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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성적표의 김민영〉: 나의 삼각형에게

by indiespace_한솔 2022. 9. 20.

 

 

 〈성적표의 김민영  리뷰: 나의 삼각형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지 님의 글입니다.

 

 

어떤 이는 3이 불안정의 숫자라고 말한다. 삼각관계, 삼각형 그리고 세 명의 친구. 홀수로 이루어진 삼총사는 편안함과 불안감을 일시에 느끼게 했다. 성적표의 김민영의 첫 등장은 삼행시 클럽이 임시 해체되는 순간이다. 세 명의 친구가 좁은 핸드폰 화면에 들어차 마지막 순간을 기념한다. 끝맺음은 어김없이 삼행시다

 

수능을 보고 스무살 민영이는 대구대에, 수산나는 하버드대에 진학하고 나서야 삼행시 클럽은 막을 내린다. 엄숙하고도 재미있게 임하던 우리끼리의 클럽은 번거로운 일정이 되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간 수산나는 시차만큼이나 정희에게서 멀어진다. 세 어절과 세 친구에 그어지던 틈이 벌어진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낯설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였다. 어색하게 이어지던 익숙한 공기가 맡아졌고 어딘가 묻어두었던 지난 기억들이 쏟아졌다. 안락한 영화관 의자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는 데도, 그 시선의 끝엔 내가 있었다

정희는 두 친구와 달랐다. 이등변삼각형의 꼭지점처럼 같은 면을 공유하는 민영과 수산나와 달리, 정희는 오지 않는 때를 기다렸다. 어떻게 보면 몽상가 혹은 엉뚱한 4차원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민영은 그런 정희가 답답하면서도 사무치게 부러웠을 것이다. 번듯한 직장이 아닌 테니스장 알바로 취직했어도, 축하케이크를 불던 촛불 사이로 비친 가족들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 빛나는 생각들을 해서였을까. 민영이 정희를 좋아하는 만큼, 정희는 그 과목에서 C-를 받았다.

 

 

또 정희는 상처를 잘 묻을 줄 알았다. 테니스장에서 해고될 때도, 수산나에게 배려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자취방에 초대받았음에도 민영의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을 때도. 딱 한 번 정희는 입을 열었다. 몇 안 되는 시간 동안 정희를 보았을 때의 추측임과 동시에 깨달음이었다. 상처를 무탈히 삼킬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정희에게나, 민영에게나 고이 써 두었던 일기장 혹은 깊은 숲 속이 필요하다. 세 명의 친구, 그들의 관계는 삼각형이었다. 편안하면서도 뾰족하고, 잘 미끄러지면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삼각형. 다르게 말하면 민영과 정희도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성적표의 김민영. 실은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궁금했다. 김민영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성적표라는 매김표가 주는 인상은 차가웠기 때문이다. 철저히 행실을 기록하고, 사회적 규범에 맞는 행동을 했는지 분석한 결과는 늘 긴장감을 주었다. 그리고 정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적표를 제시한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애정 어리고, 살짝의 미움이 섞인 시선이 담긴 관찰일지와 같은 것을

 

있잖아. 만약에 정말 친한 친구의 일기장을 엿볼 수 있다면, 그 일기장을 펼쳐볼 수 있을까. 영화는 정희에게 그리고 내게 질문한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정희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정희의 일기장을 보고 나니, 문득 나의 민영이 궁금해졌다. 요즘도 떡볶이를 좋아하는지. 여전히 웃을 땐 고개를 뒤로 젖히는지. 아직도 왼쪽 팔목에 얇은 머리끈을 끼고 다니는지. 그때의 나는 몇 점짜리 친구였을까. 나의 민영에게 나는 정희였을까 아니면 또다른 민영이었을까. 사소한 일상들을 과거의 얼룩으로 상상하다 이내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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