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산양의 시기가 있다.
〈산양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8월 16일(일)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유재욱 감독, 노다해 촬영감독, 박혜진, 최수인 배우
진행 이유진 감독 (〈이반리 장만옥〉 연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기록입니다.
산양은 절벽에 산다. 사람도 다른 짐승도 발을 붙이기 어려운 급경사의 암벽지대, 하필 그 위태로운 자리를 골라 서식지로 삼는다. 포식자가 올라오지 못하고 사방이 트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산양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가장 아슬아슬한 곳이다. 열아홉의 소녀들에게도 그렇다. 발 딛는 곳마다 기울어 있고, 그 기울기 위에서 3년 치의 성적과 생활기록부와 면접 답변을 쌓아 올려야 한다. 어른들은 그것을 안정된 미래를 위한 과정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여기서 〈산양들〉의 네 친구는 그 아슬한 경사 위에서도 비닐하우스를 직접 짓고, 물 속으로 거침없이 빠져들고, 산을 직접 타고 오른다. 우리가 아는 수험생의 목록에는 없던 동사들을 스스로 택하고 개척해낸다.

이유진 감독(이하 이유진): 안녕하세요. 영화 〈이반리 장만옥〉을 만든 이유진입니다.
유재욱 감독(이하 유재욱): 안녕하세요. 〈산양들〉 연출한 유재욱입니다.
박혜진 배우(이하 박혜진): 안녕하세요. 인혜 역의 박혜진입니다.
최수인 배우(이하 최수인): 안녕하세요. 〈산양들〉에서 수민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수인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다해 촬영감독(이하 노다해): 안녕하세요. 〈산양들〉 촬영한 노다해입니다.
이유진: 〈산양들〉을 시사회 때 노다해 촬영감독님이 초대해 주셔서 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었고, 이 네 명의 고등학생 캐릭터가 너무 통통 튀고 신선해서 놀라웠어요. 영화의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유재욱: 영화가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제 아내이자 공동 작가인 금효제 님이 당시에 생존주의에 되게 빠져 계셨어요. 스위스 나이프 칼 같은 걸 들고 다니시고, 생존 배낭 같은 걸 패킹해서 집에 배치해 두시고, 그렇게 사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작가님이 친구 셋에게 나이프를 하나씩 선물해준 거예요. 거기서 영향을 받아 원래는 생존주의에 빠진 30대 여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가, 이후에 네 명의 여고생이 등장하는 모험극의 형식을 띠는 영화가 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작가님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시나리오를 썼고, 작가님도 프리 프로덕션이랑 완성까지 함께 하셨어요.
이유진: 그래서 더 신선했던 것 같아요. 배우님께도 궁금했던 게, 인혜는 찬영(이효제)이라는 친구와 연애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조금 보이긴 하지만, 이 네 명의 캐릭터가 접근하기에 되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보통은 인물의 표면적인 욕망이 드러나고 해결하기 위해 달려가는 영화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표면적인 욕망이 딱 보이지는 않는데도 캐릭터의 내면이 다 다른 개성으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인혜 역을 맡으신 혜진 배우님은 이 역할을 처음 보고 어떤 고민이 들었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박혜진: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고등학생치고 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느꼈고, 딱 고등학생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제 말투와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유진: 찬영이와의 연애 연기는 어땠어요? 연애할 때 찬영이가 가스라이팅을 하잖아요. 이후 마지막에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장면까지 가는데, 상대 배우님이랑 케미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박혜진: 현실에서는 딱히 안 친해서…(웃음), 그래도 연기할 때는 서로 집중해서 했던 것 같아요.
