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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휴가〉 인디토크 기록: 그들에게도 휴가가 있을까?

by indiespace_한솔 2021. 11. 8.

 

해고노동자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상, 그들에게도 휴가가 있을까? 

 〈휴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년 10월 23일(토) 오후 4시

참석 이란희 감독┃이봉하 배우
진행 이동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흔히 휴가라고 하면 매일 해오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거나 여유를 갖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에겐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일상이 당연하지 않다. 그들에게도 휴가가 있다면 그들은 휴가에 어떤 것을 하고 싶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 휴가는 한 해고노동자의 짧은 휴가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일과 휴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휴가의 이란희 감독, 이봉하 배우,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의 인디토크 현장을 담아보았다.

 

 

이동진 평론가(이하 이동진):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을 맡은 이동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감독님, 배우님 나와 계십니다.

 

이란희 감독(이하 이란희): 네 안녕하세요, 휴가를 연출한 이란희입니다.

 

이봉하 배우(이하 이봉하): 안녕하세요, 재복 역을 맡은 이봉하라고 합니다.

 

이동진: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관객 분들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서 토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 굉장히 특별한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 배우님은 어떠신가요?

 

이란희: 관객분들과 얼굴을 맞대고 목소리도 들으면서 하고 싶은데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진: 이봉하 배우님은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으셔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이봉하: 특별하기보다는 얼떨떨하고 신기한 기분이네요. 또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기도 합니다.

 

이동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오디션 이야기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처음 영화 촬영을 들어갈 때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고 들었습니다. 배우 분들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이봉하 배우님을 처음 보신 거라고 들었는데 어떠셨어요?

 

이란희: 처음에 걸어들어오실 때, 약간 껄렁껄렁한 면이 있었어요.(웃음) 보통 배우 분들이 오디션을 보러 오실 때 정확하게 걸어오시려고 하거든요. 저도 배우 일을 한 적이 있어서 오디션을 보러 갈 때 들어갈 때부터 잘 걸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봉하 배우님은 조금 다르셨고 또 첫인상이 약간 특수부대 같으셨어요.(웃음) 영화 찍을 때는 지금보다 몸이 불어계셔서 위압감이 더 있으셨는데 오디션을 진행하다 보니까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으시고 또 배우 분들이 연차가 되면 나름대로 갖고 계시는 특유의 버릇 같은 게 있는데 이봉하 배우님은 그런 게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조금 더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왠지 오디션장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네요. 그날 왜 그렇게 걸으신 건가요?(웃음)

 

이봉하: 제가 오디션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사실 오디션 때 긴장하고 적응이 잘 안 돼요. 그런데 휴가는 피디님이 원래 아는 분이기도 했고 동행해준 사람도 있어서 보다 편안한 느낌이 있었어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이동진: 사실 영화 속에서 재복의 특유의 말투가 있는데, 약간 어눌하게 말씀하시잖아요. 이런 말투로 연기하셨던 건 어떠셨나요?

 

이봉하: 아무래도 조금 어려웠죠. 누군가를 흉내 내려고 하면 어색하고. 말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잘 풀어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이동진: 사실 그런 말투를 가진 것 자체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설정인 것 같습니다. 자기 입장을 유창하게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란희: , 말은 좀 서툰데 손과 발은 정직한 그런 사람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요즘은 워낙 말만 잘하고 제대로 된 행동을 하는 어른들은 보기가 쉽지 않아서요.

 

<휴가> 스틸컷

 

이동진: 이봉하 배우님께서는 연극을 오래 하셨는데 영화는 이게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봉하: 영화도 단편작 몇 번 찍었고, 연극은 27년 했다고는 하지만 중간에 쉰 기간도 길어서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습니다. 휴가가 첫 장편영화인건데 이렇게 잘 풀린 건 감독님을 잘 만나서인 것 같습니다.

 

이동진: 관객과 영화를 함께 같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관객 반응에 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신가요?

