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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컨버세이션〉 인디토크 기록 : 이야기로 엮은 우리의 대화들

by indiespace_가람 2023. 3. 16.

이야기로 엮은 우리의 대화들

〈컨버세이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3. 4(토)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김덕중 감독, 조은지, 송은지, 곽진무 배우

진행 셀럽 맷(영혼의 노숙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기록입니다.

 

 

일상 속 주고받는 대화들은 아무것도 될 수 없을 듯 하면서도 때로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되곤 한다.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지인의 집 옥상에서, 타지의 카페에서, 녹빛이 형형한 어느 숲에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이 대화들은 곧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질문을 툭 던진다. 떠오른 질문들 속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대화를 한다.

 

 

 

셀럽 맷(영혼의 노숙자)(이하 셀럽 맷) : 안녕하세요, 셀럽 맷입니다. 김덕중 감독님, 조은지 배우님, 송은지 배우님 그리고 곽진무 배우님과 오늘 함께 토크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김덕중 감독님부터 네 분께 소개 한번 부탁 드릴게요.

 

김덕중 감독(이하 김덕중) :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온 봄 같은 날씨에 이렇게 극장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컨버세이션 연출한 김덕중입니다.

 

조은지 배우(이하 조은지) : 안녕하세요. 은영을 연기한 조은지입니다. 황금 같은 주말에 저희 영화 선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송은지 배우(이하 송은지) : 안녕하세요, 다혜역의 송은지입니다.

 

곽진무 배우(이하 곽진무) : 안녕하세요, 김대명역의 곽진무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셀럽 맷 : 네, 오늘 이렇게 네 분과 gv를 진행하게 될 텐데요. 미리 말씀 드리자면 오늘의 컨셉은 ‘김덕중 감독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입니다. 저희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조은지 배우님, 송은지 배우님, 김소이 배우님이 나오셨었는데 많은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계신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 여러모로 해명을 요구하는 (웃음) 그런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개봉하고 관객분들 만나면서 gv 진행하고 계신데, 혹시 기억에 남는 관객분이나 질문 같은 게 있나요?

 

김덕중 : gv 때마다 공통된 질문도 있지만 각양각색의 질문들이 많이 나와요. 기억에 남는 건, 필재가 시간의 경과가 있다 보니 머리카락이 짧을 때가 있고 길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필재가 승진에 대해 품었던 애정에 비례하는 것인지, 머리가 길수록 사랑의 정도가 더 큰 것인지 하는 해석의 질문이 있었어요. 약간 소름 돋는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또 마지막에 엔딩에서 승진의 눈에 뭐가 들어간게 맞는지, 아닌지 묻는 질문도 있었어요.

 

조은지 : 그건 정환 배우가 얘기해 준 리뷰였는데, ‘승진의 눈에 은영이 들어갔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더라고요.

 

셀럽 맷 : 감독님이 의도하신 건 아니었던 건가요?

 

김덕중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반가운 해석이었어요.

 

셀럽 맷 : 조은지 배우님은 기억에 남는 게 있으세요?

 

조은지 : 저는 카페에서 명숙이 왜 우는지, 그리고 도대체 남자가 뭐라고 썼길래 분노를 하는지 질문을 받았었어요. 지금 답변을 드리자면 ‘우리도 이유를 모르고, 감독님도 모른다’ 예요. (웃음) 감독님께서는 관객분들이 그 씬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죠.

 

셀럽 맷 : 주변 분들은 혹시 영화를 보시고 어떻게 말씀을 해 주시던가요?

 

곽진무 : 믿을 수가 없어요. 다들 잘 봤다고만 하셔서 이 반응을 어떻게 걸러낼 수가 없고. (웃음) 그런데 인상 깊었던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드셨던 분이 계셨는데, 저는 그게 되게 좋았고 의외였어요. 이 영화는 인과관계가 제한된 영화라 집중을 요구하는데 팝콘을 드시면서 즐기시는 모습이 저한테 되게 좋게 다가왔어요.

