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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미싱타는 여자들〉: 흔들리지 않게

by indiespace_한솔 2022. 3. 14.

 〈미싱타는 여자들〉  리뷰: 흔들리지 않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소은 님의 글입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고된 투쟁 끝에 쟁취해낸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우리는 앞서 걸은 사람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그렇게 우리의 의무를 실천한다.

 

드넓은 들판 위 미싱기 앞으로 세 명의 인물이 걸어간다. 그곳에 놓인 작업용 천을 살펴보며 이것도 일이 많네하고 자연스럽게 견적을 내는가 하면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모습은 얼핏 그들의 노동 역사를 짐작게 한다. 영화는 이 세 명의 인물을 포함, 1970년대 평화 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며 노동 운동에 앞장섰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노동 시간과 환경 등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도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에서 오늘이 되기까지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의 외침이 있었다. 그렇지만 노동 운동의 역사 속에서 노동자이자 운동가로서 여성의 존재는 비가시화되어왔다.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화하고, 그것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담아내는 영화는 반갑게 다가온다.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받지 못한 이들은 학교가 아닌 평화 시장의 공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같은 나이인데도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스 요금을 더 내야 했던 일상의 사소한 지점부터 차별을 경험했다. 퇴근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15일간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일을 계속해야 하는 등 노동 환경 역시 열악하기만 했다. 이에 여성 노동자들은 배움에 대한 갈망,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 더 나아진 세상이 올 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이끌려 노동 운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안식처였던 노동 교실은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서로 함께 있다는 위안을 주었다. 그렇지만 그 작은 공간은 개관과 동시에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사회는 노동 운동가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부당한 검열과 압박을 지속했으며, 노동 운동가들은 아무 잘못 없이 구치소까지 끌려갔다. 나이가 어려 소년원에 가야 했던 노동자도 주민등록번호를 조작당하고 성인들과 함께 구금되었다. 노동 운동에 뒤따르던 외압과 고난은 서로에 대한 부채감과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대의 힘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냈고, 세상에 변화를 선물했다.

 

영화는 그림과 사진,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노동 운동을 하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 열정을 품고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했던, 여리고 어렸던, 빨간색과 초록색과 분홍색을 닮았던 그때의 자신을. 아울러 ‘1번 시다가 아니라 처음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었던 노동 교육과 같이 그들의 존재를 조명하고 섬세하게 보듬는다. 그리고 영화의 힘을 받아 함께 기원해본다. 힘없고 가난했던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그저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환하게 웃는 그들의 얼굴에 더는 슬픔이 묻어있지 않기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반복되는 여러 투쟁에 많은 이가 다치지 않기를. 함께 빛으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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