 

이봉하: 어떤 장면에서 웃음이 날 때는 그래도 잘 보고 계시는구나하게 되고, 관객들을 의식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영화를 보면서 또 제 연기에 빠져들게 되어서.(웃음)

 

이동진: 객관적으로 봐도 워낙 훌륭하니까.(웃음) 그럼 '저 장면은 내가 봐도 참 마음에 든다' 하시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이봉하: 김아석 배우가 연기한 준영이가 목공소에서 처음에 저를 깨우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제가 거기서 잔 줄 알 정도로 표정이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동진: 여기 자리해주지는 못하셨지만 다른 배우 분들에 관한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방금 얘기해주셨던 김아석 배우, 또 친구로 나왔던 신운섭 배우는 어떠셨나요?

 

이란희: 김아석 배우는 아마 지금 관객 분들이랑 같이 영화를 봤을 거예요. 이동진 평론가의 팬이라고 하시면서 와주셨어요.(웃음) 김아석 배우는 처음 오디션장에 보풀이 있는 옷을 입고 오셨어요. 바지도 전혀 세련되지 않아 보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본인은 나름 깔끔하게 입고 온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어쨌든 그렇게 다른 20대 남자배우 분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다른 분들은 좀 용모가 준수하신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김아석 배우는 조금 야수적인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요? 즉흥연기를 했을 때 재복이랑 산재 보험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부탁드렸는데 김아석 배우가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연기를 하셨어요. 재복이가 너 이러고 살 거냐면서 설득하려 할 때 딱 돌변하는 연기가 필요했거든요. 그 모습이 좋아서 캐스팅했습니다.

또 재복의 친구이면서 공장 관리자인 신운섭 배우님은 사실 저랑 같이 살고 있는 분이시고.(웃음) 제가 단편영화 연출할 때도 계속 프로듀서를 해주셨어요. 휴가는 제작비가 정말 적었고 이 역할에 훌륭한 배우가 이미 때문에 시나리오를 쓸 때 신운섭 프로듀서를 떠올리면서 썼어요.

 

이동진: 신운섭 배우님은 프로듀서로서도 굉장히 큰일을 하셨는데, 제가 신운섭 배우님이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걸 찾아보니까 같이 10년 동안 일을 하면서 본인을 캐스팅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님을 강하게 키우신 이유가 있었을까요?(웃음)

 

이란희: 정확히 얘기하자면 제가 예전에 실습작품을 찍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다 출연을 하셨어요. 그런데 이제 제작지원을 받아서 단편을 찍을 때는 딱히 맡을 만한 역할이 없었습니다. 파마결혼전야는 여자들만 나오고, 천막에서는 실제 노동자들이 출연했거든요.

 

<휴가> 스틸컷

 

이동진: 오늘 신운섭 피디님도 자리하신 것 같은데 아마 이야기를 듣고 납득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네요.(웃음) 많은 분들이 기억을 하시겠지만 낮술이라는 영화에 이란희 감독님과 신운섭 배우님이 같이 배우로 나오셨어요. 잠시 이런 이야기도 한 번 꺼내봅니다. 이번에는 이봉하 배우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여유롭진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목공이나 요리 같은 기술들을 능숙하게 해내야 했는데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습득하셨을까요?

 

이봉하: 리허설 과정을 거쳐서 습득을 했습니다. 목공은 이틀 동안 목공소 사장님이 잘 가르쳐주셨고 요리는 제가 가끔 하니까 익숙한 면이 있었습니다.

 

이동진: 목공 장면 같은 경우는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는데 괜찮으셨나요?

 

이봉하: 제가 몇 년 전에 가구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런 점이 조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란희: 배우들이 다칠까 봐 목공소에 미리 가서 배우들이 배울 수 있도록 했는데요. 목공소에서 실제로 장갑 올이 풀리면 더 위험할까 봐 끼지 않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위험해보이고 다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배우들 스케줄을 따로 빼서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동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실제로 촬영 중에 연장이나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큰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해결 과정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고 들었어요.