 

 

영화 〈컨버세이션〉 스틸컷

 

 

셀럽 맷 : 오늘은 팝콘을 드시는 분이 안타깝게도 없지만, 또 다른 상영관에서는 편하게 즐기면서 영화를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2시간 내내 대화하는 영화를 언제 봤던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대화를 써내려가시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노트에 메모해 두었던 내용을 여기에 많이 쏟아부으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넣고 싶었던 것을 못 넣었다 하는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덕중 : ‘대화 위주로 하는 영화가, 이게 될까?’ 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했어요. 해 보다 안 되면 그냥 추억으로 간직하더라도 한 번 해 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어떤 상황에 대한 망상을 좀 많이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써 놓았던 메모가 있는데 거기서 영화로 많이 끄집어냈어요. 꽤 오랫동안 했었던 메모들을 다 쏟아부었던 건데, 그래서 제가 좀 많이 드러나기도 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세계관의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했고, 제 세계관이 완벽하지 않잖아요. 미완성된 제 의문들이 많이 드러났다는 생각을 했고, 못 넣은 메모 내용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모자라서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님들을 떠올리며 새롭게 만들어서 채워 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셀럽 맷 : 저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분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 주셔서 이게 연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기도 했거든요. 감독님의 캐스팅 센스에 감탄하며 영화를 봤는데, 배우님들은 이 시나리오의 어떤 면을 보고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곽진무 : 저는 시나리오가 워낙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사실 택시기사 역할을 제가 할 수 없냐고 오히려 반문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고개를 휘저으시면서 시나리오를 더 수정해 보겠다고 하셨거든요. (웃음)

 

셀럽 맷 : 택시기사 역할은 사실 얼굴이 나오진 않잖아요. 목소리만 나오는데 왜 그 역할이 끌리셨을까요?

 

곽진무 : 택시기사와 은영이 대사를 주고받는 것이 되게 재미있었고 또 풍부하게 어떤 감정선들이 들어가 있어요.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들 중에 택시 기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이야기를 했는데 안 된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셀럽 맷 : 감독님 많이 당황하셨나요. ‘이게 아닌데, 대명 역할로 오셔야 되는데’ 하셨나요? (웃음)

 

김덕중 : 제가 시나리오 쓸 때부터 가상 캐스팅으로 이미 머리에는 각인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타협할 수 있었지만 배우님들의 캐스팅 같은 부분에는 욕심을 많이 내서 열심히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송은지 : 저는 시나리오가 오면 다 하는 입장이긴 한데요, (웃음) 막상 이렇게 참여하기로 하고 보니 명절 선물세트 같은 영화였어서 되게 기뻤어요. 제가 불어를 할 줄 안다는 걸 감독님이 모르시고 연락을 주셨었는데, 불어 장면은 그나마 편하게 할 수가 있었어요. 영화에 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으니까 불어 장면이 줄어들까 봐 조마조마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셀럽 맷 : 맞아요. 한국 영화에서는 프랑스어 대사를 할 일이 정말 없잖아요. 어떻게 또 프랑스어를 잘하시는 배우님을 캐스팅 하셨네요.

 

조은지 : 저는 감독님의 전작 <에듀케이션>을 재미있게 봤고, 그래서 제가 감독님이 제의를 해 주셨을 때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이 흐름들을 어떻게 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래서 더 궁금증이 생겼고, 익숙한 대화들과 공감 가는 상황들에 집중이 돼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컨버세이션〉 스틸컷

 

 

셀럽 맷 : 혹시 서로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 같은 것들을 기억하시나요? 감독님은 어떠셨나요?

 

김덕중 : 생각했던 것과 딱 들어맞는다 했던 배우님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 의외다. 이런 분이셨구나.” 이런 느낌이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었고,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처한 상황에 비해 경력이 모두 좀 있는 배우님들이셔서 이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되게 두려움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다들 그냥 “해 볼게요. 해 보죠, 뭐.” 하고 대답해 주시면서 믿고 같이 해 주셔서 그런 부분이 감사했어요.

 

셀럽 맷 : 다른 분들은 감독님의 첫인상이 어떠셨을까요?

 

조은지 : 생각보다 감독님이 되게 순박하시다, 마스크를 벗고 딱 웃으시는데, 사람 인상에 따라 내가 마음을 얼마나 열 수 있을지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감독님은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송은지 : 저는 강북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감독님을 만나뵈었는데, 은지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좀 소박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DM으로 자기 소개를 해서 보내 주셨는데, ‘영화를 공부하는 김덕중’이라고 소개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그때 나눴던 얘기들 중에 외국 생활 하신 얘기 같은 것들에서 부드러운 면들이 느껴져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곽진무 : 저는 친한 지인들하고 맥도날드에 가서 커피를 종종 마실 때가 있는데 감독님이 너무 편안한 나머지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 해도 괜찮겠냐고, 초면인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나리오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셀럽 맷 : 지난 번에 저희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출연하셨을 때도 그렇고, 배우님들께서 감독님을 되게 좋아하시는 거예요. 감독님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본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하더라고요.