이유진: 완전 프로시네요. 그리고 수인 배우님은 사실 매체에서도 되게 많이 봤어요. 아주 어릴 때 나온 〈우리들〉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우리집〉에는 특별출연으로 와주셨고, 매체 작품에서 정말 많이 뵀는데요. 저는 수민이가 네 명 중에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초반부에 감독님이 이 친구에 대한 정보를 적게 주셨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복학생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앞에서 이 캐릭터가 왜 그랬는지 전부 이해되는 거예요.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언니로서 무언가가 깔려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언니로서 먼저 손 내밀기는 쉽지않고, 그래서 네 명 중에 가장 외로워 보였던 인물 같아요. 초반부에 이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셨고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최수인: 사실은 그렇게까지 언니 포스를 풍기는 캐릭터로 구상하지는 않았고, 상큼 발랄까지는 아니지만 까칠하지는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랑 소통을 정말 많이 했는데, 소통해 본 결과 제가 생각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한 것이 달랐어요. 그래서 같이 만들어 간 느낌이 큰 거 같아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소통할수록 수민이가 점점 센 언니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캐릭터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선명해졌고, 언니 포스 풍기는 수민이가 탄생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이유진: 수민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영화 앞 부분에서는 일부러 수민을 숨기신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수민이라는 캐릭터가 마냥 통제된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영화 마지막에 수민이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 게 밝혀진 이후에도,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 같은 시선이 담겨 있지 않아서 사실 놀라웠어요. 감독님 어떻게 디렉팅을 하시고, 배우님들과 논의를 하셨길래 배우님들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캐릭터가 나온 걸까요?
유재욱: 글쎄요. 사실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 그러고 싶었어요. 그게 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어떠한 방법을 연마해서 잘 해내야 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잘하고 싶었어요. 〈산양들〉 속 캐릭터들이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는 방식이랑 좀 다르길 바랐고요. 장르로 따지면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같은 느낌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이들을 바라볼 때 강박적으로 "너희 이렇게 해"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도 빠지고, 좀 더 풀어줄 수 있는 방식으로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진: 그런 지점이 오프닝 시퀀스부터 확 느껴져요. 저는 오프닝 시퀀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보통은 처음부터 친구이거나 같은 반인 채로 시작하는데 여기서는 거의 모르는 사이잖아요. 모르는 사이인데 마치 서로에게 미션을 주듯이, 장르적으로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이 영화는 이런 컨셉으로 갈 거야" 하는 게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오프닝 시퀀스에 대해 촬영감독님과 감독님이 어떻게 논의하셨고, 아이디어를 제안하시고, 그게 얼마나 적용됐는지 궁금합니다. 촬영 감독님 먼저 말씀 부탁드릴게요.
노다해: 처음에 구상할 때부터 음악도 락 음악 같은 걸 생각했었고, 말씀하신 대로 미션을 수행하듯이 가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급식실에 정애를 찾으러 서희와 왔을 때도 둘이 양쪽에서 가운데로 싹 들어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복도에서 셋이 수민이를 찾으러 갈 때도 미션을 수행하듯이 둘이 먼저 걷고, 거기서 정애도 어떻게든 자기도 끼고 싶어 하는 컷도 구상했었던 것 같아요.
이유진: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다 드러나는, 너무 놀라운 오프닝 시퀀스였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보완하셨나요?
유재욱: 네 명의 캐릭터들이, 사실 그냥 선생님이 부르는 건데 각자가 이 순간을 미션이라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자기네들한테 사건이 되길 원했고, 영화에서도 이것도 하나의 사건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어떤 형식미를 갖추고 싶었어요.
노다해: 일반적인 방식보다는... 처음 구상할 때는 급식실 입구부터 둘이 걸어 들어와서 카메라 앞으로 온다, 이런 거였는데 그걸 아예 생략하고 그냥 양측에서 들어오자는 식으로 좀 더 장르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유재욱: 맞아요. 그게 콘티적으로 이 캐릭터를 사건으로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유진: 그게 종합적으로 이 영화에서 되게 영리한 선택들이었다고 느껴졌던 게, 영화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흔히 말하는 규모가 크거나 감정적으로 센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가 어떻게 두 시간 가까이를 이렇게 밀도 있게 채우지, 왜 이렇게 재밌지 생각했을 때, 촬영적인 컨셉과 배우들의 얼굴과 연기와 캐릭터가 이 영화를 끌고 가면서 리듬을 만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배우님들 캐스팅할 때 의상이나 헤어에 되게 신경을 쓰면서 거기서 장르적인 걸 발생시키려고 하는데, 학생들이다 보니 교복이라는 베이스가 한정돼 있잖아요. 배우님들 입장에서는 뭔가 꾸미고 화려하게 하고 싶으실 텐데, 그 교복 안에서도 캐릭터가 다 드러나요. 얼굴이랑 행동에서요. 그래서 감독님의 의상 컨셉을 먼저 듣고 싶고, 그 다음은 배우님께서는 의상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 캐릭터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하려고 아이디어를 전해주신 게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유재욱: 저는 의상이나 헤어가 현실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일반적이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입을 법한 것들로, 꾸미지 않는 데코레이션 쪽으로 전체를 가져갔을 때 이 친구들의 방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동물이라는 요소도 있고 그런 캐릭터들이 또 있기 때문에, 수수하게 해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오히려 산을 탄다거나 하면서 행동을 크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유진: 그래서 오히려 배우님들의 표정과 얼굴에 집중하게 되면서 연기가 확 캐릭터로 더 와닿은 것 같아요. 그럼 혜진 배우님부터 여쭤볼게요. 교복에도 조금씩 베리에이션이 다르더라고요. 아이디어 낸 게 혹시 있으신가요?
