어떤 마음을 전해 받으셨는지,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송강원: 한국에 있게 될 줄 몰랐는데 이 곳에 있게 되어 좋고요. 무엇보다도 아현 감독과 많은 스태프께서 터널과도 같은 오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영화가 완성되어 관객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저 또한 함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기뻤고요. 매번 관객과의 대화를 더 시켜달라고 하고 싶을 만큼 좋았고, 지금의 인터뷰를 포함한 모든 순간이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서아현: 저는 해외, 그리고 국내에서의 첫 상영이 기억에 남아요. 작년 토론토에서 열린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 상영이 있었는데, 강원 오빠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도 영화가 정말로 상영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어요. 막연한 불안을 느끼기도 했고요. 캐나다는 한국에 비해 퀴어 인권 문제에 있어 열려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가진 관객들이 영화에 담긴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영화에 담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해 주시는 것을 넘어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나눠주셨어요. 국적과 문화를 넘어 영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상영을 앞두고는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는 관객들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했어요. 어쩌면 민감하다면 민감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요. 막상 영화를 처음 상영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그 이후로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항상 관객분들께서 저희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는 것을 느껴요. 관객분들과 저희가 오랜 친구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영화를 통해 저희의 많은 시간을 공유해 주셨기 때문인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랜 친구가 되는 기분이라는 말에 찡한 마음이 들어요.
송강원: 저희의 영화는 분명 퀴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우정’과 ‘관계’에 대한 영화라고 많이들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또, 영화를 ‘찐하게’ 봐준 분들이 저희를 친구로 느껴주시는 것 같아 고맙고, 저희도 친구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친구’라는 단어가 나와서 생각났는데요. 두 분께서는 영화를 만들기 이전부터 친구셨잖아요. 물론 영화에서 소개되기도 하지만 어떻게 두 분께서 친구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서아현: 영화에서도 보셨겠지만 강원 오빠와 저는 같은 대학교에서 연극을 하며 만났어요. 처음부터 같이 연기를 했던 것은 아니었고요. 신입생 시절에 교내 연극을 보러 갔는데 굉장히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강원 오빠를 봤어요.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가 대단해서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생각했죠. 이후로 저도 연극에 관심이 생겨 함께 무대를 준비하며 친해졌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좀 특별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게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잘 몰랐던 거죠. 오빠는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커밍아웃 이전에 먼저 저에게 커밍아웃했었어요. 오빠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잠시 한국에 돌아왔던 시기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저에게 다이어리를 읽어보고 있으라고 건네주더니 화장실에 가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제게 다이어리를 읽어보라고 하는 건지 당황스러웠어요. (웃음) 그래서 자세히는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쑥쑥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엄마 몰래 화장을 해보는 남자아이를 그려놓은 낙서를 봤어요. 그걸 보고는 고민이 시작됐죠.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본인도 그런 내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제가 발견한 것인지. 무슨 의도로 다이어리를 읽어보라고 한 건지 궁금했어요. 제가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질문을 던졌어요. “혹시 오빠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어요?” 이렇게 물어봤는데, 그걸로 시작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보수적인 기독교 대학에서 힘들었던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게 됐어요. 그 이후에 미국으로 돌아간 오빠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이야기했었어요.
송강원: 그랬어? (함께 웃음)
서아현: 추억의 네이트온 시절에 그런 메시지를 보냈던 적이 있어요. 오빠가 자기는 연기 전공이고 저는 영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하면 협조해 주겠다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그때만 해도 서로의 앞날을 전혀 알 수 없었으니 진지하게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닌데요. 어느 날 미국 군대에 들어갔다고 하고, 주한미군 배치를 받아 한국에 돌아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하는 일이 없었거든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7년이 지나고…. (웃음)
송강원: 이렇게 7년을 찍고 편집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는 둘 다 전혀 몰랐어요.
서아현: 전혀 앞날을 내다보지 못했었고요. 맨날 만나 수다를 떠는 우리의 모습이 재밌으니 카메라를 들고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함께 있는 순간을 카메라로 찍어보자는 마음이었군요.