 

김덕중 : 적당한 거리감? (웃음) 제가 표현 같은 것들을 잘 안 하거든요. 영화에 나온 승진 같은 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셀럽 맷 : 지금은 안 계시지만 김소이 배우님께서는 제일 좋아하시는 대사가 대명의 ‘너도 오늘 자고 가라’였다고 하셨어요. 대명 역의 곽진무 배우님께서는 어떤 대사를 좋아하시나요?

 

곽진무 : 저는 대사를 특정하기에는 좀 그렇고, 행동으로서 좋았다고 기억하는 장면은 있어요. 가장 마지막에 은영이가 신발끈을 다시 묶어 주려고 오는 그 장면이 저는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거기서 모든 애정과 그 안에 담긴 사랑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셀럽 맷 : 그럼 감독님께서는 어떤 장면 가장 좋아하세요?

 

김덕중 : 택시 안의 장면을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장면이 출국 전날로 설정이 돼 있었잖아요. 저도 겪어 본 적 있고 모두가 겪어 본 적 있는 ‘새 출발’을 보여 주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셀럽 맷 : 얼마 전에 씨네 21 인터뷰를 하신 걸 봤어요. 인터뷰에서 조은지 배우님께서 역할과 내가 닮은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각 배우님들이 역할과 스스로가 닮은 데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조은지 : 은영은 일단 좀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승진은 감정을 꺼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은영은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떤 극단의 감정까지 치닫아야만 꺼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촬영할 때 감독님이 “지금 은영이 어때요? 왜 이러는 것 같아요?” 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주셨어요.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은영 연기를 하면서 저의 어떠한 성질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조은지가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지금 이 작품에서는 조은지를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은영과 제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셀럽 맷 : 다른 배우분들은 어떠세요?

 

송은지 : 저는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제 의견이나 중요한 얘기를 잘 못 해서 피해 본 적이 좀 있는데. (웃음)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런 제 모습을 어디선가 보지 않으셨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다혜의 그런 상태가 저와 닮아 있어서 굉장히 와닿았어요. 그래서 뭔가 그런 느낌을 갖고 캐스팅을 하셨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곽진무 : 저는 잘 모르겠는데... 감독님, 제가 대명과 닮은 부분이 있나요?

 

김덕중 : 대명과는 조금 다르신 것 같아요. (웃음)

 

곽진무 : 그런데 대명의 욕구 같은 건 닮고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대명이처럼 집에 사람을 초대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들은 좀 환경이 좀 안 갖춰져 있거든요.

 

셀럽 맷 : 근데 저는 혼자 생각했던 게 처음에 필재가 대명이 집에 전기를 고쳐 주러 오잖아요. 그러다가 승진이 와서 약간 긴장감이 돈 것 같아요. 저는 그 장면에서 필재가 대명이 전기를 고쳐 주면서 점수 좀 따 볼까 하고 생각하는 느낌인가 싶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이제 필재랑 승진이 만나는 상황으로 나와서 약간 뭐지, 했었어요. 대명과 필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건가요?

 

곽진무 : ,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과거에 조금 좀 돌봐줬던 그런 사연이 있어요.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감독님 혹시 숨겨 놓은 요소가 있나요?

 

김덕중 : 시나리오 상에는 없었는데 편집하면서 보니까 약간 대명이 필재를 빼앗긴 느낌이다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저도 의도하진 않았지만요.

 

셀럽 맷 : 옥상에서 고기 굽는 장면은 찍으면서도 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있었는지요.

 

곽진무 : 저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연기했을 때 너무 불안하고, 또 치열해서 계속 그 순간에는 긴장했고 또 즐기질 못했어요. 그래서 에피소드라고 하면 자책했던 것? 그것밖에 사실 기억이 안 나요. 그 옥상 장면은 제가 곽민규 배우와 박종환 배우 역을 이끄는 장면이기도 해서 많이 긴장했어요.

 

셀럽 맷 : 그 고기 굽는 장면에서 우리 부상 걸리면 죽어하고 이야기할 때 갑자기 굽던 고기를 툭! 떨어뜨리시잖아요. 그건 그럼 연기하다 보니 툭 떨어진 거였나요?