박혜진: 의상은 솔직히 의상 팀장님이랑 같이 입어보는데, 제가 생각한 느낌이 아닌 거예요. 좀 더 느낌 있는 옷을 원했는데, 그런 건 〈산양들〉이랑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머리도 제가 많이 풀고 찍고 싶었는데 계속 올백으로 찍어서 조금 아쉽기도 한데, 그게 더 인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뭔가 연기하듯이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제 말투대로 툭툭 던지듯이, 친구 대하듯이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수인: 저는 의상 팀장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고, 생각보다 수민이가 되게 깔끔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장난식으로 수민이는 강박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고데기를 C컬로 마는데 진짜 깔끔하게 말고, 약도 잘 챙겨먹고. 거기서부터 결이 좀 다른 언니 같은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런 수민이가 ‘산양들’을 만나서 흙 밟고 변화되는 모습을 중점으로 두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조금 의외였던 건, 많고 많은 색중에 왜 핑크색 의상일까 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게 반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수민이의 귀여운 반전 매력이죠.
이유진: 핑크 말고 탐나던 색깔이 있었나요?
최수인: 저는 그냥 블랙, 화이트요.
이유진: 사실 저 나이 때는 진짜 예뻐 보이고 싶잖아요. 그런데 감독님 그림이 확실해서 그 확신으로 밀어붙이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의상 팀장님이랑도요.
유재욱: 네. 그런데 더해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좀 깔끔하게 입히고 싶었어요. 밝은색 청바지랑 분홍색 같은 걸 입던 친구가 ‘산양들’ 사이로 들어가면서 흙탕물이 튀겨지는 그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유진: 근데 그래서 인혜 같은 경우는 부모님 서사가 좀 자세하게 나오지만, 다른 인물들, 특히 수민이 같은 경우는 추측만 되잖아요. 그런데 수민이의 바르고 깔끔하고 강박적인 캐릭터가 드러나면서 엄마 아빠가 바로 상상이 된달까요? 그 가족들이 상상되고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인물들이 다 이해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되게 재미있었던 게, 이 네 명의 캐릭터가 한 샷에 담기는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선생님과 면담할 때도 앞에 있는 인물이 이야기를 하면 뒤에 있는 인물들이 살아 있어요. 생동감이 있고 이 앙상블이 너무 좋은 선택이라고 느껴졌어요.
영화를 보면서 앞에 있는 인물한테도 집중하지만 뒤에 있는 애들한테도 자꾸 애정이 생기는 거죠. 그런 촬영 콘티 작업을 할 때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누셨는지 궁금해요. 후경과 전경을 살리는 샷들도 많았고, 네 명의 얼굴을 팍 잡는 샷들에서도 리얼리즘 기저에 깔리고 촬영이나 음악이나 캐릭터 안에서 통통 튀는 장르성을 계속 보여주신 것 같아요.
유재욱: 제가 노다해 촬영감독님이랑 작업하면서 즐거웠던 게,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의 전체적인 컨셉이 리얼리즘적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일 때는 그것을 살리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컷이 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장르적인 느낌이나 재밌는 걸 섞어보고 싶은 욕심이 컸었고, 이런 부분이 주인공 10대 친구들을 잘 받쳐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다해: 저는 어쨌든 네 명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서희가 잠시 빠지자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때 “서희였다면 안 붙잡혔을 텐데” 같은 대사도 있고요. 그래서 다 같이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장면이라든가 울타리를 만드는 장면, 거기까지 가기 전에도 오프닝에서 한 명씩 채워지잖아요. 나중에 수민이를 찾으러 갔을 때도 수민이 뒤로 그 세 명이 보이거든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계속 컨셉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유진: 그런 컨셉이 배우님들한테는 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보통은 내가 크게 안 잡히면 쉴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는 거잖아요. 뒤에서 계속 진행형인 거죠. 어떠셨어요, 재미있으셨어요? 그리고 뒤에서, 특히 면접보는 장면에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디렉팅이 어떻게 간 건지 너무 궁금해요.