서아현: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여기까지 와있더라고요.
앞서 이야기 나왔던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를 저희도 찾았었는데요. 강원 님께서 7년 동안 찍은 영화라고, 꼭 극장을 찾아달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기억하거든요. 그때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마음으로 있었습니다.
송강원: 와…. 그 더울 때 오셨었구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멘트가 가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함께 웃음) 7년 찍었다고 말하면, 그냥 지나가시던 분들도 잠깐 멈추셔서 이야기를 들어주시더라고요.
그 긴 시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카메라와 함께 서로를 바라보다가, 아마도 강원 님께서 미국으로 떠나게 된 순간에 촬영이 끝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채 카메라를 놓게 되고, 여태껏 촬영된 푸티지들을 편집실에서 마주하며 무척 많은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카메라를 놓게 된 때와 편집실에서 촬영본을 마주하게 되었을 당시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기분이나 걱정, 어려움…. 너무 큰 질문인 것 같은데요!
서아현: (일동 웃음) 말씀을 들으면서 몰입이 됐어요.
송강원: 정말 잘 보신 거예요! 이야기를 쭉 해주시니까….
서아현: 갑자기 그때로 돌아가게 되면서…. (웃음) 정확히 보신 게, 저희가 촬영을 끝내려고 끝낸 게 아니었어요. 영화 안에서는 ‘취업을 위한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라는 명확한 이유로 설명되지만, 강원 오빠가 미국으로 가게 된 건 갑자기 팬데믹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비자가 없이는 한국에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 아득해지는데요….
송강원: 그때가 딱 2020년 초였거든요…. (한숨)
서아현: 이러다 국경이 폐쇄되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야반도주하듯 한국을 떠나게 됐어요. 오빠가 살던 집을 급히 일주일 정도 만에 팔기도 하고요. 그때는 영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컸어요. 오빠도 급하게 일을 구하게 되어 아무런 연고가 없는 보스턴으로 가게 됐고요. 저도 무척 불안했었고, 아마 오빠도 그랬을 것 같아요.
송강원: 영화에 전부 쓰이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로 촬영한 장면들도 조금 있어요. 아현 감독님이 오시지는 못했지만 현장 스태프를 섭외해서 보스턴 장면을 찍기도 했고요. 아현 감독님도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찍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편집을 시작하셨죠.
서아현: 편집은 촬영과는 완전히 다른 챕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카메라를 습관적으로 들고 있었을 뿐이지, 강원 오빠의 감정이나 상태를 현장에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지 않아요. 이 사람이 어떤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편집실에 앉아 푸티지들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영화 속 내레이션에 나오는 “내가 오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라는 질문은, 촬영 현장이 아니라 편집실에서 장면들을 보는 과정에서 나오게 됐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화 장면들이 떠올라서 울컥하게 되네요. 그럼 지금의 이야기 구조는 아현 님께서 편집실에서 ‘내가 강원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었구나’라고 떠올리게 되면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서아현: 네. 편집 감독 세 분의 손을 거쳐 작업이 마무리됐어요. 처음에는 이진주 편집자님과 2015년부터 찍었던 방대한 푸티지를 다시 보며 장면을 추려내는 과정이 있었고요.
송강원: 전체 분량을 숫자로 이야기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푸티지의 용량이 어떻게 됐나요?
서아현: 4TB(테라바이트)짜리 외장하드가 다섯 개 있었어요.
용량이 그다지 크지 않은 캠코더 동영상 파일인데도요.