 

곽진무 : , 그런 테크닉은 전혀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웃음)

 

 

영화 〈컨버세이션〉 스틸컷

 

 

 

셀럽 맷 : 관객분들께서 남겨 주신 질문을 드려 보도록 할게요. 어떤 대화 장면은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셨다고 해요. 여자들끼리는 누구 하나 울거나 마음이 상하게 될까 봐, 남자들끼리는 누구 하나 욕하고 화를 낼까 봐. 이런 감정선들을 배우분들이 잘 캐치하고 연기해 주신 것 같은데, 배우분들도 이런 조마조마함을 느끼면서 연기하셨는지 궁금하시다고 하네요.

 

송은지 : , 좀 조마조마했어요. 여자 세 명이서 나오는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가서 그런 이유로 조마조마하기도 했어요. (웃음) 그리고 그 장면에서 감독님께서 가장 강조하셨던 부분이 있는데, 다혜가 말을 하려고 하면 은영이 커트를 해야 한다는 디렉션을 주셔서 그런 장면을 만들어 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아요.

 

조은지 : 저도 그때 감독님이 명확하게 다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말을 막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은영 입장에서는 사실 조마조마한 감정은 아니었죠. 그런데 아무래도 롱테이크고, 대사량이 어마어마했거든요. 사실 처음에 이걸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자들이 모여 있는 첫 촬영이기도 해서 대사들을 틀리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조마조마했던 게 있었어요.

 

셀럽 맷 : 그 장면은 그럼 몇 번 정도 촬영했나요?

 

조은지 : 저희가 몇 번이 아니라, 해가 지면 촬영이 끝났어요. 배터리가 끝나면 촬영이 끝나고요. (웃음) 딱히 OK도 없고, NG도 없다. 이런 느낌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셀럽 맷 : 그럼 촬영 때 좀 힘드셨을 것 같은데, 괜찮으셨나요?

 

곽진무 : , 그래서 미리 촬영하고 온 곽민규 배우가 , 걱정하지 마요. 이거 NG나도 배터리 끝날 때까지 촬영한다고 말해 줬던 기억이 있어요.

 

조은지 : 저도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너무 생소한 거예요. 원래는 타임라인이 있잖아요. 그런 게 없이 흘러가니까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점점 회차가 넘어가면서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감독님께서 집요하게 배우들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은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셀럽 맷 : 이 작품이 촬영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해서 장기간 촬영하신 거라고 들었는데, 장면마다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다 보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대사를 외우고 집중하기가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조은지 : , 장면마다 집중할 수가 있었고 박종환 배우는 이 자리에는 없지만 항상 '자의식이 없어진다'는 말을 하시거든요. 누군가의 시선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자기가 그냥 이 공간에서 편안해지는 그런 게 있다고 하셨어요. 사실 저도 연기하면서 그런 경험을 하게 돼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컨버세이션〉 스틸컷

 

 

셀럽 맷 : 관객분이 채팅창에 남겨주신 다음 질문으로는요.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라든지 소음이 많이 들어간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런 건 어떤 의도가 있으셨던 건지 궁금하다고 하십니다.

 

김덕중 : 사운드는 특히 담배 피는 장면에서 소음이 들어갔는데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소리가 좀 컸어요. 사실은 거의 꼭대기, 17층이라서 소리가 많이 안 들릴 것 같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좀 컸고, 그게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저희가 고정된 화면에서 주요한 스토리텔링이 없고, 어떤 캐릭터에도 딱 이입을 완전히 받아 놓지 않은 상태에서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프레임 바깥의 사운드 같은 것들이 들어오면 현실감을 더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많은 것들에 더 여지를 준달까요? 정보를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정도 그런 소음들을 수용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셀럽 맷 : , 승진이 등장할 때 항상 뒷모습 먼저 보여 주고 나서 돌아선다든가 유모차 산책을 할 때도 요리로 갈 듯 하다가 조리로 방향을 홱 돌린다든지 하는 미묘한 얄미움을 장착한 연기가 돋보였는데, 감독님의 디렉팅이었는지 질문 주셨네요.

 

김덕중 : 유모차 장면에서는 그 공간과 동선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어요. 승진이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때 필재는 그 방향을 잘 모르는 것, 그런데 움직임을 따라 발걸음을 수정해서 가는 것. 이런 게 저는 승진이 필재보다 더 우위에 있는 건가 하는 물음표를 띄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테이크 갈 때마다 동선을 많이 수정했어요. 오히려 캐릭터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배우분들에게 조금 맡기는 방향으로 진행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셀럽 맷 : 승진이 좀 걸을까?’ 하고 계속 한 바퀴만 돌고 같은 자리로 오잖아요. 거기에서 뒤에 풀과 나무에 가려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인터뷰를 보니까 두 배우가 그 장면의 느낌을 감독님께서 야하게라고 주문하셨다는 부분이 있던데요. (웃음)

