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리뷰: 수련(睡蓮)을 피워내기 위한 수련(修鍊)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수련은 연못 위를 부유하는 듯 떠 있지만,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부엽성 수생식물이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선 한 치 앞도 알기 어려운 진흙 속을 파헤쳐 단단히 뿌리 내리는 작업이 필수로 동반된다. 이처럼 영화 〈수련〉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진흙 속을 전전하며 ‘수련(修鍊)’을 거듭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은 진흙 속에서 섞이고 맞부딪힌다.

〈수련〉의 인물들은 결핍을 경험하는 이들이다.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좇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효원과 은서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도약의 삶을 꿈꾸고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 이들에게 펼쳐진 건 꿈을 향한 탄탄대로가 아닌, 생존이라는 고난의 숙제였다. 이후 두 사람만의 꿈의 공간이라 여겼던 서울 자취 집에 인철이라는 인물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며 그 숙제는 더욱 해결하기 복잡한 문제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거듭하던 효원은 유명 배우인 수연의 눈에 띄어 그의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수업을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빠른 속도로 친밀해진다. 효원은 수연의 대본 수정을 돕고, 수연은 효원의 연기 연습을 도우며 많은 시간을 보내던 끝에 수연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연기의 기회가 간절했던 효원은 망설임 없이 그 손을 붙잡는다. 이로 인해 같은 잠옷을 입고 함께 잠들며, 함께 돈을 모아 좋은 집으로 이사하자던 은서와의 약속은 효원에게서 쉽게 사라져 버린다.
학교조차 다니지 않고 알바를 거듭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던 은서에게 효원의 독립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효원을 생각하며 겨우 버텨내던 은서의 불안은 점차 크기를 키워간다. 그러나 효원의 극단 생활 역시 경쟁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곳의 모든 이들은 무대를 갈구하는 이들이기에 즐겁게 웃으면서도 서로를 견제하고 질투한다. 비단 지망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효원이 동경하는 수연도, 연극을 총괄하는 연출가조차도 타인의 재능을 시샘하고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작품 내내 착실히 쌓여가던 인물들의 불안과 분노, 시기와 질투는 끝없는 충돌 끝에 결국 폭발한다. 그들은 서로를 구원하기에 미성숙하고 연약했으며,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결국 효원을 둘러싼 관계는 모두 망가지고 만다. 가장 친밀했던 은서, 늘 도움을 주고받던 친구 인철, 가장 좋아했던 배우인 수연과의 관계까지도 전부 무너져 내렸다. 은서 역시 제 불안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위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러나 그들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세상이 허락한 순탄함이 유달리 적었던 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꿈만 꾸고 살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꿈 뒤에 생존의 문제가 따라붙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 말미 효원과 은서, 인철은 다시 서로를 마주하고 미약하지만 익숙한 온기를 나눈다. 엉키고 충돌했지만, 끝내 서로에게 산소를 전달하고 살아남는 수련의 뿌리 같다.
앞으로 이들에게 몇 번의 실패가 찾아올지는 모른다. 다만 몇 번이든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원동력을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다는 것만은 안다. 그렇게 ‘수련’을 거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뿌리로 언젠가는 꽃을 피워내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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