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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휴가〉: 살아있음의 무게를 느낀다는 것

by indiespace_한솔 2021. 11. 2.

 

 

지하철 역과 광장을 지나다 보면 현수막과 천막,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TV와 인터넷 뉴스 역시 해고노동자들을 종종 다룬다. 그들의 모습은 정형화되어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구호를 외치는 그러한 모습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의 목소리는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런 우리에게 <휴가> 이란희 감독은 재복이라는 인물을 보여준다.

 

 

해고 5년 차, 천막농성 1882일째,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후 재복은 잠시 집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열흘 간의 휴가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마주한 집은 어수선하다.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재복은 막힌 하수구를 뚫고 선풍기를 정리하고 쌓인 빨래를 한다. 하지만 두 딸의 반응은 냉랭하다. “소송도 지지 않았냐. 이제 그만 포기하라”라고 다그친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첫째 딸과 중학교 2학년 둘째 딸에게 집은 엄마와 아빠의 부재가 역력히 드러나는 공간이다.

한편 재복은 첫째 딸의 대학 예치금을 마련하고 둘째 딸에게 패딩을 선물하기 위해 가구 공방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이 작업 도중 사고를 당했지만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그의 집을 찾아가 산재 신청을 권하지만 돌아오는 청년의 대답,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거 안 할래요.”

 

 

천막농성, , 그리고 공방으로 공간이 이동하며 영화는 재복과 인물 간의 관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재복은 항상 밥에 진심이다. 흰쌀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반찬 몇 가지. 두 딸이 집에 돌아오면 묵묵히 밥상을 차려주고, 일터에서 만난 청년에게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한다. 청년의 텅 빈 냉장고를 보고, 음식 재료를 사다 주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에서 은 재복을 상징한다. 그가 휴가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5년째 이어지는 천막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밥심이다.

밥은 단순히 먹는 음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밥은 살아가는 힘이자 바탕이 된다. 부당해고를 당했지만 스스로에게 휴가를 선물하고 열심히 밥을 먹는 재복의 모습. 공방 청년이 밥은 잘 먹는지 걱정하는 재복의 모습. 밥은 부당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결코 일그러질 수 없는 존엄을 의미한다.

 

 

또한 밥은 재복과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재복이 차려준 밥상을 거절하고 라면을 끓여 먹는 두 딸과 재복은 밥상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휴대전화가 줄곧 존재한다. 일터에서 항상 에어팟을 끼고 일을 하는 청년. 재복이 준비해 온 밥을 함께 먹을 때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복은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소통하려는 재복의 어눌한 몸짓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해고노동자라는 프레임을 거두고 사람 재복을 마주한다. “해고노동자가 뭔 휴가냐?”는 동료의 말처럼 제복의 휴가는 휴가가 아니다.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때 휴가는 곧 쉼이라는 편견이 무너진다. 휴가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북돋우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그의 손에는 따뜻한 도시락이 쥐어져 있다. 천막농성 날짜가 다시 카운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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