 

김덕중 : 현장에서 제가 집요하게 디렉팅을 한다고는 해 주셨지만 정신이 좀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현장에서 이것저것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온갖 실험들을 막 하거든요. 테이크를 다시 갈 때마다 이유는 있어야 하니까 되게 산만하게 이런저런 요구들을 해요. (웃음) 그 중에 나왔던 요구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요청을 드리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은 전처럼 해 주시면 돼요하고 정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셀럽 맷 : , 약간 그 나무 뒤에 두 인물이 가려지고, 미묘한 감정선이 있으니까 그게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김덕중 : 가려졌을 때 둘이서 뭔가 히히덕거리면서 재미있어 하는데, 우리는 보이지가 않고. 그런 것들을 좀 야하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고 약간 은밀하다의 느낌 정도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셀럽 맷 : , 그리고 저도 되게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조은지 배우님이 상담하시는 장면에서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상담자랑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도 좋다는 배우님이랑 그 삶의 태도가 다른 것 같은데, 감독님과 배우님들은 두 분의 대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시다고. 저도 되게 공감했던 부분이 처음 일을 할 때는 내가 되게 좋아해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어느 순간에는 그냥 내가 익숙해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또 있거든요. 좋아는 하는데 어떤 순간에는 되게 관성으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떄가 있어서 그 대화가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김덕중 :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갔던 대화 내용이에요. 로또를 20살 때까지 사지 않았다는 얘기가 실제 그냥 제 얘기였어요. '로또를 사면 당첨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로또를 사게 됐는데 당첨이 안 돼서 너무 실망했어요. 스무살 때 그 7월에 한 이틀을 , 나 이 세상의 주연이 아니었어?’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안 될 걸 아니까 사지도 않는데, 그러면서 '나를 붙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하는 이 궁금증에서 그 장면에 제 인생관 같은 것들을 투여했어요. 좋은 것 점점 많이 하고, 싫어하는 걸 줄여가면서 살면 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그것만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지만 우리가 붙들고 있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서 애쓰는 사람들이 서로를 어루만져 주는 걸 담고 싶었어요. 답은 찾지 못했지만, 서로 응원해 주고 그런 것에서 힘을 얻지 않나요? 하는 질문을 담아 보려 했습니다.

 

셀럽 맷 : 조은지 배우님은 연기할 때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나요?

 

조은지 : 자아 실현에 대한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사실 은영이가 파리로 떠난 것도 제가 생각할 때는 자아 실현을 하기 위해 갔던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서는 자기가 원했던 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겪어 본 사람의 자세로서 그 상담자를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 말씀처럼 '좋은 것 하면서 살고, 싫은 것 조금씩 피해가면서 사는 게 진짜 잘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셀럽 맷 : 송은지 배우님, 곽진무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해당 장면과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순간이 또 있었을 것 같은데요.

 

곽진무 : 미래에 대한 불안은 항상 있는 부분이에요. 제가 내린 결론은 '현재에 충실하되 겸손하자'는 것이에요. 그런 생각들이 제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송은지 :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이런저런 반복을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에는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려고 아주 힘을 내야 하는, 엄청 노력해야 하는 때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힘을 낼 때는 정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게 되더라고요.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컨버세이션〉 스틸컷

 

 

 

셀럽 맷 : 맞아요. 관객 분들께서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는가가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질문해 주신 분께서는 지금 이 장면이 마음에 남으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승진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느낀 게 카페 장면에서 은영에게 어제 내가 별로였어?’ 하고 말해요. 이 대사는 어떤 의미였는지 질문해 주셨네요.

 

김덕중 :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맥락에서 그 질문도 한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은영의 마음을 묻는 차원이기 때문에, 승진이 내가 널 책임진다든지 너를 이끌어 주겠다든지 하지 않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회피를 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싸우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이 승진의 좀 나쁜 부분 같다고 생각합니다.

 

셀럽 맷 : 옥상 장면에서 왼팔을 계속 몸에 붙이고 몸을 가만 두지 않는 필재의 연기에서 진한 퀴어 남성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혹시 감독님의 디렉팅이었을까요? 하는 질문을 남겨 주셨네요. 이 부분도 감독님께서 한번 답변을 주셔야 될 것 같아요.