서아현: 끝도 없는 영상을 하나씩 봤죠. 그런데도 생각보다 쓸만한 영상이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기도 한데요. 강원이 이미 한국을 떠난 시점이었기에 어떻게든 촬영된 영상들로 영화를 엮어내야 한다는 고충이 있었어요. 영화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며, 영화의 연결 지점 또는 환기 지점을 만들어 주는 서울의 풍경을 촬영 감독님과 함께 찍어나가기도 했어요. 그 후로 암스테르담에 계시는 스텔라 편집 감독님과 영화 워크숍에서 멘토와 멘티로 만나게 되었어요. 편집본을 보시고 영화의 방향성을 딱 찾아내어 주시더라고요. 스텔라 감독님과 함께 1년 정도 원격으로 편집을 진행했고, 지금 영화의 뼈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텔라 감독님께서는 섬세하게 영화의 감정을 세공하는 단계는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편집자와 맞춰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이연정 편집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관객분들에게 다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우정’과 ‘친구’라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세계관이 완성됐죠. 보기보다 많은 분의 손을 거쳤습니다.
송강원: 영화가 무사히 완성되는 건 정말 기적인 것 같아요.
풍경 장면을 얘기해주셔서 말씀 드려보고 싶은데요. 미군 입대라는 선택을 설명하는 말과 함께 지하철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는 강원 님의 모습이 겹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국 군대에는 동성애자의 존재가 없다.”라는 강원 님의 말을 듣고 있자면, 여기 카메라 앞에서는 강원 님이 굳건히 서 있지만, 저기 보이는 한국이라는 땅이 퀴어를 주변부로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큐멘터리들에서 풍경 인서트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지만, 〈퀴어 마이 프렌즈〉의 풍경 장면들에는 유독 감정이 가득 담겨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목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퀴어 마이 프렌즈〉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퀴어’라고 하는 것이 명사일지, 동사일지에 관한 궁금증도 들었고요. 어떤 과정들에서 지금의 제목이 정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아현: 제목은 프로젝트 초반에 아주 직관적으로 지어졌어요. 저희 영화가 방향성이 바뀐 역사가 굉장히 많은데요. (함께 웃음) 처음에는 강원 오빠의 커밍아웃, 그리고 저희와 비슷한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찍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 초기에만 해도 지금 영화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인터뷰들도 많이 찍었어요. “여전히 성경적으로는 죄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난 강원이를 사랑해.”라는 말도 나오곤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명의 친구가 등장하는 영화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에, ‘프렌즈’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었던 것 같고요. 퀴어(queer)의 어원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상한 구석을 칭하는 말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스코틀랜드 속담 중, “사람만큼 이상한 존재는 없다(Nowt so queer as folk.)”는 말이 있기도 하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실 성소수자인 누군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은 별난 사람들이지 않나?’생각이 들어서 ‘퀴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어두었어요. 제목은 직관적으로 정해졌던 것인데, 영화가 진행되며 제목이 이끄는 곳으로 우리가 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편집하던 중반부까지만 해도, 강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함께 만든 강사라 프로듀서님과 총괄프로듀서인 시소픽쳐스 오희정 대표님께서 “영화가 강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강원을 바라보며 이해해 가는 아현의 성장담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주셨죠. 그때부터 다시 저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퀴어 마이 프렌즈〉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결과물이 완성된 것 같아요. 또, 영화가 강원의 편지와 저의 편지로 마무리되는데, 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때 ‘Dear My friends’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그래서 ‘별난 친구들에게 보내는 이상한 편지’ 같은 영화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송강원: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2016년에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제가 너무너무 좋아했었고, 그래서 예전에 아현과 전화를 하며 드라마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고요. 언젠가 한 번은 학교 교수님께 제목이 어떠냐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근데 “문법이 틀리다. ‘마이 퀴어 프렌즈’가 되어야지. 왜 ‘퀴어 마이 프렌즈’냐.”라고 하시더라고요. (함께 웃음)
서아현: 맞아요.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제목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죠. 누군가가 ‘큐어 마이 프렌즈’라고 들리면 어떡하냐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퀴어’ 뒤에 쉼표를 붙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희는 왜인지 모르게 이 제목이 좋아서 계속 밀고 나갔던 것 같아요.