 

이란희: 의자를 거의 다 조립한 상태에서 고정을 하기 위해서 나사를 조여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위험한 일은 아니지만 나사가 꽉 조여지지 않는 거예요. 마침 항상 도와주시던 목공소 선생님이 안 계셨어요. 그런데 빨리 또 찍어야 하니까 스탭들이 다 달라붙어서 의견을 모으고 검색하다가 결국 다 같이 해결을 했었어요. 또 비슷했던 경험이 고공농성 장면을 찍는 날이 전체 회차에서 거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사실 고공농성 현장에서 촬영을 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웠거든요. 실제로 삼성 해고노동자 분께서 농성을 하고 계시는 곳이에요. 최대한 빠르고 민폐가 되지 않게 촬영을 해야 해서 조명팀까지 다 모여서 현장 미술을 하는데 저는 그때도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스탭들이 처음부터 다 알던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작업하는 과정에 팀워크가 생기면서 되게 좋았어요.

 

이동진: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이봉하: 같이 촬영한 배우들과는 제가 장난도 치고 사이가 많이 편해져서 촬영 때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영화에서는 굉장히 과묵하신데 실제 현장에선 분위기메이커셨네요.

 

이봉하: 감독님이 말리셨어요.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웃음) 뭐 좀 챙겨주려고 하지 말라고요.

 

이란희: 연출자 입장에서 다음에 무거운 장면을 찍어야 되는데 배우가 스탭들 젓가락을 챙기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제가 제작부라고 부르고 그랬어요.(웃음)

 

<휴가> 스틸컷

 

이동진:이 영화를 어떤 공연을 보고 처음 떠올리게 되신 거라고요?

 

이란희: 네, 2012915. 날짜까지 기억을 하는 이유는 제가 메모해놨던 걸 굉장히 여러 번 봤기 때문이에요. 저희 동네에 부평공원이라는 공원이 있는데 악기공장(콜트콜텍)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만든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가서 보는데 공연을 진짜 못하셨어요. 이 분들이 전문 연주인도 아니시고 실제 공장에서 기타를 만드실 때는 시간이 없어서 따로 악기를 배울 시간도 없고요. 그런데 해고된 후 본인들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밴드를 만드신 거죠. 그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공연을 하다가 누군가 틀리면 웬만하면 넘어가는데 그분들은 틀리면 꼭 멈추고 틀린 사람을 쳐다보시고 서로를 탓하고.(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 영화 첫 장면에서도 서로를 탓하잖아요. 그런 정서를 가져온 것 같네요. 어쨌든 그 공연을 보면 웃으면서도 눈물이 났어요. 되게 이상한 공연이었어요. 제가 또 감동을 받은 건 공연 마무리를 하시는데 광화문 쌍용자동차노동조합 현장에 연대를 가야된다면서 악기를 챙기시더라고요. 제가 그분들 악기 싣는 데까지 따라가서 너무 멋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메모를 해두었고 이 경험이 취재까지 이어져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그 메모를 하신 날짜로부터 십여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또 영화의 방향이 크게 한 번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이란희: 제가 실화를 가지고 작업을 하다가 몇 분한테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어요. 영화에서 다뤄지는 인물들한테도 보여드렸고, 등장하지는 않지만 현장을 잘 아시는 분들께도 보여드렸는데 실화를 극화한 것이기 때문에 좀 위험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안 좋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 고민에 좀 빠졌었어요. 성별이나 지역도 바꿔봤는데 여전히 인물들이 특정된다고 했고요. 그래서 아주 미니멀하고 자유로운 대신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취재해온 내용은 버리지 않을 수 있는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다가 지금의 휴가가 나왔습니다.

 

이동진: 영화의 배경과 토대는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창작하신 거네요. 그럼 그 속에서 조금 자유를 느끼셨나요?