유재욱: 면접씬 같은 경우에는,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해라, 어차피 기다리는 거고 끝나면 다음 사람이 와서 하면 된다. 우리 카메라는 계속 돌고 있다 그런 식으로 했던 거 같아요.

관객: 개인적으로 청소년 문제, 페미니즘과 동물권, 이주민 문제 같은 게 다 함께 영화 안에 녹아들어 있는데 이게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고요.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독립영화의 예산이나 촬영 회차 같은 제약 때문에 못 넣은, 여유가 있었으면 넣었을 장면이 시나리오상에 있는지 궁금하고요. 배우님들께도 특히 애착이 가는 장면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 아니면 특별히 찍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찬영이한테 복수하는 진흙 장면이 너무 좋았었습니다.
유재욱: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좀 부끄럽네요. 예산이 더 있었으면 찍었을 장면은, 제가 성격상 지나가면 후회 같은 걸 잘 안 하는 편이라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예산에 맞춰서 찍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다만 가끔은, 오히려 찍었는데 안 쓴 장면 중에서 수민이가 엄마한테 자동차를 배우는 장면을 찍었었단 말이에요. 수민이가 면허는 있는데 아직 장롱면허라는 걸 보여주고, 거기서 엄마와의 감정 같은 걸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적으로 봤을 때 조금 더 빠르게 가고 싶어서 뺐어요. 그 부분을 관객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노다해: 저도 그 장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생각보다 수민이가 되게 웃긴 애였네, 하는 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
이유진: 감사합니다. 이렇게 숨은 장면을 감독님이 기억할 수 있게 질문을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방금 질문에서 배우님들께 찬영이와 만나는 신에 대한 감상과 질문을 주셨는데, 제가 너무 몰입하다가 넘어갈 뻔했네요. 여기에 답변하시면서 각자 마음에 드는 씬 하나랑, 촬영할 때 너무 힘들었던 씬 하나. 그래서 오히려 뿌듯한 씬까지, 이 두세 가지를 한번 말씀해 주실까요?
박혜진: 힘든 건 아까 좋다고 하셨던 찬영이와의 싸움 신이 힘들었고요.
이유진: 되게 의외네요. 저는 산 위에서 찍었던 게 힘드셨을 줄 알았어요.
박혜진: 물론, 그것도 되게 힘들었어요. 찬영이와의 씬은 몸으로 부딪히는 씬이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서로 맞춰봐야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힘들었던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생각보다 너무 안 힘들어서 금방 끝났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찬영이한테 손 펴서 안아달라고 하는 장면이요.
이유진: 찬영이 집에서 부딪히는 장면은 배우가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가 확 느껴질 것 같았어요.
최수인: 저는 네 명이서, 수민이는 운전하고 ‘오리 날다’를 부르는 장면이요. 사실 그 촬영지가 너무 예뻐서 좋았거든요. 그리고 그 장면 자체도, 산양들이 모여서 ‘오리 날다’를 부르는 장면 자체가 너무 예쁘잖아요. 그래서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하고요. 힘들었던 장면이라면 살수차 와서 비 맞으면서 찍은 장면인데, 사실은 힘들었다기보다 눈도 잘 안떠지고, 연기가 어려웠어요.
이유진: 물론 비 내리면 감독님은 모니터 보면서 되게 행복하셨을 거 같아요. 모니터에는 비도 안 오고, 배우님들은 너무 잘하시고요.(웃음) 다음 질문 받아볼게요.