 

김덕중 : 필재 연기에 제가 그런 방식의 디렉팅을 드리진 않았는데, 그 장면 자체의 기능이 그렇게 설정돼 있다 보니 배우님들이 먼저 그런 몸짓들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냥 그 캐릭터를 입어 주셨다고 해야 하나. (웃음) 장면마다 디렉팅을 드리는 정도는 다 다른데, 옥상 장면은 이 상황에서 뭔가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왜냐하면 취한 상태기도 하고, 더 비틀어진 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테이크마다 톤이 많이 달랐던 게 이 장면이었는데, 민규 배우님이 초반 테이크부터 후반 테이크까지 그렇게 캐릭터 장착을 해 주시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제가 많이 못 느꼈는데 편집을 하면서 오히려 유심히 보다 보니, 이런 모션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싶으면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봤어요.

 

셀럽 맷 : 곽진무 배우님께서는 같이 연기하시면서 뭐랄까, 그런 퀴어 남성의 향기랄 것을 느끼셨나요. (웃음)

 

곽진무 : 어쨌든 저는 그 안에서는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들을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촬영하면서는 당연히 알고 있었죠. 원래 그 장면에서 제가 분위기를 이끌면서 두 인물이 같이 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서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테이크가 있기도 했어요.

 

셀럽 맷 : 저는 그 장면에서 필재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승재의 표정이 엄청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벌써 시작됐구나. 호감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필재가 정말 그때 만나는 사람이 있었나요?

 

김덕중 : , 실제 만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근데 사실 저는 그 옥상 장면 전에 형광등을 갈아 줄 때부터 둘 사이의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던 것 같긴 해요. 여러 테이크가 있었는데 영화에 담긴 것보다 더 진한 느낌의 것들도 있었어요.

 

셀럽 맷 : 승진이 기차에서 필재에게 헤어지자고 편지를 쓰잖아요.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필재와 뭔가 안 맞는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네요.

 

김덕중 : 사실 편지 내용의 어떤 정서랄까요? 그런 것이 시나리오 때의 의도와 결과물의 의도가 많이 달라요. 시나리오 때는 이걸 써놓고 이건 정말 나쁜 남자의 편지다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별을 고하는 이유가 사실 멀어서 힘들다, 롱디가 힘들다는 거였거든요. 되게 하찮잖아요. 하찮은 이유로 승진은 자기만의 감상에 빠져서 이게 결론이라고 밀어 버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자기 스스로도 나쁜 편지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보는 관객분들께서 이 부분에서는 이 감정과 같이 가진 않을 수도 있겠다, 오히려 비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촬영을 할 때 오묘하게 ktx에서 창가의 풍경이나 종환 배우님의 어떤 피곤함의 정서 같은 것들이 매치가 되면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원래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은, 롱디라 힘들다는 거였어요. 나는 서울 사람이고, 너는 나에게 맞추지 못했다는 것. 속 뜻을 알아가다 보면 결국 생각보다 가벼운 이유였어요.

 

셀럽 맷 :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게 있는데, 프랑스로 나오는 그 카페는 어딘가요? 어디서 촬영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김덕중 : 그 장면이 조금 민망하긴 한데. 사람들이 눈 반만 뜨고 봐야 프랑스, 이 악 물고 봐야 프랑스라고 막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드리고요. (웃음) 실제로 제 스텝으로 하루 오셨었던 지인의, 파주에 있는 비건 식당이었어요. 처음에 이 공간을 어떻게 프랑스로 만들지? 하면서 에펠탑 사진을 걸자...’ 하는 아이디어들도 나왔어요.

 

셀럽 맷 : 실은 파주지만 프랑스인 걸로. 저는 그 장면에서 또 생각났던 게, <비포 선라이즈> 보면 기차 신에서 독일어 하는 부부가 나오잖아요. 저는 나중에 그 장면에서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서 내심 기뻤던 기억이 있거든요. 이 영화에서도 프랑스어를 알아들으시는 분들은 기쁘시겠다 하는... 그런 생각을 혼자 해 봤습니다. (웃음) 오늘 영화 관련 질문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와 주신 분들에게 한 분씩 인사해 주시면서 마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은지 : 오늘 날씨가 많이 풀려서 너무 좋더라고요. 끝까지 자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얼른 나가셔서 산책도 하시고,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은지 : 귀한 시간 내어서 영화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애틋하고 씁쓸하지만 또 따뜻하기도 한 이 영화의 느낌을 간직해 주시고, 그런 느낌으로 주변 분들에게 영화 얘기도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진무 : 독립 영화가 많이 어렵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컨버세이션 응원해 주러 오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셀럽 맷 : 오늘 와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이쯤에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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