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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십개월의 미래〉: 나와 우리와 미래들의 미래

by indiespace_한솔 2021. 10. 26.

 

 

 〈십개월의 미래〉  리뷰: 나와 우리와 미래들의 미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예본 님의 글입니다.

 

 

 

'십개월'이라는 시간을 헤아려본다.

 

무언가를 이뤄내겠다 자신하기도, 섣불리 포기하기도 애매한 기간. 짧다면 짧고,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 분기로 나눌 수 있는 3개월, 6개월도 아니고 온전한 12개월도 아닌 십개월은 어딘가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는 격변의 십개월이 있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미래가 있다. 바로 여기, <십개월의 미래>가 있다.

 

 

프로그래머 미래에게는 미래(未來)라는 것이 존재했다. 미래에게는 애인 윤호(서영주)와 친구 김김(유이든)이 있고 돈 되는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는 동료 현재(고영찬)가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거다라는 포부로 미래를 그렸고, 약간의 숙취와 피로감은 항상 배어있는 체취 같은 것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간이 많이 상했다고 추측했다.

 

약으로 이겨내려 했던 컨디션 난조는 15개의 임신테스트기로 인해 실재하는 불안이 되고, 결국 미래는 한 움큼의 두 줄과 함께 혼돈을 마주한다. 윤호에게 임신 가능성의 가능성(!)에 관해 묻지만 돌아오는 것은 우리 결혼해야겠다는 대답뿐. 카오스가 뱃속에 자리를 잡은 순간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지 않으니 미래에게 카오스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질적인 감각의우주적인 음모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래를 향해 생각, 그거 너무 오래 하시면 안 되세요’라며 보챈다. 과학적인 인물의 입을 빌려 현실을 재감각 시키고 가끔은 강렬한 사건을 통해 미래를 두렵게 만든다. 뒤늦게 카오스를 인지한 미래는 두렵지만, 자신이 없지만, 끝까지 명분을 찾지 못했다. 아이를 낳을 명분은 물론 임신 중단을 선택할 명분 역시 마찬가지다. 명분만 없을까. 미래에게는 기댈 곳도 없다. 미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임신 중이었던 강미조차 출산 후 자신을 잃어버린 모습이니까.

 

미래는 강미의 울음을 본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내가 뭘 원했는지. 내가 어떤 걸 생각했는지. 얘가 날 부서뜨리고 나왔어

 

어떤 명분도, 어떤 기댈 곳도, 어떤 위로도 없이 시간은 흐른다. 미래가 윤호와 가부장제 -윤호가 다시 귀속되어 버린- 로부터 벗어났을 때는 불법적이라는 선택지마저 놓친 후이다. 온 세상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함과 의문.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알 수 없고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온전한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며, 29년간 살아온 세상에서 는 이전과 변함없지만 더는 과거의 로 돌아갈 수 없다. 카오스를 탄생시켜야만 하는상황 속에서 미래는 마치 혼돈이라는 우주에 유기당한 존재 같다.

 

 

하지만 십개월 후 미래는 새로운 시작점을 발견한다. 카오스를 품에 안는 미래를 보며 나는 실재하는 미래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스크린만이 아니라 현실에도 선택과 시간에 쫓기며 카오스를 품고 있는 미래들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도 카오스가 온다면 오늘보다 내일 더 사라질 테고 일터와 사랑과 세계가 모두 일그러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미래, 어쩌면 언니와 이모와 엄마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미래, 내가 될 수도 있는 미래를 기억한다. 미래들을 기억하며 우리가 다시 세상을 바꿀 거다라는 포부로 우리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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