관객: 저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이 작품의 모든 회차를 관람했던 관객인데요. 그만큼 작품이 좋아서 개봉하면 꼭 다시 보겠다고 생각하고 오늘도 왔습니다. 많은 장면들이 다 기억에 남는데요. 궁금한 건, 아까 수인 배우님이 얘기하셨던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를 차에서 같이 부르는 그 장면을 찍을 때 노래 연습을 따로 한 건지, 원래 알지 못했던 노래라서 배우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실제로 오리가 거기서 날아가는 장면, CG가 조금 티가 나긴 하지만 그 장면을 꼭 넣어서 노래랑 연결시키겠다는 게 원래 시나리오 단계부터 있었던 건지와 그렇게 꼭 넣어서 보여주고 싶었던 네 사람의 희망이나 꿈 같은 상징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이유진: ‘오리 날다’ 노래 연습과 관련한 질문인데요. 사실 ‘오리 날다’가 혜진 배우님과 수인 배우님 세대의 노래는 아니잖아요. 원래 모르는 노래시죠? 노래 숙지와 연습을 모여서 하셨는지, 합창 같은 건 아니니까 어떻게 하셨는지, 그리고 촬영할 때 아까 너무 재미있고 신났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최수인: 각 배우들이 따로 준비를 했는데, 알고 있는 노래이긴 했지만 가사를 정확히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연습이 조금 필요했고요. 저는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제가 멀티를 잘 못하는 편이라, 이게 좀 어렵더라고요. 당시에는 초보 운전 때였고, 면허를 따고 한 5개월쯤 지났을 때였거든요. 운전이랑 같이 다른 걸 하는데 안 돼서 그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게다가 그때 차에 이상이 생긴 거에 대한 대사까지 해야 했는데, 차가 이상한 연기를 하려면 급브레이크를 밟고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멀티가 안 되니까 조금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유진: 진짜 그건 힘들었겠네요. 운전에 익숙해야 운전한다는 걸 잊고 다른 미션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최수인: 사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해요. 지금이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진: 지금은 운전 잘하세요?
최수인: 네, 진짜 좋아합니다.
이유진: 그런데 사실 어려워 하시는 티가 전혀 안 났어요. 혹시 감독님, 테이크를 많이 갔나요?
유재욱: 한 5테이크 정도 갔어요.
이유진: 그리고 ‘오리 날다’라는 노래를 고르신 건, 영화를 보면 잘 느껴지지만 시나리오 쓰실 때부터 생각하신 거죠?
유재욱: 네, 맞아요. 이 친구들의 승전가처럼 부르길 바랐어요.
이유진: 그리고 CG 이야기까지 하자면, 저는 사실 그게 티가 난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이 정도면 진짜 오리가 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동물이 보호받으면서 촬영됐겠구나 싶었는데, 왜냐하면 이 인물들과 오리의 케미가, 엄청 포근하게 그려지고 있었거든요. 그 케미를 어떻게 형성하셨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리가 나는 것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유재욱: 집오리는 보통 날지를 못하는데, 오래 풀어놓고 키우면 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저는 이 영화에서 희선(오리)이가 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나는게, 진정한 안식처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모습을 보여줘서 ‘산양들’ 친구들에게 어떤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유진: 오리와의 연기도 또 하나의 미션이었잖아요. 저는 오리를 실제로 만져보거나 한 적이 없어서요, 정말 반려동물 같나요?
박혜진: 따뜻해요. 안전하게 잘 잡기만 하면 되는데, 원래 날개 양쪽을 잡아야 안전하거든요. 그걸 배워서 익숙해지니까 되게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하고 좋았어요.

관객: 배우 분들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합니다.
유재욱: 우선은 배우분들 오디션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좀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요. 저는 그런 게 있거든요. 사실 이 역할을 할 배우가 세상에 없을 것 같단 말이에요. 오디션을 봐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떤 배우를 딱 만났는데 이 사람이 리딩을 하는 순간 뒤로 넘어가요. ‘이 사람이다, 내 시나리오 속 인물이 여기 있네’ 하는 거요. 그런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얼마나 잘하냐 못하냐 하는 기술적인 건 우리가 함께 풀어가면 되는 숙제라고 생각했고, 저는 느낌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진: 직관이죠. 이 배우와 하면 재미있게 만들어 갈 수 있고 이 캐릭터를 잘 입힐 수 있겠다는 확신이 딱 오는 거요. 캐스팅을 감독님이 하셨잖아요. 그게 되게 궁금해요. 제가 알기로는 배우님들 나이대가 다 다양한데 근데 또 영화 속에서는 너무 또래 같거든요.
