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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그 겨울, 나는〉: 무너지는 사랑의 풍경

by indiespace_한솔 2022. 12. 20.

 

 〈그 겨울, 나는   리뷰: 무너지는 사랑의 풍경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연인이 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학과 공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혜진. 어머니의 빚을 떠안게 경학은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으로 뛰어들고, 공기업 채용에 끝내 탈락한 혜진은 중소기업에 입사한다. 폭력과 위계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배달 대행 사무실과 사회 정상성 안에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회사가 그려진다. 혜진의 어머니는 모든 면에서 경학이 못마땅하고, 먼저 사회 진출한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경학은 관계의 불안을 느낀다. 무너지는 관계 앞에서 남자 경학은 소리친다. 영상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어온 보편적인소재들이 있다. 살엔 취직을 해야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한국 사회의 정상성에서 기반한 청년들의 우울 혹은 열등감의 풍경들. 하지만 겨울, 나는 전형적인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는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영화의 시작을 떠올려보자. 노량진 학원의 풍경이 그려진다. 수많은 공시생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관객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없다. 이후 경학을 담는 쇼트가 등장하고, 그가 홀로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아직 그는 공시생 1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학을 주인공의 자리로 놓는 것은 혜진이다. 혜진은 어두컴컴한 학교 운동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학을 부르며 등장한다. 경학은 혜진의 시선에 답해야 하는 주인공이 된다. 둘의 사랑을 믿게 만드는 것은 헤테로 커플의 생활감 있는 대사가 아니라, 서로를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다. 식탁을 마주하며 웃고 떠들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앞을 주시하는 순간들.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 이들을 어떻게 웃게 만드는지 지켜본다.

 

사랑은 작은 시선들에 쉬지만, 세상의 문제는 작은 시선들을 지워버린다. 경학의 배달 노동은 영화 바깥에서 관객이 떠올리는 불안을 부른다. 배달원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배달 노동의 이면에 존재하는 안전 문제를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울, 나는 불안을 서스펜스로 사용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애닳는 관객의 마음을 영화의 동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곧바로 보여준다. 경학은 골목길에서 던져진 축구공을 피하려다 사고를 낸다. 경학은 마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훌훌 털고 묵묵히 다음 일을 하지만, 그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내내 사고에 대한 불안을 지울 없을 것이다.

 

 

경학에게 체험되는 불안의 감각은 혜진에게도 체험된다. 혜진의 상사는 신입사원 혜진을 바라보지 않는다. 혜진의 어머니는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혜진을 바라보지 않고, 사회의 기준들을 들이밀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인물들은 나쁜 일을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과 여성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문화의 문제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인물들 또한 그렇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묵묵히 다음 일을 한다.  겨울, 나는 인물에게 벌어지는 나쁜 경험을 극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사회 문제라고 쉽게 이야기되는 보편적 일화들이 어떻게 인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바라본다.

   

사회에 나서는 일이 불안에 대처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세상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남겨두기란 어렵다. 경학은 혜진을 떠올릴 없게 된다. 그렇게 경학과 혜진의 사랑의 풍경이 서서히 무너진다. 이상 함께 없음을 느끼는 둘은 감고 있는 상대에게서 남아있는 사랑의 흔적을 찾는다. 같은 쇼트 안에서, 서로 혹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둘의 모습이 사라진다. 경학의 새로운 집을 찾아나선 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각자 다른 위치에서 나뉘어진 쇼트에서 서로를 감각하기란 어렵다. 혜진의 시선 속에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있었던 경학은 소리치고 몸에 손을 대는 보편적인나쁜 남성으로 분명해버린다. 변화가 무척 슬프다.

 

 

나쁜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있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다른 선택을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흘러가듯 나쁜 세상 속에 놓인 보편적 인간은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될까. 똑같은 삶은 세상에 없겠지만, 개인이 아니라 통계나 표현 속에 남겨지는 보편적 삶이 있다.  겨울, 나는 한국의 보편적인 청년이 놓인 상태를 경험하게 만드는 있어 사랑의 문제를 가져온다. 정상성의 요구에 답해야 하는 20대의 명이 아닌, 수많은 취업준비생의 명이 아닌, 경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의 삶을 그리기 위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려낸다. 하지만 경학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를 탓할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쉬운 일이다. 그의 일상 속에서 타인을 떠올릴 없을 정도로 깊이 경험되는 불안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기 너무나 쉬운 세상이다.

 

영화의 마지막, 경학은 다시금 육체노동의 자리로 돌아온다. 서울을 떠나, 지방의 공장에서 일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무리가 보이고, 소리 지르는 사장이 보인다. 따뜻하게 경학을 환대해주는 공장 아저씨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배달노동을 지켜보며 떠올렸듯, 공장에서의 육체노동을 지켜보며 산재사고를 떠올린다. 다시금 사고의 위기가 그려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경학은 다치지 않는다. 경학은 엉엉 운다. 경학은 다시금 포기했던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를 두고 일말의 반성, 혹은 슬픔의 해소라고 말할 없다. 그가 경찰이 된다고 얼마나 세상이 나아질 있을까. 나쁜 세상 앞에서 멜로드라마와 성장 서사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의 문제는 서로의 환대를 똑바로 경험할 없을 정도의 불안과 조바심을 남긴다.  겨울, 나는 그려내는 세상의 풍경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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