 

이란희: 사실 저의 전 단편작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들이었거든요. 제가 실제 일어난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만 뭔가 만들어내도 가짜를 만들어낸 것 같아서 굉장히 부끄럽고 도저히 사람들한테 못 내놓겠어요. 그런데 이번 휴가를 통해서 허구의 이야기로도 배우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충분히 실제를 반영할 수 있겠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이봉하 배우님께서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제목이나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셨나요? ‘휴가라는 제목이 사실 좀 역설적으로 느껴지잖아요.

 

이봉하: 우선 노동 투쟁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묵직하게 느껴져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분들이 오랜 시간 동안 싸워온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는데 감독님이 이분들도 평범하게 먹고 자고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거기서 실마리를 좀 찾아서 여러 영상도 참고해보았습니다.

 

이동진: 처음부터 휴가라는 제목이었나요?

 

이란희: 처음에는 밥줄이라는 제목이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휴가로 바꿨어요.

 

이동진: 영화에서 음악도 사용하지 않으셨는데 이런 선택들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걸까요?

 

이란희: 일단 특정한 감정을 느끼라고 관객 분들께 권유할 생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을 보시면서 저 사람이 어떤 마음이겠구나하고 유추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동진: 영화의 기본 설정이 액자 구성처럼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농성장에서의 일이 있고 집에서의 일이 있고. 초반에 같이 투쟁을 하던 사람들과 다투는 장면에서 재복이 영화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연대만 할 건데라고요. 자신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딸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재복은 딸에게 답을 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혹시 대답을 했다면 뭐라고 말했을 것 같으신가요?

 

이란희: 미안하다고 했겠죠. 딸을 덜 보살피고 싶어서 이렇게 한 건 아닐 거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이 싸움을 접을 수는 없는 거니까 딸한테는 미안할 수밖에 없는 거죠. 딸이 말로 때리고 재복은 그냥 말로 맞는다. 이런 느낌으로 배우 분들한테 말씀드렸어요. 맞고만 있고 굳이 대답을 하지는 않는 거죠. 대답을 한다면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을 것 같아요.

 

이동진: 딸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런 일을 겪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가족 간의 관계가 어떨지 충분히 예상이 갑니다. 이봉하 배우님께도 질문드리겠습니다. 농성장을 떠나온 다음에는 목공소에서의 관계가 있고 집에서의 관계가 있어요. 마지막 딸들과의 장면이 어땠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봉하: 음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란희: 계속 고개를 숙이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제발 딸들을 보라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아마 너무 힘드셨을 거예요. 그걸 찍을 때는 현장에서 녹음하는 기사 분도 힘들어하시고. 되게 이상한 현장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동진: 이런 촬영 현장에서 동료애도 당연히 생겨났을 텐데 그런 현장을 운영하는 입장은 어떠셨는지 또 여쭤보게 됩니다.

 

이란희: 저는 일단 현장이 지옥 같은 걸 굉장히 싫어해요. 내 등 뒤에 있는 스탭들이 너무 고생을 하는 걸 질색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할 수 있는 노동시간을 정하고 그 안에 찍을 수 있는 양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고 필요하다면 많은 컷들을 날리죠. 매일매일 촬영 시잓할 때의 일과가 그거였던 것 같아요. 이게 가능했던 건 풀세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서였어요. 기본 설정을 설명하기 위한 컷들은 배제하고 재복이가 행동하는 것만 따라가면 현장이 효율적일 것이고 동료들을 고생시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동진: 재복은 입보다는 손으로 대변되는 인물입니다. 일주일 동안 하기로 한 일을 끝마친 다음에 연장을 정리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우님께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말로 하는 연기가 있고 몸으로 하는 연기가 있는데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몸으로 하는 연기가 꽤 중요하다고 여겨져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배우님께서는 현장에서 어떠셨나요?

 

이봉하: 제가 모니터하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정리하는 장면이었어요. 일 하면서 편하기도 했지만 또 제가 잘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이란희: 배우들이 대사를 내뱉거나 감정이 극대화시킬 때 개운해지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휴가에서는 제가 그런 걸 다 하지 못하게 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조금씩 답답했을 거 같긴 합니다.