유재욱: 박혜진 배우 같은 경우는 촬영감독님이 이전 작품을 같이 하셔서 “한번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역할 나이대도 맞을 것 같다”고 하셔서 봤어요. 인혜 역할을 해봤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처음에 닭이랑 오리랑 얘기하는데 이게 너무 진짜 같은 거예요. 그걸 낼 수 있는 게 진짜 연기력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재미있는 게, 그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 뭔가 갖고 있는 게 되게 인혜스럽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수민은 같이 미팅을 했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원래 수민이라는 캐릭터는 좀 약하고 시니컬한 사람으로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최수인 배우를 만났는데 에너지가 되게 넘쳤어요. 그래서 수민이라는 캐릭터를 아예 바꿔버렸어요.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수민이가 초반에는 빌런처럼 이 셋과 싸워야 하고, 자기를 인정해 주게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힘으로 이 셋을 감당하고 가서 들이받아야 하는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최수인 배우를 만나고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바꿨습니다.
이유진: 수인 배우님한테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오히려 받아서 캐릭터에 적용하신 거네요. 그래서 뭔가를 흉내내거나 만들어낸다는 느낌보다, 영화를 보면 배우님 자체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승연 배우님은 오늘 안 오셨지만 제가 우연한 기회에 뵌 적이 있는데,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묘하게요. 그래서 감독님이 캐스팅에 되게 공을 들이셨구나 하고 느껴졌어요. 이승연 배우님이랑 박효은 배우님 캐스팅도 궁금해요.
유재욱: 이승연 배우님은 연기를 되게 잘하셨어요. 그래서 인혜든, 서희든, 정애든, 연기를 했을 때 되게 어울린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그중에서 서희 역을 했을 때, 처음 리딩에서 희선이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을 꾸미는데 되게 그럴싸한 거예요. 그거 보고 함께하기로 결정했어요. 너무 재밌어서요. 서희라는 캐릭터가 인물들을 계속 ‘산양들’의 세계로 다 끌고 가야 하거든요. 그걸 할 수 있는 적임자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진: 정말 쉽지 않죠. 갑자기 희선이를 죽이려고 하잖아요. 그게 이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정말 종잡을 수가 없어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 뱉어 나가더라고요.
유재욱: 효은 배우는 정애 역할에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생각보다 어리긴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 안 붙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배우와 리딩을 했는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던 게, 리딩을 하거나 촬영할 때 동작을 하나 하면 그 앞의 서사가 쫙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유진: 캐스팅이 좋았다는 걸 관객분들도 다 느끼실 거예요. 물론 배우님들과의 여러 디렉팅이 있었겠지만, 프리 단계부터 정말 공들여서 한 분, 한 분 만난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어떠셨어요?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잘 안 나실 수도 있는데요.
박혜진: 전 좋았어요. 뭔가 감독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셔서 ‘나쁘지 않겠는데?’ 하는 마음으로 집에 갔던 것 같아요.
이유진: 부담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았어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요.
박혜진: 그냥 나대로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이유진: 저는 오늘 처음 뵀는데,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영화 속 인혜가 나온 거 같네요. 수인 배우님은 어땠어요? 작품에 들어가기로 하기 전에요.
최수인: 사실 수민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고 다 열어놓고 생각하기는 했었는데요. 그래서 ‘어떡하지, 진지하게 분석해야겠구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읽고 분석하고, 그러면서 기분이 엄청 좋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수민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 중 하나였었거든요.
이유진: 뭔가 수인 배우님한테는 진짜 그 강인함이 느껴지네요. 이렇게 만나 뵈니까요. 사실 되게 외롭고 친구랑 놀고 싶고 나도 끼고 싶은데 되게 고고하고 도도하고요. 그런데 리드를 할 때는 또 확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영화에 깔려 있어서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로 와닿았어요. 그리고 촬영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사실 이 시나리오는 리얼리즘 베이스였을 것 같은데 결과물은 되게 장르적인 재미가 있단 말이죠. 처음에 이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하셨던 것, 첫인상 같은 것과 결과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거나 비슷한 게 있는지 궁금해요.