송강원: 지금이 좋아요. 안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강원 님께서 카메라에 찍히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지금 나의 힘든 상태를 카메라 앞에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 거냐.”는 말이 기억나는데요. 어느 순간 둘 사이에 들어온 카메라지만, 7년이라는 긴 세월 안에서 카메라의 존재가 거슬리거나 힘겹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송강원: 저는 생각보다 카메라가 의식되지 않았어요. 근데 그건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이 아현이었기 때문이에요. “네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협조해 줄게.”라며 농담했던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저를 조금이나마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아현이라는 사람의 존재 덕분이죠. 제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버겁게 느끼는 대화들이 영화 속에 나오는데요. 그때를 떠올려 보자면, 스스로를 바라보는 게 괜찮은 시기에는 카메라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스스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는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싫을 때가 있는데, 거기에 카메라가 부담감을 얹는 거죠. 제가 아는 아현은 제가 힘든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초대받지 않은 제 공간 안으로 밀고 들어올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어쩌면 카메라 덕분에 제 공간 안에 들어오게 되어서 더 많은 것을 나누게 된 거죠. 저희 관계의 성장에 카메라가 희한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오늘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오는 내내 ‘카메라는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였지? 어떤 매개였지?’ 생각했어요. 클리셰 같은 답변일 수 있지만, ‘사람 인’ 자가 있잖아요. 글자가 이렇게 기대어 있는데(人), 저와 아현은 사람에게 기대는 걸 안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가 봐도 서로 기대고 있는데, 정말 혼자서 잘하고 있는 척을 하는 두 사람이 보이잖아요. (함께 웃음) 저희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을 민폐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잘 기대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저희 사이에 카메라가 있는 거죠. 저는 아현이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카메라에 기댄 거죠. 아현이도 마찬가지고요. ‘난 너에게 기대고 있는 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중간에 둔 카메라에 서로의 몸을 누일 수 있었던 거예요. 영화를 다시 보며 저희 둘이 정말 많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 시절에 아현 감독, 다시 말해 카메라를 든 아현이 없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요. 카메라는 저희에게 서로 기댈 수 있는 매개였던 것 같습니다.
장면 장면이 새롭게 읽히는 느낌이에요. 영화에서 뵐 때는 두 분이 서로 당연하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어주는 것처럼 보였는데, 당시 실제 두 분은 서로 괜찮은 척하며 기대지 않는 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거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강원 님께서 카메라를 들고 아현 님을 찍어주는 장면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서아현: 감사합니다. (강원과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빚 갚는다.”
카메라가 매개되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줬다는 말이 체감되는 장면이었어요. 그 순간이 너무 따뜻했습니다.
송강원: 저는 아현 감독님을 많이 찍지는 않았어요. 영화에 쓰인 몇 가지 장면 정도가 다인데요. 아현 감독님이 석사과정을 밟으실 때, 발표하실 일이 있어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그 모습을 담아본 적이 있어요. 아현 감독님이 영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카메라로 찍어 본 것인데요. 카메라의 뒤에서 저를 바라보는 아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현이 하는 일, 배우는 것에 대해 친구로서 전해 듣기는 하지만, 그걸 매 순간 관심 있게 주시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카메라 덕분인지 아현이 하는 말과 일을 관찰하게 되는 거예요. 아직도 그때 발표의 내용과 분위기들이 다 기억나거든요. 이전까지는 아현이 사회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면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은데요. 그날만큼은 아현의 표정과 거기서 보였던 열정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카메라로 사람을 찍는다는 것이 단순한 애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아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서아현: 저도 그 시절을 카메라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졸업 이후 딱히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찍는답시고 카메라와 함께 시간을 견딜 수 있었고요. 영화를 보면 제가 집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요. (웃음) 매번 강원 오빠의 집에서 살다시피 하는 시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강원에게 항상 은근슬쩍 기대었던 것 같고요.
