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열망, 필연적 불운
〈포르테〉 그리고 〈아코디언 도어〉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흰색의 각진 콘크리트 건물이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해 있다. 기둥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고, 사이사이로 난 창문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영화 음악으로 명망 높은 포르테 스튜디오는 모두에게 쉽게 노출된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숲속 깊숙이 들어온 자만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
포르테 스튜디오를 둘러싼 소문은 적당히 으스스하고, 어디서나 존재할 법한 흔한 괴담이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것. 영화 음악에 열망을 품은 연지는 소문을 알면서도 스튜디오에 입성한다. 이후 펼쳐지는 영화의 전개는 꽤나 클리셰적이다. 시작부터 불안감을 조장하던 선배 해준은 점차 미쳐가고, 모든 일의 배후처럼 보이는 검은 얼굴의 사내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섬뜩함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포르테〉의 공포는 악마의 주술, 괴물의 존재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연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힐끗대던 감독의 시선, 은근슬쩍 올라가는 손, 이 모든 것들이 예전부터 당연한 것이었다는 압박. 포르테 스튜디오의 젊은 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을 방문한 이들과 성비를 맞춰 둘씩 사라진다.

〈아코디언 도어〉의 지수는 글쓰기에 재능을 드러내는 소년이다. 영화의 시작, 어린 지수의 몸속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 생명체가 들어온다. 지수는 그 생명체가 자신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재능을 주었다고 굳게 믿는다.
〈아코디언 도어〉의 SF적 기류는 재능을 향한 순수한 열망에서 비롯된다. 지수의 열망 뒤에도 연지 못지않은 불운이 뒤따른다. 어쩌면 지수의 열망에는 불운이 앞서 있었다. 세상은 순수한 열망을 가만두지 않는다. 순수함을 끝없이 위협하며 열망을 사나운 욕구로 변질시키려 한다. 필연적 불운 앞에서 그들은 세상의 요구에 응하거나, 불운을 막기 위해 잔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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