노다해: 저도 시나리오 보고서는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되게 리얼하게 가야 하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요. 레퍼런스로 감독님이 얘기했던 영화들도 굉장히 리얼리즘을 베이스로 한 영화들이 많았고요. 고민하다가 이렇게 가는 게 맞겠다고 확신이 든 건 오프닝 시퀀스에서 타이틀 뜨는 장면 있죠, 네 명이 딱 앉아 있는 그 앵글을 잡았을 때, 이렇게 모아놓으니까 ‘계속 이렇게 찍어야겠다’ 하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게 더 리얼하게 갔으면 이 캐릭터들하고 잘 안 붙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촬영적으로도 공간, 특히 학교 같은 경우에는 사실 되게 변하지 않는 공간이잖아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컴퓨터와 TV만 점점 얇아지고 공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그런 공간에서 이 친구들의 다른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조금 장르적인 게 있는 편이 좋았던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저번에 서독제 때 한 번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개봉해서 보러 왔는데요. 우선 너무 재밌고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쉘터라는 공간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궁금하고요. 배우분들께는 촬영하실 때 쉘터라는 공간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해요. 그리고 물론 열린 결말로 끝나긴 했지만, 배우분들이 생각하시는 네 명의 그 이후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네 명이 어떻게 지냈을지요.
유재욱: 첫 번째 질문이 쉘터를 어떻게 찾았냐였던 것 같은데요. 저 장소는 제작팀에서 찾았습니다. 여러 장소가 있었는데 후보가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저 공간이고, 하나는 드넓은 평야 같은 공간이었는데 둘 다 장단이 있었어요. 평야는 예쁘고 되게 자유로운 느낌이 있고, 저 공간은 좀 둥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넓은 공간보다는, 이 친구들이 안식처를 원했을 때는 둥지 같은 공간이 더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했고요. 촬영감독님도, 거기가 경사가 사실 되게 심해서 촬영할 때 힘든 부분이 있는데 이 경사를 오히려 이용하고, 사실 저희가 산양들 아닙니까?(웃음) 이런 경사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그런 특이점이 있어서 모두가 되게 들떴던 것 같아요.
노다해: 그게 저희의 리얼리즘이었던 것 같아요. 평야 같은 데가 멋있긴 했는데, 거기서 애들이 쉘터를 짓고 했으면 오히려 너무 판타지 같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아늑한 공간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쉘터는 저한테 어떻게 보면 따뜻한데, 또 어떻게 보면 연기하기 좀 불편한 공간이었어요. 경사가 있으니까 서희와 싸울 때도 그런 게 조금 걸리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부분인 것 같고요. 그리고 그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살짝 시냇물도 있어요. 되게 자연적인 공간이라서 촬영할 때 힐링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최수인: 공간 자체가 촬영하려고 도착하자마자 너무 예뻤던 것 같아요. 헤어 메이크업 받고 수민이 복장을 입고 딱 도착하면 그냥 너무 행복했어요. 힐링되는 느낌이었고요. 가끔 안개가 끼기는 했지만 그 안개 낀 모습 자체도 그 모습대로 너무 예뻤고, 그냥 자연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가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고, 그냥 평화롭다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산양들이 만들어 놓은 쉘터 느낌 딱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로 부서질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이유진: 감독님이 말씀하신 둥지라는 표현이 맞네요. 두 분 말씀을 들어보니까요. 그래서 배우들도 그 공간에 갔을 때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영화 밖의 이야기지만, 이 이후에 네 분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상상한다면 어떨까요?
박혜진: 저는 매일매일 만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각자의 삶이 있으니까, 더 나이가 들면 각자의 삶을 살면서 가끔씩 생각나는 그런 친구들이고, 옆에 있으면 늘 응원이 되고 의지가 되는 친구들인 것 같아요. 많이 안 만나도, 가끔 만나도 어색함 없는 그런 친구 사이가 될 것 같아요.
최수인: 저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진짜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가끔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즐겁고, 과거 이야기하고, 밥 한번 먹으면서 아무거나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그때 그랬잖아 하면서 웃고 즐겁고, 그런 사이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진: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감독님은 상상해 보셨어요? 작가님과 함께, 이 다음에 어떻게 될까 하고요.
유재욱: 그건 잘 모르겠고, 만약에 속편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왠지 한 40대나 50대가 된 이 친구들의 모습을 찍고 싶어요.
이유진: 인사 말씀 한 분씩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유재욱: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촬영할 때 그 공간이 쉘터로 느껴졌는데요, 관객분들도 영화 상영하는 동안 쉼터처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혜진: 보러 와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고요, 제 친구들도 왔거든요. 와줘서 감사합니다.
최수인: 날도 더운데 이렇게 영화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노다해: 촬영하면서도 너무 즐거웠는데, 이렇게 또 같이 좋아해 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니까 또 기운이 나네요.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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