영화 마지막에 강원 오빠가 선물한 책과 편지가 등장하는데요. 오빠가 미국으로 떠나기 한참 전에 줬던 선물이었는데, 그것이 저희 영화 엔딩으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어요. 편집 과정에서 스텔라 감독님께서 우연히 제가 책과 편지를 들추는 장면을 발견하셨고, 편지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이 편지 내용이 영화의 엔딩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책을 읽는 장면을 다시 찍기도 했었는데요. 편지에 ‘더 깊어갈 너의 시선에, 내가 좀 더 나로 보일 수 있기를’이라는 내용이 있어요. 다시 편지를 읽어보니, 나는 정말 서투른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럼에도 ‘강원은 나에게 자기 삶을 열어 보여줬던 것이 아닐까.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나를 신뢰한다는 표현이었구나’를 나중에 알게 됐어요. 편지를 받았을 때는 사실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좋은 생일 선물을 줬군’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의미를 곱씹어보니 무척 소중한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참 서툰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견뎌주는 주인공을 만났기 때문에 7년 동안 촬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누가 제 삶을 7년 동안 찍는다면 저는 정말 못할 것 같거든요.
강원 님께서 카메라로 아현을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아현이라는 친구의 관심과 그가 어떤 것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는 말이 뜻깊게 들렸어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친구에게 고백할 때, “난 그런 건 신경 안 써.”라는 말을 듣기도 하잖아요. 물론 좋은 의도를 담은 말이겠지만, 어쩌면 정체성의 다름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친구라면, 아니 함께 사는 시민이라면 정체성에서 비롯된 차별의 문제에 대해 함께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퀴어 마이 프렌즈〉라는 영화의 여정 자체가 아현 님께서 열심히 친구 강원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가 느끼는 기분과 생각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따라가는 여정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감동이었어요.
송강원: 저에게도 그 시간이 정말 그랬어요.
강원 님의 첫 번째 편지에서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하는 사랑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 말이 어느 순간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물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이긴다!’라는 명제를 떠올리려고 하지만, 여기에 ‘하지만’ 다음에 ‘…’이 오거든요. 그래서 자주 슬퍼지는데, 그 ‘…’을 함께 공유하고 앞을 헤쳐 나가는 관계들이 살면서 드물긴 하지만 종종 일어나는 것 같고, 영화를 보면서 두 분의 관계가 그렇게 다가와서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방금 아현 님께서 말씀해 주셨지만, 마지막 편지 속 ‘더 깊어갈 너의 시선에 나는 두려움 없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길 수 있기를. 그 세상에 없을 용기는 우리가 함께라서 가능한 거겠지’라는 대목에서 저는 ‘함께’라는 말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그러니 두 분께 다시금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하는 사랑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요?
서아현: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하는 사랑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을 때, 강원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보통 외국에서 편지가 오면 잘 받았다고 메신저로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편지는 받았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때 당시만 해도 오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서 오빠는 커밍아웃도 했고, 미군에 입대하면서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도 찾았고, 이제 오빠에게는 행복한 삶만 있을 거라고 철없이 믿었어요. 편지를 받고 내가 아는 강원이 보낸 것이 맞는 걸까 생각했어요. 이 사람에게 이런 슬픔이 있다는 것을 친구로서 전혀 몰랐던 것 같고, 그래서 당황스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뉴욕에서 오빠를 만났을 때도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말씀 주신대로 그 질문은 삶의 순간마다 계속하게 되잖아요. 사랑이 세상에 있다고 믿고 싶고, 믿고 싶기 때문에 더 절망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절망하지 않겠지만요.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저와 강원의 삶의 문제는 서로 해결되지 못하고 끝나잖아요. 그냥 각자의 문제를 각자 짊어진 채로 강원은 한국을 떠나죠. 그래도 마지막 편지 속 ‘세상에 없을 용기는 우리가 함께라서 가능한 거겠지.’라는 말에서 여전히 서로에 대한 희망,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열어둔 채로 영화가 끝날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편지 속 말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바라보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송강원: 우셔도 됩니다. (웃음) 영화 속의 저는 오래전의 저잖아요. ‘사랑’, ‘공동체’ 이런 말을 많이 쓰더라고요. 보면서 너무 민망한 거예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쉽게 잡아내기 힘든 단어들이잖아요. 저 때의 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절박하고 힘들었구나 생각하게 돼요. ‘사랑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라는 말을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생각을 해보면, 되게 멀리 있는 느낌이에요. 어떤 ‘곳’이잖아요. 삶이 너무 힘들 때도 목적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그래도 버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 시간을 지나고,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조금이나마 성장한 요즘에는 ‘사랑이라는 곳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보다는, 그 당시에 그런 의문이 담긴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요. 그게 사람을 결국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 다음으로 헤쳐 나가보자’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편지를 보낼 아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저 멀리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옆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을 지나왔죠.