 

이동진: 아마 큰딸 역할을 맡은 김정연 배우가 그런 표출하는 연기를 했던 것 같네요. 저는 배우들이 밥을 먹으면 진짜 밥을 먹는 것 같고 일을 하면 진짜 일을 하는 것 같은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영화에서 일을 하는 장면 자체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혹시 그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이란희: 재복은 원래 노동을 하는 사람인데, 노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오래 살아왔죠. 재복에겐 제가 취재한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데 저는 그 분이 노동하는 걸 꼭 카메라로 담고 싶었어요. 극영화로 가져오면서 성실하게 노동하는 장면을 많이 담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네요. 전체적인 구조를 짤 때 원목재를 옮기고 자르고 잇고 붙이고 조립하고 칠하고 이런 과정을 쭉 순서대로 배치해서 조합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동진: 이봉하 배우님께 제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재복 역은 굉장히 많은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성장에서는 살림꾼이자 형이면서 선후배이기도 하고, 집에서는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가구 공장에서는 또 선임이기도 하고 후임이기도 한데 이런 많은 역할들 중에서 본인이 가장 수월하고 편하게 느꼈던 역할이 있을까요? 혹은 가장 어려웠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봉하: 가장 어려웠던 건 초반에 현장에서 동료들과 싸우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화를 내야 했고 야외 촬영이라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어서 그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목공소에서의 촬영이 가장 편안했습니다. 일을 배우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휴가> 스틸컷

 

이동진: 여쭤보고 싶은 게 굉장히 많지만 관객 분들의 질문을 이제 드려보도록 할게요. 질문이 아니라 멋진 영화 감사하다면서 감동을 표현해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한 관객 분께서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하시네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직접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으로 만드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란희: 제가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를 만들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잘 못 만드는 사람이에요. 카메라 뒤에서 당사자한테 날선 질문을 잘 못해요. 다큐멘터리를 못해서 극영화로밖에 담을 수밖에 없게 됐네요.(웃음)

 

이동진: 배우님께 질문이 들어왔는데 연기를 하실 때 롤모델로 삼은 분이 계신가요?

 

이봉하: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이신 임재춘 님이 실제 모델이 되었고요. 그분의 영상도 보고 연구도 하고. 어른스러우면서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재복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실제로 만나기도 하셨나요?

 

이봉하: 네. 꼭 만나뵙고 싶었는데 얼마 전에 만났어요. 실제로 뵈니까 훨씬 말투도 웃기고 재밌으셨는데, 촬영 전에 만났으면 제가 너무 이 분을 따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던 것 같네요.

 

이동진: , 또 다른 관객 분 질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준영이 다치고 난 뒤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안내를 받는 모습에서 재복이를 떠올리게 되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 역시 준영이를 닮아있기도 했는데 이 학생을 등장시킨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란희: 준영이가 어떻게 해서 이 직장에 오게 되었는지가 영화에서 전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은데, 실습생의 모습을 보며 준영이를 떠올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노동현장에 발을 들이거나 아직 1-2년 정도밖에 안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습이 재복의 오래된 과거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재복이의 전사를 좀 생각해볼 수 있게끔 활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특성화고 실습생들이 자살하거나 현장에서 죽는 사고가 많아서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이 일자리에 누가 올 것인가 생각했을 때 아마도 이주노동자나 실습생이 올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분도 실제로 특성화고를 나오셔서 실습생으로 1년 동안 있다가 취직한 경험이 있는 분이셨어요.

