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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겨울밤에〉: 유실의 미로에서 유랑하기

by indiespace_한솔 2020. 12. 22.




 〈겨울밤에〉  리뷰: 유실의 미로에서 유랑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보라님의 글입니다.


 

여행의 목적에는 충족이 있다. 어딘가로 떠날 때 우리는 자주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될 것들이 내면의 공백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역으로 현재의 어떤 부분이 결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로드무비의 인물들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분실물을 찾으러 다니는 처지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밤에>의 은주(서영화)처럼 말이다. 중년부부인 은주와 흥주(양흥주)는 청평사에 온다. 영화는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은 은주가 다시 절 주변을 더듬거리며 걷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느 겨울밤의 일들을 담는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난 인물이 낯선 여정에서 마주치는 우연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정동들을 주요하게 다루는 장르가 로드무비라면 <겨울밤에>는 단연 올해 최고의 로드무비다.



 

은주-흥주 부부와 함께, 영화에는 또 다른 커플이 등장한다. 별다른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엔딩 크레딧에도 이들은 각각 여자남자로만 등장한다- 젊은 남녀(우지현, 이상희). 남자는 군복을 입었고 휴가를 나온 참이다. 여자는 그의 친구이고, 애인은 아니라 한다. 이들 또한 청평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마침 근처를 거닐던 은주의 여정에 끼어들다 빠졌다 한다. 그런데 연령대는 물론이고 외모도 말투도 그 어떤 것도 닮지 않은 이 두 쌍의 연인에게서(더 구체적으로는 특히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어쩐지 닮은 느낌이 묻어난다. 그리고 여기에는 흥주의 옛 친구 해란(김선영)의 존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대 포개어지지는 않더라도 삐뚤빼뚤하게나마 합쳐지는 서로 다른 도형들처럼. 이 두 쌍의 연인, 그리고 세 명의 여성을 번갈아보다 보면, 과연 여행에서 마주치는 우연들이란 이렇듯 생경한 듯 당황스러우면서도 우습도록 설레지 않던가 하는 동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장우진 감독은 복합적인 공간()의 설계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층적 서사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외연은 같으나 계속해서 다른 의미를 발생시키는 장소들, 각각의 인물들이 연결되고 분리되며 만들어내는 관계, 이로 인해 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귀가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 픽션의 흐름, 아니 그러므로 더더욱 새로운 의미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증식하게 되는 복잡다단한 이야기. <겨울밤에>는 전술한 특징들과 함께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순간들, 나아가 삶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더듬는 일의 어려움에 관해 숙고한다.


 



이렇듯 <겨울밤에>는 기묘한 환상같기도, 으슬으슬한 꿈같기도 한 하룻밤의 일을 찬란히 펼쳐놓는다. 인물들 또한 간혹 길을 잃거나 넘어지는데, 관객인 우리 또한 이 미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언가를 ()찾으려 걷는 안간힘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절실해 보였던 이 아름다운 영화를 자주 곱씹고 싶다. 아무리 골몰해도 결국 유실의 미로에서 유랑할 따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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