아현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영화 속 둘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둘은 결국 떨어지게 되었지만, 강원 님의 말씀처럼 함께 했던 시간에 서로가 있었다는 것. 친구를 이해하는 일이나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일은 단번에 수행되고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만들어진 과정들 자체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요. 영화에서도 두 분 사이의 소중한 순간들이 잘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송강원: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함께 웃음)
해주신 말씀처럼 사랑은 목적지가 아니죠.
서아현: 강사라 프로듀서님도 저희의 소중한 친구거든요. 그분께서 ‘친구는 서로 마주 보고 기대는 게 아니라, 서로 등을 기대고 있는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결국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풍경이나 문제들은 다 다르지만, 그래도 등을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송강원: 퀴어 마이 프렌‘즈’잖아요. 영화만 보면 저와 아현 둘이 등을 기대고 있는 것 같지만, 둘뿐만 아니라 영화 주변에 놓인 몇 명의 사람들과 기대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영화의 시간을 헤쳐 나오면서 서로가 기대고 있는 관계라는 것, 우리가 기대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간 것 같아요. 카메라 없이도 서로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기대고 있습니다. (웃음)
영화를 헤쳐 나오신 시간에 대해 들어보고 싶네요. 영화가 완성되고 공개된 이후 두 분의 삶의 궤적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송강원: 저는 영화 이후 보스턴으로 갔다가, 가족 일이 있어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다행히 비자 문제가 해결되어 한국에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공개되던 순간들에 아현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서아현: 개봉하는 시기에 강원 오빠가 다른 곳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이런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을 거예요. 저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을 마치고 큰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치료받고 있었어요. 영화를 만들며 친구들을 힘들게 한 것 같아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수술 이후 치료받는 과정에서 영화를 만들 때보다 친구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웃음) 강원 오빠뿐만 아니라 사라 프로듀서님과도 거의 매일 서로 안부를 물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친구들에게 온전히 나를 기대는 연습을 했지만, 오히려 영화를 끝내고 나서 친구들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잘 치료받으면서 8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영화를 본 관객이 어떤 마음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두 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송강원: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분들의 감상을 들어보니 감상은 정말 개인적인 것 같더라고요. 각자의 경험과 이야기가 저희 영화와 어우러지는 것이라서요. 어떤 것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한 가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영화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더라고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두 분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처럼, 관객분들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GV로 듣게 되거나, 요즘은 SNS를 통해 리뷰를 올려주시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영화는 저와 아현이 ‘우리’지만, 더 큰 ‘우리’로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아마 아현 감독과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일 것 같습니다.
서아현: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여러 가지 버전이 만들어지는데요. 피드백을 거치며 저를 가장 고민하게 했던 말은 “아현이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였어요. 저는 제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고, 그런 시간이 길었는데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제가 강원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 혹은 강원을 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퀴어로 대상화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영화에 드러내기로 했어요. 솔직하지 못한 영화를 만들지는 말자고 생각했어요. 언제 한 관객분께서 “두 사람에게 서로가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다.”라고 말씀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는데, 참 감사하면서도 ‘혹시나 이 영화가 우리 우정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저희에게 서로가 있는 건 정말 행운이지만, 이걸 완성된 우정이라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에요. 솔직하게 저희를 담아내려 노력했어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희의 과정을 보시며 조금이나마 덜 외로우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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