 

이동진: “카메라 앵글이 인물에게 고정된 장면을 볼 때 화면이 흔들리는 게 느껴져서 관객 입장에선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신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란희: 전체적으로 평안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내려고 하기도 했고요. 또 배우들이 연기할 때 카메라 앵글 안에서 연기하도록 규제하는 방식보다 카메라가 배우들을 따라가는 방식이 배우들이 연기하기 훨씬 더 수월할 거라는 생각으로 핸드헬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동진: 또 다른 질문입니다. “딸들의 밥뿐만 아니라 목공소 직원의 밥까지 챙기는 재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복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게 하려는 의도였나요?”

 

이란희: 모델이 되신 콜트콜텍 노동조합원 임재춘 님 같은 경우에 제가 취재를 가면 제일 먼저 하시는 말씀이 밥 먹었어?”예요. 맛있는 거 먹고 난 뒤에 제가 오면 좀만 더 빨리 오지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요. 먹을 게 없으면 라면이라도 끓여주세요. 그런 이유로 이 분이 재복의 모티프가 된 것인데요. 누군가가 굶는 꼴을 참지 못하고 밥을 계속 챙겨주는 그런 모습을 가져왔습니다. 생각해보면 해고가 되었을 그 당시에 자신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밥을 챙겨주신 그 마음이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리고 휴가를 찍을 때도 큰 후원금을 내주셨어요.(웃음)

 

<휴가> 스틸컷

 

이동진: 다른 질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터에 있다가 야외로 휴가를 가는데 재복은 야외 농성장에 있다가 집에 와서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휴가의 의미를 뒤집으면서 말하고 싶으셨던 게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란희: 보통 사람들은 노동을 하는 게 일상이지만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이 비일상인 상태가 된 거니까요. 농성하는 동안 이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노동일 거란 말이죠. 가족을 보살피고. 보통 휴가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당연히 저는 재복이 몸이 피곤하긴 했어도 휴가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진: 실제로 일주일 동안 재복이 일을 한 이유에는 물론 딸의 예치금 마련을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노동을 하는 게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란희: 원래 노동을 하던 사람인데 5년 동안 시위로 일상을 보냈으니까 일을 하면서 얼마나 즐거웠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 자체에서 오는, 일을 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동진: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 영화를 통해 굉장히 좋은 배우 분을 소개 받은 건데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실지, 영화일을 계속 하실지 여쭤보게 됩니다.

 

이봉하: 이 영화는 제가 캐릭터와 잘 맞았던 부분이 있었고 감독님도 잘 끌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영화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진: 감독님도 이 영화로 장편 데뷔작을 찍으신 건데 차기작이 궁금해집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란희: 영화를 만들고 이렇게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건 처음이에요. 그 전에는 영화제에서만 상영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영화가 개봉된 뒤에 제 어떻게 어필이 되고 어떻게 해석되는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즈음에 해야 되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 저도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굉장히 많은 영화들이 이동진 평론가의 손길을 기다렸을 텐데 왜 휴가를 선택했는지 여쭤보게 됩니다.(웃음)

 

이동진: , 제가 아직도 일할 수 있는 기본 동력은 좋은 영화를 봤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감동을 받는 것인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물리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죄송하게도 제안 주신 일정을 거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휴가는 제가 굉장히 바쁜 시기여서 허겁지겁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보고 나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요. 그래서 감독님도 배우님도 꼭 뵙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두 분 말씀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란희: 제가 말씀을 잘 드렸는지는 모르겠네요. 관객 분들 한 분 한 분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여쭤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조금 아쉽고요. 장기농성자들,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 아주 오랫동안 싸우고 있는 것이 하나씩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삶 속에서 영화를 읽어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봉하: 개봉한 지 3일 째인데 관객이 얼마나 들까 살짝 걱정을 했어요. 오늘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도와주셔서 앞으로 더 흥행이 기대됩니다. 더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해고노동자의 삶을 다룬 묵직한 영화 휴가의 이란희 감독, 이봉하 배우와 함께 자주 다뤄지지 않는 해고노동자의 고충과 노력, 그리고 그들의 소망과 바람에 대해 이야기나눠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당해고와 그런 일을 겪고 오랜 시간 동안 투쟁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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