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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트랜스〉 :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by indiespace_한솔 2022. 12. 5.

 

 

 〈트랜스   리뷰: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인간을 처음부터 악하지 않게 만들 순 없는 거예요?” 주인공 민영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며 모니터 속 인물에 대고 묻는다. 사고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사고에 따라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학교에서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민영은 사고에 따라 선택한다는 대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묻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악하지 않은 인간을 만들 순 없는 거냐고. ‘현존하는 인간들은 이미 글러먹었다고 말하는 듯한 이 물음은 인간이 아닌, 어쩌면 인간 그 이상의 존재를 상상하며 기대를 거는 듯 들린다.

 

어느날 민영 앞에 피이태가 나타난다.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만들 순 없는 것이냐는 민영의 물음이 이태에게 닿기라도 한 것인지, 이태는 민영에게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선 손을 내민다. 인류 앞에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설득력 있어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프로젝트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민영이 이 프로젝트를 승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트랜스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시도들이 시작된다.

 

 

이태가 말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존의 인간 개념을 완전히 벗어난다. 여기서 트랜스 상태라는 것은 전자 형태로 뇌 속이 변형된 것이 성공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인간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과 과학 기술이 지닌 힘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 민영이 새롭게 구성된 전자 형태의 뇌를 지니게 되면 물질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고, 자신을 괴롭히던 섭식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까지가 이태의 가설이다. 이태는 실험 과정에서 민영이 도덕적인 부분에 있어 고민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면 여태 우리가 인간 됨이라고 여겨왔던 진리들을 기꺼이 버리자.

 

 

한편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서 주인공인 민영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던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사이보그 선언문으로 저명한 도나 해러웨이의 주장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도나 해러웨이는 타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맞설 것을 주장하면서 인간과 과학, 즉 기계가 통합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타자가 되는 것은 보다 더 다양해지는 것이고,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에서의 이태 또한 민영에게 묻는다.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도나 해러웨이의 시대 진단처럼, 이 이야기에서도 인간을 이루는 것 중 하나라고 믿었던 몸, 즉 실체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반복적으로 같은 사건을 겪는 민영을 통해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되면 단일한 실체 없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 그 자체를 통해 트랜스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는 이들을 이끌어가고, 민영이 도달하게 된 결말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끔 만든다.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일지도 몰라. 이러한 방식의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이끄는 것이 트랜스가 지니고 있는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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